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저자가 정의하는 중요대목들부터 돌아보며 시작해본다.


불안.

대다수의 사람들은 각자 지닌 그 불안요소를 자극하는

어떤 두려움으로 인해 제각각의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저자의 불안은 특이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보편적 일들엔 두려움이 없다.

아마, 생로병사 같은 것을 말하는 듯 하다.

대신, 그런 것들을 무서워하지 않지만 오히려, 

타인들이 보기엔 어리석고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에 반응하며

겁먹을 수 있는 자신의 특성을 들려준다. 

그건 아마 아주 보편적인 것일거 같다.

그냥 쉬고 만나고 접촉하는 평범한 것들.

이 차이는 왜 그럴까?

그건, 저자에겐 일반사람들이 가진 보편적인 '필터'가 없어서,

일상적이고 사소하다 싶은 것들에 관해서는 과도하게 반응하고 

무방비로 노출되는 듯한 기분 속에 살아가서다.

즉, 경험을 통한 일반관습과 규범인식엔 

매우 취약한 자폐 스펙트럼 환자이기 때문.


우울.

환경과 자신의 접점을 주파수와 진폭으로 정의해보는 저자.

자신이 우울을 겪은 이유로써 환경을 원인으로 인식하는데,

환경과 자신만의 고유진폭이 일치하지 않고,

스스로 그 차이를 메꿀 수도 없을 때 우울을 경험한다.

진동수 차이로 피하듯 고통스런 침묵을 자초하게 되고

환경과 자신의 차이가 명확하다는 걸 인지할수록

더욱 고립을 택했고 외로워진게 우울의 원인.

이런 패턴 속에서,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의문들은

자신의 모든 행동을 잘못된 방향은 아닐까 인식하며

스스로 두려워 하게되는 현상으로도 경험케 된다.


저자는 이렇게 자신과 세상 사이의 여러 관계를 

과학적 은유처럼 풀어내듯 펼쳐 보인다. 


사회적 포지션으로 저자를 설명했을 땐 과학자이고,

저자가 지닌 주된 병력으로 표현하자면 

그녀는 야스퍼거 증후군과 ADHD로 설명 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생물정보학과

그동안 살면서 느꼈던 병력으로 인한 접점을 연결하며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해석법을 

특유의 논리로 설명해 낸게 이 책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꽤나 과학적이어야 할텐데,

읽으면서 강하게 느껴졌던 건

과학 안에 위치한 그녀만의 뭔지모를

공상과학 같은 따뜻한 이론같은게 먼저 다가온다.


난 스티븐 호킹이 광원뿔로 설명했다는 시공 이론은 모른다.

그렇기에 저자가 이를 불안과 접목해 설명해 본

그녀 방식의 이 이론응용을 정확하게 반론할 순 없다.

하지만, 호킹의 이 원칙이 저자가 인용한 것처럼

정신적인 부분까지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건 아니라 본다.

왜냐면, 호킹은 천체물리학자니까.

그럼에도 난, 호킹의 이 이론을 몰랐던 건 아깝지 않은데

저자 카밀라 팡의 이 광원뿔 이론을 포함해,

그녀가 생각해 낸 여러 사회적 현상을

자신의 논리로 정리한 이것들을 몰랐다면 

매우 속상했을거 같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난 그녀의 이론에서 완전무결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과학자인 그녀가 설명해보는 자신의 경험과

그것을 접목시켜 설명하는 이론들의 상당부분에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여러 논리들에 공감되는게 사랑스럽다.

과학적 논리를 사랑스럽다라니?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만의 이론정리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게 그리 이상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 경험해 볼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불안정성을 딥러닝처럼 이해한다.

불안하기에 뭔가 캐내 듯 알려고 하는 태도가 있기에

결국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낸다고 납득하고 있었다.

그냥 긍정적인 마인드만 늘어놓는 책도 결코 아니고,

무작정 자기효능감만 고취시기는 책도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과학적인 듯 과학적이지 않은 

'카밀라 팡' 식의 삶을 바라보는 이론 정립들은,

세상의 규칙을 새롭게 음미해 보게 하고

그걸 보노라면 누구라도 용기를 얻을거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걷는 법을 바꾸면 통증이 사라진다 - 인생이 달라지는 ‘굽히며 걷기’의 기술
기데라 에이시 지음, 지소연 옮김 / 길벗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엔 걷기가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다리를 이용한 운동이라면 뛰기나 자전거는 되야

어느정도 두다리를 빨리 움직이는게 가능해지니,

그 정도 속도감은 느껴봐야 운동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걷기를 운동이라 부르는 한때의 유행은

하기 좋은 말로 뛰기 싫은 사람들을 위해

걷기도 운동이란 당위성만 주는 나쁜 강요처럼도 보였다.

