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열림원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호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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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눈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타인도 자기처럼 살아가고 있다 여기듯 

끈덕지게 살아내는 삶, 이게 어디 요조 뿐일까...


'실격'이라는 딱지를 스스로 붙인 요조의 삶은,

창착이 아닌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실제 삶이다.

그걸 모르고 읽었더라도, 독백처럼 흐르는 문체는 

소설을 회고록처럼 읽게 만드데 무리가 없다.


애초, 요조가 아닌 저자의 삶으로 읽어가며, 

그의 실제 삶이 어디서부터 틀어진 건지

정말 고전의 반열에 들만한 책이긴 한건지

스스로 찾고 이해하기 위해 집중했다.

고전으로써의 이유는 쉽게 명백해졌다.

1948년에 탄생한 책을 2023년에 읽는데 

시대적 정서적 격차가 안 느껴지기에.

다만 흔들렸던 삶의 이유는,

왜라는 의문으로 찾으려는 노력 대신

설명하고 싶었을 기억의 재구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편하게 접근해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주인공 요조의 행복과 불행.

불행의 이유는 너무도 많았고

행복의 지속은 항시 위태로웠다.

정작 행복도 불행의 전주처럼 느꼈다는 그였기에.


사진 속 원숭이 같았던 아이는

타인의 감정을 평생 의식하며

자신의 감정은 감춘 채,

실제 자신은 누구도 못 느끼게 연기 듯 살아낸다.

때로는 그걸 능력으로써 자랑스러워도 하며.

그러나, 어른이 된 그에게

어릴 땐 자부심이었고 비밀 무기였던

광대같은 익살 처세는

스스로의 감정 배출구를 막고 마는 결과를 낳았다.


삶의 희미한 원동력이 되어준 어린 부인 요시코,

우연인 듯 겁탈장면을 보게됐을 때 조차

그는 자리를 피하고 망상에 빠져드는데,

이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속 주인공이 

가족에게 마저도 혐오함의 대상이었다가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고 

시름시름 앓다 죽어가던 애벌레를 연상케 한다.

오래된 친구 호리키에게 그렇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뺐겼으면서도,

누에콩과 2마리 동물의 환상이나 떠올리며

외마디 비명이나 분노조차 표현 못한 채

현실을 왜곡하고 삶의 희망을 놓아버리는 그.

부인을 대변하지도 친구를 탓하지도 않는 그다.

주어진 고민, 바꿀 수 없는 현실, 지나온 삶 

이 모두를 곱씹고 또 곱씹으며 

모든 건 자초한 불행인 듯 느끼며 바스러져 간다.

소설 내내 말한 것처럼,

'못하는 삶'이 아닌 '안하는 삶'의 모습 그대로.


그런 요조에게 예상치 못한 불행은 하나 더 언져진다.

술로 의지하며 눈밭에 각혈까지 하고마는 그가

근처 약국을 찾아 들어가 만나게 된

미망인인 절름발이 약사.

그녀의 모든 처방을 권위와 호의로 받아들이며

알코올 중독자의 삶 대신 모르핀 중독자의 삶으로 

너무도 자연스레 한발을 내 딛고 만다.

몸에 안좋은 술말고 생각날 땐

모르핀을 해보라 권한 그녀에게 감사해 하며.

일순간의 약기운으로 활력을 찾은 그는 

기적같이 샘솟던 기운도 잠시였을 뿐,

결국 술이 아닌 약을 간절히 찾아 헤매며 

그런 자신의 모습 앞에 다시 좌절하고 만다.


그렇다면, 모르핀을 권한 약사는 

요조를 의도된 파멸로 이끈 악한 인물인걸까? 

설사, 의도하지 않은 파멸을 야기 했을지라도 

결과론적으로 모르핀을 술 대신 권한 

그 죄만은 반드시 물어야 했을까?


생면부지의 둘이 처음 만나게 됐을 때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마치 알아보듯 말없이 운다.

초췌한 요조를 보곤 이유도 모른채 울기 시작한 약사와

자신을 보고 울어주는 약사를 보며 우는 요조.

