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에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는 기존 《매드맥스》 3부작과는 궤도를 달리하는 영화다. 리부트 작이라기엔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호주 대륙을 배경으로 하는 게 비슷하다. 그냥 세계관을 공유하는 별개의 영화로 보는 편이 나을 듯. 맥스가 등장하지만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은 퓨리오사라 느껴진다. 분노의 도로(Fury Road)를 달리는 분노의 퓨리오사(Furiosa, 스페인어로 분노를  뜻함).

 

이 영화의 플롯은 매우 간단하다. 쫓기고, 쫓는다.

  

칸 영화제 기자 회견 영상은 40분이 채 안 되지만, 이 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알 수 있다. 그래서 관심이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은 한 번 쯤 보셨으면 한다.

 

 

 

 

다음은 볼 만한 장면들.

 

기자 회견의 첫번째 질문. 맥스 역의 톰 하디에게 9분 54초

"톰, 대본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진 않았나요. 이 여자들은 다 뭐야, 남자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아니요. 단 한 순간도."

 

이 영화가 Pro-Feminism 이라는 의견, 이 부분은 조지 밀러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11분 8초

"처음엔 페미니스트 아젠다가 없었어요. 단순히, 연장된 체이스를 보여주려 했지요. 쫓기는 대상은 물건이 아니라, 인간-다섯 아내들이고요. 이들은 전사가 필요해요. 하지만 그들을 다른 〈남성〉에게서 구출하는 이가 〈남성〉이어선 안 되었죠.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돼버리니까요. 그래서 퓨리오사인거죠. 거기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됐고요."

"Initially, there was never a feminist agenda. That was the story. It came simply for there to be an extended chase, and the thing that people were chasing was to be not an object, but human, the five wives. They needed a warrior. But it couldn’t be a man taking five wives from another man. That’s an entirely different story. So there was Furiosa, and everything grew out of that."

 

사운드트랙과 기타플레이어 14분 25초

- 액션 영화는 시각화된 음악(a visual music)이다.

- 기타 플레이어, 전쟁에는 음악이 필요하다

 

액션 영화 편집 경험이 없는, 마가렛 식셀에게 편집을 맡긴 이유 17분 25초

-늘 그래왔듯이 남성이 편집한다면, 이 영화는 다른 액션 영화들과 다를 바 없을 테니까. 

"Because if it were the usual kind of guys, it would look like every other action movie we see."

 

 

이 영화는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조지 밀러는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원작자 이브 엔슬러에게 자문을 요청, 다섯 아내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캐릭터 연구를 했다.

 

영화 속 대사는 많지 않으며, 스토리는 액션으로 진행된다. 조지 밀러는 쫓기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되었다. 리뷰에서는 좀 더 찬찬히 짚어보려 한다.

 

 

*벡델 테스트(Bechdel Test)

영화에서 이름이 있는 여성 캐릭터가 최소 두 명이 등장한다. 한 번이라도 서로 얘기를 나누는데, 〈남자〉가 아닌 다른 주제여야 한다. 이를 모두 통과한 영화는 의외로 많지 않다. 산드라 블록 주연의 《그래비티》에서도 주인공이 다른 여성과 대화를 하지 않으므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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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6-2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집도 여자가 한 것은 몰랐네요~~~. 이 영화를 두번 봤는데 두번째 더 감동적이었어요!! 퓨리오사가 주인공이지만 맥스가 없으면 안 되었겠죠. 그런 불가분의 관계,, 여자와 남자일까요??

에이바 2015-06-26 15:47   좋아요 0 | URL
저도 세 번 봤어요. 세 번 다 벅찬 가슴을 안고 퇴장ㅠㅠ 그 부분은 여기엔 안 썼는데요. 조지가 말하길 맥스는 a wild dog 이라고 해요. 자유를 원하는.. 영화에서도 그렇게 그려지고요,

음.. 퓨리오사와 맥스의 관계는 여자와 남자라기보단 인간, 존재의 인정으로 봤어요. 두 사람은 적에서 동지로 발전해 나가지만 주도권은 줄곧 퓨리오사가 가지고 있죠. 맥스가 퓨리오사를 엄청 경계하거든요. 처음 워릭 탑승할 때 보면요. 이 영화에서 운전대를 누가 잡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임모탄도 자기가 운전하고 눅스도 워릭을 몰길 바라죠. 그래서 2천마력, 8기통 엔진 2개를 단 워릭을 운전하는 단 한 사람, 퓨리오사가 대단한 거지요. 눅스랑 슬릿이랑 운전대 잡고 싸울 때 눅스가 You`re my lancer! 라고 하니까 슬릿이 I`ve just promoted myself! 라고 하잖아요. 워보이들 사이에서도 운전병이 창병보다 높은 계급이죠.

