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모차르트 개런티는 얼마일까?
야마네 고로 지음, 정은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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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술가들의 삶이란게

세속적이거나 계산적이란 단어와는 

잘 매칭이 안 된다.

이러니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볼 땐,

왠지 세상물정에 어두울거 같고 그 대신으로 

고결한 창조능력은 지녔을 약간은 고지식한 

사람들일거란 생각부터 먼저 갖게 된다.

사실, 이는 모두 선입견일텐데 말이다.

세상 모든 선입견을 무조건 나쁘달 순 없지만,

앞서 내가 자동적으로 떠올렸던 그런 관념들은

스스로 쉽게 확신할 만한 근거 없이 

외부에서 입력된 단편적 가치기준 때문일 수 있다.

영화나 전기, 뭐 그런 것들을 통한 이미지에서 말이다.


클래식 음악 자체의 정보라기보단,

음악가 자체에 위와 같은 선입견이 있다면

그걸 깨보는 역사적 사실성 있는 구성이면서,

유명 클래식 음악가들도 재능과 별개로 

각자 주어진 환경과 인생을 살아 낸

한명의 사람이었음을 음미해 볼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을 보여주는 바가 매우 컸다.


알려진 클래식 거장들의 상당수는

높은 수준의 연주자들이면서

포괄적인 음악적 재능을 갖췄지만,

실제 삶은 이와는 별개로 

대부분 안정된 삶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물론, 아무 재능이 없는 이들보다야

능력 하나를 더 갖춘 이들로써 장점은 있었지만,

먹고 살아가는 문제나 가족부양에 있어선

보통 가장이 진 무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냥 음악적 업적만으론,

이들 사후부터 현재까지 

이 사람들 만큼이나 뛰어난 작품으로 

대우받거나 발굴된 작품이 없이 

고착된 시장임을 감안해 볼 때,

아무리 옛날이라지만

그 당시 생계유지를 위해 벌인 고군분투는

남긴 업적에 비해 매우 가혹했단 느낌도 있다.


책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려진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을

비슷한 시기와 나이대로 2명씩 묶어 비교하면서,

그 인생과 중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살았던 모습이 활자로 기록됐다면

음악은 QR코드로 쉽게 들어볼 수 있게 첨부됐다.

이런 QR코드들로 해당 음악들을 듣기 위해선 

한 일본 음원사이트에 가입해야 하지만,

사용해보니 책을 읽으면서 소개되는 

해당 음악들을 일부러 찾지 않고

QR접속만으로 쉽게 들어볼 수 있는터라 

알찬 클래식 수업을 듣는 듯 만족스러웠다.


책내용은 연대순으로,

바하 vs 헨델

하이든 vs 보케리니

모차르트 vs 살리에리

베토벤

슈베르트 vs 로시니

슈만 vs 멘델스존

쇼팽 vs 리스트

바그너 vs 베르디 순으로 소개되며,

이후 다른 음악가 20명도

쭉 살아온 연대순으로 2명씩 

비교 정리되어 실려져 있다.

맨 마지막 인물은 스트라빈스키.

이런 구성 내에서 유일하게

혼자 등장하는 인물은 베토벤 뿐이다.


이렇게 둘씩 묶여 있어도 

저마다의 활동 내역들을 다루기에,

함께가 아닌 각자의 이야기들로 접할 수 있고 

그들이 행했던 당시 경제활동들 위주로 

어떤 처세를 보였었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바흐.


전처에게서 7명, 재혼을 통해선 13명의 자식을 둔 인물.

개인적으론 이 숫자에 매우 쇼킹했다.

거기에, 유명 클래식 음악가들 중

가장 선구적인 업적을 보였다고 생각했던 그가,

실제 삶에선 매우 주어진 본분 내에서만 활동한 듯 했다.

큰 야망없이 주어진 삶을 무난히 살다간 생활인 같았다.

당시엔 지금의 위상보단 크게 인정받지도 못했기도 했다.

