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나는 대로 OTT 드라마 보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 흔히 뒷북친다고 하는 말, 사람들이 한참 입에 올릴 때는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드라마 한 편씩 보면서 후유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추앙이란 말은 어디서 왜 나온 거냐고 갸우뚱하다가 구 씨의 매력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이제 막 <나의 아저씨> 1회를 보기 시작했다. 어둡고 말이 없고, 내가 겪은 것도 아닌데 하루의 고단함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이 드라마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거기에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유튜브 뉴스를 보느라 또 시간이 흐른다. 그러다가 피곤하다면서 잠이 들고. 이러니 책 읽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는 게 당연한 결과겠지.


그런데도 꾸준히 책을 샀는데, 한 번씩 택배 열고 책을 꺼낼 때마다 웃기긴 하다. 책 정리한다면서, 이건 또 언제 읽을 건데? 그것뿐이면 그나마 양심이 덜 찔릴 텐데, 도서관에서도 계속 책을 대출해왔다. 한낮 햇살의 뜨거움과 다르게 저녁의 서늘한 바람이 좋아서 가끔 옆지기를 끌고 도서관에 가는데, 갈 때마다 그가 묻는다. 이렇게 매번 책을 빌려오고, 또 읽지도 못하고 반납하면서, 왜 반납하러 가는 길에 또 책을 들고나오는 거냐고. 다른 사람이 빌려 갈까 봐. 그게 무슨 계산법이냐고 되묻는데, 나는 또 뻔뻔하게 대답한다. 읽을 거니까 빌려오는 거고, 연체되기 전에 그래도 반납하는 양심이 살아 있는 거고, 계속 갖고 있다가 패널티 받으면 책 못 빌리니까 연체 안 하려고 반납하는 거고, 또 읽고 싶은 책이 생겨서 빌려오는 거라고. 물론 내가 빌려온 책을 누군가가 읽고 싶었다면 빌려 간 사람이 반납하기를 기다리는 마음에 미안함과 죄책감이 좀 생기긴 하는데, 그래도 어쩌겠어, 인생 선착순인 것을. (도서관의 책 대출 예정자분, 정말 미안해요. 못 읽게 되더라도 대출 기한 안에 반납은 꼭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래서 오늘 대출해 온 책은 뭐냐고?





뒤집어야 흘러내리는 모래시계처럼


진은영의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 가지고 있다가 기증 도서로 다 보내버린 책 중에 시집이 많았다. 이 책도 그 안에 있었는데, 다 읽지도 못하고 보내버린 게 마음에 걸려서 빌려왔다. 이 시집 한 권을 다 읽었는데도, 나는 이 시집 안에 담긴 문장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다 알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모른다. 뒷부분 평론가의 해석을 봤는데도, 아주 공감하지 못했다. 뭐 굳이, 공감하지 못했다고 해서 누가 때릴 것도 아니니까. 그냥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을 건드렸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은 마음. 이 시집에서 내 기억에 남은 문장은, “나는 다 흘러내린 모래시계를 뒤집어놓았다.”이다(50페이지, 그날). 앞의 어떤 상황이 끝났으니, 나를 힘들게 하는 기억은 집어넣어 두고 다시 시작될 뭔가를 더 생각하라는 것처럼. 다 흘러내린 모래시계는 다시 뒤집어놓으면 되니까. 사실 어제의 멘탈 털린 기억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서 마음이 고되기는 하다.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서 살아가는 모든 순간인데, 왜 인간은 인간을 괴롭히고 상처 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그렇게 상처 주는 일에 만족하면서 웃고 있는 모습이 끔찍하기까지 했다. 우리 똑같은 인간 맞나 싶은 물음표가 머릿속에 한가득하였는데, 더는 이해하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어떤 일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포기하는 일은 더 힘들고 어려웠다.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상처받은 마음을 끌고 와야 했는지 굳이 계산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 시집에서 남긴 한 문장처럼, 다 흘러내린 모래시계를 뒤집고, 뒤가 아니라 앞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보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볍다. 다 떨어져 내린 모래시계는 뒤집어야 다시 흘러내리는 거니까.




읽고 싶은 마음” 


거의 1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쯤 산부인과에 간다. 크게 아픈 건 아닌데, 이 나이 되고 보니 산부인과 진료받을 일이 생기더라. 귀찮다고 그냥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내원했는데, 쉽게 진료가 끝나지 않을 상황이 이어지고, 그게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선생님과 잠깐 상담하고 약을 처방받고 혈액검사를 하는 게 진료내용의 전부였다. 그렇게 진료가 계속되어가고 있는데, 언젠가부터 병원에 갈 때마다 기대감 같은 궁금증이 계속 생긴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아서 몰랐다가, 지난번 진료받을 때 우연히 선생님 책상에 놓인 책을 보게 되었다. 지난번에 놓여있던 책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세 권이었고(책 제목을 못 봤네), 이번에 놓여있던 책은 한국문학 두 권이었다.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과 신경숙의 아버지에게 갔었어. 지난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개인 소장 책이 아니라 시립도서관 책이었다. 그렇다면 꾸준히 도서관 이용하면서 책을 대출해서 읽고 다 읽은 책 반납하는, 책을 읽으면서 지내는 일상이라는 건데, , 이거 너무 괜찮은 일인 거잖아. 병원에서 진료할 환자가 없는 시간 틈틈이 책을 읽는 일이라니. 선생님 나이를 정확히 모르겠는데, 이 병원을 시작한 분이고 젊은 시절부터 계속 운영해왔다. 그만큼 오래 진료하셨는데, 외모만으로 추측하자면 6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내가 바라던 나이 들어가는 모습 중의 하나였다. 눈이 허락하는 시간까지, 뭔가 꾸준히 읽고 사는 일상을 갖고 싶다고. 그렇게 읽고 있는 게, 좋아하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아마 내가 병원에서 이분을 보지 않았다면, 우연처럼 도서관에서 봤더라면, 그냥 나이 든 60대의 할아버지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에 더 반했을지도 모르겠다. 한 권은 오래전에 읽었는데 내용이 생각이 안 나서, 한 권은 제목이 익숙한데 아직 읽지 못한 책이다. 그렇게 선생님의 사적인 취향으로 나의 도서관 대출 목록에 오른 두 권이었다.