두 사람의 동지애도 퓨리오사가 맥스에게 운전대를 넘겨주면서 (모터사이클 갱들 나올 때) 시작돼요. 생존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확인하면서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ㅎㅎ

라로 2015-06-26 16:1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남녀관계가 어떤 고정관념으로서의 관계가 아니라 한차원 올라간(?) 동등한 동지로서의 관계요. 참 찡했어요. 퓨리오사가 핸들을 넘겨주고 코드를 알려주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맥스와 주고 받는 눈짓!! 참 멋진 영화에요!! 전 퓨리오사도 멋졌지만 자유를 원하는 맥스도 고독하지만 멋진 영혼이라고 생각해요. 언제 매드맥스에 대해서 에이바님과 긴 얘기 주고 받고 싶네요. ^^

에이바 2015-06-26 16:27   좋아요 0 | URL
그렇죠!! 맥스와 퓨리오사가 주고받는 눈빛들.. 두 사람이 처음으로 아이컨택하는게, 버저드한테 쫓길 때잖아요- 맥스는 눅스 차에 매달려 있고, 퓨리오사는 워릭을 몰 때 의미 없는 눈빛.. 그러다 마지막 추격씬에 보면 맥스가 떨어질 뻔 하는 걸 퓨리오사가 한 손으로 붙잡을 때, 그 절박한 표정이요! 이 영화는 포인트가 참 많아요.

매드맥스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진정한 액션 영화예요. 리뷰 열심히 써볼게요 비비님 꼭 봐주셔요!ㅎㅎ
 

지금껏 나는 여성학 강의를 들은 적도, 관련 책을 본 적도 없다.

 

아는 여성학자는 정희진, 오한숙희, 박혜란 세 명 정도인데 오한숙희는 매체를 통해, 박혜란은 이적의 엄마로, 정희진은 알라딘 풍월로 알게 되었다. 최근 여성학 관련 서적이 잇달아 출간되면서 읽어보겠다 생각은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이웃들이 포스팅하는 글을 읽으면서... 하지만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어제까지는.

 

이대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닌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대이기 때문일 거다. 대학에 입학하고서야 알게 된건데, 나이 든 남자건 젊은 남자건 이대를 참 좋아하더라. 다들 까기만 하더니, 우스웠다. 나이불문 이대생들을 까면서도, 만나고 싶어 하더라는 얘기다. 그와 다르지만, 나도 편견을 갖고 있었다. 〈여대〉이기 때문에  대학생활 중, 어떤 면에서는 결핍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때의 나는 어렸고,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된장녀〉는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이 신드롬은 〈개념녀〉 신화를 만들어냈다. 원치 않았지만, 〈된장녀〉 이미지의 대표가 된 건 이대생들이었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이화인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 중, 〈후려치기〉를 당해본 적이 없는 이들은 과연 몇 명이 될까.

 

예를 들어, 자기 주장이 강하면 기 센 여자〉가 된다. 주장의 세기는 누가 결정하는가?  내 경험상, 대부분 남성들이 결정했지만 때론 동성인 여성들이 명명하기도 했다. 이것은 영광스러운 타이틀이 아니다. 피하고 싶은 낙인이다. 장동민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자는 잘못된 거다. 바람직한 여성상이 아니다. 

 

이대생들은 〈기 센 여자〉였고 〈페미니스트〉였으며, 〈된장녀〉였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담론이 형성될 때, 나는 침묵했고 그 침묵은 동조였다. 나는 이화인이 아니었으므로.

 

내가 여성학 강의를 피한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페미니스트〉를 여성우월주의자라 생각했던 것이다. 흔히들 페미나치FemiNazi라 부르지. 잘못된 생각이다. 페미니스트〉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행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올해 초,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에 출연 중인 코미디언 아지즈 안사리가 《데이빗 레터맨 쇼》에서 페미니스트〉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의 모습은 굉장히 의외였다. 드라마 속 아지즈는 여성에 대한 비뚤어진 사고방식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이다.

 

 

 

 

아지즈는 〈페미니스트〉의 잘못된 용례를 이렇게 얘기한다.

 

"네, 전 의사고 주로 피부병을 다뤄요."

"그럼 피부과 의사시군요?" 

"아니요, 그 말은 너무 과격하네요. 아뇨, 전혀 아니에요."

 

〈페미니스트〉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그 단어가 이상하게 사용돼서 사람들은 이제 페미니스트 뜻이 어떤 여자가 자기에게 소리지르는 거라 생각해요. 프레셔스의 엄마가 당신에게 물건을 던지려는 것처럼 말이죠. (...) 이런거죠. 오, 저 미친 년이 나한테 물건을 던지려고 하는 건 원치 않아요. 됐거든요." 

