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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모차르트 개런티는 얼마일까?
야마네 고로 지음, 정은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5월
평점 :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술가들의 삶이란게
세속적이거나 계산적이란 단어와는
잘 매칭이 안 된다.
이러니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볼 땐,
왠지 세상물정에 어두울거 같고 그 대신으로
고결한 창조능력은 지녔을 약간은 고지식한
사람들일거란 생각부터 먼저 갖게 된다.
사실, 이는 모두 선입견일텐데 말이다.
세상 모든 선입견을 무조건 나쁘달 순 없지만,
앞서 내가 자동적으로 떠올렸던 그런 관념들은
스스로 쉽게 확신할 만한 근거 없이
외부에서 입력된 단편적 가치기준 때문일 수 있다.
영화나 전기, 뭐 그런 것들을 통한 이미지에서 말이다.
클래식 음악 자체의 정보라기보단,
음악가 자체에 위와 같은 선입견이 있다면
그걸 깨보는 역사적 사실성 있는 구성이면서,
유명 클래식 음악가들도 재능과 별개로
각자 주어진 환경과 인생을 살아 낸
한명의 사람이었음을 음미해 볼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을 보여주는 바가 매우 컸다.
알려진 클래식 거장들의 상당수는
높은 수준의 연주자들이면서
포괄적인 음악적 재능을 갖췄지만,
실제 삶은 이와는 별개로
대부분 안정된 삶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물론, 아무 재능이 없는 이들보다야
능력 하나를 더 갖춘 이들로써 장점은 있었지만,
먹고 살아가는 문제나 가족부양에 있어선
보통 가장이 진 무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냥 음악적 업적만으론,
이들 사후부터 현재까지
이 사람들 만큼이나 뛰어난 작품으로
대우받거나 발굴된 작품이 없이
고착된 시장임을 감안해 볼 때,
아무리 옛날이라지만
그 당시 생계유지를 위해 벌인 고군분투는
남긴 업적에 비해 매우 가혹했단 느낌도 있다.
책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려진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을
비슷한 시기와 나이대로 2명씩 묶어 비교하면서,
그 인생과 중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살았던 모습이 활자로 기록됐다면
음악은 QR코드로 쉽게 들어볼 수 있게 첨부됐다.
이런 QR코드들로 해당 음악들을 듣기 위해선
한 일본 음원사이트에 가입해야 하지만,
사용해보니 책을 읽으면서 소개되는
해당 음악들을 일부러 찾지 않고
QR접속만으로 쉽게 들어볼 수 있는터라
알찬 클래식 수업을 듣는 듯 만족스러웠다.
책내용은 연대순으로,
바하 vs 헨델
하이든 vs 보케리니
모차르트 vs 살리에리
베토벤
슈베르트 vs 로시니
슈만 vs 멘델스존
쇼팽 vs 리스트
바그너 vs 베르디 순으로 소개되며,
이후 다른 음악가 20명도
쭉 살아온 연대순으로 2명씩
비교 정리되어 실려져 있다.
맨 마지막 인물은 스트라빈스키.
이런 구성 내에서 유일하게
혼자 등장하는 인물은 베토벤 뿐이다.
이렇게 둘씩 묶여 있어도
저마다의 활동 내역들을 다루기에,
함께가 아닌 각자의 이야기들로 접할 수 있고
그들이 행했던 당시 경제활동들 위주로
어떤 처세를 보였었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바흐.
전처에게서 7명, 재혼을 통해선 13명의 자식을 둔 인물.
개인적으론 이 숫자에 매우 쇼킹했다.
거기에, 유명 클래식 음악가들 중
가장 선구적인 업적을 보였다고 생각했던 그가,
실제 삶에선 매우 주어진 본분 내에서만 활동한 듯 했다.
큰 야망없이 주어진 삶을 무난히 살다간 생활인 같았다.
당시엔 지금의 위상보단 크게 인정받지도 못했기도 했다.
반면, 그와 짝을 이뤄 소개된 헨델은
화려한 삶과 시대가 요구하는 음악을 추구했기에
부와 명성을 잘 축척한 삶이었다.
지금이야 둘 중 누가 음악사에 있어
더 인정받는 인물이냐 묻는다면,
바흐라고 얘기할법 한데
이 둘의 당시 삶은 정반대였던 거다.
이런 식으로 음악가들 저마다의
성향과 삶, 사연들이 비교 정리된 책.
책 전체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은
모두 굉장히 아둥바둥 열심히 살았다는 느낌.
돈에 무관한 듯 살 분위기가 아니였다는 것,
저마다 자기 작품들과 연주실력으로
수익창출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좋은 스폰서가 있고 없고의 차이로
전체적인 커리어가 달라진 이들도 꽤 많았다.
모차르트의 경우,
자신의 악보가 불법유통 되는 걸 막기 위해
굳이 원본을 자신이 보는 공간에서만
필사하게 했다는 에피소드들도 흥미로웠다.
상당수는 당시 수입원으로
연주나 공연투어 등의 일도 겸했었는데,
흥행성패로 앞날을 걱정해야 했던
사업가로써의 현실적 부분들도 다룬다.
지금이야 다들 고인들이 됐고
자신들이 남긴 작품들로만 기억되지만,
당시에는 이런 작품들로 인한 자체 수입들 보다는
인기 곡의 원작자로써 과외 선생들로 선호됐고
그로인해 불려다니는 연예인 같은 삶이었단 사실도
매우 독특한 인상으로 남았다.
피아노 연주로 인정받던 베토벤의 경우엔
피아노 개발과 제작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에선, 완성된 피아노로 작곡했던게 아닌
미완성 악기의 체계를 스스로 더 완성시켜 가면서
창작활동까지 겸했던 그의 독특한 이력에
음악적 재능과 악기제작의 아이디어를 가진 이로써
2가지 재능을 동시에 펼쳤음도 알게됐다.
한명한명 모두를 보다보면,
지금 후대 사람들이 느끼는
명성이나 브랜드가치 만큼의
당시 삶을 살았던 이는 별로 없었던 거 같다.
다들 인정받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야 했고
그 노력의 결과물들도 꼭 빛을 봤던건 아니였으니.
현재까지 기억되는 클래식 거장들,
결론적으로,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작품들 쓴 사람들이 아니었다.
고단했었을 당시 삶들을 돌아보니
현실적응을 위한 사투를 벌이며
각자의 시대를 살다간 생활인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