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기행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두 가지 생각들..
  
  첫 번째는 20년 뒤, 한국사회의 모습이었다. 저자는 1980년대 말에 미국을 여행하고 3년의 시간의 숙성을 거쳐, 책을 세상에 내보였다. 2010년을 바라보는 지금 20년의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도리어 2030년,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했을 때의 단절된 세대의 모습을 미리 보고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식들이 빨리 독립하고, 노년의 시기에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모습은, 여유있는 이에게는 즐거움으로 다가왔지만, 외로움에 웅크리는 쓸쓸함도 함께 배어있었다. 좁은 영역에서 활동하던, 좁았기에 간섭도 심했고, 서로 챙기기도 했던 사회에서, 성공은 각자의 능력탓이라며,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이야기가 일반화된 사회에 발디딜 기회를 잃어버린 패자들에게는 하루가 고통인, 단절된 시간을 보내게 되는 풍경을 짐작하게 하는 풍경이 많이 보였다.
 
  마지막은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과거와 자신을 잊고 미래만을 바라보며 달라가는 사람들은, 늘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실현하려 노력했다. 지금과 과거를 잊고, 새로움에 집착하고 기대한기에, NEW 라는 단어가 많이 붙은 도시의 지명과 그 도시에 살았다면, 절대 붙이지 않았을 데스벨리, 배드워터 등의 지명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열린 마음 한 편에 남아 있는 쓸쓸함과 친근감으로 감추고 있는 고독.
 
 
  미국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낯선 이를 환영하는 밝은 미소의 열린 마음과 그 뒤에 스며있는 쓸쓸함과 고독이었다. 끝도 없이, 수없이 많은 시간을 똑같은 풍경을 보며, 자동차로 여행하는 생활을 하기에, 운전사들끼리 밝은 미소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밝은 미소의 힘과 열린 마음을 볼 수 있었지만, 다른 문화권은 처음에는 경계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마음을 열며 가까워지지만, 미국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밝지만, 일정한 선이 있어 그 벽을 넘는 일의 힘겨움이 전해졌다. 짧은 시간 여러 공간을 다니며, 여행을 하는 저자의 생활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기에, 어쩔 수 없는 텃세와, 인종차별의 한계선도 느낄 수 있었다.
 
  미래를 주도하고, 초강국인 미국의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화려한 패션과 첨단기술의 이미지와 달리, 저자가 모터카로 여행하면서 만난 공간에서는 '패밀리'를 중요시하는, 미국인과 현실에서 벗어난 가상현실과 판타지를 사랑하는 국민성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마이클 잭슨이 화상을 입고, 기자회견을 하던 내용과 할리우드의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한 여성, 고속도로 이용 요금을 받는 여인과의 짧은 에피소드 등은 문명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과 맞물려, 스쳐 지나갈 이야기들 속에서 그 문화 특유의 색깔을 느끼게 된다.
 
  오래된 도시에서는 전통의 힘과 문화의 특색과 오래되어 고치기 힘든 폐습이 남아있다면, 새로 만들어진 도시에서는 서로를 인정하려는 노력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새로움이 깃들어 있다 생각한다. 오랜 세월을 지난 티베트와 아랍과 달리, 미국을 주도하는 계층은 이제 만들어진지 300년이 넘지 않았기에, 적당한 선을 서로에게 인정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느낀다. 쾌활하며 고독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국민이라 생각했다. 꿈 꾸는 일을 포기하지 않기에, 척박한 현실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종업원이 무한 친절한 일본의 문화와 고객이 종업원에게 서비스를 대행해줘서 고마워하는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는, 문명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저자의 독창적인 시선의 힘을 느꼈다. 점점, 더 미래를 꿈꾸게 하지만, 현실에서 허우적되는 자본주의의 미래를 보는 듯해, 마음이 씁쓸했다.
 
  돌아오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자신의 새로운 면을 찾고, 자신을 더 알아가기 위해 가장 좋은 일이 여행이라 생각한다. 모터카를 타고, 여행을 할지, 그냥 차를 타던지, 다른 여행수단을 이용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미국을 여행하게 되었을 때, 함께 데려가, 변화된 미국을 다시 바라보고 싶은 책이다. 한계를 많이 지적했지만, 밝고 따뜻함에 온화환 시선을 둔 저자의 배려가 전해지는 책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생생함이 느껴지고, 생각할 거리가 하나씩 늘어나는 건, 세월을 넘는 저자의 글의 힘이 살아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여행기가 아닌, 문명의 풍경을 바라보는 여유가 있는 이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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