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수상한 편의점을 재밌게 봤었터라

비슷한 제목인 이 책에 흥미가 생겨 

순수하게 읽고 싶어졌던 책이다.

만일, 이런 사연만으로 혹시나 두 책이 

진짜 닮아있었다면 정말 우연의 일치였겠으나 

읽어보니 역시나 당연히 다른 내용의 책.

다만, 국적이 다른 두 책임에도 공교롭게 

정서적으론 닮은 구석이 많긴 했다.

또, 보통의 책은 뒤로 갈수록 

텐션이 높아지며 독자를 이끄는데 반해,

이 책은 특이하게 첫장부터 훅 끌어당긴다. 

그렇게 독특한 시작이지만 결국 

전체적인 스토리 면에선 오히려 잔잔했던 소설.


내가 몰입했던 그 도입부는 매우 단순했다.


아무도 돈 주고는 안 살 장롱을 두고

주지와 히구라시가 벌이는 말도 안되는 흥정.

만일 이게 진짜 실제상황이었다면?

파는 쪽이었다면 그런 배짱은 못 부렸을테고

사는 쪽이었다면 결코 그리 사진 않았을 거 같다.

그런데 소설은, 그 가치없는 물건을 두고

팔려는 사람과 사러온 두 사람의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들어 본다.


주지는 받고 싶은 금액으로 1만엔 제시.

사가는 거 자체가 손해인 히라구시는 

그냥 갈 생각은 차마 못하고 500엔 정도 

생각하고 있다가 주지 때문에 흠짓.

그런 고물을 파는 주지는 또 그 와중에

무언의 배짱을 계속 부리며 압박.

매입자 히구라시는 그렇게 질질 끌려가고

말도 안돼 보이던 이 거래가 결국 성사된다.

흔한 말로 복장 터지는 코메디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처음이라 

이 장면엔 앞으로를 암시할 뭔가 있는거라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하지만 약간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이 이야기는 그냥 이 상황으로 정리 끝.


우락부락하게까지 생긴 주지는 그 장면에서

매입자 히구라시의 차에 씌여진 글귀들을

그저 쳐다보는 것 만으로 눈치를 주며

본인에게 흡족한 흥정을 주도해 간다.

거부하고 싶은 히구라시에게 차에 쓰여진

'무엇이든 매입합니다'를 가리키며 사가게 하고,

500엔 정도만 줘야겠다 했던 물건을 이번엔 

'최고가로 매입합니다'란 광고문구로 다시 한번 압박.

결국 히구라시는 500엔도 아깝게 여겼던 그 물건을 

7000엔이란 고가에 구입해 싣고 돌아간다.


이렇게 시작된 스토리는

중고상점 사장이면서 히구라시의 친구인 

가사사기의 탐정놀이 같은 이야기들로

소소하게 이어져 나간다.

26살에 동업자처럼 들어와 28살이 된 화자 히구라시와

손님가족이었다가 편하게 드나드는 중1소녀 나미까지

총3명의 중고상점 사람들이 경험하는 이야기들.

뭔가 큰 반전은 없지만 순수함이란 요소로

마치 탐정 김전일 같은 느낌으로 버무려

중고상점 거래 중 생긴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최초 이 책이 번역됐던게 2011년.

절판됐다가 10년이 넘은 지금 다시 복간됐는데

무엇이 다시 이 책을 살려냈는지 

독자로써 상상해보게도 된다.


현실이라면 불가능해 보일 여러 모습들.

손해를 보면서도 운영되는 중고상점,

우연이 필연처럼 이어져가는 인연들,

묘하게 순한 맛으로 연결되어 가는 

몇몇 긴장감들이 주는 판타지적 느낌들은

이 소설이 다시 살아난 이유일지 모른다.


책의 말미쯤, 귤로 비유됨직해 보이던 

불교의 번뇌나 본질의 깨달음 같은 

이야기가 하나 기억난다.


맛있는 귤로 태어난 자신이 알고보니 

하급 귤의 나무에 접붙여 태어났음을 알고

그 비천한 뿌리를 지닌 자신을 한탄한다면,

나라면 그냥 웃고 말거라는 주지의 도닥임.

반면, 못난 귤로 태어난 귤들은 

이 고민에 코웃음 칠 것이라는 시선도.


어쩌면 전체적으로 해학이란 말이 

가장 어울릴만한 따뜻한 소설 같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