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반도체 지정학 - 21세기 지정학 리스크 속 어떻게 반도체 초강국이 될 것인가
오타 야스히코 지음, 임재덕 옮김, 강유종 감수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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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하면 웨이퍼만 생각했었다,

한마디로 부속품 없는 기판만 떠올린 셈.

반도체 강국인 한국에 살면서,

관심만 있었다면 검색 정도만으로도 삼성쪽 기사들은 

쉽게 찾아볼 만한 기사들도 많았을텐데 말이다.

난 삼성이 반도체 자체으로 인정받는 줄 알았지

설계인 파운드리 분야에도 인정받고 있는 줄 잘 몰랐다.


이 책을 읽으며, 반도체시장 속 한국은 

어디쯤 자리잡고 있을지 궁금해지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실상 책 내용을 보다보면

한국이 언급되는 바는 의외로 매우 적다.

왜냐면, 반도체 자체라기 보단

반도체 회로의 설계도 중심으로 바라본 측면이 크다보니

한국보다는 TSMC나 미국중심의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그에 맞춰 중국도 다뤄지고 있고.

하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의외로 적음엔 분명 놀랄 수도 있다.

대만업체인 TSMC가 60% 쯤인데 반해 

삼성의 세계 점유율은 13%쯤이니까.

세계기준이기에 이 숫자가 결코 작진 않겠지만,

반도체 하면 삼성을 떠올려오던 나같은 사람들에겐

이 13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숫자일 수 있다.


반도체 설계분야 세계 1등 기업인 TSMC는 

대만회사로써 모리스 창이 설립했다.

1931년생의 그가 대만 자체로나

세계 반도체 시장에 기여한 바 모두는,

이 책만으로 볼 땐 거의 스티브 잡스 수준의 테크놀로지와

일국의 건설과 지탱에까지 큰 기여를 한 거인이었다.

특화된 분야를 선점했기에 더 전세계가 주목하는 기술력의 회사.


근데, 이 회사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은

물밑 경쟁이 일반인 수준을 뛰어넘는다.

한마디로 총성없는 전쟁이란 말이 딱 맞겠다.

그동안은 대만의 독립을 인정못하는 

중국의 의지나 대만을 향한 적의 같았다면,

실상 대만이 가진 이런 독보적인 기술력을

중국이 결코 남나라처럼 바라보기만은 

쉽지 않았으리란 상상도 들게 했다.

뉴스에 나오던 미국내 화웨이 사건이나

대만 해협쪽으로의 미군함대 기동 등도,

어쩌면 다 이 TSMC로 비롯된 반도체시장의

역학구조가 다분히 녹아있다고도 생각되며.


한편으론 부러웠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삼성부터 아끼고 소중히 여겨야겠지만,

대만의 TSMC가 가진 그 역량이나 기술력이.

또다른 한편으론, 

결국,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큰 축이 모두

중국이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했다.


개인시간을 할애해가며 이 책을 번역해 소개해 봤다는

역자의 책말미 후기도 인상 깊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볼 만한 대중적인 책은 분명 아니지만

인연이 되어 이 책을 보는 사람들에겐

번역하고 소개해 준 그 자체도 고마운 일이고

책 내용 또한 매우 귀중한 안목이 되어주니 말이다.


읽으며 이해하기 어려운 순수 과학적 얘기가 아닌

반도체 관련 미중 중심의 반도체 설계시장이나

반도체 자체와 관련된 이야기 들로 엮인 책이니,

제대로 정리된 심층보도 정도라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도 좋을 양질의 내용이라 보았다.


군더더기 별로 없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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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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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 이미 책이 가진 두께감이나

사전이란 이름 때문에 조금은 겁났던 듯 싶다.

해야되는 일도 있었는데 이 정도 분량을

끝까지 잘 읽을 순 있겠나도 싶어서.


하지만, 책을 보면서는 계속 놀랬다.

워낙 잘 쓴 글이면서 촘촘함이 도를 넘었다 여겨졌다.

이 책은 분명히 누군가의 습작과정을 돕는 책이다.

책의 3분의 2 이상은 진짜 사전처럼 구성돼 있는데,

자신이 구상하는 어떤 스토리가 있을 경우

해당 부분을 찾아가 갈등에 첨가할 재료를 찾아볼 수 있고

그 구성에 필요한 상황들을 자신의 스토리 위에 

소스처럼 뿌려서 한편의 창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구성이다.