듣고 나면 좀 더 이해할까 싶어서


최근에 읽은 조승리의 소설 용궁장의 고백은 진짜 속이 후련해지는 결말에 미친 듯이 좋았다. 읽는 동안 답답해 죽을 것 같았는데,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결말이 그려지니 애정할 수밖에. 그래서 더 조승리 작가가 궁금했다. 출간작을 찾아보던 중, 연작소설과 에세이가 담긴 나의 어린 어둠에 저절로 손이 갔다. 주인공들이 겪는 실명의 순간, 실명이 가져오는 인생의 좌절, 실명으로 복잡한 감정에 휩쓸리는 가족들, 계속되는 상실과 관계의 무너짐이 가져오는 건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앞에 놓인, 살아가야만 하는 게 또 인간의 의무 같아서 그 삶을 포기할 수 없다. 성장기 한복판에 있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어떤 과정과 위기, 절망, 감정을 겪어내면서 자신을 구축하고 현재를 만들어가는지 듣는 게 기대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게 어떤 절망을 불러오는지 나는 아직 알 수 없다. 노안이 왔고, 점점 글씨를 읽는 게 불편해지는 내 눈을 생각하면서 상상해볼 뿐이다. 거기에 실명에 가까운, 중증 시각장애인 진단을 받은 시아버지의 일상을 보고 있자면,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이 겪는 아픔과 불편함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시아버지는 오랜 세월 버스를 운전할 정도로 운전에 익숙했다고 한다. 도시의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었고, 자기 눈으로 보는 세상의 다양함을 즐기면서 사셨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이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앞이 보이지 않는 증상이 좀 더디게 진행될 수는 있어도 잘 보이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 상태는 글씨를 전혀 볼 수 없고, 눈앞의 어떤 형체가 왔다 갔다 하는 정도로만 인식된다고. 답답하다고 했다. 식사하시면서 좋아하는 반찬 하나 내 손으로 집어 올릴 수 없는 일이 답답함을 넘어 절망스러울 것 같았다. 왼손으로 더듬더듬 음식이 놓인 자리를 찾고, 오른손으로 조심스럽게 젓가락질하면서 식사하는 모습을, 앞이 보이지 않으니 불편하겠다는 단순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더 조심스러워지고, 내가 뭘 어떻게 해드려야 하는지 몰라서 안절부절못할 때가 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이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상처가 안 되게 잘 건너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결혼식을 생각하는 모든 이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전에 한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언젠가부터 무빈소 장례에 관심이 커졌다. 동시에 결혼식 없는 결혼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주변 친구들이 이십 대 중반 이후로 결혼하면서, 언니와 동생의 결혼 준비를 같이하고 가방순이를 하면서, 내 결혼식도 아닌데 결혼 준비 시작과 동시에 지치고 말았다. 그때부터 계속 생각했다. 내가 결혼하게 된다면, 결혼식은 없다고. 결혼식을 하느냐 안 하느냐 개인의 선택이지만, 적어도 나에게 결혼식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상대방과 같은 생각으로 잘 합의가 되어야겠지만, 가능하다면 나는 끝까지 상대방을 설득하고 결혼식을 떠올리지 않은 결혼으로 가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작가의 전작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궁금해하다가 기회를 놓쳤는데, 오히려 이번 신간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을 먼저 읽고 싶어졌다. 우리 사회가 은근히, 혹은 대놓고 강요하던 모습이 결혼식에 그대로 담겼다. 아름답게, 인생에 한 번뿐이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로 마법을 부리면서 말이다. 이십 대 후반쯤이었던가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어떻게 결혼식을 안 하느냐고. 엄마의 대답을 듣고 틈틈이, 계속 얘기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결혼에 관하여. 그래서 나의 결혼에서 결혼식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얘기해보려고 한다. 다른 이용자가 먼저 대출해 가서 아직 내 손에 오지 못한 책이다. 며칠 후에 희망 도서로 다시 신청해보려고 저장해두었다.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순간은 결혼식 말고도 많다. 그때마다 무리해서, 누군가를 희생시키면서, 빚 갚느라 허덕이는 결과를 만들면서 기어코 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세상에 책은 많고, 책을 읽는 사람의 취향도 다양하고, 그만큼 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책으로 쏟아져 나오겠지. 그래서 매번 책을 정리해도 줄지 않고, 게으름에 읽지 못해도 책을 사고 빌려오는 일이 멈추지 않는 것 같다. , 이런 말도 책을 앞에 두고 읽지 않는 것에 핑계를 대는 거겠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책을 들여오는 일은 정말 죽을 때까지 멈추지 못할 것 같긴 하다. 한 번씩 집에 있는 책장을 훑어보고, 온라인 서점 보관함에 담아둔 책 목록을 다시 확인하면서, 나의 취향은 어떤 책인지 또 궁금해한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MBTI 대문자 T의 성향이라고 하는 걸 나도 인정하는데, 또 어떤 때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F가 밀려오기도 하는 걸 보면, 그게 꼭 한 가지 성향만 가진 것도 아닌 듯하다. 그때그때 달라요, 뭐 이런 거 아닐까. 어떤 때는 눈물 펑펑 나는 이야기에 빠져 있다가도 어떤 때는 복수의 칼날이 상대의 몸 깊숙하게 들어갔을 때의 쾌감을 즐기기도 하는, 다큐멘터리의 사실적 정보에 호기심을 채우면서도 주변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에 감동이 밀려드는 마음도 있는 인간인데 말이다. 그래서 더 책의 다양한 이야기에 빠지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세계가 이렇게 넓고 다양하고, 누군가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어서.


