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김혼비 지음 / (주)안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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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순간들에 감사하며

힘들 때 고단할 때, 지칠 때, 내가 싫을 때. 사실 이 중에서 제일 곤란할 때가 내가 실고 미울 때다. 타인이 미울 땐 안 만나면 그만이지만 내가 미울 땐 거울 속의 날 보며 욕하는 거 말곤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다정한 그 순간, 다정했던 그 기억이 아닐까. (나에게 다정했던, 내가 다정했던 그 순간을 추억하면 내가 조금은 덜 미워보이지 않을까. )
나 혹은 너, 또는 서로에게 다정했던 기억들.
작가는 그러한 다정한 순간들, 그 소중한 기억들로 계속 나아간다고 말한다.
비행승무원 초년 시절, 올림머리와 화장엔 젬병인 작가를 위해 새벽에 달려와 준 친구들의 헤어스프레이아 드라이어 소리.
너도 내 나이가 되면 할 수 있다며 철봉에 매달려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 50대의 축구부 언니들.
그런 연대와 다정함 덕분에, 오히려 위선이 나을 듯한 무례하고 잔인한 솔직함과 부당함, 선을 넘는 행동들에 대항하고, 그러다 깨지기도 하며, 또 이겨내기도 하면서 천천히 나아갈 수 있다고, 자신의 삶을 걸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제사 등 가부장제에 대해서는 유쾌함과 공감가는 의문을 던진다.
“옥이야 금이야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고생해서 잘 키워낸 손녀를 명절마다 데려다 부려먹는 남자네 집안에 벌을 내리는 조상신 이야기는 왜 없는 걸까? 이야말로 한 집안을 쓸어내리고 싶을 만한 일일 텐데. 남자네 집 제사 지내느라 내 제사에는 몇 년째 오지 않는 증손녀 부부에게 분노해서 그 집안에 저주를 내리는 조상신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나? 무엇보다 후손에게 복과 재앙을 골라서 내릴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녔으면서 밥 한 끼를 알아서 먹지 못해 배고프다고 꿈에까지 찾아오다니 정말 독특한 영혼이 아닐 수 없다.”
이 외에도 별 생각없는 차별의 언어와 행동들이 누군가에겐 별 생각있게 각인되어 아픔을 줌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텔리젠시아 커피를 한 잔 내리고, 약사여래 기도등이나 행성램프를 켠 뒤, 가마솥에서 튀겨낸 감자칩을 먹고 싶어 진다. 그 감자칩을 판다는 곳에 올 겨울엔 손모아 장갑을 끼고 여행을 가 보는 것도 어떨까 싶기도 하고.

사람은 혼자 살지 못한다. 엄청난 집순이에게도 와이파이 연결해 줄 분 한 분 정도는 필요하다. 그런 삶 속에서 진중하고 속 깊은 이들은 오히려 오해받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또 인연의 끈은 있는지, 두루두루 닮은 이들끼리 모여 그렇게 살아간다. 나를 모르는 이, 혹은 나를 안다면서 더 잔인해지는 이들에게 기껏 할 수 있는 게 뒤돌아서서 궁시렁거리며 욕하는 소심한 이들이지만, 그래도 가슴엔 누구보다 따뜻했고 다정한 순간들을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다정한 순간이고자 노력하며.
그런 이들에게 보내는 다정한 순간과 그 순간에 대한 소감, 만나면 유쾌하고 즐거운 친구, 뒤돌아서서 내 욕 안 할 것 같은 친구같은 김혼비 작가님의 책을 읽는 순간도, 내겐 다정한 추억이다.

의식적인 노력을 다한다 하더하도 글은 모든 상황과 입장을 전부 담지는 못한다. 어느 한곳에서는 반드시 누수가 일어나 어떤 존재들은 빠져나가고 배제되고 소외되기 마련이다. 그 안에서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표현‘
을 계속 고민하고 다듬는 일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D들이 삐쭉댈 만한 말을 최대한 쓰지 않는 것. 누군가 내글을 읽다가 외로워지는 일을 최대한 줄이는 것. D가 슬프면 나도 무척 슬플 것이다. D가 아프면 나도 무척 아플것이다. 그것에 비하면 써왔던 말들을 버리고 벼리는 건아무것도 아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순간의기분으로 문 너머 외로운 누군가에게 다가가려다가도,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결국에는 가장 차가웠던 그때의내가 떠올라 발을 멈춘다. 끝까지 내밀 손이 아닐 것 같으면 이내 거둔다. 항상성이 없는 섣부른 호의가 만들어내는 깨지기 쉬운 것들이 두렵다. 그래서 늘 머뭇댄다.
‘그럼에도 발을 디뎌야 할 때와 ‘역시’ 디디지 말아야 할때 사이에서. 이 사이 어딘가에서 잘못 디딘 발자국들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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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27 18: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다정 하게 1등.🖐 @^^@

mini74 2021-10-27 18:04   좋아요 6 | URL
다정하게~ 고맙습니다 ㅎㅎ 스콧님 👍

scott 2021-10-27 21:26   좋아요 3 | URL
플친님들의 이리 다정한 댓글에
( ◜◡‾)◜◡‾)◜◡‾)◜◡‾)◜◡‾)₎⁾⁾
훈훈함이 가득!

