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대, 자취의 달인 - 반지하와 옥탑방에서도 잘 살기
김귀현.이유하 지음 / 에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  20대의 독립 - 누추한 나만의 공간이지만 괜찮아.
 
 
   집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크게 3가지로 나눠 본다. 일반 주택과 아파트, 제 3지대이다. 제 3지대는 고시원(쪽방)과 옥탑방, 반지하 등 원룸이나, 전세 등의 집을 얻을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이, 누추하고, 불편한 생활공간을 감수하고, 선택해야만 하는 공간을 이야기한다. 수입이 적거나, 꿈을 위해 돈을 많이 모아야 하는 20대는 아파트나 일반 주택에서 사는 날을 꿈꾸며, 제 3지대에서 삶을 살아간다. 2005년 통계청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330만 가구 중 10분의 1인 33만 가구는 반지하에서 산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힘겨운 삶의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서울이 주는 문화공간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극한의 더위와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남성은 반지하를 선택했고, 넓은 공간을 원했던 여성은 옥탑방에 삶의 보금자리를 선택했다. 부모님이 해주시던 따뜻한 밥과 빨래 등의 살림살이를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혼자서 선택하는 자유와 혼자이기에 외로움도 이겨내야 한다. 불편한 조건들이 많지만, 저자들은 자신들은 젊고 꿈이 있기에 괜찮다고 한다. 옥탑방과 반지하에서 겪은, 슬프지만, 즐겁게 이야기해서 웃긴 다양한 추억들이 모여있다.
 
  
#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마음을 움직이다.
 
 
  솔직한 표현과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혼자살게 되면 가장 귀찮은 일이 빨래와 음식준비 등의 가정일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남은 재료들의 처리와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곤란했던 상황들과 그에 대처하는 반지하남의 이야기에 웃다가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낯선 공간에서 혼자사는 어려움과 집주인과의 소통의 힘겨움 등 처음에는 힘겨운 이야기들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에 적응하여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즐거웠다. 우정을 소중히 해서, 친구에게 기꺼이 자신의 공간도 빌려주기도 하고, 스포츠 게임과 관람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불편한 방문객을 독특한 방법으로 응징하는 그의 경험담은 반지하에 살았던 경험이 있던 사람들과 대화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작가를 꿈꾸는 옥탑녀의 글에는 웃음의 에너지가 문단과 문단 사이에 스며있었다. 옥탑방에서 라디오를 켜두고 라면을 먹다, 밖이 시끄러운지 확인하려 갔다가 방문이 잠겨버려, 열쇠아저씨를 불러야 했던 일과 5천원을 아끼기 위해 출장을 간 3일간 집에 보일러를 꺼두고 나갔다가, 보일러가 얼어, 뚜껑에 얼굴을 맞고, 보일러를 교체하여 55만을 주인과 반반 보태서 물어야 했던 이야기들이, ’감정’이 살아있는 표현들 덕분에, 웃으며 읽었다.
 
  처음부터 부모님이 전세를 얻어 주거나, 나만의 집을 살 여력이 있는 20대가 아니라면, 20대 집에서 벗어나 독립하는 이들은 돈이 모일때까지, 고시원, 반지하, 옥탑방의 제 3지대에서의 생활에서 자신의 인생을 시작한다. 세입자이기에 서러운 부분도 많고,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해야하기에, 때론 피곤해서 집안일을 미루기도 하고, 집의 제약조건 때문에, 끼니를 더 거르기도 한다. 그냥 바라보기에는 힘겹고 안타까운 생활이지만,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슬픈 이야기도 즐거운 추억으로 이야기하는 저자들의 자신감 넘치는 마음이 글에 배어, 읽는 이도 무겁지 않게, 글에 빠져들게 된다. 실제로 반지하와 옥탑방에 거주하는 지인과 친구들에게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더니, 다들 크게 웃으며, 자신들만의 에피소드를 알려주었다.
 
 
  # 20대, 반지하, 옥탑방에서 살아도 괜찮아. - 지금 살아가고 있으니 괜찮아.
 
 
   너무나도 경험하고 싶은 일이 많거나 내가 뭘 해야 할지 확신하는 일이 쉽지 않아 고민하는 20대의 시기, 불편하고 힘겨운 생활공간인 반지하와 옥탑방에서의 생활을 감수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20대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서, 반지하와 비슷한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TV도 컴퓨터도 없이 일주일간 생활을 하게 되었다. 책에서 옥탑방녀가 이야기했던 라디오를 듣는 즐거움과 음식을 했을때 재료들과 음식 쓰레기를 처리할 때의 힘겨움, 빨래와 청소의 귀찮음 등 그들이 겪었던 상황을 경험했다. 경험하기 전에는, 저자들을 안타깝게 보는 시선이 더 많았다. 겪어보니, 힘들고 가능하면 피하는게 좋지만, 그래도 20대, 젊기에, 상황이 어려워도 충분히 살아가는 일이 가능함을 깨달았다.
 
  386세대가 이데올로기 세대라면, 10대들은 촛불세대라 이야기한다. 중간에 낀, 2,30대들은 정치적으로 대변해주는 이도 없고, 연대도 힘들다. 정글에서 혼자서, 생존하는 외로움과 공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생각한다. 공포와 불안의 세대라고 할까. 취업난도 힘들고, 20대이기에 꿈을 정하는 일도, 꿈을 꾸었다고 해서 그 일을 달성하는 일도 힘들다. 누구 도와주는 이도 없지만, 그래도 잘 살아남기를 응원해주고 싶다. 불편하고 힘겨운 시간을 겪어내는 그들의 힘겨운 경험들이,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그 길을 걸어야 하는 사회진입생들을 바라보았을 때, 따스한 온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혜가 되기를 기원한다.
 
  반지하남과 옥탑방녀가 서로의 공간을 방문한 추억을 기록한 <그 남자, 그 여자의 습격기>는 ’남성/여성’과 ’반지하/옥탑’의 생활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새로운 시선이 잘 담겨있다. 제 3지대에서 살아가는 고시원 남성과 옥탑, 반지하 남녀의 총 5명이 나누는 취중토크도 솔직함 속에, 삶의 애환이 담겨 좋았다. 책의 마지막에는 자취를 하거나, 자취를 하게 될 이들을 위해, 좋은 방을 구하는 일부터, 생활하면서 느껴지는 고충들의 해결책을 정리한 특별부록이 실려있다.
 
  반지하와 옥탑의 열악한 조건을, 역으로 생각해, 집 안에만 있지 말고, 많이 집 밖을 걸어보라는 이야기와 이웃과 안면을 익히고 친해지다 보면, 외로움이 가득한 생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소통이 힘겨운 시대에 살고 있다. 소통이 힘든 이유는 상대의 사정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와 친해지면,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쉬워진다. 제 3지대에서 열심히 자취하고 있는 이들과 조금 가까워진 기분이다. 꿈을 찾지 못한 이는 꼭 꿈을 찾아 생을 살아갈 힘을 얻기를, 꿈을 찾았지만 여건이 힘겨워 고민하는 이들은, 꼭 꿈에 도전해보기를 두 손을 모아, 달님과 햇님을 보며 기원해 본다. 두 저자들이 지닌 희망과 밝은 마음이 20대 청춘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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