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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 어디에도 없는 - 바람처럼 떠나고 싶은 남도여행
양승언 지음 / 글을낳는집 / 2023년 3월
평점 :

뒤돌아보면, 저자의 인생 중 4분의 1정도를 정리한
인생기행문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느 면에서 봤을 땐, 자기 성찰과정을
여행을 겸해 감행하며 그걸 여정처럼 다루며
한편의 일기처럼 정리해 본 기록같다는 생각도 했다.
득량만을 가장 중심으로 다뤘다지만
짧게라도 그가 살았던 필리핀 등도 다 포함해가며
모든 물리적 거리들까지 돌아봤을 땐
생각해 볼게 더 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책 같았다.
저자 스스로는 동의하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염상구 같은 인물쪽 보다는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속 주인공과 유사한
방황을 하며 살았다고 보고 싶은 측면들도 많았다.
저자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노승의 유언대로
생전 가보라 한 득량에 들러 어느정도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맺었던 짧은 인연들 몇몇과
그간의 사유나 기록을 책 곳곳에 생동감있게 펼쳤다.
사실, 일반적인 기준으로만 보자면 모두 기행같은 삶이다.
사법시험, 식당주인, 승려생활, 결혼을
한사람의 인생 안에서 이어 설명한다는 그 자체나,
송명순이란 여인과의 인연과 그 이어짐도 그러했고
조종만이나 강철구와 같은 사람과의 우연한 인연들도
어찌보면 아주 평범한 것들 같진 않았다.
마지막쯤엔 산길을 맨발로 헤매이며
스스로 만든 낫지않는 발상처를 감내하며
일주일 넘게 겨울 산길을 돌아다닌 방황들까지도
한편으론 알면서 자초하고 인연맺고 울부짓는 듯도 보였다.
강철구란 사람과 싸움같은 대화방식으로
자신의 속내를 다 보였던 다음 날,
오랜 선후배처럼 간밤의 안부를 물으며 전화하고는
원수가 될뻔한 마무리가 아닌 봉합의 시도가 등장한
그 사연을 들을 땐 저자의 남다른 깊은 속내도 느껴봤고,
조종만의 인생사를 들으면서는 세상 어딘가에
생면부지로 살고있던 타인이였음에도,
마치 또다른 내가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곳에서
조종만이란 사람의 인생으로 살고 있었던 듯한
설명하기 어려운 동질감에 도플갱어 같다는 착각이 들었을만한
그와의 대화를 독자로써 느껴봤던 장면에선,
저자의 묘한 그런 감정들도 마치 진짜 본인처럼
나름 상상해가며 같이 읽어나갔던거 같다.
그가 걸으면 걷는대로, 대화하면 대화하는 대로
그의 옆에서 그를 바라보듯 그의 기록들을 바라보며 말이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란 영화가 있었다.
호수 중간에 있는 섬같은 절간에
한 어린 아이가 버려졌고 노승은 그 애를 맡아 키운다.
아이는 그 안에서 성장하며 마치 타고나길
원래 승려의 삶인 듯 그 안에서 중으로써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치료차 들린 또래의 여자와 연인사이가 되고는 떠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중년쯤의 나이로 길고 헝크러진 머리와 세속적인 모습으로
원망섞인 눈을 번뜩이며 돌아와, 그간 겪은
세상의 부조리와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행한 배신감에
자신을 길러줬던 노승에게 그간의 울분을 퍼붓듯 독백한다.
그러다, 자신을 잡으러 온 2명의 형사와 조우.
겁먹은 그를 보며 노승은 마치고 가야할 게 있으니
그걸 마칠 시간정도를 달라했고 형사들은 동의한다.
나무바닥에 칼로 반야심경을 음각해 나가는 주인공.
완성 후 떠났고, 세월이 흘러 또 모습이 변한 그가 돌아온다.
노승은 세상을 떠났고 이젠 그가 그곳의 승려가 됐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또다른 동자승과의 동거.
그 동자승이 개구리의 입속에 돌을 쑤셔놓고
해맑게 웃는 모습 속 봄을 끝으로 영화는 끝난다.
난 이 영화 속 주인공과 저자의 삶이 많이 겹쳐 보이는 듯 했다.
비슷한 듯 분명 다른 부분들도 많지만 말이다.
생각할 여지들을 많이 제공받았던 책이라 좋았고,
득량만을 필두로 가보고 싶어지게 하는 저자만의 공간들도
책을 통해 소개받은 듯해 그것도 좋았다.
책표지 속 아름다운 그림을 바라보며
아직 못가본 득량만을 그 그림처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