물론, 안다. 걷기로 많은 몸무게 줄인 사람도 많다는 걸.

그래도 그땐, 걷기정도만 운동이라 고집하는 건

생활 속 움직임에 대한 과한 일반화란 고정관념이 더 컸다.


그러다, 주위에 나이든 분들이 한명 두명 늘어나면서

걷기가 얼마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요하고 

생활의 근간을 구성하는 요소인지 절감하게 되면서,

걷기를 분명 운동이라 부를 수 있다는데 사실에 

동의하는 사람쪽으로 스스로 변해갔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좀더 정확하게 걷을 줄 만 안다면

걷는 동작이란 것이, 얼마나 뛰어난 동작 메커니즘이 

연속적으로 작용하는 움직임인지도 깨닫게 되었고.


이 책엔 여러가지 직관적 설명들을 위해 삽화들을 이용했다.

그렇기에 거의 만화책처럼 쉽게 읽혀지고 활용해 볼 만한

가벼워 보여도 굉장히 유용한 걷기 상식들이 많이 담겼다.

특히, 몇몇 내용들은 기존에 가진

각지의 상식의 전환도 가져올 수 있을만한

아는 듯 몰랐었을 내용들도 꽤 된다.

하나는 이축이론이 그렇겠고,

또 하나는 발가락 전체의 지면 닿기가 그렇다.


이축이론은 척추위치를 기준으로 하는

중심축 관련 움직임과 그 정렬에 상반되는 측면이 있다.

몸의 중심이 척추라 인식하고 걷는 사람이라면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걷기 움직임에서 

좌우 불균형과 통증이 자연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심축이 아닌 이축을 사용해 걸을 때

비로서 인간이 가진 자연스런 걷기가 가능하단 설명.

여기서의 이축이란, 양 어깨 끝단에서 아래로 내려긋는 중심축으로

이 2개의 수직선을 가지고 움직일 때 쓰는 축을 말한다.

아이들일수록 이를 이용해 자연스런 움직임을 구사한다고 한다.

책엔 이또한 짧은 설명과 그림으로 이해를 돕고 있는데

생소해도 맞는 말이 주는 공감대와 원리로써 유용한 팁이다.

책내용을 좀더 간단하게 부연설명해 본자면, 

중심축은 정적인 균형을 잡을 땐 요긴하지만

동적인 상황에서는 인간은 양 어깨를 수직으로 내려그은

2개의 이축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건강한 걸음이 된다는 것.


또하나는 발가락 전체를 지면에 닿는 지면 접촉식 발구름이다.

이건 이축보다는 더 상식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익숙한 말 같다.

하지만, 책설명처럼 움직여 본다면 이게 쉽지 않을 건 물론이고

그동안 지념으론 발가락을 쓴다고 썼으면서도 잘못 썼단 사실과

제대로 발가락을 쓰려해도 잘 못 쓴 듯 사실도 느껴보게 될 것이다.

자기 몸에 붙어있는 발가락이 거의 퇴화된 부분같이 느껴질수도 있다.

책이 말하는, 발가락이 지면을 닿는 느낌이란 건,

모든 발톱 아래 도톰한 발가락의 둥근살 부분 모두가

자연스럽게 바닥을 제대로 접하면서 움직이는 걸 말한다.

책에선 이걸 못할 경우, 그 이유에 대해서까지는 안나오지만

조금 발의 구조를 안다면 '중족골'의 가동성이 있어야만

어느 정도 발의 자연스런 움직임이 만들어진다는 게 

더 잘 이해될 거 같고, 그걸 쓰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도

좀더 이유타당하게 발휘될 수 있으리라고는 본다.


총155페이지 밖에 안되기에 굉장히 얇은 축에 속한다.

다양한 활용법 중 무지외반증 환자들 용은

이미 변형이 온 뼈가 움직임을 막기에

실상 그리 효용이 없을 듯 보이고,

노화로 인해 걷기가 불편한 분들이나

고관절과 종아리 통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이 책을 꼭 권해줘야겠단 생각이 강하게 든다.

좋은 걸 권하려해도 거기에 들일 노력이 너무 크다면

요즘시대에 쉽게 권해 보기에도 조금은 망설여지던데,

매우 좋은 내용임에도 이 정도 분량이라면

거의 노력없이 거저 얻는 정보나 다름없으니

편하게 읽으라 권해줘봐도 괜찮겠단 기대가 생긴다.

