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함께 읽기다 -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 이야기
신기수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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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에게 공부는 자신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철학자 이진경은 『삶을 위한 철학수업』(문학동네)에서 다음과같이 공부하는 삶을 강조한다.
늙는다는 것은 입력 장치는 고장 나고 출력장치만 작동하는상태이다. ‘늙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현상이 아니라 동물행동학적 현상이다. 입력은 정지되고 출력만 되는 상태. 그러니 머리도 쓸 일이 없다. 이미 알고 있는 것만 출력하니까. 그래서 아무리 얘기를 해도 듣지 않고 하던 말만 계속한다. 몸도 그렇다. 새로 입력되는 게 없으니, 하던 것만을 한다. 누군가가 이런 상태에 있다면, 그는 나이 마흔이 안 되었어도 이미 충분히 늙은 것이다. 반면 나이가 일흔이 넘어도 계속 무언가 입력하여 몸과 마음을 바꾸어간다면 아직늙었다고 할 수 없다. ‘젊다‘는 것은 무언가가 끊임없이 입력되고 입력된 것을 처리하기 위해 뉴런들이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고, 그에 따라 새로운 패턴의 출력이 언행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프로세스를 ‘공부‘라 하고,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을 학인이라 부른다. 따라서 젊다는 것은 공부하며 살고 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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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 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책읽기
곽아람 지음, 우지현 그림 / 이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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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는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어린 날 책읽기의 가장 큰 효용이자목적은 바로 이것이라 믿는다. 어린아이의 여린 마음을 둘러싸는 보호막이 되는 것. 그 막은 더 많은 책을 읽을수록 더욱 유연하면서도 튼튼해진다. 터지지 않는 비눗방울 같은 형태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하여 훗날 어른이 되어 금력이라든가 권력이라든가 하는 세속적인 가치들이 마음을 어지럽힐 때 흔들림 없는 성채이자 단단한 방패가 되어준다. 그것이 ‘교양‘의 참뜻이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독서가 성적을 올리기 위한 지름길이라 설파하는 유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식의얄팍한 뀜이 책읽기의 진정한 힘을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는 책읽기를 통해 세상과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연민을 가지라 가르쳤다. - P191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즐거운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난삶에 대한 열정을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어릴 때부터 우울을 머리에 이고 살았지. 내가 진정 행복했던 시기는 유년기뿐이기 때문에 그당시의 멋진 나날을 다시 경험하게 해주는 책을 쓰는 걸 좋아하는지도몰라.
린드그렌이 하르퉁에게 털어놓은 자신의 성격과 성향 중 ‘지나친충실성‘도 있었다는 구절이 나를 자석처럼 이끌었다. 그녀가 일상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가족과 친구들조차 알 수 없는 가장 내밀한 자신의 지나친 충실성을 "내 속의 광기"라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안데르센은 "충실성 자체는 미덕이지만, 경우에 따라 멍에가 될 수도 있다"고해석한다. 나는 단박에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다. 엄마는 항상 말했다.
"너는 연애할 때조차 지나치게 성실해. 그렇지만 그러면 안 돼." - P189

기존 아동문학과는 달리 교훈이나 설교가없는 것이 린드그렌 작품의 특징이다. 그녀는 아이를 기르면서 동화와이야기 속에 교훈적 요소를 넣는 것이 불필요할뿐더러 아이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처사임을 깨닫게 된다. - P185

"홀로 있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삶이 주는 상처에 대한 면역력이 약하다"는 문장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므로, ‘혼자 잘 노는 사람‘이라는 것이 나의 무기 중 하나라고 늘생각해왔다. 회사 연수차 1년간 뉴욕에서 홀로 생활했던 서른여덟, 아홉 살 무렵 특히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모든 일을 혼자 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홀로 있는 법을 안다는 것이 마흔 직전의 민감한 나이에 삶의 경험치를 쌓는 데 도움이 되었다. 혼자 미술관이며 서점을 쏘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근사한 미슐랭 레스토랑에서도 혼자 밥을 잘 먹었고 신혼여행지로 인기 있는 칸쿤이나 세인트 마틴 같은 휴양지로도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 ‘혼자‘의 경험들이 마흔 이후 글을 쓰고 읽고이해하며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책벌레인 사람은
‘혼자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책읽기야말로 혼자 놀기의 끝판왕‘ 이기때문에, - P182

