숨이 멎는 밤(feat. 코골이) -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작지만 무서운 침묵
유제원 지음 / 좋은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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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는 사람이 코를 곤다. 처음부터 그랬냐고?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어쩌다 한 번씩. 그냥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한번 코를 골았던 게 점점 빈도수가 높아지는 듯하다. 원래 비염이 있는 사람이고 갑작스러운 코골이가 무슨 문제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병원에 가보기도 했다. 새벽부터 줄 서서 접수해야 만날 수 있는 의사가 있는 곳이었다. 온전히 하루를 비우고 기다림에 지쳐 쓰러져갈 즈음 의사와 대면했다. 비염은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수 있고, 현재 환자 상황이 크게 어떤 치료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진 코골이 상담. 콧속에 무슨 통로가 있단다. 이게 숨을 쉬는 것과 연관된 건데, 그 구멍이 양쪽의 크기가 다른 상태이고, 그것 때문에 코골이가 심해지거나 얕아질 수 있었을 거라고. (남편은 오래전에 큰 사고를 당했고, 그때 거의 전신 수술에 가까운 치료를 받았는데, 그 사고로 코뼈도 부러졌던 터라 코가 곧지 못하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어느 쪽으로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게 편한 잠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해주었다. 이 사람의 코골이 역시 지금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정도도 아니라고 판단되니 조금 더 지켜보자는 것. 궁금하면 수면다원검사도 해볼 수 있지만, 그것까지도 마구 추천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다. 결론은 지금의 코골이가 심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거다.


사실 옆에서 같이 자면서 견딜 수는 있다. 이 사람이 눕기만 하면 코를 고는 것도 아니고, 본인의 컨디션에 따라 가끔 소란스러울 뿐이니까. 조금 피곤하다거나, 술을 한잔 정도 했을 때나. 순전히 궁금증 때문에 만났던 의사가 저 정도의 언급을 하니 이게 심각한 건 아닌가 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 제목을 보고 갑자기 심각해졌다. ‘숨이 멎는 밤이란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작지만 무서운 침묵이라니. 어쩌면 좋으냐. 많은 사람이 코골이를 단순하게 여긴다고 한다. 나부터도 그랬으니까. 아버지도 평생 코를 골았고, 제부도 눕기만 하면 코를 고는 사람이라,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반대로 생각하면 코를 골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까, 이 차이를 분명하게 알아차려야 했을 건데, 왜 코를 안 고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까.


저자는 피곤해서 그렇다는 말을 믿고 있으면 진짜 병을 놓칠 수 있다고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위험한 말이라고. 단순하게 보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술 한잔한 날에 코골이가 심해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것은 일시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변화일 수 있단다. 하지만! 이게 매일, 몇 년째, 숨이 멎거나 다시 쉬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수면무호흡증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고, 온몸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병이라고 말이다. 여기에 몇 가지 오해를 확인해봐야 한다. 살이 쪄서 그렇다고, 마른 사람은 괜찮다고 여기거나, 애가 코를 고는 건 크면 괜찮다고 그냥 넘어가선 안 되는 신호다. 진짜 문제는 이런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마음. 그러니 앞서 말한 증상이 심해지고 반복된다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치료하면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하니 잘 살펴보길 바란다.



그래서 코골이는 못 고치나요? 아니다. 고칠 수 있단다. 맞춤형으로. 코골이의 원인은 너무 많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기에, 코골이 원인에 따라 맞춤 전략으로 치료하는 게 핵심이다. 가장 먼저는 생활 습관을 잘 조절하여 좋아질 수 있다. 양압기 같은 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고, 구개확장기 같은 구강 장치를 이용할 수 있다. 때로는 수술적 치료도 필요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이든 전문적인 진단으로 치료 방법까지 이어져야 한다. 얼마나 다행인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치료할 수 있는 병이고, 생활 습관 개선으로 기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니, 시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건 당연하다. 수면의 질이 일상생활의 질을 높여준다는 건 이미 알고 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으로 편한 잠을 이루기 어렵다면 주저하지 말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숨이 멎는 밤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숨이멎는밤 #유제원 #코골이 #코골이치료 #수면무호흡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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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기윤슬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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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게 원래 이기적인 존재라고 여겼다. 그렇지 않은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어느 정도 이타적인 태도로 살아야 하는 건 맞지만, 자기를 희생해 가면서 그 이타심을 발휘해야 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자기가 취하는 모든 행동의 바탕에는 자신을 위한 마음이 녹아 있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이타심을 발휘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 인간이란 어떻게 살아가는 존재인지 더 궁금해진 하더라.