왠만해선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컨셉의 책이니까.


굉장히 유용한 내용들을 가독성 좋게 담은 훌륭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타트업 이스라엘
DAVID 옥 지음 / 성안당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으니 애국이란 뭘까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우리와 같은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공생공존 같이 되버린 글로벌 환경에서

한국이 내릴 수 있는 미래를 위한 결정이란,

그런 진취적인 생각을 안해볼 수 없게 만드는 책이 

바로 이 책의 주된 내용같다 생각이 들었다.


책에 실린 내용들로만 보자면

저자는 참으로 이스라엘 관련 마당발이 아닐 수 없다.

이스라엘의 주요 인물들과 연이 닿아 있고

그냥 단순한 일회성 만남이 아닌

연대를 통한 경제적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는

깊이있는 관계들이라 보여져서다.


중국과 관련된 몇몇 에피소드들에서는

한국의 미래나 한국의 적극성 등을 되집어 볼

좋은 자료들로도 생각이 됐다.

저자는 좀더 이스라엘과의 유대를 맺지 못하는

지금의 한국현실이 너무나 아깝다고 평가한다.

지금이라 한다면야 더는 늦지 않았겠지만,

결론적으로 이미 시작이라도 했다고 보여지긴 않기에

이스라엘과 좀더 연구 클러스터 관계를 못 만들었다는

후회가 결국 남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러워지는 부분이었다.

그만큼 저자가 이스라엘의 장점을 잘 설명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만이 미적찌근한 대처를 하고 있는 사이,

중국은 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과학적 연대를 만들고자

필사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만일 그런 노력이 실제로 결실을 맺고 있다면

한편으론 의아한 부분이기도 했다.

유대교와 이스라엘의 선택이 공산국가와의 

경제적 동맹이라는게 언듯 잘 이해가 안 됐기 때문.

과연 그게 이스라엘스러운 신으로부터의 뜻이 된걸까.


또다른 사례에선 오바마와 중국, 한국이 같이 등장한다.

한국기자에게 특별히 질문의 기회를 준 2010년 오바마.

책의 표현대로라면, 한 3번쯤 연거푸 질문을 하도록 권했고,

마치 꼭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처럼도 느껴지는 

당시 오바마의 적극적인 푸쉬 같았다.

중간에 자신이 대표해서 질문을 하겠다는

중국기자의 요청을 굳이 뿌리치던 오바마,

일단 한국기자에게 먼저 질문을 받겠다고 한 

오바마 스스로의 의견을 고수했던 그 자리에서

참석한 한국기자 중 누구도 질문해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그 기회는 중국기자에게 돌아갔다.

그때 한국이 됐건 중국이 됐던 어쩌면

한명의 기자가 한 질문 자체가 큰 결과를 

낳고 못낳고를 판단해야 할 사건은 아닐 수 있겠다.

하지만 저자는, 그 장소에서 보인 한국기자들의 태도가

지금의 한국이 이스라엘를 향해 보이는 모습,

필요하지만 미온적으로 행동하는 태도와 유사하다고 묘사한듯 했다.


저자는 이스라엘의 가치를 책을 통해 강조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만든 한국내 스타트업 공동체 소개를 겸하고도 있다.

합정 근처에 대관람차를 세워보고 싶다는 이유있는 청사진을 들어보며

이런 상상력이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의 기획력이구나도 느껴봤다.


그리고, 끝으로 긍정적으로 봤던 또하나는

한국 정치사를 통해 이스라엘과 관계하며 만들어진 

여러 사실들을 회고하면서 때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긍정인 부분과 미진했던 부분들을 가급적 

선입관 없이 소개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

그런 가치관이 그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가치와 맞물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을거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했다.


어찌보면 이스라엘이 아닌 인도를 대신 놓고 보면

더 맞았을거 같다는 생각도 해봤던 내겐 생소했던 이스라엘.

몰랐던 방향의 생각도 해보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 느낌도 받고

다른 발상의 경제적 시야도 필요하단 점에도 공감하게 됐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득량, 어디에도 없는 - 바람처럼 떠나고 싶은 남도여행
양승언 지음 / 글을낳는집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뒤돌아보면, 저자의 인생 중 4분의 1정도를 정리한 

인생기행문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느 면에서 봤을 땐, 자기 성찰과정을 

여행을 겸해 감행하며 그걸 여정처럼 다루며

한편의 일기처럼 정리해 본 기록같다는 생각도 했다.