알라딘에서 나도 서점 주인이라는 카테고리가 생겼더라. ‘자신의 안목과 취향으로 채우는, 각자의 서점을 위한 온라인 큐레이션이라고, 누구나 자신의 마음으로 채우는 특별한 서점이라는 의미가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는 나도 서점 주인이 되는 상상으로 내 마음을 채우는 많은 책을 더 골라봐야겠다. 423일은 지났지만, 마음만은 일 년 내내 책의 날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책의날 #우리는매일매일 #경애의마음 #아버지에게갔었어

#용궁장의고백 #나의어린어둠 #수상할만큼완벽한결혼식 #옷을사지않기로했습니다

##책추천 #나도서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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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26-04-28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에 빠지셨군요! 환영합니다. 저는 드라마 다 보고 대본집 다 보고 다시 드라마 또 보고 그렇게 있다 책을 못봅니다. 구단님 덕분에 몇권 얻어갑니다

구단씨 2026-04-28 23:48   좋아요 0 | URL
오...
박해영 작가가 오후즈음님의 애정을 듬뿍 받고 계시네요.
이번 신작 무가치함~ 은 완결되면 보려고 아직 1회 시작도 못 했어요. 좋아하는 배우들 나와서 꼭 보고 싶어요.

yamoo 2026-04-2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아저씨>를 지금 보는 분도 있군요! 저는 3화까지 보다가 그리 재미가 없고 우울도가 심해 관뒀는데...3화까지가 한계라고 하더라구요. 그걸 넘기면 쭉~~볼수 있다는데...언젠가 저도 다시 완주해야 할 드라마 같아요..ㅎㅎ

구단씨 2026-04-28 23:49   좋아요 0 | URL
하아... 저 지금 시간이 없어서 1회를 아직도 조각조각 보고 있어요.
3화까지가 마의 구간인 것 같으니, 3회를 넘어서서 이 드라마의 재미에 빠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니르바나 2026-04-2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사람사는 일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제 소견으로는,
책을 많이 사는 분들이 책을 많이 읽고, 책을 많이 사는 분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대출하지요.
이런 분들이 대한민국 평균 독서율 보다 엄청 책을 많이 읽는다고 봅니다.
저는 이용하는 도서관의 책을 가족명의를 포함한 저의 신청도서로 채우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오는 주민분들은 눈치를 못채겠지만 신설 도서관 개관이후 <알라딘감성>으로 신간서고를 채우는 셈이지요.
그래서 달이 바뀌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달력을 뒤집고 보관함을 뒤져 희망도서를 신청하는 일입니다.

결국 다 읽지 못할 책들을 대출받고 반납하느라 가고 오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으셨다 하셨는데
도서관 행차길 이게 은근히 걷기 운동이 됩니다.
저의 경우, 오르막 길 끝에 있는 도서관에 책배낭 등짐을 지고 오르면 살짝 등산도 되구요.
그리고 구단님은 배우자분과 함께 다니니 데이트도 되시겠네요. ㅎㅎ

추가)
국내 소설 책을 진료 책상 위에 두고 읽고 계시는 의사선생님 참 멋지시네요.
그것을 살펴보신 구단님의 안목도 좋으시구요.

구단씨 2026-04-28 23:47   좋아요 1 | URL
저도요!!!!
보관함에 담아둔 신간 도서(출간된 지 5년 이내의, 도서관에 비치되지 않은 도서) 목록을 살피면서, 다음 달 희망 도서 신청할 목록을 또 정리합니다. 그래서 매월 1일~5일 사이에 희망 도서를 신청해요. 가족 회원 이름으로 또 신청하고요. 며칠만 지나면 바로 선착순 접수가 마감되는지라... ^^ 저도 니르바나님처럼 도서관 신간 서고를 채우는 데 일조하고 있네요. 하하하

그리고 말씀하신 게 정말 맞아요. 저는 많이 먹으면서 운동하기 싫어해서 살이 막 찌는 사람인데요. 도서관에 가기 싫어도 책 반납하러 가야 해서 어느 정도 걸어야 하는 의무가 있네요. ‘아, 나도 운동하고 있구나.’ 뿌듯~~

한 달쯤 후에 다시 병원 가야 하는데, 그 사이 책 목록이 바뀌어 있을 것 같아요. 너무 궁금해요.
 





지난주 언젠가

이미 한참 전에 다 사라진 벚꽃이 너무 아쉬웠는데,

늦은 오후에 나가면서 보인 벚꽃이 저절로 눈에 담겼다.


예정에 없던 비가 좀 강하게 내렸고무슨 태풍 올 때처럼 바람이 불더니

말 그대로 비처럼 벚꽃이 막 휘날리면서 사라졌었는데,

이 아이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살아남은 걸까.

다 사라진 벚꽃들을 따라갈 것만 같았는데, 아직도 남아 있다. 꿋꿋하게.


아직 봄이 다 가버린 건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이럴 때 생각나는 소설의 한 문장처럼.

 

 


 






"레오무슨 일인가 일어났어요제 감정이 모니터를 벗어난 거예요전 당신을 사랑해요."




사랑이 어울리는 계절. 아직, 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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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봄이 오고 있나 보다. 제법 포근하다고 여겼던 2월에 갑자기 눈이 내리던 날, 아직 봄이 멀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종일 내린 비로 이제 겨울이 끝난 것 같다. 어제보다 기온은 살짝 내려갔지만, 그냥 딱 요즘 느꼈던 봄의 기운이 흐린 날인 오늘 더 느껴지는 게 좀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봄이 오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어차피 찾아올 봄이라면, 좀 즐겁게 가볍게 웃으면서 맞이하고 싶어서. 그래서, 어제는 햇살이 좋아서 나갔다. 어디서든 햇살을 등에 받으며 앉아 있고 싶었다. 알라딘 보관함을 뒤져서 책도 샀고, 도서관에 신청한 책도 찾으러 갔다. 집 근처 새로 생긴 카페에도 갔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수다도 떨었다. 웃긴 건, 그렇게 책도 사고 책도 빌려오고 했는데, 올해 초와는 다른 이유로 책을 못 읽었다는 거다.


새해가 시작하면서 바빴던 일은 조금 정리되는 듯했는데, 지금은 다른 것에 빠져있느라 책이 손에서 멀어진다. 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드라마를 정주행하느라 말이다. 드라마 <봄밤>이 좋아서, 정해인 배우가 인생 캐릭터를 만났구나 싶어서, 현실을 살아내는 시선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처음 방영 당시에는 미처 닿지 못했던 감정들이 다시 볼 때마다 하나씩 튀어나온다.











습관처럼, 익숙하니까 이어오던 연애의 마무리는 꼭 결혼이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있었다. 10년을 만나고도 헤어지는 친구 커플을 보고, 헤어지자는 말을 못 해서 이어가는 마음을 잘 알지 못해서 그들을 이해하는 걸 멈췄었는데, 드라마 <봄밤> 속 정인(한지민)과 기석(김준한)4년의 결말을 보면서, 그 익숙함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이해하게 됐다. 앞으로 이들의 만남은 또 어떤 방향을 향할지 궁금증이 생길 무렵, 정인은 다른 사람과 우리가 시작된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는데, 정인이 자신의 변한 마음을 진즉에 인정하고 기석과 헤어졌다면, 그 후에 지호(정해인)을 만났다면 그 타이밍은 자연스러웠을까. 헤어지자는 정인의 말에 기석 또한 깔끔한 대답이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는 하는데, 이들의 갈등은 오히려 다른 방향에서 방점이 찍힌 것 같다. 연인의 헤어지자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남자가 연인의 마음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되었기 때문에. 농락당한 기분? 그래서 기석은 그의 말처럼 복수까지는 아니더라도 한풀이정도는 해야 이 배신감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을 듯하다.


