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저자가 정의하는 중요대목들부터 돌아보며 시작해본다.


불안.

대다수의 사람들은 각자 지닌 그 불안요소를 자극하는

어떤 두려움으로 인해 제각각의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저자의 불안은 특이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보편적 일들엔 두려움이 없다.

아마, 생로병사 같은 것을 말하는 듯 하다.

대신, 그런 것들을 무서워하지 않지만 오히려, 

타인들이 보기엔 어리석고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에 반응하며

겁먹을 수 있는 자신의 특성을 들려준다. 

그건 아마 아주 보편적인 것일거 같다.

그냥 쉬고 만나고 접촉하는 평범한 것들.

이 차이는 왜 그럴까?

그건, 저자에겐 일반사람들이 가진 보편적인 '필터'가 없어서,

일상적이고 사소하다 싶은 것들에 관해서는 과도하게 반응하고 

무방비로 노출되는 듯한 기분 속에 살아가서다.

즉, 경험을 통한 일반관습과 규범인식엔 

매우 취약한 자폐 스펙트럼 환자이기 때문.


우울.

환경과 자신의 접점을 주파수와 진폭으로 정의해보는 저자.

자신이 우울을 겪은 이유로써 환경을 원인으로 인식하는데,

환경과 자신만의 고유진폭이 일치하지 않고,

스스로 그 차이를 메꿀 수도 없을 때 우울을 경험한다.

진동수 차이로 피하듯 고통스런 침묵을 자초하게 되고

환경과 자신의 차이가 명확하다는 걸 인지할수록

더욱 고립을 택했고 외로워진게 우울의 원인.

이런 패턴 속에서,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의문들은

자신의 모든 행동을 잘못된 방향은 아닐까 인식하며

스스로 두려워 하게되는 현상으로도 경험케 된다.


저자는 이렇게 자신과 세상 사이의 여러 관계를 

과학적 은유처럼 풀어내듯 펼쳐 보인다. 


사회적 포지션으로 저자를 설명했을 땐 과학자이고,

저자가 지닌 주된 병력으로 표현하자면 

그녀는 야스퍼거 증후군과 ADHD로 설명 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생물정보학과

그동안 살면서 느꼈던 병력으로 인한 접점을 연결하며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해석법을 

특유의 논리로 설명해 낸게 이 책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꽤나 과학적이어야 할텐데,

읽으면서 강하게 느껴졌던 건

과학 안에 위치한 그녀만의 뭔지모를

공상과학 같은 따뜻한 이론같은게 먼저 다가온다.


난 스티븐 호킹이 광원뿔로 설명했다는 시공 이론은 모른다.

그렇기에 저자가 이를 불안과 접목해 설명해 본

그녀 방식의 이 이론응용을 정확하게 반론할 순 없다.

하지만, 호킹의 이 원칙이 저자가 인용한 것처럼

정신적인 부분까지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건 아니라 본다.

왜냐면, 호킹은 천체물리학자니까.

그럼에도 난, 호킹의 이 이론을 몰랐던 건 아깝지 않은데

저자 카밀라 팡의 이 광원뿔 이론을 포함해,

그녀가 생각해 낸 여러 사회적 현상을

자신의 논리로 정리한 이것들을 몰랐다면 

매우 속상했을거 같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난 그녀의 이론에서 완전무결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과학자인 그녀가 설명해보는 자신의 경험과

그것을 접목시켜 설명하는 이론들의 상당부분에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여러 논리들에 공감되는게 사랑스럽다.

과학적 논리를 사랑스럽다라니?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만의 이론정리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게 그리 이상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 경험해 볼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불안정성을 딥러닝처럼 이해한다.

불안하기에 뭔가 캐내 듯 알려고 하는 태도가 있기에

결국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낸다고 납득하고 있었다.

그냥 긍정적인 마인드만 늘어놓는 책도 결코 아니고,

무작정 자기효능감만 고취시기는 책도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과학적인 듯 과학적이지 않은 

'카밀라 팡' 식의 삶을 바라보는 이론 정립들은,

세상의 규칙을 새롭게 음미해 보게 하고

그걸 보노라면 누구라도 용기를 얻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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