득량만을 가장 중심으로 다뤘다지만

짧게라도 그가 살았던 필리핀 등도 다 포함해가며 

모든 물리적 거리들까지 돌아봤을 땐

생각해 볼게 더 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책 같았다.


저자 스스로는 동의하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염상구 같은 인물쪽 보다는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속 주인공과 유사한

방황을 하며 살았다고 보고 싶은 측면들도 많았다.


저자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노승의 유언대로

생전 가보라 한 득량에 들러 어느정도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맺었던 짧은 인연들 몇몇과

그간의 사유나 기록을 책 곳곳에 생동감있게 펼쳤다.

사실, 일반적인 기준으로만 보자면 모두 기행같은 삶이다.

사법시험, 식당주인, 승려생활, 결혼을 

한사람의 인생 안에서 이어 설명한다는 그 자체나,

송명순이란 여인과의 인연과 그 이어짐도 그러했고

조종만이나 강철구와 같은 사람과의 우연한 인연들도 

어찌보면 아주 평범한 것들 같진 않았다.

마지막쯤엔 산길을 맨발로 헤매이며 

스스로 만든 낫지않는 발상처를 감내하며 

일주일 넘게 겨울 산길을 돌아다닌 방황들까지도

한편으론 알면서 자초하고 인연맺고 울부짓는 듯도 보였다.


강철구란 사람과 싸움같은 대화방식으로 

자신의 속내를 다 보였던 다음 날,

오랜 선후배처럼 간밤의 안부를 물으며 전화하고는

원수가 될뻔한 마무리가 아닌 봉합의 시도가 등장한

그 사연을 들을 땐 저자의 남다른 깊은 속내도 느껴봤고,

조종만의 인생사를 들으면서는 세상 어딘가에 

생면부지로 살고있던 타인이였음에도, 

마치 또다른 내가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곳에서

조종만이란 사람의 인생으로 살고 있었던 듯한

설명하기 어려운 동질감에 도플갱어 같다는 착각이 들었을만한 

그와의 대화를 독자로써 느껴봤던 장면에선,

저자의 묘한 그런 감정들도 마치 진짜 본인처럼 

나름 상상해가며 같이 읽어나갔던거 같다.

그가 걸으면 걷는대로, 대화하면 대화하는 대로

그의 옆에서 그를 바라보듯 그의 기록들을 바라보며 말이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란 영화가 있었다.

호수 중간에 있는 섬같은 절간에 

한 어린 아이가 버려졌고 노승은 그 애를 맡아 키운다.

아이는 그 안에서 성장하며 마치 타고나길 

원래 승려의 삶인 듯 그 안에서 중으로써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치료차 들린 또래의 여자와 연인사이가 되고는 떠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중년쯤의 나이로 길고 헝크러진 머리와 세속적인 모습으로 

원망섞인 눈을 번뜩이며 돌아와, 그간 겪은 

세상의 부조리와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행한 배신감에

자신을 길러줬던 노승에게 그간의 울분을 퍼붓듯 독백한다.

그러다, 자신을 잡으러 온 2명의 형사와 조우.

겁먹은 그를 보며 노승은 마치고 가야할 게 있으니

그걸 마칠 시간정도를 달라했고 형사들은 동의한다.

나무바닥에 칼로 반야심경을 음각해 나가는 주인공.

완성 후 떠났고, 세월이 흘러 또 모습이 변한 그가 돌아온다.

노승은 세상을 떠났고 이젠 그가 그곳의 승려가 됐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또다른 동자승과의 동거.

그 동자승이 개구리의 입속에 돌을 쑤셔놓고

해맑게 웃는 모습 속 봄을 끝으로 영화는 끝난다.


난 이 영화 속 주인공과 저자의 삶이 많이 겹쳐 보이는 듯 했다.

비슷한 듯 분명 다른 부분들도 많지만 말이다.

생각할 여지들을 많이 제공받았던 책이라 좋았고,

득량만을 필두로 가보고 싶어지게 하는 저자만의 공간들도

책을 통해 소개받은 듯해 그것도 좋았다.

책표지 속 아름다운 그림을 바라보며

아직 못가본 득량만을 그 그림처럼 상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당무는 이제 안녕 - 발표만 잘하면 소원이 없겠네
이정화 지음 / CRETA(크레타)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표지만을 보면 착각하기 딱 좋은 책 같다.

무척 순수하기만 해서 남들 앞에 서고는

얼굴이 빨개져 버리는 부끄러운 누구,

그 탓에 스스로를 홍당무라 부르며 

눈을 가린 듯한 소녀같은 수줍은 모습이기에.

책을 읽을 당신도 이런 소녀같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듯한 표지.