불행한 자는 다른 이의 불행을 민감하게 알아챈다는 것을 

불행했던 사람 요조는 육감으로 이미 이해하며 느낀다.

그래서인가, 어디에도 약사를 향한 원망은 없다.

친구 호리키에게 그랬던 것처럼.


몸의 고향이 아닌 마음의 고향이 없는 자.

그게 요조의 모습이자 다자이 오사무의 모습.


그에게 약사의 모르핀 또한 불행이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요조에게 불행의 시작은 익숙하고 거절하기 어려운 

선의나 신뢰처럼 다가와 버린다.


그는 소설의 마지막, 

다시 가족에게 자신의 구제를 요청한다.

그때 찾아온 여럿 중에, 겁탈범 호리키가 끼어 있는 건

인간실격이 자서전이지만 소설처럼 읽힐 수 있는 역설의 장치로,

자신을 망친 자가 자신을 구하려는 자들과 섞여 다가오며

거부할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요조의 삶의 방식 그 자체를 이 순간에서도 보여주며 

독자마저도 좌절시키는 듯 보이게 했다. 


이 책이 '인간실격'이란 이름을 달게 된 건,

정신병원에서의 삶을 시작으로 

자신을 인간실격이라 불렀기 때문인지

이전까지의 모든 삶 모두를 고려해

그리 이름부치게 된 것인진 정확히 알 순 없다.

하지만, 결국 해볼 수 있는 모든 발버둥 끝에

최종적으로 자신을 포기하듯 내려 놓으며

스스로를 실격이라 부르게 되는 요조.


소설 속 주인공 요조의 삶은 27살까지의 기록으로 담겼고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실제 삶은 38살에 끝이 났었다.


스토리의 진짜 마지막은, 

요조의 소식을 아무도 모르지만

그가 남긴 기록과 사진을 두고

작중 화자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요조의 마음을 대변하는 마무리인지

타인의 눈에 비춰진 본인의 삶이

이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 

이 또한 알 수 없지만,

매정한 아버지가 잘못했다며 

요조를 위해 대신 편들어 주는 듯한 말을 하며

'하나님 만큼 좋은 사람'이었다는 말로 

요조를 기억해주는 마담의 모습에,

후일 실제 자살해버린 저자 다자이 오사무가

세상도 그리 자신을 바라봐 주길 원하는

간절한 바램이 담겼을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유명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그의 책들에서 매번 '애착장애'로 고생했던 

대표적인 인물 3명을 등장시킨다.

부모로부터 기인했을 어린시절의 내적 불안정이 

평생을 고질병처럼 따라다닌 3명의 인물로써...

서머셋 모옴, 헤르만 헤세, 다자이 오사무.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아는 다자이 오사무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현재를 살고 있는 누군가의 평가로써가 아닌

과거 속 그 스스로가 묘사해 낸 모습으로 보면서 

새롭게 이해되는 해석들이 많이 생겨났다. 


시게코 같은 어린아이에게 조차 

자신의 정체를 들키는 것 같아 

부끄러워 자신을 방어해대던 요조.

그의 말 못할 외로움이 만들어 낸

오래된 습관의 고통들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하나님의 천국은 믿을 수 없지만

하늘이 내리는 단죄는 믿고 

그것만 곱씹는다던 요조의 내면의 목소리들.


다자이 오사무는 삶 내내 생각의 감옥에서 살다 갔다,

본인에겐 지옥이었고, 독자들에겐 선물로 남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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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은 치과기공사 - 치과기공사가 말하는 치과 밖의 또 다른 세계
이푸름 지음 / 설렘(SEOLREM)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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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핏 느끼면 '치과기공사'에 방점이 느껴지는 책이지만

이 책은 '나의' 쪽에 지은이의 마음이 더 담긴 책이었다.

직업인으로써의 나도 많이 쓰려했고 써있지만

살면서 보냈던 그의 많은 하루들,

그것들을 보내고 쌓여진 나라는 사람에 대해

좀더 많은 걸 쓰고 싶어했다는게 전달됐다.


