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고통 - 고통과 쾌락, 그 최적의 지점에서
폴 블룸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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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진도를 쭉 빼듯 읽기엔

만만치 않은 흐름이 있다.

어려운 책이라서는 아니었고 

고통이란 어두운 주제를 다뤄서 

읽어나가는데 힘들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고통의 쓸모를 공감해 보기까지

꽤 오랜 예열이 필요했다.

초반에서 중간정도까진 저자가 설명하는 

고통의 모습에 모호함이 느껴졌었다.


그렇게 읽어 나가던 책은, 

시지프스의 신화가 언급되는 200페이지 이후부터 

조금씩 시야가 밝게 터지면서 

전체적인 뉘앙스를 음미할 수 있게 흐르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통찰적인 핵심을 던진다.


이 책이 말하는 고통이란, 

그 가치가 단순 찬양되거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역설적 도구처럼 등장하진 않는다.


또다른 설명에선 이 고통이란 주제를 통해,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란 답을 책을 통해 원한다면,

자신의 책은 그것에 답을 줄 수 없음도

꽤 여러번 반복하듯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냥 고통을 주제로 쓴 

한 학자의 애매한 지적유희거나,

애초 논쟁거리나 되기 충분했을 

고통이란 주제를 애매하게 슬쩍슬쩍 건드리면서 

나름의 유용함을 결론지어 본건가 싶겠지만,

책의 중간부터 끝날 결말까지 

어느 정도 쭉 읽어간 독자 각자라면 

고통에 대해 스스로 의미있게 이해해 볼 만한 

화두 같은 것들을 정리해 알려주며,

나름 만족하며 이해될만한 

결론까지 도출해보는 구성을 보인다.


고통이란 하나의 과정으로써

그걸 인식해가는 각자의 경험이

그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고 설명되고 있다.


그럼,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정도의 알려진 말을

유명한 심리학자가 이토록 길고 어렵게 풀어 쓴 걸까.


이는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되고

어떻게 재가공되는 지에 따라

다른 의미처럼 다가올 수 있는 부분 같고,

그런 측면에서, 저자 폴 블룸이 말하는 

고통의 가치를 읽는 이가 그의  언어로

이해해 보는데 책의 가치가 있어 보인다.


흔히 '과정'이란 한 단어로 

쉽게 표현될 수 있는 부분을

책에선 '내러티브 과정'이란 

독특한 표현으로 해보고 있는데, 

원문 속 이 단어가 지닌 표현이

고통을 통과하는 과정이 내포하는

의미를 잘 살려 표현됐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반면, Sisyphus는,

그냥 시지프스의 신화라 일컬어 지는 내용을

시시포스라 번역시 표현돼

낮설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기도 했다.

다만, 시지프스 신화는

이 책을 총체적으로 이해해 가는데

책에서 의미하는 부분이 꽤 중요하다 본다.


시지프스 신화란,

힘들게 큰 바위를 굴려 꼭대기에 올려놓아도

결국 그 바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뫼비우스 형태의 형벌을 의미하는데,

이 시지프스 모습 같은 고통을 

삶에서 감내하게 됐을 때, 

과연 이런 외형의 고통마저 감수할만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언급해 보면서

고통의 종류를 세분해 보는

역할도 하고있기 때문이다.


딱 책의 절반을 지나면 

결론으로 내용이 빠르게 흐르지만, 

결코 하나의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고

단순 방향성만을 제시한 정도로 흘러간다.

대신 순간순간 반짝이는 필력들이 

중요한 대목들을 정리하며 대신한다.

BDSM와 연관지어 설명한 양성피학성이나

골디락스 법칙 속 스윗스팟 이론에선,

극단적인 고통의 예가 아닌 

제한적이고 유한한 고통을 다루며,

고통이 갖는 역할론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고통이 가치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냐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지며 책은 끝나는데,

고통의 선기능적 역할쪽에 더 수렴하면서

조심스레 잘 마무리 된 책이라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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