한편으로는 미혼부로 살면서 부모의 책임을 다하려는 남자에게 찾아온 낯선 감정, 그의 표현대로라면 다시 없을 줄 알았던 감정에 취해애인이 있는 여자를 바라보게 되는 일이, 이성과 반대로 움직이는 마음 때문에 힘든 상황이 내내 시선을 붙잡는다. 같이 일하는 선배가 우리 지호는 꽃길만 걸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 애틋함이 그대로 느껴져서다.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사회의 시선이 어땠을지 상상이 돼서 말이다. 그런 남자가 다시 없을 줄 알았던 감정을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또 어땠을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응원하면서 보게 되는 커플이었다. 이미 사랑이 아닌데도 사랑인 척하면서 만나왔던 대상을 정리하는 여자도 힘들었을 거고, 자신의 상황을 알면서도 사랑 하나만 보고 쫓아오는 여자를 놓을 수도 없고 지켜내고 싶은 남자의 견딤도 그대로 보인다. 재인(주민경, 이정인의 동생)의 말처럼, ‘사랑을 어떻게 막니?’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든 튀어나오는 것처럼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다. 특히 봄에 더 생각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지난 주말,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남편에게 이 드라마를 추천해줬더니 싫다고 하기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회만 같이 보자고 했다. 정해인 배우의 인생 캐릭터라고, 같이 공감 한 번만 해달라면서 딱 한 번을 강조했다. 무슨 고문당하는 것처럼 옆에 앉아서 1회를 보더니, 이틀 동안 정주행하더라. 다 보고 난 후 남편의 그 표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굉장히 복잡한 듯한, 괜히 안심하는 듯한, 복잡하게 얽힌 사람들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을 배운 듯한. 나 역시 이 드라마를 보고 두 사람의 사랑도 그렇지만, 한 번씩 툭 치고 들어오는 등장인물들의 대사 하나에 무너져내리곤 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서로가 우리가 되어 살아가는 일을 생각하게 된다. 연인, 가족, 친구로 맺어지는 관계들, 나누는 마음들, 지켜내야 할 책임들. , 그런 여러 가지. 말랑말랑하고 설레면서 보기 시작했던 드라마가, 보면서 무거워졌고, 뭔가 분명하게 정해진 삶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삶의 변수들을 어떻게 맞고 고민하고 부딪히며 살아가는지 보게 한다. 꾹꾹 눌러 담으며 살아온 감정들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좋았던 드라마.


뒤늦게 OST를 사려다가 절판 소식에 절망, 중고로 사야겠다 마음먹고 뒤져보니 후덜덜한 중고 가격에 또 한번 놀라고, 대본집을 보고 싶어서 찾아보니 역시 절판, 대본집도 중고 가격이 정상 가격을 뛰어넘는구나 싶어서 아쉽네. 어쩔 수 없이 음반 대신 휴대폰에 음악을 담고, 도서관에 딱 한 세트 비치된 대본집을 찾아봤다. 대본집 읽다 보니, 저절로 소환되는 책이 한 권 있는데,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이다. 소설의 흐름이, 상황이 긴장되면서 막 심장이 뛰잖아. 마치, 처음 사랑을 하는 사람처럼. 사실 이 책은 몇 번을 읽고 다시 읽을 일 없을 것 같아서 중고로 팔았다가, 다시 샀다. 애매하더라도 마음에 있는 책은 정리하면 안 된다는 걸 이때 알았지. 생각난 김에 엊그제 만난 지인에게도 선물했다. 원래 책 선물 잘 안 하는데, 그 지인은 책도 안 읽는 사람인데, 얼마 전에 약속 장소를 도서관으로 정했다가(나를 데리러 오는 상황이라), 어쩌다 보니 같이 도서관 서가를 돌게 됐다. 내가 메모해 간 책을 찾고 있는데, 뜬금없이 자기도 한 권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 , 나는 이 말이, 책 추천이 정말 무서운데, 고민 끝에 무난하게 페이지가 넘어가겠구나 싶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골라줬다. 안 읽고 시간만 보내다가 반납할 줄 알았는데, 거의 2주 넘게 가지고 다니면서 끝까지 읽어내더라. 이런 책이라면 자기도 책을 계속 읽을 수 있겠다면서. 그 말이 생각나서 고민 살짝 하고 선물했지.


계절을 느끼고, 감정을 터트리게 하는 노래, 드라마, 영화, . 천천히 떠올려 보면 참 많지만, 그때마다 다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한 번씩 눈 마주치고 지나가고 싶어지는 계절이 봄이 아닐까. 작년에 책장 정리하면서 오래전에 즐겼던 로맨스 소설도 다 정리해서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지금 이런 기분에 책장에서 꺼낼 만한 책이 거의 없는데, 취향 차이는 있겠지만, 역시 명불허전인가 싶기도 하다. 스테디셀러로 남은 두 책이 아직 내 책장에도 있다는 거. ^^










#봄밤 #새벽세시바람이부나요 #사서함110호의우편물 #로맨스 #드라마

#설렘 #봄 #봄바람 #벚꽃 #사랑



여담이지만, 최근에 본 영화 <만약에 우리> 역시 너무 좋았는데, 보는 내내 후회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라서, 이 영화는 설레는, 뭔가 시작하고 싶은 간질간질한 봄이 아니라, 서늘해지는 계절에 만나면 더 어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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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6-03-06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도 드라마 봄밤 좋게 봤답니다 레이첼 야마가타의 노래도 좋죠 오랜만에 들어야겠어요 3월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구단씨 2026-03-06 22:01   좋아요 1 | URL
정말, 미치게 좋아하는 드라마에요. ^^
거기에 노래까지 진짜... ㅠㅠ
당분간 이 드라마와 노래에 좀 더 빠져서 지내보려고요.
며칠 쌀쌀할 것 같아요.
감기 조심하시고, 봄의 시작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