가마솥에서 튀겨낸 감자!
강원도에서 먹어 봤습니다! 🖐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고소味가 가득 ^ㅅ^

붕붕툐툐 2021-10-27 18:0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다정하게 2등!✋😍
김혼비님 새작품 궁금해요!!

mini74 2021-10-27 18:11   좋아요 5 | URL
툐툐님~ 김혼비작가님의 유쾌함도 있고 김동도 있고 ~~ 툐툐님 즐겁고 따뜻한 저녁 보내세요 *^^*

새파랑 2021-10-27 18: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김혼비 작가님은 미니님의 다정한 친구이다 추억이네요. 미니님이 미니님 자신이 미울때는 1년에 하루? 정도만 있으실거 같아요 ㅋ 다정한 미니님 입니다~!!

mini74 2021-10-27 19:16   좋아요 5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앗 저 마릴린먼로 관련 책 읽고 있는데 마릴린먼로가 도선생님 책들을 그렇게 좋아했다네요 톨스토이랑 ㅎㅎ 그 부분 읽고 새파랑님 떠올랐어요. 다정한 댓글 고맙습니다 ~

미미 2021-10-27 18:5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니 우리 다정다감 미니님을 누가 감히!! 네? 미니님이요? 아앗! 그러지마세욧🤦‍♀️🙆‍♀️ㅎㅎ

mini74 2021-10-27 19:17   좋아요 4 | URL
ㅎㅎ 기분 좋아지는 댓글 고맙습니다 미미님 저도 혹 미미님 ❤️

페넬로페 2021-10-27 18: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정하게 4등~~

페넬로페 2021-10-27 18:57   좋아요 6 | URL
여기 알라딘 서재가 제일 다정한 곳 같은데요^^
다정해진다는건 그래도 많은 노력과 인내가 요구 되는 것인데 그래도 그게 기쁨을 주더라고요^^

mini74 2021-10-27 19:18   좋아요 5 | URL
저도 동감입니다. 알라딘 서재 다정한 분들덕에 다정한 공간 ~~ 이지요. ㅎㅎ 페넬로페님도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

서니데이 2021-10-27 19: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지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나 감정이 필요한 시기 같아요.
없으면 더 생각나는 그런 것들처럼요.
잘읽었습니다.
mini74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mini74 2021-10-27 19:34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 정말 그런거 같아요 ㅎㅎ 서니데이님도 저녁 맛있게 드세요 *^^*

수이 2021-10-27 19: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혼비 작가 글은 여기저기에서 다들 좋다고 그래서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 있다가 미니님 글 읽으니 오 궁금해지네요. 인용문장 읽으니 얼른 읽고 싶어졌어요.

mini74 2021-10-27 19:56   좋아요 3 | URL
쉽게 읽히는 글인데 담긴 내용은 깊은 ~ 그래서 저는 좋았어요 *^^*

오거서 2021-10-27 19: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말씀을 평소 귀담아 듣고 있는데 오늘은 숙연한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

mini74 2021-10-27 19:58   좋아요 3 | URL
오거서님 ! 그런 캐릭터 아니시잖아요 ㅎㅎ 명랑 유쾌 재치 발랄 오거서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ㅎㅎ 오거서님 따뜻한 댓글 고맙습니다 ~

오거서 2021-10-27 20:39   좋아요 5 | URL
저라고 뭐… 분위기 파악은 합니다!! 잘 못하지만… ^^;
미니님도 저와 비슷한 부캐인 줄 아는데 만날 그럴 수는 없을 테지요. 이번에도 스포 안 하시니까 깨묻지 못하겠고요, 아무쪼록 기운 내시기 바랍니다.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을 읽었는데 그때는 술 이야기라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 미니님이 추천하시니까 이 작가를 눈여겨 봐야겠어요. 미니님이 “이 작가야!” 하시는 것 같아서요. 이자카야 ㅎㅎㅎㅎㅎ

붕붕툐툐 2021-10-27 21:06   좋아요 3 | URL
악!! 이자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1-10-27 21:26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 고급 유머
메모, 메모,
◌⑅⃝*॰ॱ✍

오늘도 맑음 2021-10-28 14: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정말 훈훈합니다. 역시 참 좋으신 분들이어여~^^
내 친구가 좋다고, 그친구를 좋아해주는 친구를 좋아라 하시는 분들..... 처음엔 좀 신기했어요^^
저는 8년 정도를 집, 직장에만 갇혀 산 사람인지라~ 과거의 나에게 좀 지쳤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렇게 무한정 애정을 보내는 분들의 광합성을 지켜보고 받아보니...... 이젠 믿어집니다ㅎㅎㅎㅎ
제 최애 작가 요시다 슈이치 작품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 퍼즐도 맞추려면 공간 하나가 비어있어야 비로소 완성되어진다.
그 공간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네요^^
김혼비 작가님 글이 너무 멋집니다.
울 mini74님 처럼요~!!!

mini74 2021-10-28 22:49   좋아요 1 | URL
요시다 슈이치작가님 말 넘 좋아요 *^^* 맑음님 저도 맑음님과 함께 하는 이 공간 참 좋아요 *^^* 그리고 항상 과분한 댓글에 언제나 감사한 맘입니다 ~

서니데이 2021-10-28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낮에 따뜻한 날이었다고 해요. 그래도 해가 지면 갑자기 차가워지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mini74님 좋은 밤 되세요.^^

mini74 2021-10-28 22:5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몸은 괜찮으신가요 ~~ 저는 이불 돌돌말고 홍시 막고 있어요 ㅎㅎ 서니데이님도 좋은 저녁 보내세요 *^^*
 