주인공 현주의 오늘은 행복하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자리도 잡았고, 괜찮은 집안의 남자 석현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 행복을 계속 유지하기만 하면 인생 탄탄대로 그대로 달려가면 될 것 같았다. 그 순간 예상하지 못한 복병이 나타나 현주의 행복을 흔들고 있었다. 현주가 그렇게 잊고 지내고 싶었던 과거의 시간을 불러와 현주 앞에 펼쳐놓는다. 아니라고, 죄책감을 느끼고 살았던 적도 있지만, 고의가 아니었으니 자기 잘못은 없다고 스스로 세뇌하듯 잊은 세월이었다. 어린 시절, 현주의 엄마가 재혼할 거라며 남자와 남자의 딸을 데리고 왔다. 현주 눈에는 마냥 한심해 보이는 이 남자가 자기 아빠가 될 자격은 없을 거로 여겼고, 그의 딸 역시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며 무시했다. 특히 그 남자의 딸 유미는 현주를 친언니처럼 따르며 사이가 좋은 자매 흉내를 내려고 했다. 어린 나이에 이 환경을 벗어날 수 없었던 현주는 참고 살았다. 자기 나름대로 이들을 이용해 가면서 말이다.


대학에 합격하고 현주는 살던 곳을 떠나왔다. 그곳을 바라보고 싶지도 않았고, 더는 자기 인생에 그 시간을 포함하고 싶지도 않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인제 와서 이런 협박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누굴까. 누가 현주를 협박하면서 당사자 외에는 알 수 없는 일들을 자꾸 언급하는 걸까.


소설은 현주가 그 협박의 근원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여정에서 그녀의 주변 인물, 약혼자 석현과 오랜 세월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던 종욱 선배와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주의 고백 같은 시선과 엄마의 재혼남과 그의 딸 유미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때야 퍼즐이 맞춰진다. 아마도 그럴 줄 알았지만, 어느 정도의 뒤통수에 마치 내가 주인공인 삶조차 내 맘대로 될 수는 없는 건지 의욕이 꺾이기도 하더라. 아니면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 누군가의 속내를 그대로 알면서 살아가는 일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고, 상대의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할 때 어떤 대가를 치르면서 살아야 하는지 불안하기도 하다. 누군가 내게 보인 호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내 인생의 곁에 두기 싫을 때 내칠 수도 있는 건데, 현주는 그걸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왔던 것뿐인데, 왜 이런 결과를 맞이해야만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녀의 의도와 행동이 잘했다고 칭찬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나라는 인간도 현주와 같은 마음으로, 다른 사람 인생 따위 신경 쓸 여력이 없으니 내 인생부터 챙기자는 마음으로 삶의 방향을 정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미필적 고의는 법률 용어 중 하나로, 특정한 행동을 함으로써 어떠한 결과가 반드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을 때, 그 결과가 발생해도 상관없다는 심리로 그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현주가 자기가 빠져있다고 여긴 그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행동을 누군가는 미필적 고의가 아니었냐고 묻는다. 어떤 상황이 나쁘게 될 것을 예상했음에도, 굳이 나서서 말리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을 방관함으로써 생긴 결과에 자기 인생이 피어나게 했다는 게, 정말 모든 것이 그녀의 잘못이기만 한 걸까. 유미는 그곳에 가고 싶었을 뿐이고, 현주는 그곳에 가라고 했던 것뿐이고, 그곳에서의 일은 예상하지 못한 사고였던 거 아닌가?


완벽하다고 믿었던 순간을 비웃듯, 완벽한 행복을 만들려고 했던 그 순간에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되는 듯했다. 예상하지 못한 진실을 마주한 반전은 참 씁쓸했고, 내가 상대의 마음을 갖고 놀았다는 것이 오히려 우습게만 보였다. 사는 게 내 의도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게 기운 빠지기도 한다. 많은 것을 가진 내가 이긴 것 같지만, 언제든 나를 무너뜨릴 약점을 들킬 수도 있다는 게 생존의 민낯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 생존의 방식에서 우리는 언제든 미필적 고의를 저지를 수 있다.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어느 순간에 보이는 무심함이, 나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벗어나기 위해서. 그러면서 한 번쯤 돌아보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나도 모르게 저지른 미필적 고의는 없는지, 혹은 얼마나 많은지를.