반면, 그와 짝을 이뤄 소개된 헨델은

화려한 삶과 시대가 요구하는 음악을 추구했기에

부와 명성을 잘 축척한 삶이었다.

지금이야 둘 중 누가 음악사에 있어

더 인정받는 인물이냐 묻는다면,

바흐라고 얘기할법 한데 

이 둘의 당시 삶은 정반대였던 거다.


이런 식으로 음악가들 저마다의

성향과 삶, 사연들이 비교 정리된 책.


책 전체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은

모두 굉장히 아둥바둥 열심히 살았다는 느낌.

돈에 무관한 듯 살 분위기가 아니였다는 것,

저마다 자기 작품들과 연주실력으로

수익창출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좋은 스폰서가 있고 없고의 차이로 

전체적인 커리어가 달라진 이들도 꽤 많았다.

모차르트의 경우,

자신의 악보가 불법유통 되는 걸 막기 위해 

굳이 원본을 자신이 보는 공간에서만 

필사하게 했다는 에피소드들도 흥미로웠다.


상당수는 당시 수입원으로 

연주나 공연투어 등의 일도 겸했었는데,

흥행성패로 앞날을 걱정해야 했던

사업가로써의 현실적 부분들도 다룬다.

지금이야 다들 고인들이 됐고

자신들이 남긴 작품들로만 기억되지만,

당시에는 이런 작품들로 인한 자체 수입들 보다는

인기 곡의 원작자로써 과외 선생들로 선호됐고

그로인해 불려다니는 연예인 같은 삶이었단 사실도 

매우 독특한 인상으로 남았다.


피아노 연주로 인정받던 베토벤의 경우엔

피아노 개발과 제작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에선, 완성된 피아노로 작곡했던게 아닌

미완성 악기의 체계를 스스로 더 완성시켜 가면서

창작활동까지 겸했던 그의 독특한 이력에 

음악적 재능과 악기제작의 아이디어를 가진 이로써

2가지 재능을 동시에 펼쳤음도 알게됐다.


한명한명 모두를 보다보면, 

지금 후대 사람들이 느끼는 

명성이나 브랜드가치 만큼의 

당시 삶을 살았던 이는 별로 없었던 거 같다.

다들 인정받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야 했고

그 노력의 결과물들도 꼭 빛을 봤던건 아니였으니.


현재까지 기억되는 클래식 거장들,

결론적으로,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작품들 쓴 사람들이 아니었다.

고단했었을 당시 삶들을 돌아보니 

현실적응을 위한 사투를 벌이며

각자의 시대를 살다간 생활인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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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똑똑한 아이가 위험하다 -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영재 상식
신성권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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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독특한 특성을 지닌 영재들.

저마다의 면모는 꼭 영재로써만이 아닌 

한 사람으로써 성장하고 삶을 살아가는 

그 자체로써 바라봐도 충분히 공감될 만한 

특성들과 과정들로도 느껴진다.


영재들의 정서적 취약성을 다룬 장에선,

성장 속 타인들과 어울려가는 과정하에서

대부분 사회적응력과 자기조절력을 갖추게 되며

다수와 섞여 살아갈 능력을 갖추게 되지만,

적응과 부적응이란 양갈래 측면 하에서

꼭 행운만 있을 순 없음도 

더 포괄적이게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흥미와 열정을 느끼는 곳에만 

영재급 지적능력을 사용하려는 경향은,

실패와 성공이란 통속적 잣대로 평가해 볼 땐

안타깝게 실패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게 느껴졌다.


흘러가는 얘기 중엔 IQ에 관한 언급도 있다.

몇번의 IQ 검사시, 낮은 점수보단 

높은 점수를 선호하는게 옳다는 말. 

왜냐면, 높은게 낮게 나올 순 있지만

낮은게 높게 나올 순 없다는 판단.