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김혼비 지음 / (주)안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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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을 모욕하는 행위 아닐까. ‘제사 지내면 복을 주고 안 지내면 벌을 준다‘니, 한국의 조상을 대체 어디까지 지질하고 졸렬하게 만들 셈이며, 대체 언제까지 ‘밥에 환장한 이미지로 소비할 것인가. 저승 세계 다른 나라 조상들 앞에서 한국 조상들의 체면은 뭐가 되는가.
특히 생전의 습관이 저승까지 따라와 후손들이 재채기만 해도 "bless you"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문화권조상들 옆에서 말이다. 때마다 저런 식으로 후손(특히 여자들)을 괴롭히며 제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한국 조상 이미지는 이미 최악일 텐데(실제로 한국의 제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들은 외국인은 문화권을 가릴 것 없이 대부분 경악한다).
우리는 이러한 조상 비하와 조상 혐오를 멈춰야 한다. 그동안 제사를 지냄으로써 도리어 조상에게 자존심 손상과 명예훼손의 피해를 입혔다면, 이제라도 제사를 지내지 않음으로써 조상에게 깊은 신뢰를 표현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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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맑음 2021-10-25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등이어요~^^
요즘은 회사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바쁜것 같아요~ 저도 본문에 깊이 공감하는 바입니다~ mini74님 편안한 밤 되시어요~ 저는 내일 다시 찾아 뵐께요🥰😍😘

mini74 2021-10-25 23:01   좋아요 2 | URL
ㅎㅎ 고맙습니다 *^^*

scott 2021-10-26 00: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밥에 환장한 ㅎㅎㅎ

저희 아부지가
집안 제사의 관습을 끊어 버리셔서
명절날은 호텔에서
깰끔하게 먹고
자손들은 두둑히 용돈 챙겨서
각자 놀이 동산~유원지로
명절의 마무리를 ^ㅅ^

coolcat329 2021-10-26 06:37   좋아요 3 | URL
👍👍👍멋지세요!

mini74 2021-10-26 12:35   좋아요 2 | URL
바람직한 모습, 존경합니다 ㅎㅎ

coolcat329 2021-10-26 06: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왠지 속이 좀 후련해지는? 글입니다.ㅋ

mini74 2021-10-26 20:47   좋아요 0 | URL
그죠. 이것외에도 통쾌하고 유쾌한 글들이 많아서 좋아요 *^^*

라로 2021-10-26 1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김혼비의 책이 나왔군요!!!! 이것도 사야 해!!! 최근 제 지름신으로 등극하신 미니님,,나 어쩌라규우~~~.ㅠㅠ

mini74 2021-10-26 20:48   좋아요 0 | URL
쉬우면서 따뜻하고 재미난 책이라서 술술 읽혔어요 라로님 ㅎㅎ*^^*

페크pek0501 2021-10-29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으론 앞으로 제사가 없어질 가능성이 커요.
맞벌이 부부가 많은 젊은층에서는 이미 제사 따윈 안중에도 없는 이들이 많아요.

mini74 2021-10-29 16:4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제가 아마 마지막 세대이지 않을까싶어요 ㅎㅎ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생각나는 게 음. 주로 먹는 것이 떠오르네요 ㅎㅎ어묵국물처럼 마음 속까지 뜨끈하게 만들어주는 책, 붕어빵처럼 달달한 따끈함을 주는 다정한 책들을 소개합니다 *^^*


김혼비의 다정소감, 황정은의 일기, 김초엽의 방금 떠나온 세계,
이진민의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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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25 23: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mini74 2021-10-25 23:07   좋아요 5 | URL
고맙습니다 스콧님 *^^*

scott 2021-10-26 00:48   좋아요 4 | URL
뒤에 으리으리한 성
레고?
반지의 제왕?
아님,
무민이들의 집 ??

미니님
레고 성 구경도 시켜주삼 333

mini74 2021-10-26 00:47   좋아요 5 | URL
레고의 유령성이에요 ~~핼러윈이라고 옆에 놔둬봤습니다 ㅎㅎ

오늘도 맑음 2021-10-25 23:0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황정은 작가님의 책을 시작 하려고 합니다만, 혹 소설을 먼저 볼까요? 아님 에세이를 먼저 보는게 좋을까요? mini74님께 조언을 구합니다^^

mini74 2021-10-25 23:09   좋아요 6 | URL
저는 소설부터 시작했지만, ~ 에세이 읽으시고 소설 읽으시면 작가님 책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scott 2021-10-25 23:11   좋아요 6 | URL
미니님 조언 .🖐 동감합니다 ^^

페넬로페 2021-10-26 00:25   좋아요 5 | URL
제 생각은~~
소설가는 그가 쓴 소설로 먼저 만나는게 좋을듯 해요~~
황정은의 일기에서도 자신이 어렵게 말한 부분으로 독자들이 오해하면 어쩌나라는 우려를 하고 있어요^^

mini74 2021-10-26 00:35   좋아요 6 | URL
페넬로페님 말씀도 맞는거 같아요. 선택은 결국 맑음님의 몫으로 ㅎㅎ *^^* 아마 저는 소설을 읽은 입장에서 에세이 읽으며 소설을 떠올리고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기분? 그렇지만 또 작가님은 에세이 속 자신의 모습들이 선입견으로 빌현될까 조심스럽기도 하실거구요 ~ 사실은 저는 소설도 좋았지만 에세이가 더 좋았거든요. 그래서 은연중에 에세이를 더 ㅎㅎㅎ

페넬로페 2021-10-26 00:2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다정하게 좋은 책 소개 해주셔서 감사해요^^

mini74 2021-10-26 00:45   좋아요 6 | URL
따뜻한 댓글 고맙습니다 페넬로페님 ㅎㅎ 안녕히 주무세요 *^^*

새파랑 2021-10-26 07: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번 컨셉은 다정한 티비군요 ^^ 역시 다정한 미니님~!!

scott 2021-10-26 12:11   좋아요 5 | URL
핼로윈 특집!
깜찍한 미니어쳐 성에
시선이 화악!!