-~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그다음 친구들과함께하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나 자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나 혼자있고 싶어요. 홀로 있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삶이 주는 상처에대한 면역력이 약합니다. 정말이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죠. - P181

평생 외로웠고, 나이 들어 더 외로웠던 이 여자는 그렇지만순간을 충실히 살았다. 1967년 한 잡지 기자가 "환갑의 나이에 어쩌면그토록 나이를 잊은 듯이 살수 있냐"고 묻자 그는 답했다.


"매일을 마치 삶의 마지막 날처럼 여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 하루가 인생이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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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럼피우스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0
바버러 쿠니 지음, 우미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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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면 앨리스는 할아버지 무릎에 올라앉아서 머나먼 세상 이야기를 들었어요.
할아버지 이야기가 끝나면 앨리스는 "나도 어른이 되면 아주 먼 곳에 가 볼 거예요.
할머니가 되면 바닷가에 와서 살 거고요" 했대요.
할아버지는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다, 얘야. 그런데 네가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있구나" 했어요.
앨리스는 "그게 뭔데요?" 하고 물었지요.
할아버지는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지" 했어요.
앨리스는 "알겠어요" 하고 대답했지만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대요.
앨리스는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오트밀 죽을 먹었지요. 그리고 학교 갔숙제를 했고요.
앨리스는 금방금방 어른이 되었어요.

이제 우리 고모할머니 앨리스는 할아버지한테 말했던 세 가지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앨리스는 집을 떠나, 바다랑 소금 냄새하고는 멀리 떨어진 다른 도시로 갔지요. 앨리스는도서관에서 일했어요. 책에 앉은 먼지를 떨고, 책이 서로 뒤섞이지 않게 정리하고, 읽고 싶은책을 찾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했던 거예요. 거기엔 머나먼 세상 이야기가 나오는 책도있었죠.
거기 사람들은 앨리스를 미스 럼피우스라고 불렀대요.

그래서 미스 럼피우스는 진짜 열대의 섬으로 갔어요. 거기 사는 사람들은 집에서원숭이랑 앵무새를 키웠대요. 미스 럼피우스는 긴 모래사장을 거닐며 예쁜 조가비를 줍곤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미스 럼피우스는 한 어촌의 촌장인 바파 라자를 만났대요.
바파 라자는 "미스 럼피우스, 피곤해 보이는군요. 제 집에 가셔서 좀 쉬시지요" 했어요.
미스 럼피우스는 바파 라자의 집으로 들어가서 바파 라자의 부인도 만나게 되었지요.
바파 라자는 싱싱한 코코넛을 가져다가 즙을 마실 수 있게 윗동을 잘라 내어 미스럼피우스에게 주었어요. 미스 럼피우스가 떠날 때에, 바파 라자는 아름다운 진주 조가비를주었어요. 거기에는 바파 라자가 그린 천국의 새가 그려져 있고, 이런 말이 쓰여 있더래요.
"당신은 언제까지나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을 겁니다."
미스 럼피우스는 "당신도 언제까지나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을 거예요" 하고 말했대요..

이듬해 봄에 미스 럼피우스는 몸이 아팠대요. 허리가 다시 쑤시기 시작했고, 미스럼피우스는 날마다 침대에 누워서 지내다시피 했지요.
지난 여름에 미스 럼피우스가 뿌렸던 꽃씨들은 바위투성이 땅에서도 싹을 틔우고 꽃을피웠어요. 침대맡에 있는 창문으로 파란 꽃, 보라 꽃, 빨간 꽃들이 내다보였지요.
미스 럼피우스는 무척 기뻤어요. "루핀 꽃이야. 루핀 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인데. 올여름에 꽃씨를 좀더 뿌려서 내년에 꽃이 더 많이 피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미스 럼피우스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요.