서곡 2026-03-06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이 드라마부터 보고 그 다음에 밥잘사주는예쁜누나도 보게 되었죠 밥누나도 재미있지만 봄밤 참 먹먹하고 애틋한 드라마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쯤, 요양병원에서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봐야 할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보내드릴 준비를 하라고. 멀리에 사는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그 주 주말에 다 모여서 아버지를 보러 갔다. 그리고 이틀 후 새벽,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다시 가족들이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에, 이제 나 혼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당황했다. 다행히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계시던 요양병원 바로 옆에 장례식장이 있었고, 미리 한번 상담받아본 터라 고인을 요양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옮기는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확인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바로 화장 예약하고, 장례식장의 어떤 크기의 방을, 얼마짜리 꽃으로 장식할 것인지, 음식은 몇 인분을 시작으로 할 것인지, 나무젓가락 하나까지 다 선택해야 하는 일이었다. 심지어 관, 수의 가격까지 고민하고 결정해야 했다.


한 사람을 보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다 돈이었다. 정확하게는 얼마짜리 품목으로 이 사람을 보내줘야 하는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만 원짜리 관보다 천 원짜리 관을 선택하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혼자 민망하기도 했다. 바로 화장할 건데 수의를 어느 가격대로 골라야 하는지 어려웠다. 음식 도우미는 우리 자매들이 해도 되는데 꼭 장례식장을 통해 고용해야 한다고, 하루면 충분한 인력을 3일로 계산해 줘야 한다고 했다. 어느 정도의 꽃장식을 해야 손님들이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일이 앞섰다. 웃음이 났다. 장례를 치르는데 이런 게 걱정할 일이었구나 싶어서.


그동안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조문객으로 드나들었던 장례식장의 현실을, 실제로 내가 상주가 되어 장례식을 경험하고 보니 이런 생각만 남더라. 이렇게 장례식을 치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법적으로 확인하고 처리해야 할 문제도 있지만,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일이므로 고민할 게 없다. 문제는 장례식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었다. 다행인지, 우리가 이용한 장례식장에서는 외부 반입할 수 있는 품목이 있어서 미리 확인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필요 없는데도 장례식장 안에서 우리가 필수로 이용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앞서 말했지만, 음식 도우미, 기본적으로 주문해야 할 음식의 양부터 자잘한 용품들까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시간이 아니라 날짜로 계산되는 대실료였다. 48시간도 안 되는데 꼬박 3일의 비용을 내야 하는 방식도 아까웠다. 뭐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장례식의 씁쓸한 현실로 남았다는 것. 흔히 상술이라고 하는 게 여기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었다. 고인을 잘 보내드리는 일이 꼭 이런 방식이어야만 하는 걸까?


슬기로운 장례문화라는 제목을 보고 궁금했던 건, 요즘에 관심 두던 무빈소 장례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경험한 장례문화가 의미 없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또 언젠가는 나의 엄마, 그리고 또 다른 가족을 보내는 일에 상주가 되어 참여해야 하기에 기존 장례문화가 남긴 장점, 최근 도시화, 핵가족화 등으로 변화하는 장례문화를 배우고 싶어서다. 이 책에서는 한 사람의 죽음을 준비하는 거의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 연명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결정해두는 것도 좋다. 유언이나 임종 과정의 법적인 절차도 잘 설명되어 있다. 그 후에 이어지는 죽음의 선고까지. 혹시 사고사나 고인의 죽음에 의문이 생긴다면 부검을 의뢰해도 좋다. 이제 남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장례식이다.


동생이 상조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서 상조 서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우리가 이용한 장례식장에서는 상조보험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대부분 제공하고 있어서 굳이 상조보험을 이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여러 사건으로 상조 회사의 문제가 드러났다. 매달 일정하게 돈을 내면서 선불제 후불제 상조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처음 알았는데, 나도 상조 서비스는 무조건 선지급제인 줄 알았다. 후불제 상조 회사도 있다고 하니 이 부분은 확인해서 가입하는 게 좋겠다. 국내에서는 1982년 처음 전문 상조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그사이 수많은 상조회사가 만들어지고 사라졌다. 그 과정에서 가입자의 피해도 컸다. 이 책이 나온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러한 상조 회사의 문제도 있다고 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고인을 보내주는 일에 절차를 잘 몰라서 우왕좌왕하기도 하는 이때, 이러한 슬픔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술에만 집착하는 관련 업체들도 있기에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이 책의 출간 배경이라고 한다. 나 역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굳이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한번 경험하고 나니, 법적인 절차를 비롯한 장례식장에서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를 미리 확인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애써 화려하고 비싼 것만 좇는 장례식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다음에는 좀 더 잘, 실속 있는 장례를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장례식장에서 선택해야 할 품목이나 과정, 장례의 마지막 절차까지 쉽게 설명되어 있다. 일자별 장례 절차, 주변에 부고를 알리는 방식, 개인의 종교별 장례 절차, 안치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고 가족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장례비용 줄이는 방법으로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활용, 각 지자체의 지원도 있으니 해당하는 지역의 지자체 서비스를 미리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장례 후 답례 인사부터, 사망신고, 사망자의 재산조회와 상속에 관련된 부분도 이해하기 쉽게 말하고 있다. 사실 나도 경험해보니 고인이 떠난 후 이런 행정적인 절차가 어렵게 느껴졌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해당하는 가족의 확인 서류까지 챙겨야 해서 좀 번거로운 부분이 많기도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고인이 되기 전에 미리 확인하고 가족이 모여 이 부분을 의논하고 필요한 서류를 미리 준비하는 게 가장 시간 절약도 되고 그나마 번거롭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유용했던 건, 부록에 담긴 화장 과정이었다. 전국의 화장시설, 전국 공설자연장지 현황,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화장장려금이 있는 곳도 있다. 각자 해당하는 지자체의 여러 가지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 내가 관심 두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무빈소 장례다. 장례 기간을 꼭 3일 이상으로 할 필요가 없고, 조문객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덜어주고, 정말 이 죽음을 애도하는 최소한의 사람의 애도로 고인을 보내주는 일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간소하게 가족장 형태로 하거나, 아예 빈소가 없어도 되는 방식 말이다. 우연히 숏폼에서 보다가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빈소 장례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결혼하는데 결혼식이 굳이 필요한가 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왔던 사람으로 기존의 장례식이 꼭 필요한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물론 결혼식을 생략하든 무빈소 장례를 하든 당사자의 결정이 우선이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받는 시간과 경제적인 문제는 장례식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기에 그 피로감을 경험해본 사람은 무빈소 장례의 의미를 조금 더 생각해볼 수도 있을 듯하다.