막시무스 2021-10-26 13: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진민 작가님의 책은 읽었는데 에세이 철학이 너무나 좋았습니다!ㅎ 즐건 하루되십시요!

mini74 2021-10-26 20:38   좋아요 1 | URL
지금 이 책도 참 좋다~ 하면서 읽고있어요. 철학에세이도 읽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

막시무스 2021-10-26 22:18   좋아요 1 | URL
제가 말씀드린 에세이 철학이 이 책입니다!ㅎ 그림에 관한 철학에세이라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겠네요!ㅎ

mini74 2021-10-26 22:21   좋아요 1 | URL
아 <나는 철학허는 엄마입니다 >란 저자님 저번 책 말씀하시는 줄 알았어요 ~~*^^* 막시무스님 이 책 읽으셨군요
반가워요 ㅎㅎㅎ

stella.K 2021-10-26 16: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항상 차분하게 책 소개하시는 거 잘 알고 있는데
목과 긴 머리에서 왠지 미인이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뭐 확인할 길은 없지만 책 읽는 사람은 다 미남 미녀 아니겠습니까?ㅎㅎ
오늘도 잘 봤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따땃하군요^^

mini74 2021-10-26 20:39   좋아요 1 | URL
ㅠㅠ ㅎㅎ 책 읽는 사람은 모두 미남 미녀라고 일단 우겨볼까요 ㅎㅎ제가 양심에 찔려서 ㅎㅎ 고맙습니다 *^^*

라로 2021-10-26 2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머리가 기신 줄 몰랐어요. 저는 왜 단발을 상상했을까요??ㅎㅎ 암튼 저도 머리 기르고 있는데요, 생전 처음으로, 미니님보다 짧지만 아주 비슷합니다요. 저는 머리숱이 없어서 거의 기른적이 없는데 요즘 묶고 다니는 재미에 빠졌어요.^^;; 건 그렇고 왜 이렇게 날씬하시고,, 이쁘실까? 더구나 요즘 책 소개하시는 거 점점 더 잘하시는 것 같아요. 근데 댁에 알라딘 사은품이 엄청 많을 것 같아요.^^;;;

mini74 2021-10-26 20:42   좋아요 0 | URL
추워서 목도리대신 풀고 있었습니다 ㅎㅎ 저도 숱이 점점 ㅠㅠㅠ 좋은 말씀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사은품 엄청 많아요 ㅎㅎ컵들도 다 ㅠㅠ 라로님 시험소식 방금 보고왔어요. 축하드려요.ㅎㅎ*^^*

페크pek0501 2021-10-29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정은의 일기, 궁금합니다. 세일즈 포인트가 높던데요, 읽으신 분의 말씀을 듣고 싶어용^^

mini74 2021-10-29 16:44   좋아요 0 | URL
저는 좋아하는 작가라 에세이도 좋았어요. 그냥 조근조근 별일 아닌듯 일상을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엔 좀 슬퍼지기도 하고. 작가분 소설 좋아하시면 에세이도 좋아하실듯 합니다.

그레이스 2021-10-30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어묵국물 먹어야겠어요
 
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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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애쓴다.

사람이 애쓰는 일이다. 이 말이자꾸 맴돈다. 기계들이 움직이고 거대한 쇠조각들이 날고 달리지만 그 뒤엔 언제나 사람이 애쓴다. 결국 그렇다. 사람이 애쓰고 사람이 살아가는 일.

말과 글에는 주술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린 힘들다는 이에게 어깨를 토닥이고 뭐라도 한 마디 보태주고 싶다. 휘청거리는 이의 뒤에서 내 말들이 내 몸짓이 조금이나마 지지대가 되어주길 바라며.
힘들다는 이에게 털어놓으라고도 말한다. 들어줌으로서 같이 분노하고 같이 울기도 하면서, 그러다 대범한 척 애써 위로도 하면서 그렇게 감정을 나누려 애쓴다. 사람들을 통해서라도 그 아픔이 흘러 흘러 희석되길 바라며.
황정은 작가님의 글들도 그렇게 흘러가길 바란다. 흘러 흘러 누군가의 마음을 식히고 데우며 자신 또한 그렇게 흘려보내길.