 

"양성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믿는다면, 누군가 당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해야 해요. 단어란 그렇게 쓰이는 거니까요." 

 

 

나는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페미니스트다. 단어는 그렇게 쓰는게 맞다.

 

 

〈된장녀〉신드롬이 대한민국을 휩쓴지 10년이다. 많은 이들이 〈개념녀〉가 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여성 혐오는 견고해졌다. 온라인으로도, 오프라인으로도 수많은 여성 폭력을 경험한다. 광고에서 여성을 즉물적 존재로 그리는 것도 신물이 난다. 그리고 거기에 익숙해진 나도 신물이 난다.

 

대한민국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원한다. 내가 만난 남성들은 이런 얘기를 했다.

"다시 태어나면 〈예쁜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 〈몸매도 착한〉."

 

나는 꼭 다시 묻는다. 예쁘지 않은 여자는 어때? 그들은 대답한다. 그럼 남자로 태어나야지.

그들도 안다. 여성의 삶이 어떠한가를.

 

 

살을 빼서 날씬해진 여성 희극인들은 어디 있는가?

외모를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고, 예뻐진 여성 희극인들은 브라운관 어디에서 찾아 볼 수 있는가?

세월을 핑계대지 않고, 그들이 개그 프로그램의 간판에서 밀려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가?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센스 넘치는 남성 희극인들은 계속 출연한다.

 

 

더 이상 젊지 않고, 아름답지 않은 여성의 존재 가치는 어디 있는가.

때로는 생각한다. 〈모든 여성은 아름답다.〉 이 말조차 폭력이다. 이렇게 정정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모든 인간은 아름답다.〉 혹은 〈모든 존재는 아름답다.〉라고.

 

뿌리깊은 남녀차별, 시월드, 후려치기, 여성의 존재를 창녀/어머니로 이분하는 것...

 

시간이 해결하겠지, 저런 발언을 하는 사람은 소수다. 지각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

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던가! 〈여성 혐오〉는 견고해졌고, 여성을 〈보지〉로 지칭하는 표현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 요즘은 〈보적보〉라고 하더라. 보지의 적은 보지라나. 이 시대 여성은 〈성기〉로 지칭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만 그래. 그럴까?  

 

 

페이스북에서 인기가 많다는 만화에 대한 기사 발췌다.

 

만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여성이 “자기야! 우리 벚꽃 보러 가자”고 말하면 남성이 “아가리 여물어 OOO야”라며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식입니다. 여성이 “오빠, 오늘 점심은 뭐 먹을 거야?”라고 물으면 남성이 다시금 “아가리 여물어, OOO야”라며 얼굴을 가격하지요. “오늘 점심 메뉴는 너다”라며 여성을 모텔로 끌고 가기도 합니다.

 

이를 유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를 비판한 기자에게 들어온 경고, 그리고 기자의 답변기사다. (발췌도 같은 기사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9564626&code=61121111&cp=du 

 

 

이런 와중, 진보논객들의 데이트 폭력을 알게 되었다. 〈페미니즘〉을 논하면서, 데이트 폭력이라... 인기 많다는 그 만화와 무엇이 다른가. 

 

 

나는 이 얘기를 하고 싶어 글을 썼다.

 

여성학을 알면 무엇이 달라질까.

 

오늘 새벽,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주문했다. 순전히 〈성매매〉 때문이다. 모님과의 대화에서 팝업한 이 주제는 내가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을 사회적 약자로 볼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 때문이다. 광의에서 그들은 사회적 약자가 맞다. 폭력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래방, 오피스텔 등의 장소만으로 연상되는 인스턴트 성매매를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성을 사고 파는 행위는 이제, 착취에서 선택으로 이동하는 것 같아 보인다. 여성 인권을 떨어뜨리는 그들을 어떻게 봐야할까. 그들 중 어떤 이들은 성 노동자로 불리고 싶다며 시위를 한다. 그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혐오감을 제하고, 진지한 사유를 통해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떤 스탠스에 서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답을 찾지 못할 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껏 여성학을 외면했다. 오해했다. 침묵으로써 손가락질에 동참했다.

나름대로는 저항했다. 열심히 생각했지만 그게 다였다. 올해, 불과 몇 달 사이 나는 사회와 나 자신에 실망했고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가슴 벌려, 여성학을 환영할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페미니즘은 지금, 내게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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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6-2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부 시작 단계에요. 같이해요, 에이바님. 같이합시다.

에이바 2015-06-22 18:06   좋아요 0 | URL
네, 다락방님 함께 해요! 나름대로 고민하다 안 되겠다 싶어 공부 해보려고요.

