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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엄마도 한때는 이별이 구원할 길 없는 결말이라고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내가 알게된 많은 것들은 항상 ‘이별‘이 알려주었다고 생각해, 자신의 의지로 버릴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버리고 가야 할때도 있고, 버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어버린 것들도 있지. 어쨌든 이제 그것들이 내 곁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그 무게나 선명함, 그리고 소중함을 보다 강렬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어. 살다 보면 알게 돼.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바로 그 잃어버린 것들 덕분에 얻은 것이란 걸.
세남녀 수진,혁범 ,한솔의 사랑이야기이다.
내용은 어찌보면 진부해 보인다 .
엇갈린 세남녀 ,수진은 혁범을 사랑하고 ,한솔은 수진을 사랑하고 그럼 혁범은 누굴사랑할까?
아니 ,그는 한번의 결혼 실패로 인해 모든 것에 움츠려 있는 안타까운 존재이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수진이 혁범의 우유부단하고 애매한 연애표현과 결정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보인다 . 그로 인해 혁범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한솔에게 받는 일회성 사랑으로 치유하려다,한솔의 무한긍정적 사랑에 조금씩 녹아들어가는 것을 보여준다 .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한솔이 가장 행복하고 이별의 고통을 감당할 인물처럼 보였고 사실은 가장 아프고 슬픈 사람은 혁범이지 않을까 하면서 보게 되었다 .
하지만 너무너무 좋은데, 그 너무너무 좋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어요.
한솔이 수진에게 쓴 편지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스스럼 없이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첫사랑이었다 .
한솔이 그랬던 것처럼 ..
하지만 혁범이나 수진은 사랑도 일도 사람들에게도 그동안 받은 상처때문에 어느 한순간 진심을 표현하기가 힘들어지는 세대가 되어버렸다.
서로 사랑하면서 서로에게 가장 진실된 말을 하기 어려워지는 오랜연인들의 습관처럼 말이다 .
세대간의 다른 사랑의 방식 ,그리고 인간 각자의 감성과 상처에 따라 사랑의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 .
사랑은 틀린방식이란 없고 각자에게 맞는 방식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 .
그래서 아마 그 방식을 좀처럼 찾기 힘들기 때문에 “짝을 찾는다 ,평생의 반려자”라는 말이 아직도 통용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오랜만에 읽은 달달한 사랑소설, 설탕이 잔뜩 묻어 단맛만 가득하게 구나 하고 깨물었는데, 깨묻는 순간 사탕의 분자들 각각에서 슬픔,기쁨 ,치유 그리고 인간의 감정에 대한 여러가지 맛들이 알갱이가 되어 입안에 퍼지는 느낌이다 .
조금더 천천히 음미하면서 즐길걸 하는 안타까움이 번진다 . 하지만 읽다 보면 빨리 한번에 깨뜨려먹고 싶은 감정이 치솟는 사랑이야기였다.
맛있는 것은 늘 입에 넣는 순간 다짐을 까먹게 한다는 것을 , 임경선 작가의 작품은 늘 그러하다 .
📖📖📖📖📖.
사람이 섬세한 것은 원래 성격이 그래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섬세해지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수진은 이제야 깨달았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다른 기억나는 일들도 없었던 것 같아요. 오직 당신만이 있었어요. 요즘 제 인생의 전부예요. 함께 지낸 시간만이 제가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해요.
지금 창밖에 비가 내려요. 비가 오니 더 보고 싶어요.
#가만히부르는이름 #이별에서배우는것#사랑의방식이다를뿐 #행복도불행도습관이다 #책덕후의일상 #북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