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처럼 했던 것들이 어느 날을 경계로 당연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해서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행위와 두 번 다시 발을 딛지 않을 장소가. 어느 틈엔가 자신의 뒤에 쌓여가는 것이다.-19쪽
일상생활은 의외로 세세한 스케줄로 구분되어 있어 잡념이 끼어들지 않도록 되어 있다. 벨이 울리고 이동한다. 버스를 타고 내린다. 이를 닦는다. 식사를 한다. 어느 것이나 익숙해져 버리면 깊이 생각할 것 없이 반사적으로 할 수 있다. 오히려 장시간 연속하여 사고를 계속할 기회를 의식적으로 배제하도록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생활에 의문을 느끼게 되며, 일단 의문을 느끼면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시간을 촘촘히 구분하여 다양한 의식을 채워 넣는 것이다. 그러면 의식은 언제나 자주 바뀌어가며 쓸데없는 사고가 들어갈 여지가 없어진다.-60쪽
"무심해 보인다기보다 반응이 늦은 거지. 신경전달이 둔해서 얼굴에 감정이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뿐이야." "이거 정말이야. 그러니까 무슨 말을 들어도 한참 시간이 지나서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하는 거야. 자주 그래. '그러고 보니, 그때 좀 심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빌어먹을, 그렇게 심한 말을 하다니.' 하는 식으로."-67쪽
"... 하지만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 거야. 잡음은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소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뿐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너, 언젠가 분명히 그때 들어두었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할 날이 올 거가 생각해"-15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