AgalmA 2015-06-2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벨 훅스 <사랑은 사치일까>도 좋은 책 같더군요. 저도 조만간 읽어볼 생각입니다

다락방 2015-06-22 14:00   좋아요 2 | URL
그 책은 제가 어제 다 읽었다는 따끈한 소식 전합니다!! ㅎㅎ

2015-06-22 15:17   좋아요 1 | URL
벨 훅스 사랑3부작 중 다른 하나인 <올 어바웃 러브>도 참 좋은 책이었다는 의견을 덧붙입니다! ㅋㅋ

다락방 2015-06-22 15:25   좋아요 1 | URL
[올 어바웃 러브]는 제가 참 좋게 읽었다는 감상도 덧붙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랑은 사치일까]는 저는 [올 어바웃 러브]만큼 좋진 않았어요.

에이바 2015-06-22 18:08   좋아요 0 | URL
아갈마님: <사랑은 사치일까>, 리뷰를 보니 읽어볼만 하겠다 싶었어요. 추천 감사해요.
롸님, 다락방님: <올 어바웃 러브>도 읽어볼게요. 벨 훅스 3부작이라고요? 추천 고맙습니다.

AgalmA 2015-06-22 18:42   좋아요 0 | URL
책 추천하고 책 추천오고 아하하하😂매일 쌓여가는 읽을 거리...내가 읽고 싶은 책 다 읽은 사람이 제일 부러워;_;)..

아무개 2015-06-2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저도 지금 <빨래하는 페미니즘>을 읽고 있어요 ^^

에이바 2015-06-22 18:0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아무개님. <빨래하는 페미니즘>도 같이 올 겁니다. 치열하게 고민해보겠습니다! ^^

단발머리 2015-06-22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기 끼고 싶은데요. *^^*
저도 <페미니즘의 도전> 읽고 있어요.
<빨래하는 페미니즘> 리뷰 쓰다가 여기와서 줄 섭니다.

에이바 2015-06-22 18:1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도 함께 해요! 저도 그 두 권 모두 읽으려 해요. <빨래하는 페미니즘> 리뷰 기다려집니다.^^

CREBBP 2015-06-22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혹은 남성)의 몸팔기를 노동팔기로 간주하려면 법적인 보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폭력이나, 중간착취자, 아동보호 같은 것들에 대해 확고한 법적 보호를 만든 후, 노동의 하나로 보게 된다면 섹스라는 행위를 팔건, 주차장에서 칼바람 부는 겨울날 다리를 다 내놓고 배꼽 인사서비스를 팔건, 남의 글을 베낀 문단을 파는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되지만 정직한 행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요.

에이바 2015-06-22 18:31   좋아요 2 | URL
저는 공창제는 반대해요. 기네스님께서 말씀해주신게 제가 가진 딜레마예요, 여성(남성)의 몸에 대한 전적인 자기행사권리를 생각할 때, 그것을 이용한 노동권 존중을 위해 그들을 성 노동자로 볼거냐 말거냐 하는 건데요. 실제로 독일이나 네덜란드에서는 공창제를 운영하고 있죠. 이게 문제가 뭐냐면, 구직중인 여성(남성)을 잠재적 성판매자로 본다는 건데요. 실제로 독일의 사례를 보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직업소개소에서 구직중인 여성에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에서 일할 것을 권유했죠. 이 일을 거절하게 되면(거절횟수 제한이 있죠) 실업수당을 받지 못해요. 결국 공창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구직중인 혹은 실업중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된다는 거죠. ˝일자리가 없다고? 몸 팔면 되잖아.˝

노동의 신성함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는 문제에서 (몸팔기만 빼고요, 아직 저는 결론을 내리지 못해서) 표절에 관한 의견에 동의합니다. 영혼을 훔치는 거죠, 표절은.

독일사례 관련 기사 첨부합니다. 2005년 텔레그래프 http://www.telegraph.co.uk/news/worldnews/europe/germany/1482371/If-you-dont-take-a-job-as-a-prostitute-we-can-stop-your-benefits.html

2013년 슈피겔
http://www.spiegel.de/international/zeitgeist/outrage-after-job-center-suggests-brothel-job-for-young-woman-in-germany-a-882021.html

CREBBP 2015-06-22 19:25   좋아요 0 | URL
헝 그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군요. 그러한 이유라면 저도 반대지요. 법의 잣대라는게 참... 씁쓸하군요. 놀랍습니다. 진짜로. 국가가 몸을 팔지 않았으니 실업 수당을 주지 않겠다는 이런 엽기적인 일이 실제로 지구상의 어딘가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말이에요.

에이바 2015-06-22 20:28   좋아요 0 | URL
공창제는 장애인의 성, 말씀하신 경제논리에 얽힌 범죄, 섹스관광, 인신매매 등 많은 문제가 수반되더군요. 그래서 좀 더 공부해보려고요. 일단 학문으로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하이드 2015-06-22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관련 책들 리스트 올라온거 있는데, 서재에 올려보겠습니다.