보통 겸손한 태도나 평균점수의 수용으로

되려 높은 점수를 배제할 수 있을텐데 

알아두면 좋은 판단정보 같다.


한편, 책에 몇번 반복되는 내용 중엔

매우 눈길을 끄는 정리 하나가 있는데,

저자의 식견이 돋보인다고 느꼈던 부분이었다.


'자신의 이상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완벽주의 성향의 영재들은, 

인생이 나아가는 방향이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과잉활동성으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는 식,

다른 하나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지 않고 

기존 영역에 머무름으로써

자신이 완벽하지 못해 느낄 불안을 차단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선택을 하는 부류'

어찌보면 영재성을 가진 사람만이 아닌 

보편적 인간들도 보이는 선택적 기준 같기도 했다.


책에서 소개되는 영재성들은 

좀더 다양한 측면으로 이해해야 

저자가 소개하는 그 내용들을 받아들임에

독자 스스로의 풍부함이 더해질 수 있겠다.

쉽게 말하면, 프로이트 같은 부류의 능력도 

일종의 영재성으로 책은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 영재가 보이는 지적 특징이나 

높은 IQ로 발현되는 재주와 기술 등의 

영재적 특성들 뿐 아니라,

포괄적으로 이해되야 하는 독특함이나 방식들이 

모두 영재성의 판단기준이 된다는 식.


이 책을 본 사람들이라면 

영재적 특성자들이 겪게 될 과정들을 보며,

보통의 인간으로써 겪는 운명들과 

영재들만이 겪게 될 운명들도 

자연스레 비교 연관지어 생각해 볼만한 

많은 시사점들을 만나게 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름 개인적 노력 하나 추가했다.

저자의 책 중 '천재 빛나거나 미쳤거나'를 

먼저 읽어보고 이 책으로 들어온 것. 

아쉽지만, 전작보단 이번 신작을 통해

생각해 본 것도 더 많았고 좋았다.


저자 스스로는 이번 책의 집필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전작이 영재의 지평을 넓히고, 간과된 개인들의 

독특한 기질발견에 목적이 있었다면,

이번 책은 인문철학서라는 관점에서 

독자의 일상으로 좀더 들어가 실용적으로 도움을 줄 

다른 접근방식의 필요성에서 탄생됐다'고.

내가 조금 윤색한 부분은 있지만

저자가 표현한 뜻 대부분은 옮겼다.


이렇게 탄생된 책이 이 책.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과연 이 책을 영재를 둔 부모나 관련된 사람들만이 

빠져들게 될 한정된 내용일건가에 대해.

내 생각으론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줄 만한 내용들 같다.


예전 '영재발굴단'을 보다가 한 아이에게서 

안타까움을 느낀 경험이 있다.

자기 아이가 이상하다고 제보한 부모.

5살 내외의 그 아이는 거실에서 혼자 놀고 있고

먼 발치의 부모는 아이를 바라보며 

다소 냉랭하게 아이가 이상하단 대화를 나눈다.

내 아이가 아니지만 TV속 모습만으로도

꽤 영특해 보이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나름 재능도 느껴졌고.

하지만, 그 아이를 바라보는 

친부모의 눈빛엔 정말 불편함이 영력했다.

어찌됐건 다행스럽게도, 

아이의 영재성을 설명듣는 과정에서 

부모들은 후회의 눈물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청자 입장에선, 이 아이 정도면 

그래도 다행스런 환경이란 생각도 들었다.

어느정도 부모의 경제력도 보장된 아이,

뭣보다 이런 프로에 부모 스스로가 나올 결심을 해 

자신들의 상황과 판단을 검증 받아 볼 

기회를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인 셈이니까.

반성과 후회를 할 줄 아는 부모라는 점에서 

기존에 있었을 가족내 무지나 홀대로 

지탄 받을 이유는 이미 이해될 만하게 보였다.

그리고, 영재가 영재로써 인정받고 크는게 

얼마나 힘든지 직간접적으로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맥락이었다.