#미필적고의 #기윤슬 #한끼 #소설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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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청소일 하는데요? -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행복합니다
김가지(김예지) 지음 / 책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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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시험 날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학생들 시험과 상관없는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지만, 조카들이 있다 보니 아주 남의 일도 아니다. 지난 추석 명절에는 고3 조카가 전화했다. 중간고사와 수능시험, 수시고사를 앞두고 할머니를 보러 가지 못한다면서, 시험이 끝나면 보자고 했다. 이놈의 시험은 언제 끝이 있으려나. 이 나이를 먹고도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시험을 볼 때마다 공부하기 싫어서 괴롭다. 계약직이나 단순 업무 아르바이트하더라도 서류 심사와 면접까지 통과해야 하는 걸 보면, 아마 죽을 때까지 시험 보고 평가받는 일이 끝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조카와 통화하면서 마지막 인사로 건넨 말은, 지나간 일에 미련 두지 말라는 거였다. 혹시라도 시험을 못 봤다고, 점수가 몇 점 부족하다고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그게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말했다. 이게 말이 되는지 아닌지, 이상하게 그것마저 확신이 들지 않을 때도 많지만, 어쩌랴. 누구에게나 한계는 있는 법이니.


이 책은 제목 때문에 펼쳐보게 됐다. 청소일을 하는 게 뭐가 어떻다고 이런 이야기가 책으로까지 나와야 하는지 궁금했다. 말 그대로다. 청소일이 뭐? ? 각자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것뿐인데, 그게 왜 무언가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우리의 어떤 인식, 청소 일은 많이 못 배우고 나이 드신 분들이 하는 일로 보이는 걸까? 20대의 젊은 여성이 청소일을 하는 게 낯설긴 한가 보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기 꿈을 위해서 나아가는 그 과정을 묵묵히 걸어가는 저자의 삶의 한 모습일 뿐이다. 누가 나에게 존경하는 사람을 물어볼 때마다 단 한 번의 고민도 없이 대답하곤 했다. 역사 속 위인도 아니고, 지금 자기 상황을 열심히 사는 사람.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사는 사람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한 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부모의 좋은 환경, 좋은 학교,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 적도 많았으니까. 그게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생각하곤 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저절로 알게 되더라. 사람의 상식적인 태도는 가방끈과는 무관했고, 돈이 많다고 다 예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돈이 없어서 불행하기도 하지만, 돈이 없어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을 알아가는데 필요한 건 시간과 마음일 뿐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저자는 그림만 그리면서 일상을 유지할 수 없었다.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그림만으로는 일상에서 지출되는 모든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투잡은 기본이 되어야 했다. 그때 청소일을 시작했다. 이른바 요즘에 종종 듣게 되는 N잡러.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안이 가득했을 때, 저자는 엄마가 하는 청소 일을 같이하게 됐다. 혹시 엄마가 자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을지 걱정되기도 하지만, 은근히 각인된 세상의 편견을 무시하고자 한다. 안정된 생계를 위해 청소일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며 책을 만드는 일을 꾸준히 이어간다. 그거면 된 거 아닐까? 자기 몫을 살아가면서 밥벌이하고,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날들이 귀하고 또 귀하다는 것. 그런데 세상이 내놓으라는 답은 그것과 달랐다. 이미 우리가 보편적으로 보는 어떤 기준이 답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어디 내놔도 감탄할 수 있는 명함을 가지는 게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속상하다. 이 사람이 지금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지 보지 않으려고 해서. 그래서 이 책이 의미 있다. 우리가 무엇을 우선순위로 정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어떤 길이 반드시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어떤 꿈을 꾸다가도 방향 전환을 할 수도 있다. 그때마다 가던 길을 멈추던 것을 후회만 할 텐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가끔은 익숙하지 않은 길로 돌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진 않겠지만, 이게 아니라면 다시 시작해도 된다는, 인생의 답을 찾아가는 방식을 불안하지 않게 여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다른 선택의 삶을 원하면서도 선뜻 다가갈 수 없는 것은, 어쩌면 그 선택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해서일 수도 있다. 내 인생에, 내 선택에 선을 넘어 참견하려는 오지라퍼들의 입김에 나도 모르게 움츠려둘 때가 있는 걸 보면. 그 선택이나 답은 지금 바로 알 수 없거나, 시간이 지나야 확인하거나 확신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인내심이 필요하다. 선택하는 당사자도, 옆에서 참견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는 사람도. 그러니 각자가 원하는, 진정한 나의 삶을 발견하게 되기까지 좀, 기다리는 마음을 가지기를.


