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티초크를 알게 된 것은 번역가 공진호 씨 덕분이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소리와 분노》를 읽고, 번역가의 노력- 수고로움을 느꼈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도 찾아본 것이다. 알라딘에서 포크너의 작품을 검색해 보면 그가 남긴 블로그가 있다. 그걸 타고 가보니, 아티초크 출판이 나오더라.


안나 드 노아이유의 《사랑 사랑 뱅뱅》이 출간되던 시기였는데, 영화 《Les amours imaginaires》가 떠오르는 제목이었다. 칸에서 대놓고 밀어주는 돌란... 개봉했을 때 친구가 이거 대박이라고, 꼭 보래서 봤던 기억이 난다. 왜 이 영화가 생각났냐면 아주 인상깊은 장면에 깔린 노래가 〈Bang Bang〉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아티초크 출판사 홈페이지를 보니 여기에 대한 글(아티초크 저널)이 있더구만...


 

 

아티초크 저널, 〈뱅뱅〉 http://artichokehouse.com/sub3_2.html?cate=6&pid=228

 

언제나 그랬듯이 내 지갑 사정은 관대하지 않아 돌아온 선택의 시간. 내 첫 아티초크 시선은 아틸라 요제프의 《일곱번째 사람》이 되었다. 아틸라, 라는 이름과 달리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천재 시인... 고흐의 그림과 심보선 시인의 서문은 행복한 덤이다.

 

아티초크의 책은 크기와 표지, 각각 세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레귤러 판으로만 모았지만 포켓이랑 라지 크기도 있다. 책은 손에 착 감기고 가볍다. 그리고 냄새도 좋다. 좀 변태스러울지도 모르겠는데... 가끔 책장을 휘리릭 넘기면서 냄새도 맡는다. 그리고 상상한다. 포와 요제프, 보들레르와 같은 작가가 글을 쓴다. 그들이 쓴 작품은 세월을 넘어 고유의 향기를 간직한다. 이 잉크와 종이, 활자는 그 향기를 품고 있고 지금 들숨을 통해 내 가슴에 고이노라고...


지난 5월 12일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체임버 뮤직》이 출간되어, 읽는 중이다. 소설과는 달리 시는 읽는데 오래 걸린다. 몇 편 읽고나면 기력이 소진된다고 해야 하나, 항상 숨이 찬다. 시에는 시인의 영혼을 조각조각 뿌려 넣었기 때문일지도. 조이스 시집에는 원문이 함께 실려 혀 끝에 노는 운율감을 느낄 수 있다.

 

브레히트 시집 나왔을 때 고민하다가 다른 걸 샀는데 기억이 안 난다. 여튼 노아이유와 브레히트 시집은 다음 충전일을 노리고 있다. 올해 말 출간 예정인 휘트먼 시집도 기대 중. 제목이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니요. 내가 무슨 힘이 있나... 열린책들에서 나온 《풀잎》과도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은 대산문학총서 버전이 더 좋다고 느꼈다. 더 난해하지만- 이건 번역 취향 문제니... 공진호 씨의 번역은 보다 쉽게 읽힌다. 휴대성과 멋진 표지에서 오는 만족감도 제할 순 없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티초크 버전도 눈여겨 보시길 권한다.

 

포의 시집 같은 경우도 《가지 않은 길》(창비)에 실린 세 편- 갈까마귀/바닷속 도시/애너벨 리와 비교해 읽어보니 더 좋았다. 다른 번역이 주는 색다른 느낌.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바로는- 딜런 토머스와 폴 발레리, 그리고 우리 한국 시인들의 시선이 예정되어 있다.

 

아티초크의 책은 출판사 스토어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4대 인터넷 서점에도 진출했다. 접근성이 좋아진만큼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빈티지 시선을 비롯한 작품들이 계속해서 출간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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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5-20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티초크 아트웍이 최고라고 느껴집니다>_<)! 표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에이바 2015-05-20 21:01   좋아요 0 | URL
양질의 컨텐츠와 껍데기의 조화! 표지도 예쁘지만 삽화와 같이 실린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선정하는 작가들도 특이한 느낌이 들고, 브레히트나 조이스는 시인이란 느낌은 덜하잖아요. 종이 질을 자꾸 얘기하는 것 같긴한데요. 무게도 가볍고 무슨 코팅처리 돼서 눈도 안 시리고 그런 고급제지라네요. 출판사 철학이 맘에 들어서 계속 구매하는 중이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