이 책, 참 여러 생각을 해보게 만들어 주며 

영재에 관심있다면 필히 읽어볼 만한 

좋은 내용과 관점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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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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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편의점을 재밌게 봤었터라

비슷한 제목인 이 책에 흥미가 생겨 

순수하게 읽고 싶어졌던 책이다.

만일, 이런 사연만으로 혹시나 두 책이 

진짜 닮아있었다면 정말 우연의 일치였겠으나 

읽어보니 역시나 당연히 다른 내용의 책.

다만, 국적이 다른 두 책임에도 공교롭게 

정서적으론 닮은 구석이 많긴 했다.

또, 보통의 책은 뒤로 갈수록 

텐션이 높아지며 독자를 이끄는데 반해,

이 책은 특이하게 첫장부터 훅 끌어당긴다. 

그렇게 독특한 시작이지만 결국 

전체적인 스토리 면에선 오히려 잔잔했던 소설.


내가 몰입했던 그 도입부는 매우 단순했다.


아무도 돈 주고는 안 살 장롱을 두고

주지와 히구라시가 벌이는 말도 안되는 흥정.

만일 이게 진짜 실제상황이었다면?

파는 쪽이었다면 그런 배짱은 못 부렸을테고

사는 쪽이었다면 결코 그리 사진 않았을 거 같다.

그런데 소설은, 그 가치없는 물건을 두고

팔려는 사람과 사러온 두 사람의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들어 본다.


주지는 받고 싶은 금액으로 1만엔 제시.

사가는 거 자체가 손해인 히라구시는 

그냥 갈 생각은 차마 못하고 500엔 정도 

생각하고 있다가 주지 때문에 흠짓.

그런 고물을 파는 주지는 또 그 와중에

무언의 배짱을 계속 부리며 압박.

매입자 히구라시는 그렇게 질질 끌려가고

말도 안돼 보이던 이 거래가 결국 성사된다.

흔한 말로 복장 터지는 코메디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처음이라 

이 장면엔 앞으로를 암시할 뭔가 있는거라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하지만 약간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이 이야기는 그냥 이 상황으로 정리 끝.


우락부락하게까지 생긴 주지는 그 장면에서

매입자 히구라시의 차에 씌여진 글귀들을

그저 쳐다보는 것 만으로 눈치를 주며

본인에게 흡족한 흥정을 주도해 간다.

거부하고 싶은 히구라시에게 차에 쓰여진

'무엇이든 매입합니다'를 가리키며 사가게 하고,

500엔 정도만 줘야겠다 했던 물건을 이번엔 

'최고가로 매입합니다'란 광고문구로 다시 한번 압박.

결국 히구라시는 500엔도 아깝게 여겼던 그 물건을 

7000엔이란 고가에 구입해 싣고 돌아간다.


이렇게 시작된 스토리는

중고상점 사장이면서 히구라시의 친구인 

가사사기의 탐정놀이 같은 이야기들로

소소하게 이어져 나간다.

26살에 동업자처럼 들어와 28살이 된 화자 히구라시와

손님가족이었다가 편하게 드나드는 중1소녀 나미까지

총3명의 중고상점 사람들이 경험하는 이야기들.

뭔가 큰 반전은 없지만 순수함이란 요소로

마치 탐정 김전일 같은 느낌으로 버무려

중고상점 거래 중 생긴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최초 이 책이 번역됐던게 2011년.

절판됐다가 10년이 넘은 지금 다시 복간됐는데

무엇이 다시 이 책을 살려냈는지 

독자로써 상상해보게도 된다.


현실이라면 불가능해 보일 여러 모습들.

손해를 보면서도 운영되는 중고상점,

우연이 필연처럼 이어져가는 인연들,

묘하게 순한 맛으로 연결되어 가는 

몇몇 긴장감들이 주는 판타지적 느낌들은

이 소설이 다시 살아난 이유일지 모른다.