일기를 계속 써 왔고

6시에 기상하는 루틴을 지속하고 있다는 저자.

거기에 또하나의 루틴이라면,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이야기하고 어울려 왔던 생활.

어쩌면 드럼 연주까지도 그가 좋아했던 루틴.


그렇게 사는 삶도 좋았으나

이제는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듯한 저자.

하나 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세상에 천직은 없단 생각도 해본다.

군휴학 2년에 그냥 휴학 2년까지

그땐 치과기공사란 예정된 삶과 멀어진 시간이었다.

그러나, 남들보다 손재주가 없다는 그였지만

좀더 늦은 시간까지 혼자 남아 실습을 하는 등

지금의 직업에 갖춰야 할 시간들과 고민을 결구은 채웠고

현재는 고민하던 직업이 만족스러울 만한 일이 됐다.

자기와 같은 고민을 하다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애초 완벽하다 싶을 정도 맞아떨어지는 직업을 찾은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돌연변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해오는 저자.


6시 기상의 생활패턴.

이도 참 재밌는게, 부지런하면 본인과 주변이 다 좋을 듯해도

저자의 경험을 보면 자신의 루틴이 공동체에 융화되려 할 땐

어떤 식으로던 잡음이 발생되는 것도 인지상정이지 싶었다.

일찍 출근하고 여유롭게 시작하는 아침이 좋은 저자는

입사초기 동기들에겐 미움의 대상이기도 했었다.

왜냐면, 정시에 출근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이런 그가 흡사 잘 보이려 노력하는 것 같고

자기들이 대조적으로 게으르게 보이는 듯 해 불편했을테니까.

그렇다고 저자 또한 그 분위기에 맞춰

자신이 소신껏 지켜온 패턴을 늦추는 건 또 어려웠을 듯.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흘러 교정팀의 관리자 입장이 됐는데

이젠 직원들이 그의 생활패턴에 부담을 느끼는 듯 하다.

상사는 괜찮다고 하지만 항시 자기들보다 먼저 와 있으니.

그냥 아침 시간의 유용함을 즐기는 저자의 생활패턴은

이래저래 욕먹을 팔자인가도 싶으나,

못다한 일들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여유있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그의 일관성에 더 공감되는 부분이 컸다.


나는 치과기공사와 관련 없지만

저자가 기공사과 된 이유와 거의 같은 인연으로

이 직업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많은게 해소된 느낌이다.

책 후반부엔 치과기공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기술들을

해당 사진들과 함께 쉽게 접해볼 수 있는 코너도 있으니

아마도 '치과기공사'란 키워드 때문에라도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에겐 그 방향의 좋은 자료가 될 둣 싶다.

물론, 이 앞쪽에도 저자가 현직에서 경험한 일들이

책전체 3분의 1 이상의 분량으로 잘 정리돼 있으니 유용할거다.


예전엔 대개의 치과기공사들이 보수가 좋았나보다.

기대를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은 이 분야 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건

이미 포화상태이거나 그런 시절은 지난 쪽이 많으니

현재와 과거의 그런 차이도 책을 통해 느껴보면 좋을 듯 싶다.

절대적으로 나빠졌다는게 아니라 

과거에 비해 그렇다는 비교일 뿐이지 오해는 말길.

저자 또한 선배가 되어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치과기공에 대해 이렇게 책까지 내며 안내해 주고있지 않은가.


치과기공사 일이 크게 4가지 정도로 갈리는데

그 분야 중 일찍부터 교정파트에 몸을 담아왔다는 저자.

글쓰는 이 치과기공사의 다음 책이 나온다면

그때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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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자존감 수업 - 나를 사랑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된 당신에게
너새니얼 브랜든 지음, 이미정 옮김 / 앤의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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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그것도 굉장히.

저자의 '자존감의 여섯기둥'도 읽었던 거 같아서

다시 읽어보려 책장을 찾으니 집에는 없는 거 같다.