에이바 2015-06-22 20: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가서 보도록 할게요.

cyrus 2015-06-22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윤형, 박가분 이 두 사람 덕분에 알라딘 서재에서 페미니즘 독서 열풍이 이어질 것 같군요. ^^

에이바 2015-06-22 21:35   좋아요 0 | URL
<페미니스트>로 활동했던 이들이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일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거 참...

아말 2015-06-2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공부, 저도 해보고 싶네요^^ 에이바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근데 여성학자 이혜란님 아니고 박혜란 님으로 수정 부탁드려용^^)

에이바 2015-06-22 21:37   좋아요 0 | URL
아말님 감사해요. 얼른 수정했습니다. 이런 실수를 ㅠㅠ

수이 2015-06-2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좀 이따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_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에이바님의 글을 읽고야 말았으니_ 저도 읽어보도록 할게요.

에이바 2015-06-23 19:52   좋아요 0 | URL
저도 야나님 마음과 같았답니다. 함께 시작해요!
 

 

 

   제임스 조이스의 참된 모습은 감수성이 예민한 《체임버 뮤직》의 화자다. 

   그 섬세한 기질에 현실이 반영될 때 그는 천재다. - 에즈라 파운드

 

 

 

 

제임스 조이스의 《체임버 뮤직》을 읽을 땐 바흐의 작품을 함께 듣는다.

제일 유명한 건 글렌 굴드의 연주이겠지만, 내게는 코롤료프의 해석이 더 좋았다.

 

하프시코드(쳄발로) 버전도 좋아한다.

거장 레온하르트에게 사사받은 피에르 앙타이 버전을...

 

 

(6분 40초부터 연주시작)

 

 

골든베르그는 숙면을 위한 곡답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어에 푹 잠기도록 한다.

 

바흐의 다른 곡들도 같이 들었다.

코롤료프가 연주하는 《프랑스 모음곡》, 피에르 앙타이가 연주하는 《영국 모음곡》.

 

 

 

 

 

 

골든베르그는 피아노로 들을 때랑 하프시코드로 들을 때랑 참 다르게 다가온다.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피아노 연주와 《비포 선라이즈》에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선율들.

 

 

 

 

 

 

 

렉터 박사님도 바흐 애호가.

 

 

 

 

 

글렌 굴드가 빠질 수 없다. 레온하르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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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09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드베르크 변주곡 들으면 어떤 곡보다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게 늘 미스터리입니다. 길을 걸을 때 듣고 있으면 소음에 가장 잘 묻히는 클래식이기도 해서, 타임머신 타고 이곳에 도착해 온갖 소음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찡그리고 있는 18세기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요....

에이바 2015-06-09 17:12   좋아요 0 | URL
자장가라서 그럴까요? 근데 하프시코드 버전은 좀 달라요. 어떤 날은 그렇게 아름답고 성스럽고 어떤 날은 화려해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소음처럼 들려요. 컨디션에 따라.. 우리는 선율을 통해 바흐에게 조종당하고 있어요 아마도.

AgalmA 2015-06-09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프시코드가 현소리에 가까워서 어떤 날은 신경을 긁어요ㅎ;; 그런데 이것도 연주자에 따라 참 다르더군요. 막스 리히터 같은 경우는 하프시코드여도 너무나 고요하거든요. 클래식에서도 작곡자가 우선이냐, 해석자가 우선이냐 논쟁이 있잖습니까? 저는 곡 해석이 더 중요하다 파^^

에이바 2015-06-09 17:2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곡 해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뭉뚱그려서 바흐로ㅎㅎ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으신 아갈마님ㅠㅠ 예전에 악기박물관 건반악기층에서 하프시코드들 보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요. 다른 악기들을 잊게 하는... 제가 궁정에 초대받은 줄 알았다니까요. 막스 리히터 찾아 듣겠습니다ㅎㅎ

AgalmA 2015-06-09 17:37   좋아요 0 | URL
고음악 관심많아요. 특히 그 독특한 서양악기들 다 보물 같이 보여요ㅜㅜ! 부주키 등등.
전세계 정말 희한한 악기들 많잖아요. 다 들어보고 싶음~ 남미가면 꼭 레인스틱을 살 것임!!!
악기를 좀 배웠더라면 싶은데 흑흑...