(김혼비의 책을 읽으면 항상 웃게 된다 . 가끔 진한 감동에 눈물 찔끔하기도 하지만. ~ 지금 다정소감을 같이 읽고 있어서인지 비교가 ㅠㅠ)
황정은 작가님의 책은 항상 여러 번 울게 된다. 특이하게 슬픈 장면이 아닌 곳에서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진다. 작가님을 잘 모르지만, 그냥 소설에든 어디든 결핍과 상처가 담담하게 정렬된 그녀의 문단들을 읽다보면, 주인공의 내면 속 우울과 슬픔이 잔잔하게 행간들을 적신다. 하루키의 마른 우물이 , 그 깊이와 적막함이 작가님의 글에서 느껴지다가, 반짝이는 삶은 아니지만 모나지도 상처주지도 않으려 조심스레 앞으로 나가는 마음이 보인다.
작가님의 글엔 마른 우물도 있지만, 그 우물을 비추는 말간 달도 있다.

에세이에서 볼품은 없지만 소중한 유년의 마음을 담은 눈사람을 만난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다짐을 읽는다. 그렇게 고립된 듯 작가님의 섬에서 누구보다 더 사람들의 상처와 공감하며 쓴 글. )

이 책을 읽고 나선
1.서보 머그더의 도어. 보관함에 담으려니 이미 있다 ㅎㅎ예전 북플님들이 추천 많이 하신 책)
2.로런 엘킨의 도시를 걷는 여자들
3.크리스티앙 보뱅의 작은 파티 드레스
4. 데버라 라비와 록산 게이의 책들을 주섬주섬 담고 있다

수십년 동안 사촌과의 일을 내가 지은 죄처럼 떠안고있으면서도 나는 그 일이 아이들의 호기심 때문에 벌어질수 있는 일,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사이라서 있을 수 있는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렇게 말하는 어른들이 있고 그렇게 말하는 소설들이 있고 그렇게 말하는 영화들이 있다. 그말들이 ‘어린 시절의 ‘호기심‘이라고 일컫는 욕망들이 실은쌍방의 욕망이라기보다는 일방의 욕망이며 호기심이라는것을 나는 최근에야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남자아이들이 주도하는 모험에서 여자아이들은 만져지고 꿰뚫린다.
남자아이들이 호기심을 충족하기로 마음먹고 모험을 행할때, 가장 가까이 있는 여자아이가 대상이 된다. 남자아이들은 ‘어린아이다운‘ 호기심을 충족하고 ‘모험‘을 완성하지만여자아이들은 남에게 말하지 못할 수치로 그 일을 기억에남긴다. 일곱살에 겪은 일을 마흔이 넘어서도 잊지 못한다.

나의 부모는 네가 이 개똥밭 출신이라는 걸 잊지말라고 내게 경고한 적이 있다. 나는 출신이라는 걸 생각한적이 없고 어디든 개똥밭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는데 그들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니, 자기 삶을 그런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니, 놀랍고 상심했지만 이제 그런 말은 예전만큼 나를 흔들지 못한다. 괜찮지는 않고 여전히 흔들리지만진폭이랄지 파형이랄지 그런 것을 어느 정도는 내가 조절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는 가장 가까운이들의 나쁜 말과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을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를 향해 당신을 손상시키면서까지 자기가 살고자 하는 이를 거절하고, 멀어지라고, 어떤 형태로든 그를 돌볼 수는 있겠지만 그의 비참을 자기삶으로 떠안지 말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 대신 가물치를 물에 돌려두었다고 썼다. 해당화를 심고 작약을 두고 보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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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10-23 15:49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참 좋습니다. 사람이 애쓴다는 문장이 참 깊이와 닿아요! 그리고, 황정은작가님 글이 말간 달이 비추는 마른 우물이라는 표현이 정말 맞는것 같네요!ㅎ 이렇게 또 낚여서 구매로 갈 것 같네요!ㅠ 즐건 주말되십시요!ㅎ

mini74 2021-10-23 15:54   좋아요 8 | URL
ㅎㅎ 작가님이 서문에 사람이 애쓴다는 문장을 쓰셨는데 그 문장이 책을 덮고도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막시무스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전 오늘저녁 콩불해서 맥주를 ㅎㅎ~~

공쟝쟝 2021-10-25 14:41   좋아요 1 | URL
저도 눈에 머물렀던 문장이예요. 한때 애쓴다 애쓰자 라는 말을 정말 열심히 사용했었는데... ‘애‘라는 말의 어원이 창자, 내장이래요. 위장을 쥐어짜는 힘겨운 마음들... 지금은 애쓰거나 애닳거나 애끓는 마음을 식히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오랜만에 울먹울먹하며 잘 모르는 타인들의 애씀을 떠올려보는 그런 글들이었어요. 미니님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책으로 감응한것이 기쁩니다!

mini74 2021-10-25 14:43   좋아요 1 | URL
애쓴다에 또 이런 의미가 있군요. 왠지 더 먹먹해지네요 ㅠㅠ 저도 기뻐요 공쟝쟝님 *^^*

새파랑 2021-10-23 16: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황정은 작가님 책은 아직 안읽어 봤는데 어떤 작품일지 느낌(?)이 오네요 ㅋ 우울은 제 취향이긴 한데 😅 콩불 맥주 맛있게 드세요~!!

mini74 2021-10-23 16:02   좋아요 6 | URL
새파랑님도 즐거운 토욜밤 보내세요 ~~ 콩불 ㅠㅠ 맛보장은 힘듭니다 ~

scott 2021-10-23 16:0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우와! 소중한 유년의 마음을 담은 눈! 사람!
이런 시적인 표현이 ㅎㅎㅎ

말과 글에는 주술의 힘이 있습니다
미니님의 이 리뷰는 땡튜를 날리게 만드는 힘이 !ㅎㅎ

서보 머그더의 도어 강추 합니다
헝가리 작가들 작품 은근 매력 있고 명작들이 많습니다
데보라 리비 <살림의 비용>록산 게이 책들 강추 합니다 ^^

mini74 2021-10-23 16:07   좋아요 7 | URL
아 보관함이 ㅎㅎ 그럼에도 넘 좋아요. ~ 살림의 비용 ~넵! 고맙습니다 스콧님 ~ 스콧님도 아프지 마시고 즐겁고 통증없는 토요일 보내세요.

