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로켓 가우디 프로젝트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내 의료기기 개발은 편중돼 있어. 국내 제조사들은 측정기같은 물건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인공심장 같은 의료기기에는 약해. 기술력이 있어도 제조할 회사가 적은 게 원인이지. 결과적으로 해외에서 개발한 의료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도 디바이스 래그를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야."

구사카는 가슴을 펴고 대답한 후 그렇지 않느냐고 옆에 있는 도도에게 동의를 구했다. "쓰쿠다에서 싼값에 시제품을 만들고, 생산할 때는 좀 더 유리한 업체에 발주해서 비용을 절감한다……. 그게 바로 비즈니스라는 겁니다."
아주 태연한 발언이었다.

불편한 상사, 불편한 고객, 불편한 동료, 죄다 조직에서 일하는이상 피해갈 수 없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그걸 극복하는 가장간단한 방법이 출세임을 기후네가 깨달은 건 언제였을까.
지위와 입장에 따라 시각도 사고방식도 달라진다. 그게 바로조직이다.
지위란 시야이며 시점의 높이다.

쓰쿠다는 사쿠라다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로켓에서 인체로쓰쿠다제작소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을 위해서 이 편직기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쓰쿠다는 로켓엔진에 품은 꿈을 좇아왔다. 꿈이야로 일의 원동력이며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고 여겼다.

견디기 힘든 감정에 떠밀려 무작정 질주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붙이는 동기도 있었을 줄이야.일을 하는 의의도, 수익을 추구하는 자세도, 이 남자의 동기와는 상관없다. 이 남자는 그저 잃어버린 가족과 남겨진 자의 인생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쓰쿠다는 사쿠라다에게 닥친 불행이 가슴에 꽂히는 듯했다.
하지만 달아날 길 없는 괴로움 속에서도 사쿠라다는 죽을힘을다해 발버둥 치며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어쩌면 이 남자에게 사업의 위험성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쿠라다에게서 그만큼 위태로운 결기마저 느껴졌다.

게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쓰쿠다는 인정했다. "하지만 직원을 못 믿으면 사장 짓은 못 해먹어. 난 자네들도 진심으로 신뢰해." - P143

"사장님 생각은 어떠신데요?"에바라가 물었다.

"사장님도 난감해하셔. 하지만."

야마사키가 대답했다. "그분은 포기하지 않으시겠지."
모두가 야마사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래서 지금이 있는 거야. 이 쓰쿠다제작소가."

야마사키는 말을 이었다. "세상에는 벽이 수없이 많아. 편하게날 풀리는 일은 드물지. 그렇다고 도망치면 실적이고 평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그걸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쓰쿠다 고헤이라는 사람이야. 이 곤란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부터쓰쿠다제작소의 진면목이 발휘되는 거지."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야마사키의 말을 곱씹듯 그저 침묵만흘렀다.

쓰쿠다는 주저 없이 말했다. "요즘 세상에 성실함이나 한결같은 노력을 강조하면 구식이라고 비웃음당할지도 모르지만, 결국사람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건 그것뿐이야."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면,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 해야겠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의 법칙을 지킨다. 아무리 불평등하기를 원해도 반드시평등의 질서를 지킨다. 인간의 삶이 종국에 가서는 결국공평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지금은 내 삶이 남보다못한 것 같고 때론 우월한 것 같지만 첫눈이 내리면 다 마찬가지다. 그것은 마치 죽음이 삶의 가치를 공평하게 만들어버리는 것과 같다. IP At to첫눈은 이 공평성을 바탕으로 갈등과 균열을 봉합해준다. 한마디 말도 없이 모든 싸움과 분노와 상처를 한순간에 고요히 잠재워버린다. 인간의 모든 죄악을 순결과 침묵의 힘으로 덮어버린다.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부르는 대로 주고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추기경님께서 노점상에 대해 이렇게 각별한사랑을 지니고 계신 줄 알지 못했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산타는 꼭 남성이어야 한다고 미리 정해놓고 생각할까요?"

