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인스타그램 보다 보면, 주방용품 광고하는 인플루어서의 영상을 볼 때가 있다.
이 식빵은 왜 이렇게 깔끔하게 구워졌지? 아하, 이 팬에다가 굽고 이 집게로 뒤집었구나.
오마낫, 이 전골 진짜 맛있어 보인다. 이 전골냄비에 끓이면 모양 흐트러지지 않고 넘치지 않게 잘 끓여지겠네?
오호. 이 도구로 막 긁었더니 양배추가 이렇게 얇게 잘 썰리는 거였어.
아, 맥주 진짜 시원해 보인다. 이 컵에 마시면 맥주 한짝도 마실 수 있겠는 걸.
사고 싶은 게 진짜 많게, 있는데 또 사고 싶게 하는 마력을 뿜어대는 그곳을 잘 가지 않으려고 한다.
보면 사고 싶고, 내 음식이 맛이 없는 이유는 다 이 장비들이 없어서라는 걸 인정하게 될까 봐.
그래서 마구 사들이고 싶다. 요리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준비를 잘 해야 하고, 그 준비의 기본은 장비였던 거야!!
ㅎㅎㅎㅎㅎㅎㅎ
근데 안 산다. 이 좁은 집에 놓을 자리도 없고, 이거 사면 한 달에 몇 번이나 사용할까 하는 걱정에.
그냥 똥맛나는 음식 먹고 살아야지 뭐.
학원에서 책을 받았는데, 무겁다. 어쨌든 가지고 다녀야 하니, 가방이 필요했다.
집에 있는 에코백을 이틀 정도 메고 갔는데, 안되겠다. 한쪽 어깨만 아파온다.
안 되겠다. 당근에서 책가방을 하나 샀다. 충동구매 아니다.
공부를 하려면 책을 가지고 다녀야 하고, 책을 가지고 다니려면 가방이 있어야 하고. 암만.
안 쓰던 연필이 필요해서 하나 샀다. 지우개도 사고, 형광펜도 사고, 빨간펜도 사고.
프린트 한 거 묶어두려니 집게도 필요해서 서류용 집게도 사이즈별로 샀다.
이건 두껍고 저건 얇고. 높이가 안 맞으니 몇 종류 필요하다.
일주일 동안 거의 매일 다이소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하나를 사면 하나가 없고, 자꾸자꾸 새로운 게 필요하다.
옆지기가 옆에서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공부도 장비빨이냐?
암만. 마음의 안정을 얻어야 한 글자라도 눈에 들어오는 거 아냐?
(사실은 아무 것도 눈에 안들어온다.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ㅠㅠ)
그래도 알라딘에서까지 마련한 장비빨로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중....
책이랑 같이 결제하면서 펜케이스도 마일리지 결제로 하나 장만했다.
점점 펜케이스가 두툼해지고, 지퍼가 잘 안잠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