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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계사 - 문화의 눈으로 역사의 진실을 읽는다, 개정증보판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15년 12월
평점 :
선사시대부터 자본주의의 끝판왕 디즈니까지 그 시대에 대해 품을만한 궁금증들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맥수 500cc를 보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 용량이구나, 혹은 1500cc 의 맥주를 보면 현생인류의 뇌 부피군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또한 농경사회를 통한 문명의 발생이 초창기 인류에게 더 많은 부와 식량을 준 것은 아니라는 것.
지금도 채집생활을 하는 일부 부족들의 식물관련 지식량은 엄청나다. 그러나 이런 자연 자원을 이용해서 사는 삶에서 인구가 제일 큰 문제, 그래서 농경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노약자등을 숲에 버림으로서 식량문제를 해결했을거라고 한다.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를 읽으면서 <루시퍼>란 드라마가 생각났다. 루시퍼는 하나님의 둘째 아들로 지옥을 다스리는 악마로 영원불멸의 존재다.
길가메시 또한 2/3만큼은 신의 존재다. 오만불손하며 마음대로 살아가는 존재, 그런 길가매시가 엔키두를 만나고 우정을 쌓으며 인간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1/3만큼 인간인 그는, 인간의 한계를 깨닫는다. 루시퍼 또한 그렇다. 드라마 속에서 루시퍼는 인간여자를 사랑하면서 인간다움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영원불멸의 힘을 조금씩 잃어가고 급기야는 피를 흘리고 아픔을 느끼게 된다. 얼마되지 않는 인간적 부분이 오히려 힘을 발휘해 결국 영생을 무너뜨리고 한계를 만든다.
인간의 몫이 죽음이라면 그 안에서 가치를 찾는 것, 먼 길을 떠나 인간밖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건 우리 몫이 아니라는 것을 길가메시가 보여주는 것일까. 그러나 우리 중 일부는 무모한 유전자를 갖고 있고,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은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도리아의 남하로 문자를 잃어버린 그리스, 결국 페니키아의 문자를 받아들여 변형해서 쓰게 되었다고 한다. 식민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의 관점에서 새롭게 평가되는 독재자 알렉산드로스.
기독교 보급에 도움이 된 성인 숭배, 특히 성인들의 일부분을 가지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해서, 성인의 죽음이 임박하면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더 많은 이들이 가지기 위해, 성인의 시신을 삶아서 뼈를 조각조각 내서 가지기도 했다고 하며, 부자들은 많은 돈을 들여 성인의 시신을 독차지했다. 이런 부자들의 행태에 반기를 든 것이 성당으로, 성인과 성물을 독차지함으로서, 신도들을 모으고 성인과 관련된 각종 축제를 주관하면서 세를 넓혔다고 한다. (고려시대 벼락맞은 집이 있었다고 한다. 벼락맞은 물건들은 복을 불러온다고 해서, 수많은 이들이 그 집에 찾아가서 약탈을 했고 급기야는 살아있는 그 집 하인이나 식구들을 해쳐 시신을 나눠가졌다는 기록도 있다. )
낙원과 원죄의식에 대한 이야기, 그들이 그리던 낙원의 이미지에 맞는 신대륙, 그래서 생겨난 미개하지만 순진하고 착한 원시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종교의 변질과 중세부터 조금씩 생겨난 자아의식.
균질한 영혼들이 국가 기관에 복종하도록 만들기 위해, 행해진 마녀사냥에 대한 내용과 절대주의 시대 오히려 세금을 대신 걷던 재정가들과 행정관료들이 실세였으며, 결국 이익을 얻기 위해 절대왕에 대한 충성 등을 열심히 연기한 것이라는 것. 왕을 추켜세우며 더 많은 이권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독립전쟁 당시, 적은 수의 군대로 승리하기 위해 마우리츠가 강조한 세 가지는 지금도 군대에서 통용되는 것이다. 먼저 삽질 (방어벽 만드는데 유리하며, 쉴 시간을 주지 않고 삽질을 시켜 노닥거리지 못하게 함) 그리고 제식훈련 (오합지졸이 아닌 줄 맞춰 이동하고 구호에 따라 총을 쏘는 모습이 시작됨 ) 마지막은 작은 단위의 부대 편성(정확성과 소독)등으로 승리를 이끌었다고 한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중세에는 당사자들이 동의하고 교회가 축복하면 가능했지만, 오히려 16세기 이후부터 부모 동의가 더 중요해졌다고 한다. 프랑스 블루아 칙령 42조는 부모 동의 없이 결혼한 두 남녀는 사형에 처한다는 극단적 조항이었다. 그 후 18세기 들어서면서 부모의 뜻을 따라야 하나, 신의 뜻이 먼저라는 교회의 입장에 따라 좀 더 개인의 감성과 의지가 존중되어졌다고 한다.(부모의 욕심으로 결혼시키는 것은 자식을 팔아먹는 행위로 보았다.)
물이 좋지 않은데다가 쉽고 즉각적인 칼로리원이라 유행했다는 맥주와, 하루에 6리터씩 포도주를 마시며 소설을 썼다는 뒤라스, 나치즘에 반대했던 에델바이스해적단과 스윙클럽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면서 디즈니가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들이, 각 문화권에서 다양하고 독창적이었던 이야기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화시키며, 가치를 전도시켰는지, 생동감있는 문화들을 어떻게 고사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미국, 자본, 남성의 힘에 대한 세뇌를 걱정한다.
인류의 시작부터 최근까지의 모습, 궁금해하고 알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짧지만 그래도 깊이있게 다룬 책이다. 이 책의 내용들을 읽으며 더 궁금해지면, 그 부분에 대한 역사를 찾아보게 하는 것도 이 책이 가진 장점이다.
(45쪽, 생선뼈를 보고 톱을 발명한 이가 다이달로스로 나오는데, 꽤 많은 다른 책에서는 다이달로스가 아니라 그가 질투해서 죽인 조카인 페르딕스 혹은 탈로스로 불리는 인물로 나온다. 페르딕스는 톱과 컴퍼스를 만들었고, 수평선이 조금 볼록해 보인다는 관찰을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것까지 짐작한 천재다.
265쪽 부셰의 아침식사 그림에 대한 설명에서 코코아를 가족에게 따라주는 남자를 아버지로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많은 책에서는 이 남자를 코코아 배달원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이 당시에는 아침이면, 길거리에서 코코아나 커피를 들고 배달하는 이들이 많았고, 부르조아의 마님들이 불러들여 아이들과 마셨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