2년 간격으로, 새해가 시작되면서 한 사람을 떠나보냈다. 2년 전에 떠난 사람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번에 떠난 사람은 반년 정도 병원에 있다가 떠났다. 갑작스럽든 미리 알고 있었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례 과정에서 또 한 번 여러 가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에 떠난 사람은 이혼 후 혼자 살았고, 가끔 친구들 만나면서 술 한잔 기울이는 게 인생의 낙이었던 50대 중반의 남자였다. 하던 사업을 접고 일용직을 전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병이 생겼다. 그의 죽음 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지만, 빈소에는 그의 부모, 형제들, 몇 명의 친구가 전부였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썰렁하다였다. 그 썰렁함을 뒤로 하고 장례식이 끝나고 정산하는 자리에서, 누군가를 보내는 방식이 꼭 이래야만 하는 건가 싶더라. 빈소를 차리지 않아도 일정의 변화가 크게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4시간 이내에 화장이 불가하다고 알고 있으니 보통 2일 정도가 소요되는 장례에서, 빈소를 마련하면서 3일을 채워야 하는 게 맞는 건가.


며칠 전에는 엄마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면서, 엄마가 돌아가시면 무빈소 장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가족과 의논해야 하겠지만, 무빈소 장례를 하려는 이유가 엄마와의 이별이 하찮아서가 아니라고. 엄마가 바로 확답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남은 사람이 본인을 보내주는 방식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건 사실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년 정도만 기일을 챙기자고 얘기했고, 지금은 명절이나 아버지가 생각나는 사람만 보러 간다. 누군가를 보내는,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방식이 남겨진 이들에게 부담된다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하고 비싼 것만 골라야 하는 게 고인을 보내는 방식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살아있는 동안 맛있는 거 같이 먹으면서 서로 얼굴 한 번 더 보며 안부 나누는 일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새해가 시작되고 두 달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몸은 바빴고, 마음은 더 바빴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최근에 손에 닿은 책이 대부분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이 들고 아프고, 예상하지 못한 사고도 생기고, 감정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고. 인생이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것도 잘 안되더라. 특히, 죽음에 관해서는 더 그랬다. 그래서 더 많이 고민하고 어느 정도 결정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을 보내는 방식이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그보다는 그 방식에 어떤 마음을 담는 게 더 중요한지 간직해야겠다고 말이다.












#슬기로운장례문화 #죽은다음 #죽음에관하여 #죽음의책 #단계별장례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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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6-02-2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친의 명복을 빕니다....

yamoo 2026-02-2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선친의 명복을 빕니다..
 


가끔 단순노동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몸이 적응하기 힘들었다. 어떤 일을 해도 힘든 건 마찬가지라서, 일장일단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했다. 몸을 쓰면서 일하다 보니 아프지 않은 곳이 없더라. 심지어 손가락이 부어서 잘 굽어지지 않고, 젓가락질이 힘든 적도 있다. 그것도 며칠 지나면 그나마 적응되어 그냥 힘들다고 하면서 일하게 되더라는. 하지만 그런 일의 장점도 나름 있었다. 밤새 잠이 안 와서 짜증 났던 순간이 많았는데, 잠은 잘 오더라. 저녁 먹고 나면 초저녁부터 잠이 슬슬 온다. 엄마가 매일 저녁 일일 드라마를 보고 일찍 잠드실 때 왜 그런가 했는데, 이제야 좀 이해가 된다. 종일 종종거리며 집안일 하다가 몸이 쉬는 시간이 되니 잠이 오는 거다. 근데 잠이 일찍 온다고 다 좋은 건 또 아니었다. 책을 못 읽었다. 책 펴놓고 몇 분 지나면 고개가 꾸벅꾸벅 쏟아진다. 애들한테 공부하라고 하면 교재 펴놓고 바로 잠들어버리는 걸, 이제 뭐라고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반성도 해 본다.


작년 말에 집에 있는 책을 200권 정도 기증에 보냈다. 그중 절반 이상은 세계문학이었고, 나머지는 베스트셀러 위주였다.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훨씬 많아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래, 아무리 오랜 시간 내 책장에 모셔놔도 앞으로도 안 읽을 것 같다는 확신에 미련 살짝 얹어서 보냈다. 어딘가에서 좋은 의미로 쓰일 것이라고 위안 삼으면서 말이다. 그래도 남아있는 죄책감은 어쩔 수가 없어서, 덜 미안해지고 싶어서 펼쳐 든 책이 조경국의 , 읽는 재미 말고 이다. 제목부터 죄책감 덜어주지 않나? ^^ 표지의 한 문장처럼, ‘솔직히 다 읽으려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김영하 작가의 책은,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거라는 말과 함께 큰 위로가 된다. 진짜.



