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 책장에 들여놓은 책들. 한 권씩 모을때마다 쌓이는 이야기들.
 
 
   다 읽지도 못할 책들을 서가에 쌓아두고, 살아가는 지인이 있다. 읽는 책 속도보다, 쌓이는 책의 속도가 더 빠르다. 언제 다 읽을거냐며 타박하지만, 언젠가는 다 읽을거라 답하며, 오늘도 그는 책을 서가에 모은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이 모이고, 모으다 보니,  책에 자신의 공간을 넘겨주게 된다. 누가 상을 주는것도 아니고, 도리어 책에 매이는 운명에 빠지는 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저자는 그들을 책쟁이들이라 부른다.
 
  돈과 아름값에 미친 세상에서, 책에 미친 미련퉁이들이 있어 살 만한 세상이란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볼 때, 다소 비켜서서, 타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색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27개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만남의 흔적이 글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누군가는 책을 모으고, 누군가는 책을 가치를 알아보는 이에게 나누기 위해, 어찌 할 수 없는 마음에, 다양한 인연으로 그들은 책을 모은다. 한 권의 책에 저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숨결이 묻어있다면, 서가에는 서가를 책으로 채우는 이의 다양한 선택과 인연의 흔적들이 모인 공간이다.
 
  그들은 책을 모았다. 왜, 모았을까? 일년에 책 다섯 권 읽는 사람을 찾기 힘든 한국에서, 그들은 사람들의 흐름과 다른 선택을 했다. 책과 함께, 세월을 살아가는 그들의 책이야기는, 책을 좋아하는 이에겐 매력적인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들처럼 장서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한 권의 책을 만나, 서가에 두고 싶었을 때, 설레는 그 마음을 알고 있는 이가 있다는 사실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 하는 마음의 기쁨을 준다.
 
 
  #  만화에서 SF, 무협, 신학, 토라까지, 다양한 분야, 다양한 책을 모으는 책쟁이들의 이야기.
 
 
  다양한 장르에서 책을 모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다양한 장르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책을 읽는 즐거움, 책을 모으는 즐거움,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를 잘 헤아리고 있었다. 책이 좋아, 책을 모으는 이도 있었고, 다음 후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책을 모으는 이도, 어쩌다 보니, 책이 아니라, 책을 주인처럼 모시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유행에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패션감각을 유지하는 이처럼, 멋져보였다.
 
  책과 함께,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보니, 현재의 경기의 흐름, 일상에서 책에 빠져드는 삶을 택하게 된 계기, 헌책방이 점차 사양화되어가는 사회의 변화도 느껴졌다. 부족한 도서관의 현실, 군대에서 부족하기만 병영도서관, 장서가가 모아둔 책을 맡기려 해도, 책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가 없어 거절당하는 현실도 보였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들을, 헌책방이 책의 다양성의 폭을 넓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그런 책들이 살아가는 풍경들이, 작지만 존재가치가 넘치는 책들이 머물 공간이 사라지게 되어 안타까웠다.
 
  서점에 유통되는 순간부터, 헌책방을 지나, 폐지로 사라지는 순간까지, 다양한 순간에서 책과 함께 살아가는 이와,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나만의 서재를 넘어, 좀 더 책을 곁에 두려는 이에게는, 장서의 방향을 정하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만난 책쟁이들의 관심의 폭이 다양한 만큼, 자신의 독서의 방향설정에 도움이 될 이를, 한 명은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책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는 이들이, 주변에서 찾기 힘들지만, 살아가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보이지 않지만, 그들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