에이바 2015-06-09 17:35   좋아요 0 | URL
제 머릿속 아갈마님은 천수관음처럼 한 손엔 붓, 한 손엔 책, 한 손엔 류트(천수관음인데?!)... 다른 손엔 부주키(뭔진 모르지만)요. 그러고도 많은 손들이 남아 있습니다! 늦지 않았어요. 배우세욧! 제 생각엔 장기 프로젝트로 잡고 아갈마님 1인 연주회하셔도 될 것 같아요. 시랑 시화들 옆에 전시하고ㅎㅎ 브뤼셀 악기박물관 추천요. 거기 살고 싶어요. 아갈마님도 무지 좋아하실 듯요!! 마그리트 미술관 바로 옆이에요. 저도 돈 모아서 언젠가 재방문하는게 꿈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ㅠㅠ

AgalmA 2015-06-09 17:35   좋아요 0 | URL
ㅋㅋ;; 그래봐야 제 몸 한계에서 해결될 수 있는 걸 하는 거죠. 다들 몸이 두 세 개면 좋겠다 생각하듯 저도 그런 거고...

에이바 2015-06-09 17:44   좋아요 0 | URL
재능이 많으시니까요. 저 진짜 그림 그리신 거 보고 놀랐어요. 포스팅 중에 소녀랑 고양이 그림 뒤에 말도 그리신거 맞지요? 멋집니다.

AgalmA 2015-06-09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말도 제 그림맞아요^^
그림포기하고 많이 굳어져서 지금 그림들 그렇게 맘에 들진 않아요. 글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머릿속 생각과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격차...예전에 그릴 때는 그게 더 가까웠는데...
어쩝니까. 출발점은 다시 지금이니...ㅎ
악기를 늦게라도 배워야지 한 게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봤을 땐데 벌써 10년이 지났어요. 나 노력하고 있는 거 맞나 싶기도 하고...
브뤼셀 악기박물관 오, 재밌겠다. 마그리트도 바로 옆이라니 정말 좋은데요!! 기억해둘께요^^!

에이바 2015-06-09 18:10   좋아요 1 | URL
1일1화 하시면 손도 좀 풀리고 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맘에 들게 되지 않을까요. 전 지금도 맘에 드는데 점점 실력이 돌아오면 더 멋진 작품 나올 거예요. 예전에 그리셨던 실력이 어디 갔겠어요. 지금은 숨어있지요. 글 쓸 때 일어나는 격차, 많이 공감해요. 예전엔 풍부한 단어로 적확한 표현을 할 수 있었는데ㅠㅠ 부지런히 연마할 수 밖에요. 브뤼셀 가시면 아갈마님 좋아하시는 핫초코(맞죠? 아닌가?)랑 감자튀김 홍합요리 잊지마시고요. 언젠가 꼭이요.

네오 2015-06-1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조이스의 《체임버 뮤직》이라는 작품이 번역본이 있었나요? 제가 읽어보지를 않아서,,그런데 비포선라이즈,,저 장면 둘이 눈으로 사진 샷하는 거잖아요,,ㅋㅋㅋ

에이바 2015-06-11 14:25   좋아요 0 | URL
얼마 전에 아티초크 시집으로 나왔어요! 맞아요. 눈으로 사진 찍고 키스하는 장면에서 하프시코드 소리가 배경음으로~ 오랜만에 보니 두 사람 참 젊고 풋풋해요.
 

 

 

내가 아티초크를 알게 된 것은 번역가 공진호 씨 덕분이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소리와 분노》를 읽고, 번역가의 노력- 수고로움을 느꼈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도 찾아본 것이다. 알라딘에서 포크너의 작품을 검색해 보면 그가 남긴 블로그가 있다. 그걸 타고 가보니, 아티초크 출판이 나오더라.


안나 드 노아이유의 《사랑 사랑 뱅뱅》이 출간되던 시기였는데, 영화 《Les amours imaginaires》가 떠오르는 제목이었다. 칸에서 대놓고 밀어주는 돌란... 개봉했을 때 친구가 이거 대박이라고, 꼭 보래서 봤던 기억이 난다. 왜 이 영화가 생각났냐면 아주 인상깊은 장면에 깔린 노래가 〈Bang Bang〉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아티초크 출판사 홈페이지를 보니 여기에 대한 글(아티초크 저널)이 있더구만...


 

 

아티초크 저널, 〈뱅뱅〉 http://artichokehouse.com/sub3_2.html?cate=6&pid=228

 

언제나 그랬듯이 내 지갑 사정은 관대하지 않아 돌아온 선택의 시간. 내 첫 아티초크 시선은 아틸라 요제프의 《일곱번째 사람》이 되었다. 아틸라, 라는 이름과 달리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천재 시인... 고흐의 그림과 심보선 시인의 서문은 행복한 덤이다.