, 읽는 재미 말고의 저자는, 자기가 이 책을 쓴 단 하나의 목적은, 책방으로 사람들을 이끌어 책을 사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읽지 않아도 사서 집에 쟁여 놓고 싶게 하는 많은 재미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사장님(헌책방 운영하신다고 함), 이 책이 아니어도, 정말 읽지 않아도 사서 집에 쟁여 놓고 사는 독자(?)는 이제 어떡해야 하나요? 저자가 더 알려주지 않아도, 이미 책을 쟁여 놓는 습관은 오래전에 생겨버렸고, 앞으로도 쉽게 놓지 못할 버릇인 것 같다. 가끔 한 번씩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뜨끔한 마음이 들면 또 한 번씩 기증에 보내기는 하겠지만, 읽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게 되는 이 몹쓸 습관은 어찌해야 할꼬. 어쨌든, 반복적으로 하는 반성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책을 사야 하는 이유는 좀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목차만 봐도 이유가 공감되긴 하는데, 그중 몇 가지만 봐도 괜히 흐뭇해진다. 특히 이 빠진 시리즈 채워 넣는 재미는 놓칠 수 없다. 내가 그 시리즈를 더는 읽지 않기로 마음먹지 않는 이상, 포기할 수 없다. ‘책 선물하는 재미는 진짜 누군가에게 선물하면서, 내 돈 쓰고 기분 좋아지는 일이어서 행복했는데, 지금은 책을 선물하지 않는다. 처음에 뭘 모를 때, 내가 읽은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받는 사람도 당연히 좋아할 거란 착각을 하기 전까지는 종종 책을 선물했다. 하지만 받아보니 알겠다. 아무리 좋은 책도, 재밌는 책도, 내 취향에 맞지 않으면 받아도 미안한 선물이 된다. 꼭 책을 주고 싶다면, 차라리 받고 싶은 책을 골라서 말해 달라고 하는 게 서로에게 편하다. ‘책싸개 하는 재미는 좀 부지런해야 계속할 수 있는 습관이 아닐까 싶다. 한때는 내 책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비닐 커버를 종종 씌우기도 했는데, 이것도 몇 번 하니 귀찮더라. 정말 애서가가 아니라면, 이 책에 애정이 없다면 계속하기 힘든 책사랑이 아닐까. ‘영화 속 책을 찾는 재미는 가끔 따라 하기도 한다. 영화나 책에서 소개된, 언급된 책이 궁금해서 찾아보곤 한다. 다 읽지 못할 걸 알면서도, 목록이 늘어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혹시 알아? 어느 날 문득 그 책에 스르륵 손이 가게 될지도. ‘망가진 책 고치는 재미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에 종종 하던 습관이다. 가장 흔한 건 찢어지거나 쩍벌이 책. 찢어진 책은 조심스럽게 가능하면 표시 덜 나게 붙여놓곤 했고, 쩍벌이 책은 목공풀로 섬세하게 발라서 뜯어지지 않게 만들어 놓고 반납하곤 했다. 시간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라, 내가 빌린 책에 일정 페이지가 없다면, 찢어져서 문장이 잘려 나갔다면 화가 날 것 같아서. 그 외에도 책을 좋아하고 쟁여두고 싶은 이유를 많이 언급해주었는데, 책갈피나 사인본 수집하는 재미는 내가 아예 애정이 없는 부분이고, 필사는 게으름과 악필로 시도하지 않았고, 책 속 메모를 발견하면서 공감했던 경우는 거의 없고 낙서 때문에 화가 난 적이 많았고, 오탈자 찾아내는 재미도 없고 오히려 다른 독자보다 오탈자 잘 못 보는 인간이어서 많이 공감하지 못했다.




그래도 샀다. 200여 권의 책을 기증 보내고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또 샀다. 물론, 못 읽었다. 책장에 꽂아두고 배시시 웃기만 했다. 이 녀석들이 웃음이라도 주니 다행인가 싶어서 혼자 당당했다. , 읽는 재미 말고의 저자가 언급한 이유 중의 하나로, ‘이 빠진 시리즈 채워 넣는 재미로 차곡차곡 채우는 책이 있다. 그럼 이 시리즈를 왜 사기 시작했나 스스로 물어봤는데, 다른 이유는 없었다. 예뻐서 샀다. 녹색광선 출판사의 책이다. 처음에는, 예쁘기도 했지만 읽어보려고 산 거였다. 하지만 당연히 읽지 못했고, 가지고 있는 이 시리즈 중에서 완독한 것은 셰리한 권이다.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이런 사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참 오랜만에 느껴본 것 같다. 디자인이 예쁘기만 하고 재미는 그에 미치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하긴 했는데, 셰리읽고 나서 다른 책도 서둘러서 읽고 싶어졌다. 예쁜 외모만큼이나 내용도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긴다. 다 읽었다고 해서 이 책을 쉽게 기증이나 다른 경로로 내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머지, 이 빠진 시리즈를 채워 넣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이 정도면 책을 사야 할 이유가 분명한 거지? 헤헤




그동안 문학과지성사 출판사의 소설 보다시리즈를 꾸준히 사긴 했으나, 띄엄띄엄 샀다. 그때그때 기분이 내켜서 읽어보고 싶을 때만 샀는데, 2025년의 시리즈는 알림 신청해 놓고 다 샀다. 표지가 너무 예뻐서, 제목에 맞는 계절감을 책에서 느낄 수 있어서 말이다. 봄의 딸기, 여름의 포도, 가을의 무화과, 겨울의 감귤. 이렇게 썼지만, 표지의 각 과일이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요즘에는 제철 과일이 아니어도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래도 과일이든 채소든, 제철이 가장 맛있긴 하지. 맛있는 과일 옆에 두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 같은? 그동안 이 시리즈는 짧게 읽는 재미가 좋아서 사곤 했는데, 2025년의 이 시리즈는 그 짧은 호흡으로 읽게 하는 재미도 있지만, 표지만 봐도 기분 좋아져서 더 펼쳐보고 싶게 한다. 올해는 어떤 표지로 나올지 궁금하고 기대되는데, 잠깐 읽고 덮어둘 게 아니라, 그래도 좀 오래 갖고 있고 싶어지게 하는 요소를, 그게 비록 표지만 예쁜 책으로 남게 되더라도 좀 잘 만들어주었으면 싶다. 책방으로 사람들을 이끌어 책을 사게 하고 싶다는 조경국 저자의 말처럼, 책이라는 게 읽는 것도 좋지만, 일단 사야 읽는 거 아닌가. 그러니 더 팔리는 책이 되게 하려는 애정을 출간된 책으로 보여주기를. 아마 2025의 시리즈는 2026년인 올해에 제대로 읽게 될 것 같다. 늘 그래왔듯이. ㅠㅠ