"산타에 지원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토미에게 말했죠. 산타는 남자만 할 수 있어, 어느 집에서나 산타 역할은 아빠가 하잖아, 라고요. 그랬더니토미가 내게 말하더군요. 엄마는 아빠 몫까지 나를 사랑해주잖아요, 내게 그러겠다고 약속했잖아요, 라고요. 웬일로화난 얼굴을 하고서. 저는 아무 대답도 못했답니다."
그녀는 일본 산타를 돌아보며 말을 이어갔다.
"저도 부성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경시되어서는안 되지요. 또한 산타는 부성의 상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부성을 부여받은 것은 반드시 남성만은 아니겠지요. 또한 모성을 부여받은 것도 반드시 여성에 한정된 일은 아닐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저는 산타에 지원했습니다." - P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제로 내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도 그 재킷을 소중하게품에 안은 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만약 비틀스의 재킷 사진이 없었더라면 내가 느낀 매혹도 그토록 강렬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곳에는 음악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곳에 있었던 것은 음악- 포함하면서도 음악을 넘어선, 더욱 커다란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 정경은 순식간에 내 마음속 인화지에 선명히 아로새겨졌다. 아로새겨진 것은 한 시대 한 장소 한 순간의, 오직 그곳에만있는 정신의 풍경이었다.

해 꿈속에서 연주해준 음악은, 나중에 생각해보면 소리의 흐름이라기보다 오히려 순간적이고 전체적인 조사照射에 가까웠다는생각이 든다. 그 음악이 존재했음을 나는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음악의 내용을 재현하기란 불가능하다. 순서대로더듬어가기도 불가능하다. 만다라 그림을 말로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듯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이 영혼 깊숙한 곳의 핵심까지 가닿는 음악이었다는 것이다. 듣기 전과 들은 후에 몸의 구조가 조금은 달라진 듯 느껴지는 음악 그런 음악이 세상에는분명히 존재하는 법이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그때 나는 꿈속이란 걸 알았다 나는 지금 버드가 나오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꿈을 꾸면서 ‘이건 꿈이야‘라고 확신하는 때가. 그리고 꿈속에서이토록 선명한 커피향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불가사의한 감동을 느꼈다.

노인이 말했다. 알겠나, 자네는 혼자 힘으로 상상해야 돼, 정신 차리고 지혜를 쥐어짜서 떠올려보라고, 중심이 여러 개 있고 둘레를 갖지 않는 원을, 그렇게 진지하게 피나는 노력을 하고서19야 비로소 조금씩 그게 어떤 것인지 보이거든."
oler"어려울 것 같은데요." 내가 말했다.
길 · "당연하지." 노인은 무슨 단단한 것이라도 뱉어내듯이 말했다. "이 세상에, 어떤 가치가 있는 것치고 간단히 얻을 수 있는게 하나라도 있는가." 그러고는 행을 바꾸듯 간결하게 헛기침을한 번 했다. "그래도 말이야, 시간을 쏟고 공을 들여 그 간단치않은 일을 이루어내고 나면, 그것이 고스란히 인생의 크림이 되거든."
"크림?"

하지만 노인이 머리가 이상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나를 놀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지금 여기서, 중요한 무언가를 내게전하려 한다. 왠지 몰라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똑같은 곳을 빙빙 맴돌 뿐이었다. 중심의 여럿(혹은 무수히) 있는 원이, 어떻게하나의 원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고도의 철학적 비유 같은 것일까? 나는 단념하고 눈을 떴다. 더 많은 실마리가 필요했다.

그래도 만약 행운이 따라준다면 말이지만, 때로는 약간의 말이 우리 곁에 남는다. 그것들은 밤이 이슥할 때 언덕 위로 올라가서, 몸에 꼭 들어맞게 판 작은 구덩이에 숨어들어, 기적을 죽이고,
세차게 휘몰아치는 시간의 바람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동이 트고 거센 바람이 잦아들면, 살아남은 말들은 땅 위로 남몰래 얼굴을 내민다. 그들은 대개 목소리가 작고 낯을 가리며, 다의적인 표현 수단밖에 갖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그들은 증인석에 설 준비가 되어 있다. 정직하고 공정한 증인으로서,
그러나 그렇게 인내심 강한 말들을 갖춰서, 혹은 찾아내서 훗날에 남기기 위해 사람은 때로 스스로의 몸을, 스스로의 마음을 조건 없이 내놓아야 한다. 그렇다, 우리의 목을, 겨울 달빛이 내리비 - P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 꿈속에서 연주해준 음악은, 나중에 생각해보면 소리의 흐름.
이라기보다 오히려 순간적이고 전체적인 조사照射에 가까웠다는생각이 든다. 그 음악이 존재했음을 나는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음악의 내용을 재현하기란 불가능하다. 순서대로 더듬어가기도 불가능하다. 만다라 그림을 말로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듯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이 영혼 깊숙한 곳의 핵심까지 가닿는 음악이었다는 것이다. 듣기 전과 들은 후에 몸의 구조가 조금은 달라진 듯 느껴지는 음악 그런 음악이 세상에는분명히 존재하는 법이다.