우리 고모할머니 앨리스, 그러니까 미스 럼피우스는 지금은 파파 할머니가 되었어도머리칼은 하얗게 세었고요. 해마다 루핀 꽃들은 점점 더 많이 피고 있어요. 이제 사람들우리 고모할머니를 루핀 부인이라고 불러요. 내 친구들이랑 나는 가끔 루핀 부인 집 대든앞에 서 있기도 해요. 내 친구들이 온 마을을 루핀 꽃으로 가득 채운 부인이 어떤 사람인궁금해하거든요. 루핀 부인이 들어오라고 하면 내 친구들은 그제야 머뭇머뭇 안으로들어가요. 걔네들은 루핀 부인을 이 세상에서 가장 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루핀부인은 우리한테 곧잘 머나먼 세계 이야기를 들려 주지요.
난 "나도 이 다음에 크면 머나먼 세계로 갈 거예요.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바닷가에 있는집에 살래요" 하고 말해요..
그러면 우리 고모할머니는 "아주 좋은 생각이구나, 앨리스야. 하지만 네가 해야 할 일이한 가지 더 있단다" 하죠.
"그게 뭔데요?"
"이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지."
그러면 난 "알겠어요" 하고 대답해요.

하지만
난 아직은 그게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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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충격 - 지중해, 내 푸른 영혼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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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의 귀를 막고 그 쓰러지는 나뭇등걸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애쓰며 등불을 켜고 지나간 시절의 빛바랜 사진첩을 연다.
아아, 이미 떠나지 않는 청춘, 문을 걸어 닫고, 책상다리를 하고 아랫목에 앉은 청춘, 잠들어버린 청춘이 그 사진들 속에 갇혀있다. 그때 사그라져가는 불등걸 같은 가슴에 껴안아보는 ‘행복‘
이란 말 속에는 청춘이 벗어놓고 외출한 옷이 걸려 있을 뿐, 행복‘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것을 이미 이해하지 못할 때는 너무 늦었다.
너무 늦기 전에, 겨울이 오기 전에 나는 모든 젊은 사람들처럼떠났다.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는 아마도 아름다운 시詩는 아닐지 모르나 저마다의 가슴속 진동하기 쉬운 핏줄을 두드리는 외침임에는 틀림없었다. - P16

우리들이 참으로 떠난다‘는 일은 쉽지 않다. 떠나는 방법은 누구도 가르쳐줄 수 없는 것이다. 수없이 떠나본 사람에게도 모든
‘떠남‘은 항상 최초의 경험이다. 떠나는 방법은 자기 스스로에게도 교육할 수 없는 것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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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1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 카피라이터의 시선으로 사로잡은 일상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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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어느 날 도서관 구석에서 김화영의 《행복의 충격을 발견했다. 70년대 김화영이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에 유학을 가서쓴 책이었다. 70년대 한국을 살다가 프랑스 남부에 도착했을 때의충격을 2000년대에 내가 읽으며 충격을 받았다. 지진 같은 충격이었다. 내가 서 있는 이 땅을 마구 흔들어대고 있었다. 이게 뭘까. 곰곰이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행복의 충격》에서 계속 인용하고 있는,
그러니까 《행복의 충격의 뼈대와도 같은 책을 읽어야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카뮈의 《결혼, 여름》이란 책을 펼쳤다. - P82

첫 글을 읽다가 다시 덮어버렸다. 문장이 이렇게 아름다워도는 건가. 이건 반칙 아닌가. 《행복의 충격))이 준 충격도 아직 다 흡수하지 못했는데, 지금 내가 이걸 소화할 능력이 되는가. 이 아름다움은 내 것이 되어도 되는가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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