 

아티초크의 책은 크기와 표지, 각각 세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레귤러 판으로만 모았지만 포켓이랑 라지 크기도 있다. 책은 손에 착 감기고 가볍다. 그리고 냄새도 좋다. 좀 변태스러울지도 모르겠는데... 가끔 책장을 휘리릭 넘기면서 냄새도 맡는다. 그리고 상상한다. 포와 요제프, 보들레르와 같은 작가가 글을 쓴다. 그들이 쓴 작품은 세월을 넘어 고유의 향기를 간직한다. 이 잉크와 종이, 활자는 그 향기를 품고 있고 지금 들숨을 통해 내 가슴에 고이노라고...


지난 5월 12일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체임버 뮤직》이 출간되어, 읽는 중이다. 소설과는 달리 시는 읽는데 오래 걸린다. 몇 편 읽고나면 기력이 소진된다고 해야 하나, 항상 숨이 찬다. 시에는 시인의 영혼을 조각조각 뿌려 넣었기 때문일지도. 조이스 시집에는 원문이 함께 실려 혀 끝에 노는 운율감을 느낄 수 있다.

 

브레히트 시집 나왔을 때 고민하다가 다른 걸 샀는데 기억이 안 난다. 여튼 노아이유와 브레히트 시집은 다음 충전일을 노리고 있다. 올해 말 출간 예정인 휘트먼 시집도 기대 중. 제목이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니요. 내가 무슨 힘이 있나... 열린책들에서 나온 《풀잎》과도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은 대산문학총서 버전이 더 좋다고 느꼈다. 더 난해하지만- 이건 번역 취향 문제니... 공진호 씨의 번역은 보다 쉽게 읽힌다. 휴대성과 멋진 표지에서 오는 만족감도 제할 순 없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티초크 버전도 눈여겨 보시길 권한다.

 

포의 시집 같은 경우도 《가지 않은 길》(창비)에 실린 세 편- 갈까마귀/바닷속 도시/애너벨 리와 비교해 읽어보니 더 좋았다. 다른 번역이 주는 색다른 느낌.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바로는- 딜런 토머스와 폴 발레리, 그리고 우리 한국 시인들의 시선이 예정되어 있다.

 

아티초크의 책은 출판사 스토어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4대 인터넷 서점에도 진출했다. 접근성이 좋아진만큼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빈티지 시선을 비롯한 작품들이 계속해서 출간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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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5-20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티초크 아트웍이 최고라고 느껴집니다>_<)! 표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에이바 2015-05-20 21:01   좋아요 0 | URL
양질의 컨텐츠와 껍데기의 조화! 표지도 예쁘지만 삽화와 같이 실린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선정하는 작가들도 특이한 느낌이 들고, 브레히트나 조이스는 시인이란 느낌은 덜하잖아요. 종이 질을 자꾸 얘기하는 것 같긴한데요. 무게도 가볍고 무슨 코팅처리 돼서 눈도 안 시리고 그런 고급제지라네요. 출판사 철학이 맘에 들어서 계속 구매하는 중이에요. ㅎㅎ
 

안녕하세요. 20대 흔녀입니다.

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현명한 조언을 부탁드려요...

 

저는 부모님이 안 계셔서 어릴 때 외삼촌 댁에서 컸고요, 10살쯤 기숙학교로 보내졌어요. 졸업 후에 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입주가정교사로 일하고 있어요. 친척들이랑은 그 이후로 연락 안하고요. 그냥 저 혼자예요..

 

처음 이 집에 왔을 땐 아이랑 고용인들 밖에 없었고요, 집주인은 출장 중이라 몇 달 만에 봤어요. 알고 보니 학부모가 아니라 후견인이더라고요. 어느 날 집 앞에서 어떤 남자가 자동차 사고가 좀 크게 났는데요. 도와주겠다 하니까 여자한테 도움 받을 수 없다고 우겨요. 그래도 경찰이랑 119에 신고하고 병원으로 가는 거 확인했어요. 며칠 후에 외출했다가 집에 왔더니 그 아저씨가 있어서 좀 놀랐는데요 집주인이자 제 고용주래요.

 

솔직히 첫인상은 별로였어요. 자주 식사하며 얘기 나누다 보니 유머감각도 있고... 깬 사람이더라고요. 자기 딸도 아닌데 입주가정교사까지 불러다 공부까지 시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도 무례할 때가 많고 좀 괴팍해요. 월급 주는 사람인데 참아야지 어쩌겠어요. 여기서 오래 일하신 분들 말이, 상처가 많아서 그렇대요. 여행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경험이 많아서 대화는 재밌어요. 호감도 생기고... 저나 그 사람이나 대화상대가 마땅치 않다보니, 많이 가까워졌어요.