아마, 도서실에서 읽었던 걸 가지고 있다고 착각했던지,

아님 알고있던 유명한 책이라 읽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책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내용들이 좀 있어서 검색을 해보니

자존감에 대한 미국내 연구는 이미 30년 전부터

큰 이슈가 됐었고 그걸 윈프리 쇼가 큰 유행을 시켰다고 하니 

한국에서의 자존감 관련된 것들은 거의 

이미 반세대 지난 후 이루어진 걸 수도 있다.


책내용이 좋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이유는

이미 여러 책에서 좋다고 느꼈던 대부분의 주요사항들이

이 책에 더 잘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신과 의사인 '사이토 사토루'의 책 첫머리에선

어떤 식의 죄책감도 정신건강엔 백해 무익하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는 자존감과 더불어 죄책감 수치심 등에 대해서도

사이토 사토루나 존 브래드쇼 등의 대가가 보여준 지성과는 다른

모든 걸 아우르는 자존감에 관한 통합본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번 책은 신간이 아닌 복간됐다고 봐도 될텐데

그만큼 이 책을 원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도 되니

그 자체로 좋은 책이란 반증으로 봐도 될 듯 싶다.


이 책은 워크북이다.

이론을 자존감의 여섯 기둥 같은 책에서 주로 다뤘다면

워크북을 통해 실생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돕는다.

문장완성검사 형식을 빌려와 많이 이용하는데

의식하고 사느냐의 여부를 위주로

책 전반에 걸쳐 많이 언급하며 이용하고 있다.

여기서의 '의식'이란 영적으로 깨어있음을 이야기 한다.

여기서의 영적이라 함은 종교적 이야기는 아니다.

책의 표현을 빌어 설명하는게 더 적당할텐데,


생각하기 어려울 때, 생각하기 vs 생각하지 않기

의식하기 힘들 때, 의식하기 vs 의식하지 않기

얻기 쉬운지 아닌지 상관없는, 명확성 vs 모호성 vs 불명확성

즐거운지 괴로운지 상관없는, 현실 존중 vs 현실 회피 

진실 존중 vs 진실 거부

독립성 vs 의존성

능동 지향성 vs 수동 지향성

두려워도 정당한 위험은, 감수하기 vs 회피하기

자신에게 정직하기 vs 정직하지 않기

현재에 충실하며 책임지는 인생살기 vs 환상속으로 침잠하기

자기 직시 vs 자기 회피

실수를 찾아, 바로잡기 vs 실수 용납하기

이성 vs 무분별


이 모든 목록들이 의식하는 삶이냐 아니냐를 

스스로 평가해 볼 때 사용된 문항들이다.

각각 다른 원인들과 결과들을 담고 있지만

의식하고 있는냐 없느냐에 주목하면서 모두 보다 보면 

일관되게 흐르는 공통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위 문장들에서 내가 느낀 공통점들은 '회피'였다.

모두 피하느냐 마주하는냐의 상반된 태도들의 대립들이었다.

그걸 책에선, 의식하고 사는 삶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잣대처럼 사용하며 

자존감이 충만한 삶과 아닌 삶의 태도차이로 나눴다.


여기에 죄책감을 다룬 부분도 좋았는데

드러내지 않은 분노는 죄책감이 됨을 설명한 부분으로,

가까운 이로부터 직접적인 발언을 들음으로써 생기는 

원론적인 죄책감 역시도 실은 좋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처리하지 못한 분노나 자기주장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죄책감으로 추정되는 감정으로 느껴질테지만,

이는 진짜가 아니라 그보단 더 심오한 문제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처럼 품게 된 게

죄책감처럼 여겨졌다는 설명이었다.


자존감과 관련된 많은 설명들에 모두 이유가 서술돼 있으면서도 

이해를 위해 정리된 글들은 하나같이 깔끔하고 짧은 편이다.

농담으로 던지면 사람도 죽겠다는 벽돌두께의 책들보다

이 책이 훨씬 많은 내용과 함축된 정리를 담았다고도 보여진다.