물론 그런 부분들이 담겨있긴 해도

앞서 말한 그런 방향과는 좀 결이 다른 책이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 발표불안에 시달리다 

여러 시도와 자구책으로 그걸 극복한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누군가는 이런 불안치료 과정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잘 통과하길 바라며,

친절한 가이드 같은 내용들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안을 컨트롤하는 방법과 더불어

자신의 인생을 통해 직업적 커리어의 측면도

한번 가치있게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이야기한다.

이 두 방향 모두 매우 깊이있게 선보이기에

독자로써 감사하게 읽었고 음미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저자는 발표과정을 중심으로 겪었던 많은 것들을

불안이라고 통칭했고 그 답을 심리학적으로 찾으려고도 해서 

분명 소기의 목적을 얻었다고도 소개하지만,

그녀가 말한 불안이 책표지 속 홍당무가 된 그것과 유사하다면

'적면증'이나 '대인공포증'같은 범주에서 접근했어도

분명 저자만의 해결적 접근을 이뤘을거 같기도 했다.


누구보다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기 좋아했고

남들의 응원 속에 없는 이야기도 실제처럼

자신있게 발표할 줄 알던 저자는,

어느 순간 사소한 계기로 예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후 180도 변한 사람처럼만 살았다면 너무 뻔했을 것이다.

그녀의 발표불안은 그녀를 힘들게는 했지만

남들 앞에서 보여지는 모습 속 그녀는 그런걸 내색하지 않는다.

주어진 업무나 프리젠테이션 모두 일정수준 이상으로 해냈고

본인 스스로만 느꼈을 사전 과정과 시연 중의 고통은

수면 위의 백조같은 삶의 대처로 잘 넘기며 지내간다.


이런 그간의 사정들을 독자에겐 잘 설명해 주기에

그간의 시행착오들과 후회들, 발표불안의 시간들은

잘 공감되고 납득되어 진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유독 

멕시코에서의 경험담이 참 많이 와 닿았다.

멕시코를 잘 알지도 못했고 크게 궁금함도 없었지만

상상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그곳의 특별한 문화는

매우 매력적이었고 저자의 설명도 남다르게 느껴졌다.

멕시코는 사람과의 유대가 매우 특이해 보였다.

특별히 약속시간을 칼같이 강요하지도 않는 시간관념이나,

출근과 퇴근시 주변 동료들 모두와 일일이 인사를 길게 나누며

서로의 업무진행과 안부를 듣게되니, 마치 숟가락 갯수도 다 안다는

한국 시골문화를 사회속에서 경험하는 듯해 마냥 신기했다.

그런 과하다 싶은 서로에게 대한 관심과 보고식 인사나눔은

업무 효율성도 높이고, 회사일 전체를 시스템처럼 알 수 있게 됐다.

일적으로 인연이 될 수 없었던 누군가와도 서로 

마음맞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계기도 된다는 설명.

사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그 다음이 중요했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멕시코 사내문화를 다룬 부분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런 식의 멕시코 사회생활을 해 나가던 중 

누군가의 집에서 치뤄진 한 모임에 참석한 그녀는 

뜻밖의 경험에 매우 난감해 한다.

약속시간에 구애없는 도착했지만 누구보다 정시에 도착한 그녀.

현지인들의 호의적인 다가섬이 이어졌고, 

그 와중에 누군가가 한국의 시 한편을 읊어달라 부탁해 온다.

당황했고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의 등장으로 유야무야 그 시간은 끝을 맺는다.

본인 스스로는 그 일이 그녀를 여러 해석을 낳아버렸다.

유창하지 못한 스페인어 실력이 원인이라 스스로 진단 후

지금이야 실력껏 대충 마무리 했다면 

좋았을거라 생각할 수도 있게된 그 상황을

당시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학업을 선택한 계기가 된 것.

본인은 지금은 그랬던 자신의 선택을 매우 후회한다고 했다.

하늘이 운좋게 내려준 듯한 선물처럼 적성에 맞았고

마음에 들었던 직장이자 직무의 포기였다고 회고하니까.

그렇게 행해진 당시의 결정도 어찌보면

불안하고 창피했던 처신 속 결과일 수 있었다는 결론.


저자가 선택하고 수정해 나간 그간의 과정들을 보면

매우 세세하고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준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소개해 나가는 고백 모두도

매우 진솔하고 무게감 있어 빠져들 듯 읽게 만든다.

한편으론 그간의 발표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한 

그 사실이 영구적일까란 궁금증도 생긴다.


예상외로 좋은 내용에 한참을 빠져들어 읽었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