라로 2021-10-23 16:0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황정은 일기와 크리스티앙 보뱅의 작은 파티 드레스 담습니다. 기대기대!!!

mini74 2021-10-23 16:07   좋아요 5 | URL
작은 파티 드레스 주문 전 잠깐 봤는데 필사하고 싶더라고요 라로님 *^^*

미미 2021-10-23 16:4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리뷰 많이 올라오네요~♡ <연년세세> 읽다가 눈물콧물 범벅되었던 일 생각나요. 담백한 글이었는데 ˝어 왜이러지?˝했던. 황정은 파워!!ㅎㅎ

mini74 2021-10-23 16:55   좋아요 6 | URL
저도 연년세세 읽고 오열했던 ㅠㅠ 황정은 파워 ! 맞네요. ㅎㅎㅎ 미미님 즐거운 토요일 보내세요 ~~

오늘도 맑음 2021-10-23 17: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은 읽은 이에게 까지 이어져 좋은 글을 낳게 하지요~ 울 mini74님 글이야 언제나 명품이지만, 이 글은 특히 더 아름답습니다. 저는 황정은 작가님의 글은 접해 본적이 없지만, 다음 구매는 이 책으로 해야겠습니다.
이번 리뷰는 좋은 문장을 많이 낳으셔서 일일이 나열도 못하겠네요ㅎㅎㅎㅎ 정말 좋아요!! 혹 책을 출간하신 적 없으신가요?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아무쪼록 콩불 성공하셔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즐거운 주말 저녁 보내셔요^^

mini74 2021-10-23 18:34   좋아요 4 | URL
헉 너무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ㅠㅠ 그럴 깜냥이 절대 아닙니다 ㅎㅎ 황정은 작가님 연년세세도 좋았고 에세이도 좋았답니다 맑음님도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 콩불은 다시다의 힘으로 절반의 성공을 ㅎㅎㅎ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1-10-23 17:5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 책 읽고 있어요~~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했더니 구비되었다고 해서 찾으러 왔고 오랜만에 열람실에서 읽고 있어요~~
미니님의 눈물샘 자극이 어느 구절인지 저도 예상하며 읽어야겠어요^^

mini74 2021-10-23 18:37   좋아요 6 | URL
열람실에서의 독서*^^* 즐겁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희망도서 신청한 거 비싸다고 취소신청당했습니다 ㅎㅎㅎ

2021-10-23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3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10-23 22: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황정은 작가 책은 안 읽어본 거 같은데 눈물샘 자극이라니 울고 싶을 때 꼭 읽어봐야겠어요~^^

mini74 2021-10-23 23:08   좋아요 5 | URL
툐툐님 명랑소녀 ㅎㅎ 왠지 명상으로 눈물을 극복하실거 같은 *^^* 좋은 글들이 많았어요 *^^*

그레이스 2021-10-23 23: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른 우물도 있지만, 그 우물을 비추는 말간 달 🌕
어떤 느낌인지 한참 떠올려 보았습니다.
알것 같네요^^

mini74 2021-10-23 23:09   좋아요 4 | URL
막 반가운 *^^* 행복한 주말밤 보내세요 그레이스님 *^^*

얄라알라 2021-10-24 00: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믿어요. 그 주술의 힘^^

mini74 2021-10-24 00:56   좋아요 5 | URL
종교 하나 만들까요 ㅎㅎ *^^* 안녕히 주무세요 *^^*

페크pek0501 2021-10-25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표 다섯 개. 요즘 잘 팔리는 책인데 별표로 봐서 꽤 좋은 책인가 봅니다.

mini74 2021-10-25 14:00   좋아요 2 | URL
ㅎㅎ 워낙 개인적인 별표라서요. 그냥 시기상? 제게도 위로가 많이 된 작품입니다 *^^*
 

가짜 남편 만들기~ 이 남자가 네 남편이냐!

~ 1564년 백씨 부인의 생존전략~ 이란 부제가 붙은 역사소설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이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겼으며, 각자가 지지하거나 억울하다고 느껴지는 이에 대해 애정을 갖고 써져 있어, 판본이 조금 다양하다고 한다.
 