책의 말미쯤, 귤로 비유됨직해 보이던 

불교의 번뇌나 본질의 깨달음 같은 

이야기가 하나 기억난다.


맛있는 귤로 태어난 자신이 알고보니 

하급 귤의 나무에 접붙여 태어났음을 알고

그 비천한 뿌리를 지닌 자신을 한탄한다면,

나라면 그냥 웃고 말거라는 주지의 도닥임.

반면, 못난 귤로 태어난 귤들은 

이 고민에 코웃음 칠 것이라는 시선도.


어쩌면 전체적으로 해학이란 말이 

가장 어울릴만한 따뜻한 소설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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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고통 - 고통과 쾌락, 그 최적의 지점에서
폴 블룸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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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진도를 쭉 빼듯 읽기엔

만만치 않은 흐름이 있다.

어려운 책이라서는 아니었고 

고통이란 어두운 주제를 다뤄서 

읽어나가는데 힘들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고통의 쓸모를 공감해 보기까지

꽤 오랜 예열이 필요했다.

초반에서 중간정도까진 저자가 설명하는 

고통의 모습에 모호함이 느껴졌었다.


그렇게 읽어 나가던 책은, 

시지프스의 신화가 언급되는 200페이지 이후부터 

조금씩 시야가 밝게 터지면서 

전체적인 뉘앙스를 음미할 수 있게 흐르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통찰적인 핵심을 던진다.


이 책이 말하는 고통이란, 

그 가치가 단순 찬양되거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역설적 도구처럼 등장하진 않는다.


또다른 설명에선 이 고통이란 주제를 통해,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란 답을 책을 통해 원한다면,

자신의 책은 그것에 답을 줄 수 없음도

꽤 여러번 반복하듯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냥 고통을 주제로 쓴 

한 학자의 애매한 지적유희거나,

애초 논쟁거리나 되기 충분했을 

고통이란 주제를 애매하게 슬쩍슬쩍 건드리면서 

나름의 유용함을 결론지어 본건가 싶겠지만,

책의 중간부터 끝날 결말까지 

어느 정도 쭉 읽어간 독자 각자라면 

고통에 대해 스스로 의미있게 이해해 볼 만한 

화두 같은 것들을 정리해 알려주며,

나름 만족하며 이해될만한 

결론까지 도출해보는 구성을 보인다.


고통이란 하나의 과정으로써

그걸 인식해가는 각자의 경험이

그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고 설명되고 있다.


그럼,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정도의 알려진 말을

유명한 심리학자가 이토록 길고 어렵게 풀어 쓴 걸까.


이는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되고

어떻게 재가공되는 지에 따라

다른 의미처럼 다가올 수 있는 부분 같고,

그런 측면에서, 저자 폴 블룸이 말하는 

고통의 가치를 읽는 이가 그의  언어로

이해해 보는데 책의 가치가 있어 보인다.


흔히 '과정'이란 한 단어로 

쉽게 표현될 수 있는 부분을

책에선 '내러티브 과정'이란 

독특한 표현으로 해보고 있는데, 

원문 속 이 단어가 지닌 표현이

고통을 통과하는 과정이 내포하는

의미를 잘 살려 표현됐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반면, Sisyphus는,

그냥 시지프스의 신화라 일컬어 지는 내용을

시시포스라 번역시 표현돼

낮설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기도 했다.

다만, 시지프스 신화는

이 책을 총체적으로 이해해 가는데

책에서 의미하는 부분이 꽤 중요하다 본다.


시지프스 신화란,

힘들게 큰 바위를 굴려 꼭대기에 올려놓아도

결국 그 바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뫼비우스 형태의 형벌을 의미하는데,

이 시지프스 모습 같은 고통을 

삶에서 감내하게 됐을 때, 

과연 이런 외형의 고통마저 감수할만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언급해 보면서

고통의 종류를 세분해 보는

역할도 하고있기 때문이다.


