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옆지기가 나의 페퍼를 읽은 모양이다. 학교 끝나고 치과랑( 홍/수 충치), 소아과랑 (홍이 몸살) 갔다가 집에 왔는데 홍이가 갑자기 사과가 먹고 싶단다. 마침 집에 사과가 똑 떨어진 상태라 "이그. 좀 일찍 말하지" 하면서 일어서는데 옆지기가 나를 말린다. 그러더니 홍이한테 "홍아, 너 혼자 마트가서 사과 사 올 수 있겠어?" 하고 묻는다. 난 갑자기 화가나서 "왜그래? 며칠이나 됬다구!" 했더니 옆지기가 나보고 가만 좀 있으란다. 그리곤 홍이한테 " 아빠가 만원을 줄 테니까 마트가서 사과 2개 사고, 계산하는데 가서 영수증 받고, 잔돈도 받고 해서 갔다 올 수 있겠어? " 하고 묻는다. 홍이는 "응. 할수있어" 하면서 아빠가 준 만원을 받아들고 마트로 뛰어간다.
홍이를 보내고 나는 옆지기에게 " 왜 그래? 그리고 단순히 우유도 아니고 사과를 사오라면 어떡하냐? 홍이가 잘 고를 수 있겠냐? 그리고 만원씩이나 주면 어떡해?" 하면서 계속 궁시렁 대니까 옆지기가 "빨리 성취감을 맛 보게 해 줘야지게. 경허고 걱정맙써. 잘 헐 거우다. 홍이 사과도 잘 골라." 하면서 믿고 기다리란다. 그러면서 옆지기는 뒤베란다 창가로 가서는 내내 밖을 바라보고 있다. --- 칫, 자기도 걱정 되면서! ----. 조금 있다가 옆지기가 "왐신게" 하면서 신문을 보는척 하면 앉는다. 나도 시치미를 떼고 책을 딴 짓을 했다.
드디어, "엄마 나 완!!!" 하면서 한손에는 사과 2개를 든 비닐봉지를 한 손에는 잔돈을 손에 꽉 쥐고 홍이가 왔다. 옆지기랑 나랑 너무 잘했다면서 칭찬에 칭찬을 해 주고, 함께 받아온 영수증이랑 꼬깃꼬깃 해진 돈을 피면서 잔돈을 확인했다. 그리고 잔돈도 너무 잘 받아왔다고 칭찬해 주고는 사과를 깎아 먹었다. 오호~. 사과도 단단한 걸로 잘 골라왔다. 맛있게 사과를 먹으면서 ' 어찌보면 홍이는 이렇게 컸는데 내가 아직도 홍이를 어리게만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오히려 홍이보다 내가 더 겁을 먹고,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무튼, 홍이의 두번째 심부름은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