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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는 이제 안녕 - 발표만 잘하면 소원이 없겠네
이정화 지음 / CRETA(크레타) / 2023년 4월
평점 :

책표지만을 보면 착각하기 딱 좋은 책 같다.
무척 순수하기만 해서 남들 앞에 서고는
얼굴이 빨개져 버리는 부끄러운 누구,
그 탓에 스스로를 홍당무라 부르며
눈을 가린 듯한 소녀같은 수줍은 모습이기에.
책을 읽을 당신도 이런 소녀같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듯한 표지.
물론 그런 부분들이 담겨있긴 해도
앞서 말한 그런 방향과는 좀 결이 다른 책이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 발표불안에 시달리다
여러 시도와 자구책으로 그걸 극복한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누군가는 이런 불안치료 과정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잘 통과하길 바라며,
친절한 가이드 같은 내용들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안을 컨트롤하는 방법과 더불어
자신의 인생을 통해 직업적 커리어의 측면도
한번 가치있게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이야기한다.
이 두 방향 모두 매우 깊이있게 선보이기에
독자로써 감사하게 읽었고 음미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저자는 발표과정을 중심으로 겪었던 많은 것들을
불안이라고 통칭했고 그 답을 심리학적으로 찾으려고도 해서
분명 소기의 목적을 얻었다고도 소개하지만,
그녀가 말한 불안이 책표지 속 홍당무가 된 그것과 유사하다면
'적면증'이나 '대인공포증'같은 범주에서 접근했어도
분명 저자만의 해결적 접근을 이뤘을거 같기도 했다.
누구보다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기 좋아했고
남들의 응원 속에 없는 이야기도 실제처럼
자신있게 발표할 줄 알던 저자는,
어느 순간 사소한 계기로 예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후 180도 변한 사람처럼만 살았다면 너무 뻔했을 것이다.
그녀의 발표불안은 그녀를 힘들게는 했지만
남들 앞에서 보여지는 모습 속 그녀는 그런걸 내색하지 않는다.
주어진 업무나 프리젠테이션 모두 일정수준 이상으로 해냈고
본인 스스로만 느꼈을 사전 과정과 시연 중의 고통은
수면 위의 백조같은 삶의 대처로 잘 넘기며 지내간다.
이런 그간의 사정들을 독자에겐 잘 설명해 주기에
그간의 시행착오들과 후회들, 발표불안의 시간들은
잘 공감되고 납득되어 진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유독
멕시코에서의 경험담이 참 많이 와 닿았다.
멕시코를 잘 알지도 못했고 크게 궁금함도 없었지만
상상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그곳의 특별한 문화는
매우 매력적이었고 저자의 설명도 남다르게 느껴졌다.
멕시코는 사람과의 유대가 매우 특이해 보였다.
특별히 약속시간을 칼같이 강요하지도 않는 시간관념이나,
출근과 퇴근시 주변 동료들 모두와 일일이 인사를 길게 나누며
서로의 업무진행과 안부를 듣게되니, 마치 숟가락 갯수도 다 안다는
한국 시골문화를 사회속에서 경험하는 듯해 마냥 신기했다.
그런 과하다 싶은 서로에게 대한 관심과 보고식 인사나눔은
업무 효율성도 높이고, 회사일 전체를 시스템처럼 알 수 있게 됐다.
일적으로 인연이 될 수 없었던 누군가와도 서로
마음맞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계기도 된다는 설명.
사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그 다음이 중요했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멕시코 사내문화를 다룬 부분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런 식의 멕시코 사회생활을 해 나가던 중
누군가의 집에서 치뤄진 한 모임에 참석한 그녀는
뜻밖의 경험에 매우 난감해 한다.
약속시간에 구애없는 도착했지만 누구보다 정시에 도착한 그녀.
현지인들의 호의적인 다가섬이 이어졌고,
그 와중에 누군가가 한국의 시 한편을 읊어달라 부탁해 온다.
당황했고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의 등장으로 유야무야 그 시간은 끝을 맺는다.
본인 스스로는 그 일이 그녀를 여러 해석을 낳아버렸다.
유창하지 못한 스페인어 실력이 원인이라 스스로 진단 후
지금이야 실력껏 대충 마무리 했다면
좋았을거라 생각할 수도 있게된 그 상황을
당시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학업을 선택한 계기가 된 것.
본인은 지금은 그랬던 자신의 선택을 매우 후회한다고 했다.
하늘이 운좋게 내려준 듯한 선물처럼 적성에 맞았고
마음에 들었던 직장이자 직무의 포기였다고 회고하니까.
그렇게 행해진 당시의 결정도 어찌보면
불안하고 창피했던 처신 속 결과일 수 있었다는 결론.
저자가 선택하고 수정해 나간 그간의 과정들을 보면
매우 세세하고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준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소개해 나가는 고백 모두도
매우 진솔하고 무게감 있어 빠져들 듯 읽게 만든다.
한편으론 그간의 발표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한
그 사실이 영구적일까란 궁금증도 생긴다.
예상외로 좋은 내용에 한참을 빠져들어 읽었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