수능을 앞둔 조카는 수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수학 교사를 하고 싶은지 수학을 연구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혹시 또 수학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릴지도 모르지. 어쩌면 학교에 다니다가 또 다른 선택으로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자기가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걸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저자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현실은 청소일을 하고, 청소일로 소득을 올리고 그 여유로 그림 그리는 것에 만족하게 된 것처럼,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다른 일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가능성도 충분히 크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부모 못지않게 그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응원하는 이모의 기도를 담아, 지금 눈앞에 놓은 과제인 수능시험을 응원한다.



#저청소일하는데요 #김예지 #책폴 #에세이 #청소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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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메이드 3 - 하우스메이드의 집
프리다 맥파든 지음, 정미정 옮김 / 북플라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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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위험하고 나쁜 일을 하긴 했지만, 어려움에 부닥친 여성들을 도우면서 밀리가 덕을 쌓았나 보다. 밀리의 인생 이제 평범하게 살아가는 듯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좁은 집이 불편하니 더 큰 집으로 이사도 했다. 내 아이들 마음껏 뛰어놀고 싶은 바람을 드디어 이뤄냈다. 뉴욕의 좁은 집에서 살던 밀리의 가족은 롱아일랜드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밀리도 우리네 인생과 다를 거 없었다. 크고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어도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대출금을 갚으려면 더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야 했다. 돈 때문에 걱정하는 걸 아이들에게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려면 엔조가 하던 일을 롱아일랜드로 옮겨와야 하는데, 새로운 고객을 찾는 게 쉬운 것도 아니었다. 이 집의 상황을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옆집 여자 수젯은 부동산 중개업자로 엔조에게 고객을 많이 소개해주겠다고 한다. 앞집 여자 재니스는 세상의 위험에 과하게 걱정하고 살아가면서 예민하게 군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는데, 밀리는 수젯과 재니스를 보면서 이웃과 잘 지내는 것도 힘들겠다고 생각한다. 수젯은 엔조에게 추파를 던지며 밀리를 짜증 나게 하고, 재니스는 밀리의 집을 감시하듯 쳐다보면서 불안감을 심어준다. 아파트도 마찬가지지만, 역시 이웃을 잘 만나야 일상이 평온하다.


수젯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밀리는 퇴근 후 수젯의 집으로 향한다. 수젯과 담판을 짓고 다시는 엔조에게 추근대지 못하도록, 자기 신경 거슬리는 짓을 못 하도록 따끔하게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막상 수젯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다시 나와야 했다. 거실 바닥에 목이 베인 시체가 있었고, 그 주변으로 피가 흥건하게 퍼져 있었다.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좀 조용하게 사는 줄 알았는데, 다시 살인 사건에 말려들고 말았다.


모든 게 안정되어 간다고 믿었는데, 왜 또 이상한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지. 엔조도 하는 일이 정착되고 있었고, 사회복지사 일을 하는 밀리도 자기 일에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도 밝게 잘 지내면서 새로 옮긴 학교생활도 적응하고 있었는데, ... 본의 아니게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된 밀리는 자기 전과 때문에 용의자나 범인으로 몰릴까 봐 걱정이다. 아직 아이들이 밀리의 과거를 알지 못하기에 더 걱정되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가족, 아이들, 어렵게 일군 행복을 지켜야만 했기에, 이 살인 사건에 연관되지 않은 존재로 남으려면 뭐든 해야 했다. 그런데, 뭘 해야 하지?


심장을 조여 오는 심리 스릴러라고 했는데, 그건 아닌 듯하다. 솔직히 중반까지는 밀리와 엔조의 결혼 후 10여 년 세월이 종종 언급되면서, 옆집 여자 수젯과의 갈등에 이 부부에게 권태기가 왔나 싶기도 했고, 본격적인 스릴러는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자꾸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설레발만 치는 것 같기도 하고. 밀리와 엔조가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부모로 등장한다는 소개 글에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 같아서 우려했어도, 앞서 읽은 시리즈의 두 편은 나름 괜찮았기에 역시나 이번에도 밀리의 활약을 기대했건만. 솔직히 너무 지루해서, 이 시리즈가 얼마나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3편 같이 흘러간다면 다음 편은 안 읽어도 될 것 같다. , 어쩌면 세대가 달라지면서 주인공이 바뀌게 된다면, 혹시 분위기가 다시 시리즈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재미가 살아날지도.