자존감에 대해 한권의 책만 읽어보고자 한다면 이 책이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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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돌보는 뇌과학 - 더 좋은 기분, 더 좋은 삶을 위한 뇌 사용법
안데르스 한센 지음, 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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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한 긍정적인 존재이유를 들려준다.

아마, 불안에 지긋지긋하게 고통 받아온 사람들에겐

이런 방향으로 긍정적인 화두를 내놨단 자체만으로도 

이미 읽기 싫은 대상이 됐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내용이었다면 

이렇게 책으로 태어날 수 있었겠느냐를 생각해보고

조금 호혜로운 마음으로 이 책과 인연이 닿길 바래본다.

왜냐하면, 매우 신선하고 당연하며 바른 가이드를 해주니까.


각자의 불안이 얼마나 심한지

어떤 이유로 불안을 느끼는지를 

주요하게 다루지 않는 책이지만, 

불안에 대한 매우 좋은 내용일 수 있는 전개이자 

아주 새로운 듯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뤄지는 내용을 바라보는 긍정성 때문이 아닌

전개흐름이 지닌 당위성 때문이다.


책을 통해 보는 우리 모두는,

진화론적으로 생존에 적합하게 변화해 온 최적 상태의 뇌다.

그런 시스템을 물려받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그 최적의 상태란 건 항상 시간에 따라 변해왔다.

완전 원시->농경->산업->오늘날 IT중심 사회로까지,

모든 시대를 거쳐오면서는 무수한 시간이 사용됐고

이를 인간용어로 나눠본 사회분류가 있을 뿐이었다.

책이 말하는 1번째 주안점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하는데

원시와 농경사회 기간 동안 진화된 뇌나

지금의 뇌는 거의 같다고 봐야한다는 관점이라서다.

왜냐면, 뇌의 진화란 오랜 기간이 걸리는데

인류의 모든 역사 안에서 현재 수준에 근접한

산업혁명이나 IT시대로 변화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전체로 봤을 땐 거의 티끌 수준이란 것. 

그렇기에 우리는 아직 원시시대나 농경시대 때 맞춰진

그 생존방식에 적합한 뇌와 더 일치하는 싱크로율이지, 

현대적으로 지금 시대에 맞춰진

뇌진화를 이뤘다고 생각하면 모순이라는 것.

따라서, 수렵생활은 안하지만 생활 속 불안은 

우리에게 장착된 본능같은 기능이라는 설명.


책내용 내내 저자는 계속 친절한 응답자로써,

독자가 이런 이유들은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힘든건 힘든거다 할 사람들이 할만한 질문들을

스스로 추려내 그 답과 함께 얘기를 이어간다.

가령, 불안이 그렇게 필수요소라면 

반대로 불안해야 하는데 덜 느끼는 상황이라던지

PTSD 등은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빠른 열차 안이라고 부딪힐까봐 매번 공포에 떨진 않고

비행기를 타고 몇만피트의 상공을 날고 있을 때

대부분 추락의 공포에 떨지않는 이유 등에 관해서.

이를 저자는 화재경보기로 비유하는데,

화재경보기 역할의 불안증세나 공황발작이라 하더라도

그 경보기가 시도때도 울린다고 그걸 필요없다거나

당연시하는 건 서로 다른 문제란 점을 부각시킨다.


결국, 이런저런 과사용 오사용되는 기능들의 부전은

어떻게 개선되야 한다는 걸까?

일단 나쁘게 인식하지 말고

미래를 위해 현재 끌어다 쓰는 기능쯤으로 

긍정적으로 인식하란 묘사부터 하면서,

과하게 활성화 시키는 무언의 의지를 지녔다면

안에서 일어나는 상상을 일으키는 기존 인지요소를

외적으로 말이나 글로 표현해 봄으로써,

가상이 아닌 현실로 치환시켜 보는게

적당 수준의 불안을 스스로 깨닫게 한다고 가르친다.



여기에 다른 책과 달리, 외로움도 함께 다룬다.

불안과 우울은 좀 달라 보이지만

외로움과 우울은 비슷한 외형을 갖췄으니까.

