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속삭여줄게 - 언젠가 떠날 너에게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 영국에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끌림에 선택한 책.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모뎀을 이용해서 PC통신을 했다. 통신을 통해, 다른 지방에 사는 친구를 한 명 알게 되었고, 메일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연락을 주고 받던 중, 친구가 영국의 학교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주고받은 편지와 엽서를 통해, 영국이라는 공간이 낯설지 않은 공간으로 다가왔다. 가장 최근에 영국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사촌동생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국에서 유학을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소중한 사람이 머물던 공간이 아닌, 영국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 건, 고전과 과학, 역사에 관한 책을 읽다 영국의 흔적들을 만날 때였다. 한때 식민지 정벌을 통해 해가 지지 않았던 나라, 유럽을 이끌어가는 제국이였던 나라, 독특한 정원과 부러운 헌책방의 거리가 매력적인 영국이 떠오른다.
  
 
#  밑줄 긋기를 통해, 관광이 아닌, 책들의 여행을 통해 런던을 맛보다.
 
 
  저자의 책을 한 권이라도 만나본 저자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는, 저자에게는 다양한 책에서 만난 인용된 글로, 자신의 생각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글쓰기 방식을 이해하는 이라 생각한다. 한 편의 글에, 책과 책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책들에서 글귀를 뽑아 매끈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새롭게 자신의 언어로 글을 적는 일만큼의 인내심과 시간이 드는 일이다. 한 편의 글에 자신이 맛보았던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전해진다.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만나보고 싶은 다양한 책의 목록을  첩에 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책이기도 하다. 하나의 장소와 문화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숨어있다. 그들의 글을 읽고, 만나는 일은 그들을 다시 기억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대영박물관,
런던 탑, 그리니치 천문대 등, 영국을 방문하는 이들이 즐겨찾는 사진찍기의 단골코스를 저자는 목차에서 이야기 할 공간으로 선택했다. 공간에 머문 자신을 사진으로 기억하고, "나, 여기 가봤어"라고 기억을 떠올리기 보다, 그곳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나를 사로잡았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그 장소와 문화를 추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마음이 느껴졌다.
 
  런던을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런던에 가기 전과, 런던에서 꼭 읽은 후 떠나고 싶은 책이다. 하나의 장소를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는 일은, 자신의 삶의 색을 다양한 색으로 표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소개한 공간에 도착했을 때, 혼자 떠나지만, 혼자가 아닌, 저자가 귓가에 속삭이는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런던이 아닌, 다양한 문화의 숨결이 머문 장소들도 다양한 이야기 방식으로 소개하는 책과 글들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서울이나 내가 머물고 있는 한국의 도시들을 매력있는 목소리로 속삭여주는 저자들이, 나왔으면 하는 꿈이 생겼다. 책으로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와 '인용문'으로 이뤄진 책속의 책을 만나는 일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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