때는 명종시절, 대구의 수성부(수성구)에 거주하는 사족인 달성 유씨 집안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유예원집안의 장남인 유유는 백씨와 혼인하나, 삼년이 지나도 후사가 없는 등의 일로 아버지에게 혼이 난 후, 집을 나가버리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 후 유유는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떠돌았고, 유예원과 그의 아내는 그 사이 세상을 떠나게 되어, 둘째아들인 유연이 장남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유유와 전혀 닮지 않은 채응규란 자가 한양에 거주하면서, 자신이 유유라고 주장을 한다. 거기다 유연의 누이의 남편인 이제가 여기 유유라 주장하는 이가 있다며 알아보라고 수성부의 유연에게 서신을 보낸다. 그래서 유연은 오랜 세월 유유와 같이 했던 노비들을 확인차 보냈고, 노비들은 유유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채응규 또한 자신은 유유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유유의 아내 백씨와 서신을 주고받더니 자신이 유유라고 주장했다. 결국 유연은 형을 만나러 가고, 거기서 채응규를 대구로 데려오게 된다. 데려오는 과정에서 자신의 형이 아님을 직감하고, 채응규를 집이 아닌 대구부로 이감한다. 채응규는 자신이 유유라면서, 백씨와의 첫날밤 구체적 이야기를 풀어내며 증거로 주장한다. 그 와중에 병보석으로 풀려난 채응규는 도망을 가게 된다. 그러자 유유의 처 백씨와, 채응규의 첩 춘수가 유연을 살해혐의로 고발한다. 재산에 눈이 멀어 형을 죽였다는 것.
증거도 아무 것도 없다. 채응규는 가짜임을 나타내는 증거는 많았다. 그럼에도 형을 죽인 동생이란, 유교에서 가장 중죄인 강상죄에 대한 선비들의 분노와 혐오로 너무나 쉽게 유연은 서울 한성부로 옮겨져 능지처사를 당한다. (대부분 극심한 고문으로 자백을 하게된다.)
이 시기 엄격한 장자상속으로 인해 주로 차남들은 제대로 상속받기가 힘들었다. 흥부와 놀부는 사실 그 시대상을 사실적 묘사와 희망을 잘 표현한 작품인 것.
 

먼저
1. 채응규는 유유의 주변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소상하게 알고 있나?
채응규는 떠도는 유유와 잠시 같이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한다. 또한 유유의 첩인 비녀(비녀는 첩이지만 외부에 남편을 둘 수 있다.)와 결혼관계였기에, 유유의 신체적 특징등에 대해 소상히 알 수 있었다는 설이 있다.
그리고 유유의 아내 백씨가 서신을 통해 중요정보를 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첫날밤 사건 등은 그 당시 사족으로서는 입 밖에 내거나 일기로 남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발도 작고 여성스러웠던 유유와 달리 채응규는 남자답고 발도 컸으며 수염도 많고 덩치도 큰 편이었다.
 

2. 그러면서 왜 백씨부인은 가짜 유유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였을까를 추리한다.
일단 채응규가 도망가고, 가짜라는 것이 밝혀지면, 첫날밤의 일을 어찌 채응규가 아는가에 대해 추궁 받게 된다. 불륜은 죽음이다. 또한 이 당시 자식 없는 과부는 시동생 등에게 쫓겨나 비참한 최후를 맞곤 했다. 재산도 없고, 개가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과부개가금지법) 거기다 백씨부인은 남편이 행불되었을 뿐 과부도 아니다. 그녀의 처지는 바람 앞의 등불, 그러나 채응규가 진짜 유유이고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면, 그녀는 과부가 되며 양자를 들일 수도 있다.
잘 지켜지진 않지만, 과부에겐 봉사권(제사주도권)과 후사지명권이 주어진다. 결국 그녀는 채응규와 첩 춘수 사이의 아들을 자신의 양자로 삼는다.
그런데 진짜 유유가 돌아온다. 이 사건은 다시 재심을 하게 되고, 재산을 노린 유연의 사촌 삼륭과 누이의 남편인 이제와 백씨부인과 사기꾼 채응규의 음모로 밝혀진다. 이 부분도 의문이다. 이들이 처가의 재산을 탐할 만큼 욕심을 부렸다거나 하는 모습은 없다. 거기다 이제는 그저 유유라 주장하는 이가 있으나 한 번 보라고 한 죄밖에 없다. 그들은 대부분 사형을 당한다.
그러나 백씨 부인은 추궁조차 당하지 않는다.
왜일까.
유유는 여성스러운 몸매와 여성스런 말투를 가졌으며(아마도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으로 살고자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성불구자였다. 백씨 부인의 입에서 사족인 남자의 성불구 능력이 밝혀지는 것은 유교적 가부장제에 어긋나며 수치였다. 결국 그들의 체면이 몇몇 사람들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 그것이 조선의 사족들의 모습이었다.
 

백씨 부인은 가부장제의 최고 피해자이자, 최고 수혜자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멋모르고 성불구인 남편을 만나, 생과부가 되고, 그리고 죽음을 불사하고 사기꾼과 공모하지만, 결국 그 시절의 왜곡된 가부장제와 체면이 그녀를 살린 것.
 

이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바로 <마르탱 게르의 귀향> 때문이다. 비슷한 소재와 실화라는 점, 그리고 마르탱 게르의 귀향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16세기 프랑스에서 조선 명종 때의 유유사건과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14살에 마르탱 게르는 결혼을 하지만 자식이 없다. 유유와 마찬가지로 그는 성불구자였다. 다행이 마르탱은 아들을 하나 낳게 되지만, 아버지와의 불화로 집을 나간다. 8년 후 완전히 다른 모습의 마르탱이 돌아오는데, 그는 섬세하고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렇지만 3년 후 아내는 그를 가짜라며 고발하고, 오히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진짜라고 주장한다. 진짜 마르탱이 돌아오면서 가짜 마르탱은 사형을 당한다.
이 사건에서 가짜 마르탱은 진짜 마르탱과 외모가 닮았고, 마르탱에 대해 아주 많은 정보를 가진 인물이다.
 