세계문학을 정리하려고 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아무리 유명하고 좋은 책이라고 해도 내가 읽지 않고 있다는 거였다. 거기에 좀 짧은 분량에, 재밌게 세계문학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꾸준히 사서 모았던 게 문학동네의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 명작시리즈다. 221*188mm 판형의 가로로 넓은 디자인에 삽화까지 담겨 있어서 좀 편하게 읽힌다. 최근에 출간된 시리즈는 153*224mm 판형의 세로로 긴 일반도서 사이즈인데, 아무래도 이야기의 분량이 좀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아무튼 이 시리즈 한 권씩 읽으면서, 나도 미뤄두었던 세계문학, 고전 읽는 독자가 되었고, 이 책들이 왜 꾸준히 사랑받고 추천되는지 알 것 같다. 그래, 역시 책은 읽어야 맛이지. 아무리 좋은 책, 여기저기서 추천되는 책이라고 해도 내가 확인하지 못하면 그 재미와 의미를 영원히 알 수 없으니까. 이 시리즈도 이 빠진 시리즈 채워 넣는 재미로 이어질 것 같다. 아직은 읽은 목록보다 안 읽은 목록이 많다. 근데 이 시리즈로 프랑켄슈타인읽어보려고 샀는데,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2025년 버전의 프랑켄슈타인을 봐버렸네. 재밌게 봤는데, 너무 미루지 않고 책으로 읽어볼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괴물의 간절함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나에게도 동반자를 만들어줘.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은 절대 완독하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절대 쉽게 정리해서 내보낼 책 목록에도 넣지 못하겠다. 처음 출간된 게 2018년이니까, 출간된 지 8년이 다 되었는데, 그래도 한 번쯤은 꼭 읽고 싶다는 간절함이 더 커서 말이다. 1권 읽다가 말고, 또 몇 페이지 읽다가 멈추고, 어느 장면에서는 잔인해서 그만 덮고. 주인공 패트릭 멜로즈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에게 끔찍한 학대와 상처를 받았다. 그 기억은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는 그 시절의 악몽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어린 시절의 학대로 그의 20대는 약물에 중독된 시간으로 보내고, 세월이 흘러 그가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어도 그의 불안은 멈추지 않는다. 내가 이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아니, 나쁜 아버지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끊이지 않는다.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게 더 충격적이었는데, 저자 역시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털어놓는 건 힘들었다고 하고, 약물 중독에 자살 시도까지 했던 그가 이 책을 써야 했던 이유는 생존의 문제였다. 죽느냐, 아니면 이 책을 쓰느냐.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기 위해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다섯 살 때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의 극적인 그의 인생을 다룬 이야기가 궁금하면서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읽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세상에 이런 부모가 있을 수 있는지, 분노하지 않으면서 읽어야 한다는 건 독자에게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긴, 세상에 드러난 이런 사건들이 흔하게 들려오는 걸 보면, 이게 소설로 머물지 않을 이야기라는 건 이미 증명된 셈이다.



20대가 끝나가는 어느 날에, 지금 떠올려 보면 이런 철없는 말이 또 있을까 싶어질 정도인데, 친구랑 둘이 나누던 대화가 생각난다. 책방을 하자고, 커피도 팔고 간단한 음식도 파는 그런 책 카페를 하자고. 말은 쉬웠다. 우리는 모아둔 돈도 없었고, 대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보기 좋아서, 책이 쌓인 공간에 머물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에, 거의 매일 찾던 여러 카페에 손님으로 앉아있었을 뿐인데, 아무 대책도 준비도 없이 막연하게 쏟아낸 그 말이,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각자의 인생을 사느라 이런 말을 다시 떠올리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로 확실히 알았다. 현실을 너무 몰랐던 망언이었다고. 헌책방을 운영하는 조경국 저자는 책방지기에 대한 로망을 1년 차에 바로 깨졌다고 한다. 현장을 경험하기 전에는 다 알 수 없는 일이 책방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진리.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덤벼든 작은 책방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그래도 저처럼, 또 다른 많은 독자가, 다 읽지도 않을 책을 사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계실 테니, 힘을 내요, 사장님. ^^



이제 나는 뭘 사야 하느냐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이야기를 들려줘요를 사고 싶은데, 그러려면 앞서 출간된 또 다른 책 올리브 키터리지내 이름은 루시바턴이나 버지스 형제도 사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에이미와 이저벨은 갖고 있네. 하하.











#책읽는재미말고 #패트릭멜로즈 #소설보다 #셰리 #아름다운여름 #감정의혼란

#솔직히다읽으려고사는건아니잖아요 ##책추천 #안읽어도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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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6-01-19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ㅎㅎ
그래도 가끔은 저걸 다 언제 읽나 싶죠!

구단씨 2026-01-25 15:06   좋아요 1 | URL
아, 죄책감이 아주 사라지지는 않네요. ^^
그래도 삽니다. 살 수밖에 없었어요. ㅠㅠ
언젠가는 읽겠죠?

잠자냥 2026-01-20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렇게 모아놓으니까 참 예쁘네요?! 특히 보다 시리즈, 저는 한번도 구매한 적이 없어서... 저런 아름다움이? 하고 감탄.

구단씨 2026-01-25 15:06   좋아요 0 | URL
보다 시리즈 가끔 구매했는데요.
2025년은 표지가 예뻐서 저절로 사게 되더라고요. 표지에서 계절을 느끼게 되는... ^^

니르바나 2026-01-20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가지수 5000이 눈 앞에 보이는데 주식보다 책을 사시는 구단님이 멋있습니다.
책을 기부하는 손에 강복있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구단씨 2026-01-25 15:07   좋아요 1 | URL
하아... 주식을 몰라서 코스피 5천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순간에도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ㅠㅠ
저에게는 사랑받지 못한 책들이 어딘가에서는 귀한 쓸모가 있기를 바라면서 보냈습니다.

살리에르 2026-01-25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 보다 책 사는 속도가 빠른 탓으로 방 한 칸이 책으로 뒤덮여서 나 죽을 때 어쩌나 하는 한숨을 매일 쉬는 사람에게는 공감이 안 가는 제목입니다 ㅎㅎ 책은 읽으려고 사는 거죠^^ 그게 언제냐가 문제지만요^^ 내 취향 아닌 책은 아무리 표지가 이뻐도 그냥 내 공간을 차지하는 짐덩어리일 뿐입니다. ‘이 빠진 시리즈 채워넣는 재미‘ 는 제가 글을 썼나 했네요. 나만 이러고 사는게 아니구나 하는 자기 위안으로 삼아봅니다..^^

구단씨 2026-01-28 20:31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맞아요.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게, 맞습니다. 뭐, 언젠가는 읽을 거니까요. ^^

서노기 2026-01-27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는 제 마음을 대변해주시는 듯하여 솔깃, 해서 방문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취미도 ‘책 소장‘인 것 같아서;; 요즘은 자제하고 있어요. 비우는 마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구단씨 2026-01-28 20:33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책 뿐만 아니라, 집 안에서 나를 답답하게 하는 걸 찾아내어 조금씩, 더 비워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버리나 했는데, 없어도 크게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은 걸 보면, 뭐든 꽉 채우려고 애쓰지 않으면서 살아가도 되겠구나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