악순환처럼 외로움이 우울을 키우는게 가능한 

메커니즘을 이해시키고 개선방향도 언급한다.

일단, 외로움은 우울을 굉장히 증폭시킨다.

거의 10배 정도 쯤으로 설명되는데,

불안이라 못느끼고 그냥 외로워 침잠된 상태라도

이는 매우 불안정안 상태란 걸 보여준다. 

흥분시 활성화 되는 교감신경과 

날숨이나 안정적일 때 활성화 되는 부교감신경 중

어떤 게 외로움과 어울리냐고 묻는데,

답은 '교감'신경으로써

외로움은 '투쟁 도피' 반응을 일으키기에

겉은 사그러든 듯 보여도 속은 활성화 되어있는 

스스로 힘들게 견뎌내고 있는 외로움의 이면을 이해시킨다.


불안, 우울, PTSD 등 너무 알려진 단어들에 관해

그걸 다루는 수준들은 책들마다 천차만별이다.

이 책을 통해 위와 같은 상식들을 다시 느껴본다면

기존 알았던 지식수준이나 생각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전환점을 줄 수 있을 내용들이라 생각한다.

책이 담은 너무 좋은 내용들을

다 옮길 순 없음이 안타까울 정도로 괜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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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에 갇힌 사람들 - 화면 중독의 시대,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 되찾기
니컬러스 카다라스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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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 디지털 컨텐츠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장점이 아닌 단점을 논하고 있다.

공감하는 바가 컸고 주위도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얼핏, 문화비평서 같은 책일거라 속단하기 쉽지만

매우 통찰력 있고, 박학다식하며, 사회변화에 관심이 많은 

그리스 출신의 미국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며

실제 인간관계와 자유, 올바른 정신을 깨워주는 내용들이다.


정신을 깨워주는 책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방송 풍조나 문화흐름을

유사하게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견해가 많았고,

단순 심리학 정보가 아닌 삶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선별적 이야기들이 이를 뒷받침 해 주어서다.


대중화 된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은

오래된 생활패턴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이걸 가장 간단히 표현할 수 있는 

저자의 설명방식이 인상적인데,

독자에게 오히려 물어오는 질문으로써

디지털 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세상 중심으로 개인이 부속처럼 돌아가고 있는지'

아님 '본인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지'

그 어떤 쪽이겠냐고 의견을 물어왔다.

자동반사적으로 답변을 생각해 본 난 틀렸다.

저자는, 세상이 개인 중심적으로 돌고있다고 했으니까.

얼핏 이해되지 않았다. 

이 얘기에 앞서, 자유롭고 편한 사회적 분위기가 아닌,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혹 심기를 건드릴까 

의견 하나도 편하게 내보이기 어려운 

강요된 디지털 문화풍조를 느끼며,

저자와 주변인들은 본능적으로 세상이 

잘못 되어가는 걸 감지하고 있단 말을 했기 때문에.


그러나 이것과 앞선 질문은 서로 다른 의미였다.

디지털 세상에서 소수가 분위기로 만들어가는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위험성과 별개로,

자신의 세상에만 과몰입 하게 만드는 

앱과 플랫폼의 사업지속 의지는,

단순히 그 환경에 익숙해지는 걸 넘어 

사용자를 중독되게 만들고 붙잡아두기 위해,

개인별 관심과 요구사항을 맞춤 서비스 제공하며 

마치 세상이 개인을 중심으로 돌듯 느끼게 해서

세상이 나에 맞춰 돌고있다는 착각까지 가능케하는

맞춤형 서비스의 폐해를 언급하는 거였다.


이 책은 큰 틀로써 이런 류를 많이 다루지만

여러 이야기가 액자형 구조처럼 많이 들어있기에,

벗어난 듯 연관된 듯, 꽤 많은 부수적 이야기가 있어서

정보와 재미를 모두 주는 책이라 보는게 더 좋다. 