딱 책의 절반을 지나면 

결론으로 내용이 빠르게 흐르지만, 

결코 하나의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고

단순 방향성만을 제시한 정도로 흘러간다.

대신 순간순간 반짝이는 필력들이 

중요한 대목들을 정리하며 대신한다.

BDSM와 연관지어 설명한 양성피학성이나

골디락스 법칙 속 스윗스팟 이론에선,

극단적인 고통의 예가 아닌 

제한적이고 유한한 고통을 다루며,

고통이 갖는 역할론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고통이 가치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냐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지며 책은 끝나는데,

고통의 선기능적 역할쪽에 더 수렴하면서

조심스레 잘 마무리 된 책이라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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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해내는 아이의 50가지 습관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밝혀낸 성취와 행복의 비밀
오카자키 다이스케 지음, 송지현 옮김 / 또다른우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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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 쓴 책이라 생각하며 읽었는데,

책 말미에 있는 저자의 집필의도 덕에

나름 가졌던 의문들도 다 해소가 됐다.

저자는 이 책을 아이와 어른

모두를 대상으로 썼다 밝혔다.

어른에게 아이를 위한 수동적 정보도 주면서

동시에 읽는 어른 본인을 위한 

능동적 내용들로써도 적용될 만한 

풍부하고 폭넓은 내용을 담았다고 봄직 했다.

이런 언급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모호하게나마 전달될 순 있었겠지만,

이는 독자 각자의 해석에 맡겨진 식이라

저자의 의도는 추측의 영역이었을거 같다.


아이를 위한 책을 어른이 읽으면서

마치 어른을 위한 심리학 느낌을 받는 것에,

뭔가 아이러니하거나 전이 또는 투사 같은 

묘한 몰입감을 느끼는 그 상황은 

분명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자신의 집필의도를 

직접적으로 밝혀줌이 고마울 수 있는거고.


자신이 아이였을 때 저자는 

책이 원하는 그 방향성대로 크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현재 그는, 

자신이 필요했던 그 상황들로 

사람들을 이끄는 라이프 코치직을 수행중이다.

스스로는 경험치 못했던 상황들을 이해하고 

경험자 겸 어른으로써 통찰력있게 분석해 냄으로써,

타인들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보조한다.

저자는 그런 도움이 될 내용들 50가지를 

덕목처럼 추려 이 책에 실었다.


다음은 어느날 20명쯤 되는 아이들과 

수업 중 나눴던 짧은 에피소드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고 싶은지

손을 들어보도록 시켰는데,

아무도 Yes란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 반응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이렇게 의사를 밝힌 아이들에게서 

어른이 되는 것에 희망을 품지 않는 

각자의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어른이 되고싶지 않게하는 

아이들 저마다의 어른세상.


인생이란 긴 과정을 봤을 때

어른을 희망해야 더 건강하게 자란다 했다.

희망해야 되고 그래야 되고싶을 어른일텐데

원치 않는 건 심리적으로 좋지않게 여겼다.

얘기는 여기에서 좀더 이어져 

나름 분명한 결론까지 내려진다

하지만 그보다 난 이 이야기를 

어른을 위한 책이기도 하단 저자의 의도를 

가장 잘 느끼게 해 준 에피소드로 기억한다.


일반적인 어른과 부모들 자신도 

아이들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과연 어떤 답을 했었을지 

위와 같은 상황을 떠올려보며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답도 상상해보게 하니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읽는 어른부터 필요했던 답을 찾게 하며 

그로인해 비로소 아이도 잘 이끌 수 있는 

어른이 되게하는 순으로 이끄는거 같다.


50가지 주제들 안엔

아이들에게만 국한될 것들이 상당수지만,

대부분은 위 이야기처럼

아이들만의 이야기 같지 않은 내용들도 꽤 많다.

그렇기에 이 책을 어른의 시각으로도

좋게 볼 수 밖에 없는 많은 이유들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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