#하우스메이드3 #프리다맥파든 #북플라자 #소설 #추리 #스릴러 #하우스메이드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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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와 광기
야콥 하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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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하고 있을 때(그래봤자 운동을 싫어하니 먹는 것만 조절하고 있을 때), 가장 힘든 건 한밤중에 허기가 찾아올 때다. 먹는 양을 줄이고 움직임을 평소보다 더 늘리다 보니 때때로 찾아오는 허기짐은 배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빨래하러 세탁기 쪽으로 가고 있는데, 아파트 뒤쪽에 열어둔 베란다 문틈으로 라면 냄새가 밀려 들어오더라. 하아, 도대체 누구냐. 누가 이 시간에 라면 냄새를 풍기며 내 속을 요동치게 하는 것이냐. 화가 난다. 먹으면 그만인데,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마음은 곧 분노가 된다. 내가 안 먹는다고 누가 칭찬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먹는다고 누가 잡아가는 것도 아닌데,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 물론 건강과 외모 때문이라고 하지만, 내 맘대로 먹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온 신경이 예민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슬프다.


나의 상황과 조금 다른 얘기지만, 주인공이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는 상황은 내가 경험한 다이어트의 시간과 너무 똑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가까운 미래의 독일. 채식주의가 사회의 주류가 되었다는 설정이다. 개인의 기호에 맞게 먹는 걸 선택하는 게 아니라, 채식주의를 안 하면 이상한 인간 취급받는 분위기였다. 알 것 같다. 틀린 건 아닌데 틀렸다고 보는 시선들 말이다. 그런 분위기가 거기서 멈췄다면 다행인데, 이미 세상이 달라졌다. 정육점이 거의 사라졌고, 그나마 몇 개 안 남은 정육점은 유해시설로 분류되었단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정육점이 유해시설이 될 수 있느냐고?! 주인공인 는 육식을 포기할 마음이 전혀 없지만, 자신을 미개인으로 보는 사회의 시선을 견디기가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육식을 끊어보기로 한다.


채식주의 생활에 들어간 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렇게 바뀐 세상에 일원으로 인정받는 건 쉬웠으나, 그의 몸은 폐허가 되어갔다. 육식의 금단 증상은 예상보다 심각했고, 머릿속에는 고기 생각으로 가득했다. 눈앞으로 헛것이 보이는 것은 일상이고, 치아도 빠졌다. 고기가 채워주던 단백질이 부족해서 그런가. 얼마나 고기가 그리웠던지, 누가 먹다가 땅에 떨어트린 소시지가 그의 시선을 한참 붙잡기도 했다. 갑자기 채식만 해서 그런지 왜인지 똥 싸는 것도 문제가 생겼다. 이상하다. 나는 변비가 찾아오려고 하면 일부러 채소를 더 먹고 공복에 차가운 우유도 때려 넣고 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갑자기 바뀐 채식의 삶으로 똥 싸는 게 어려워졌다니. 갑자기 채식하면 이렇게 되는 걸까.


먹는 걸 조절하기 어려웠을 때 단식원에 들어가 볼까 고민한 적도 있다. 아무래도 혼자서 이 조절에 성공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도 마찬가지였다. 채식주의 세상에 속하고자 애쓰던 그는 유명한 채식주의 블로거 톰 두부가 공유해주는 정보를 참고해서 채식 생활을 잘 이뤄내고 싶었다. ‘톰 두부에게, 이 위기를 견디는 방식의 하나로 육식이 그리울 때마다 글로 써보라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먹지 못하는, 육식으로 가득했던 삶의 즐거움을 글로 적어보면서 상상으로나마 섭취해보라는 의미인가. 어쨌든 뭐든 이 위기를 넘기는 방법이 된다면 못 할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점점 에게도 채식이 익숙해지는 듯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육식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의 경지에 오를 거로 믿었다. 남편의 육식을 이해하지 못해 떠난 아내도, 회사의 동료 속에도 다시 속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렇게 왕따 취급받는 삶은 더는 겪고 싶지 않았다. 좋았어. 이제 도 완벽한 채식주의자로 거듭날 수 있어. 성공의 순간이 멀지 않았다고!