 

하루는 고용주 친구분들이 놀러 왔는데요. 다들 외제차에, 옷 입은 거 하며 부내가 장난 아닌 거예요. 알고 보니 인근에 영지도 있는 유명 귀족 후손들이래요. 그 중에 제 또래인 아가씨가 있었는데 정말 예뻤어요. 결핍이란 걸 모르고 자랐을 것 같은, 완전한 느낌 있죠. 전 고용인이지만 별채가 아니라 본채에 묵고 있었는데요. 최대한 같이 있는 걸 피해보려고 했는데 자꾸 내려오라고 하고… 다들 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거예요. 학교부터 시작해서 집안이다 뭐다, 아무래도 젊은 여자다 보니 그랬는지… 근데 그런 거 아시죠, 친절하지만 친절하지 않은 거… 목소리 낮춰서 얘기해도 제가 들을 수 있는 크기로 흉보더라고요. 좋은 가정에서 자랐다면 이런 곳에서 여자 혼자 있지 않을 거라고… 고용주를 흘깃 봤더니 못 들은 체, 못 본 체 해요. 비참하더라고요. 그 아가씨랑 비교되는 것 같고... 알고 보니 두 사람이 곧 약혼할 사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나서 고용주가 며칠 부재중이었는데요. 지나가던 무당이 집에 우환이 있다면서 점을 봐주겠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심심하다고 집에 들이더라고요. 전 그런 거 안 믿어서 거실 한 켠에서 책 읽고 있는데 점 보고 나오는 족족 사람들 얼굴이 새파래요. 구린 게 많은가 보다 싶었죠. 끝났나 싶었는데 한 사람 안 왔다고, 저를 지목하는 거예요. 들어갔더니 자꾸 제 맘을 캐내려 하는데 떨떠름하면서도 털어놔야 하나 싶고…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사람이 고용주라는 걸 알았어요. 황당했죠... 그 사람은 장난이라고 했지만...

 

그러다 외숙모 병환이 깊어져서 저를 보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떠날 채비를 하는데 고용주가 찾아와서 언제 올거냐며, 꼭 돌아오라고 붙잡더라고요. 눈빛이며 말투가 절절해요. 마치… 저를 사랑하는 것처럼요. 저도 제 맘을 몰랐는데 그 동안 맘 아프고 한게 그 사람을 좋아해서였던 것 같아요. 어쨌든 많이 떨리고 또 기뻤어요. 외숙모 댁에 갔는데 제가 커서 그런지 예전만큼 무섭지도 않고, 노인에 대한 측은함도 생기고요. 사촌들도 오랜만에 보고 제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을 들여다봤어요. 그립더라고요. 내 집이라 할 수 있는 곳, 그 사람... 돌아와 청혼 받았어요. 드레스 고르고, 신행 계획 세우고 진짜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고… 전 키도 작고 못생기고 가진 거라곤 제 몸뚱아리 하난데... 나이 차이는 나지만, 날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잖아요. 꿈 같은 나날이었죠. 둘이서, 제가 못 가본 나라들에 함께 가기로 약속하고 결혼식날이 됐어요…

 

그날따라 예비신랑이 엄청 서두르더라고요. 결혼서약만 하고 바로 떠날 수 있게 해놓고요. 엄청 정신없는 날이었어요. 서약을 하고, 반대하는 사람 있냐고 묻는데 어떤 남자가 무효라고 소리지르면서 식장에 들어왔어요… 제 신랑이 유부남이라는 거예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신랑이 제 손을 꽉 쥐는게 느껴져서 일단 정신을 차리고 옷을 갈아 입었어요. 털어놓더라고요. 전 부인은 정신병을 앓은 지 십 년도 훨씬 넘었다고… 자기야말로 사기 결혼의 피해자라고요. 말은 바로 해야죠. 전 부인이 아니라 그 사람 진짜 와이프잖아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에 뛰어들어 문을 잠갔어요. 그 사람 따라와서 간청하더라고요. 다 설명할 수 있다고… 나중엔 저한테 그래요. 평생 남매처럼 살면 안 되겠냐고. 제발 자기를 떠나지 말라고, 죽을 것 같다고… 미칠 것 같아요… 그 말에 솔깃하다가도 그 사람이 너무 밉고 원망스러워요. 가슴을 쥐어뜯어도 결론이 나지 않아요… 내 사랑이 잘못된 걸 아는데, 멈추질 못하겠어요…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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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5-1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구덩이를 잡으면 타들어갑니다.놔야죠.

프레이야 2015-05-17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이끄는대로^^

단발머리 2015-05-17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그 남자를 떠나시구여~ 곧 다시 만나게 될테니 그 때 잘해보세용*^^

에곤 실례 2015-05-1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제인에어 아닌가요?

에이바 2015-05-18 23:08   좋아요 0 | URL
네 제인 에어 맞습니다^^

cyrus 2015-05-17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문장만 보고 낚일 뻔 했어요... ㅋㅋㅋㅋ

아기오소리 2015-05-17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제인에어의 현대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