두 사건 모두, 시대적 배경과 관습에 따라 비극적 결혼이 시작된 것, 그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의 역할과 남편이기에 앞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고 그 무게에서 도망친 두 남자와 아내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남은 여인들, 백씨 부인이나 마르탱의 아내나 자신의 가정과 안위를 위해 그 시대에선 드물게 주체적이며 적극성을 보였다. 누구는 백씨 부인이 악녀라지만, 악녀라기보단 죽지 않기 위한 몸부림? 그리고 마르탱의 아내는 가짜남편에 속은 어리석은 부인이 아니라, 가짜 남편을 용인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가정을 재편성하고자 했던 주체적인 여인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지방 사족들의 모습을 알 수 있고, 백씨부인 사건에 대해 각자 다양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재판과정과 고문, 다양한 인물들이 이 사건에 대해 쓴 글 -특히 이항복이 이 사건에 대해 쓴 글-을 통해 여러 가지 시선으로 이 사건을 살펴볼 수 있어 더 좋았다. )
결국 가부장제의 모순, 유교의 폐쇄성, 성에 대한 억압, 고문과 비합리적 사법제도 등이 만든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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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22 17: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

mini74 2021-10-22 17:49   좋아요 4 | URL
ㅎㅎ 고맙습니다 *^^*

scott 2021-10-23 00:25   좋아요 3 | URL
1500년대 에 이런 소설 같은 이야기가!!
가장 역할에 무게 때문에 도망을 !!
사또님에게 곤장을 맞았을 것 같습니다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 시절에는 남자가 처가로 장가 가는게 관습이였던데

유교가 생활에 관습법으로 뿌리 깊게 박히기 전에는 이런 사건들이 ㅎㅎㅎ

mini74 2021-10-23 00:37   좋아요 1 | URL
그죠 ㅠㅠ 중기부터 이렇게 명나라유교예법을 강하게 따라야 한다면서 ㅅ 친영례에 장자상속으로 ㅠㅠ 그 전에 그래도 상속도 골고루 제사도 남녀차별없이 돌아가며 지내고. 했는데 말이지요 의외로 이런 가부장적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더라고요 ~~

새파랑 2021-10-22 17: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뭔가 좀 엽기적인 이야기네요 ㅋ 당시에 지문이나 DNA 검출이 되었더라면? ㅎㅎ 생과부 백씨부인 불쌍하네요 ㅜㅜ 이런 재미있는 숨은 책을 찾아 읽는 미니님은 대단 👍

mini74 2021-10-22 17:54   좋아요 5 | URL
생과부 ㅠㅠ 유유도 불쌍 ㅠㅠ 친자확인이 됐다면 난리나지 않았을까요. 왜 절에 가서 불공드리고 오면 아이를 점지해준다는게 그런 ㅠㅠ 그런 설이있다고 책에서 본 ㅎㅎㅎ

페넬로페 2021-10-22 18: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르탱 게르의 귀향 영화보면서 그때는 어떻게 저렇게 될 수가 있을까 의아했는데 지금은 조금 이해가 돼요^^
근데 남편을 못 알아볼수는 없을것 같은데요~~
백씨부인의 얘기도 복잡하네요^^

mini74 2021-10-22 18:09   좋아요 5 | URL
백씨부인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 느껴져서 악녀지만 안타깝기도 했어요 ~~

오늘도 맑음 2021-10-22 18: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악녀가 아닌 살기위한 몸부림, 주체적인 여인이라고 생각하심에 놀라움이~!! 역시 mini74님 이셔요~! 아마 저라면 곧이 돋대로 보고 한탄 했을것 같은ㅋㅋㅋㅋ 오늘은 혼자라서 밥 안하고 숯불 닭 반마리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어요ㅎㅎㅎㅎ 그래서 여유있게 놀러 왔슴돠~!! 이따 또 뵐께여🤩

mini74 2021-10-22 19:17   좋아요 3 | URL
워낙 조선시대가 그렇고 그래서 ㅎㅎ 우와 불금에 해방의 날이시군요. 숯불닭 맛나게 드시며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서니데이 2021-10-22 19: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첫부분에 읽으면서 이거 어쩐지 마르틴기어의 귀환... 비슷한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읽으니까 그 내용이야기해주시네요.^^ 조선시대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니, 그 시대의 재판과 판결이 궁금하네요.
잘읽었습니다. mini74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되세요.^^

mini74 2021-10-22 19:17   좋아요 3 | URL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바로 ㅎㅎ 마르틴기어의 귀향은 영화도 재미있었어요 ㅎㅎ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1-10-22 19: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목 이남자가 네 남편이냐~ㅋㅋ
맞습니다.^^

mini74 2021-10-22 19:16   좋아요 6 | URL
이게 네 도끼나하며 금도끼 내밀면 더 좋지 않을까요 ㅎㅎ

그레이스 2021-10-22 19:22   좋아요 5 | URL
ㅎㅎ

coolcat329 2021-10-22 2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연이 너무 불쌍합니다.결국 모든 사단은 유유의 그 기능이 부실한 탓으로 일어난거네요?
백씨부인은 남편이 성불구라 목숨을 건진거구요. 참..요지경 세상이네요.ㅠ

mini74 2021-10-22 22:44   좋아요 3 | URL
제일 큰 피해자는 유연과 그의 아내이죠. 특히 유연 고문 받아 거짓자백하는 부분은 안타까웠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