목표를 향해 어느 정도 잘 되어가고 있다고 믿을 때. 그 믿음을 훼손하는 무리가 찾아오는 건 다이어트의 순간과 닮았다. 식사 조절에 내 몸이 익숙해질 무렵, 줄어든 식사량이나 칼로리 낮은 음식 섭취에 적응되어 안심할 때, 한밤중의 라면 냄새처럼, 어느 상가 근처를 지나다가 달콤·짭조름한 갈비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처럼, 나의 뇌를 뒤흔드는 순간이 찾아온다. 라면 국물 한 입만, 잘 익은 갈비 한 조각만 먹는 건 괜찮지 않을까? 미치겠다. 이미 아는 맛이라 견디는 게 더 힘들다. 주인공인 에게도 라면 냄새, 갈비 냄새가 찾아왔다. ‘톰 두부가 비건 친구들을 앞세워 채식주의를 주도하려고 했다면, 또 다른 토론의 장에서는 육수맛내기69’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쓰는 인물 베르트가 채식주의를 비판하면서 육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피력했다. ‘는 베르트를 만나고 채식주의를 중단하기로 한다. 채식주의가 선전하는 좋은 의도를 믿지 말라면서 그가 권하는 육수 한 잔에 마음이 요동친다. 우리가 혹한 채식주의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면서 속지 말라고. 동물의 존재 이유가 육식주의자를 위해서라나 뭐라나, 비타민이나 두부로 육식을 대신하며 채식의 건강함을 말하는 게 특정 회사의 배를 불리는 계략이라는 듯이 말하는 베르트의 언변에 의 몸은 다시 육식의 세상에 푹 담긴다.


는 어떻게 변할까. 주인공이 채식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과 이유도 괜히 억울한 마음이 컸지만, 다시 육식의 세상으로 뛰어든 주인공이 어떤 삶을 또 만들어갈지 궁금했다. 이미 아는 맛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 고기를 굽고, 맛있게 적당히 익힌 고기를 씹는 식감, 잘 어우러지는 소스를 얹어서 한입 베어 물면 입에서 녹아내리는 그 맛. . 이 맛을 잊을 수 없어. ‘는 이 즐거움을 나만 느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자기와 같은, 채식주의를 하다가 육식주의자로 개종할 사람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가 베르트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면서, 고통스러운 채식주의에서 행복을 되찾은 육식주의자가 되었던 것처럼, 누군가 자기와 같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공감하면서. 순식간에 열 명이 넘는 새로운 육식주의 신도의 전도에 성공하면서, 이제 그의 모든 삶은 육식주의로 가득 채워졌다. 다시는 과거로, 사람들의 시선에 총을 맞으면서 견뎌냈던 채식주의로 돌아가지 않으리. 절대.


주인공의 육식주의는 계속될 수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혹시나 다른 채식주의자들이 그를 공격하지 않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그의 주변에 남아 있는 채식주의자들은 돌아선 그의 육식주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니, 그의 사회생활이 예전의 일상으로 정상으로 여겼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듣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나 같은 독자의 이런 평범한(?) 궁금증이나 결말을 깡그리 무시한 것처럼, 전혀 다른 반전을 내놓음으로써 뒤통수를 갈겼다. 아니, 이럴 수가! 정말이지, 이 소설의 장르가 추리소설이었나? 아니, 추리소설이 아니어도 이런 반전이 가능하구나. 이 배신감, 이 분노를 책임지라고. 아아아아아아악~~!!


채식이냐 육식이냐 그걸 따지자는 문제가 아니었다. 인간의 육식을 위해 재배하듯 키워지는 가공육의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육식을 포기하고 채식만 해야 하는 건가 하면 그것도 아닌 듯하다. 극과 극으로 치달을 필요도 없고, 최소한 각자가 바라는 식습관의 방향, 육식이든 채식이든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 맞는 거 아닌가? 타인이 나의 식탁 위 음식을 정하거나 방향을 정하는 건 아니어야 하니까. 그래도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육식과 채식은 공존해야 하는 거로 생각하는데, 그 육식의 식탁에 오르기 위한 고기들을 어떻게 키워내고 가공해야 하는 게 맞는 방식인지 고민할 필요는 있겠다. 이 소설이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말하고자 하는 결론처럼, 그들 모두 옳습니다.


부탁입니다. 제게는 창살 밖의 자유로운 삶이란 없습니다. 저 밖에서는 두 번 다시 안전해질 수 없을 겁니다. 목숨을 걸지 않고는 길을 건널 수도, 레스토랑에 갈 수도, 이 세상 어느 간이식당에서 먹을 수도 없을 거예요. (중략) 너무나 모순된 이야기로 들리지만, 그들 모두 옳습니다.” (12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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