 

예를 들면, 

가성 BPD(경계선 성격장애),

팽창하고 있는 심리상담 시장의 유해성,

자연치유적인 심리 회복능력,

조지 브라운의 우울증 발병에 관한 연구,

2008년 팔레츠니 신부의 배 만들기 기사,

가짜 트랜스젠더에 대한 상담전문가의 인터뷰 등


대부분 일반적이라고 알려진 

이론이나 풍조를 뒤집는 글들도 많았는데,

단순주장이거나 저자의 견해가 아닌

독자로써 수긍하고 인정할 만한 

근거와 논리를 가진 전개라,

다양한 이야기들임에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일관성 있는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조지 브라운의 우울증 연구를 보면,

화학적 불균형(내인성 우울증)과 

외상적 사건경험(반응성 우울증)에 관해 

의외의 우울증 연구결과를 실었는데,

친구나 힘이 되는 사람이 없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겪던 사람은

나쁜 일이 발생하면 우울증 발생가능성이 높으며,

지지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안좋은 일이 발생하면

모든게 한꺼번에 터지듯 누적된 게

우울증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결과였다. 

이게 시사하는 바란, 우울증이란

단순 비합리적 반응이 아닌 

뇌의 역경에 관한 정상적인 반응이란 점이었다.

신경학적 문제가 아닌, 한 인간의 삶에서 

심각하게 잘못된 무언가의 결과로 야기됐고,

평생에 걸친 장기적 스트레스 요인이 

지치게 만들고 절망을 일반화 시켜버린 사고가

우울증을 만들어버린 거란 설명.

즉, 스트레스 자체가 아닌 만성적인 유해한 환경을 

더 원인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연구 결과였다.

저자는, 이 연구를 조금 확장시켜 설명하면서

디지털의 유해한 환경도 결국 

개인의 우울증을 비선택적으로 발병하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다른 이야기 중, 팔레츠니 신부의 이야기는 

마치 실화가 아닌 소설같기도 하다.

그가 중독치료소에서 마주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삶에 의욕이 없었다, 흐린 눈동자, 비슷한 태도들까지.

그들을 향해 신부는 심리상담치료가 아닌 

뜬금없는 계획 하나를 제안했다.

우리 다같이 배를 만들어 세계여행을 가보자는.

배, 세계여행...

저자는 이 기사를 읽으며 노아의 방주 같은

발상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느꼈다.

허황되고 불가능해 보이는 발상 같았으니까.

물이 있어서 배를 띄워보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 다같이 배를 제작하고 

그걸 가지고 여행 가보자는 계획이라니.

팔레츠니 신부와 25명의 중독자들은 

그걸 실제 계획에 옮겼다.

저자같은 정신과 의사 겸 심리치료사에게

이 기사가 신화창조처럼 보였던 이유는

신부가 낸 아이디어에 있지만은 않았다.

그걸 만들어 갈 동안, 25명의 중독자들이 

각자 중독원인을 끊고 일에만 몰두했다는 것.

저자는 이걸 목표의식의 좋은 예로 소개한 것이다.

안타깝지만 신부는 배가 완성되기도 훨씬 전

심장마비로 돌연사 했고, 상당한 기간 후

조그만 기사로 배의 완성을 알리는 기사를 읽게 된 저자.


이런 얘기만 보면 자기계발서라 해도 믿겠다 싶었다.

이 이야기로 저자는, 심리상담이나 정신치료 대신

목적의식 자체가 얼마나 각자의 삶에

더 필요한 세상인지를 피력하고자 했다.

거기에, 미국식 뉘앙스로 이런 말도 한다.

상담은 결국 돈을 주고 

누군가와 필요한 대화를 통해 치유과정을 겪는 것인데, 

사실 진짜 필요한 건 

돈 없이도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사람 또는 친구가 필요한게 본질이라는 것.

자신이 이런 말을 하면 수많은 상담사, 특히

좋은 결과를 내온 상담사들이 발끈 하겠지만,

자신도 같은 일을 해온 사람이란 걸 부각시키며

현대사회의 인스턴트식 인간관계와 

유료 심리상담이 갖는 한계점을 언급했다.


읽다보면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게 아쉬워질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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