실제로 내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도 그 재킷을 소중하게품에 안은 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만약 비틀스의 재킷 사진이 없었더라면 내가 느낀 매혹도 그토록 강렬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곳에는 음악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곳에 있었던 것은 음악을 포함하면서도 음악을 넘어선, 더욱 커다란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 정경은 순식간에 내 마음속 인화지에 선명히 아로새겨졌다. 아로새겨진 것은 한 시대 한 장소 한 순간의, 오직 그곳에만있는 정신의 풍경이었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그때 나는 꿈속이란 걸 알았다 나는 지금 버드가 나오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꿈을 꾸면서 ‘이건 꿈이야‘라고 확신하는 때가. 그리고 꿈속에서이토록 선명한 커피향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에나는 불가사의한 감동을 느꼈다.

노인이 말했다. ‘알겠나, 자네는 혼자 힘으로 상상해야 돼, 정신 차리고 지혜를 쥐어짜서 떠올려보라고, 중심이 여러 개 있고 둘레를 갖지 않는 원을, 그렇게 진지하게 피나는 노력을 하고서야기이야 비로소 조금씩 그게 어떤 것인지 보이거든."
oler"어려울 것 같은데요." 내가 말했다.
말 "당연하지." 노인은 무슨 단단한 것이라도 뱉어내듯이 말했다. "이 세상에, 어떤 가치가 있는 것치고 간단히 얻을 수 있는게 하나라도 있는가." 그러고는 행을 바꾸듯 간결하게 헛기침을한 번 했다. "그래도 말이야, 시간을 쏟고 공을 들여 그 간단치않은 일을 이루어내고 나면, 그것이 고스란히 인생의 크림이 되거든."
"크림?"

하지만 노인이 머리가 이상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나를 놀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지금 여기서, 중요한 무언가를 내게전하려 한다. 왠지 몰라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똑같은 곳을 빙빙 맴돌 뿐이었다. 중심의 여럿(혹은 무수히) 있는 원이, 어떻게하나의 원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고도의 철학적 비유 같은 것일까? 나는 단념하고 눈을 떴다. 더 많은 실마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노인의 모습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다.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내가 환영을 본 걸까? 아니, 당연히 그것은 환영이 아니다. 그는 틀림없이 눈앞에 있었고, 우산을 단단히 틀어쥐고서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고, 불가해한 물음을 남기고 갔다.

나는 어쩌다 이런 곳에 와 있는가? 좌석에 앉아 어깨를 웅크리고 달아오른 뺨을 손바닥으로 식히면서 자문했다. 특별히 보고 싶지도 않은 여자애의, 특별히 듣고 싶지도 않은 피아노 리사이틀을 위해, 용돈을 털어 꽃다발까지 사서,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11월의 일요일 오후에 이런 산꼭대기까지 제 발로찾아오다니. 참석 의사를 밝히는 엽서를 우체통에 넣었을 때부터 머리가 어떻게 됐던 게 틀림없다.

그래도 만약 행운이 따라준다면 말이지만, 때로는 약간의 말)이 우리 곁에 남는다. 그것들은 밤이 이슥할 때 언덕 위로 올라가서, 몸에 꼭 들어맞게 판 작은 구덩이에 숨어들어, 기척을 죽이고,
세차게 휘몰아치는 시간의 바람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동이 트고 거센 바람이 잦아들면, 살아남은 말들은 땅 위로 남몰래 얼굴을 내민다. 그들은 대개 목소리가 작고 낯을 가리며, 다의적인 표현 수단밖에 갖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그들은 증인석에 설 준비가 되어 있다. 정직하고 공정한 증인으로서,
그러나 그렇게 인내심 강한 말들을 갖춰서, 혹은 찾아내서 훗날에 남기기 위해 사람은 때로 스스로의 몸을, 스스로의 마음을 조건 없이 내놓아야 한다. 그렇다. 우리의 목을, 겨울 달빛이 내리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