책 앞에 실려있는 한국 작가의 추천글에서는,

본인이 제대로 완성 못한 글들을 모아놓은 

폴더 속 글들의 문제점들 또한 이 책에서 해답을 얻었다고 했던거 같다.

즉, 만들다 포기하거나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스스로는 찾아 해결하긴 어려웠는데

이 책이 그 가이드가 되어줬단 설명 같았다.


나도 가끔은 순수 창작물을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된 주된 이유라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책 목차를 보다보면 모두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가상 적용되는 케이스들의 연속이지만,

책읽기 전 먼저 목차부터 하나하나 보다보면 

사실 이게 꼭 창작상 가상 속 현실인지

분명한 현실 그 자체인지 구분되기 어려운

그런 주제들이 너무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사전이 가능하게 한 

그 사고의 구성이 매우 궁금했다.

분명히 창작과정에 도움될 만한 내용들이겠지만

굉장히 많은 상황들과 캐릭터들 속

딜레마를 포함 갈등구조 속에서 세분화되고 설명되고 있는

작가의 필력을 통한 사고구성들이 너무도 대단했다.


아마도 동성커플 작가로 보이는 이 책의 저자.

다른 계열의 책들 중에서도 동성 작가들을 봤던거 같지만

이정도로 완성도 있는 내용을 쓴 공동집필은 거의 못봤던 거 같다.

그저 이름만 올려준 허울뿐인 공동집필들도 많은데

이 책은 어쩌면 진짜 합심해 이뤄낸 창작물은 아닐까 상상도 해본다.


보통, 갈등은 창작의 필수 요소다.

하지만 그 필수요소가 생각보다 단촐할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한 연구에선 약 1800여편 정도의 스토리를 분석한 결과

6개의 스토리 구조로 정리됐더라는 내용이 실려있다.

불행했다 행복해진다가 그 중 하나로 있다면

오만으로 다시 그 행복이 불행으로 가는 것도 

하나의 플롯이 될 수 있단 뜻의 분류.

정반합의 구조가 있다면 정반으로 끝나는 구조도

스토리의 세계에선 하나의 당당한 축인 것이다.


읽는 내내 신기한 마음으로 읽었다.

왜냐면, 이런 과정으로 스토리를 짜는 

직업군들이 있음도 놀라웠지만,

사람의 심리파악을 넘어서 그 각각을

하나의 상황으로 인식해 디렉토리화 해놓은 

작가 두명의 작업 그 자체가 놀라웠다.

갈등을 중심으로 세상 속 인간사를 들여다 볼 줄 알면서

다양한 사고 방식들 모두를 깊게 꿰뚫고 있다고 여겨져서.


난 이 책을 2방향으로 권해보고 싶다.

하나는 본래의 목적이 될 창작 그 자체에 도움이 될 책으로,

다른 한편으론, 힘든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볼 만한 깨우침의 책으로.


가상의 세계를 그렸다지만 스토리 대부분은

현실을 담았기에 그 갈등들이 보여주는 아우라는

결코 허황된 것들이 없어 보였다.

어떤 갈등이 됐건 그것을 축으로 실제 주변을 

이해해 보는데도 도움이 될 만한 깊이가 있다 느낀다.

책을 사전으로써 이해해보기 보단,

이 책을 쓴 작가들이 지녔을 심연의 깊이

그 자체를 흉내내어 보고 공감해 보는게,

진짜 자신만의 창작 사전을 하나를 온전히

본인의 정신 속에 정리해 꽂아 둘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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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話頭) 아이온총서 1
박인성 지음 / 경진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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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선문염송집을 읽다가

조주의 모든 화두 82칙에 손을 댔다.


공안해독과 들뢰즈 철학 연결


저자의 심연을 느껴보노라면

그는 이 코로나 시대 속에 있는거 같지 않았다

고찰 주위로 배우자와 산책을 가는 여유로움이나

세상을 기억하고 바라보는 

나와는 다른 이의 삶의 방식도 짧게나마 공감해 봤다.


다음은 그가 실은 화두 中

법화경을 읽은 적이 있는가란 화두이며 

본문 그대로의 인용을 먼저 적어본다.


조주가 한 스님에게 물었다.

'법화경을 읽은 적이 있는가?'


스님은 대답했다.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법화경에서 납의를 입고 한적한 곳에 살면서

아련야의 이름을 빌어 세상 사람들을 속인다'고 하는데,

그대는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그 스님이 절을 하려고 하자, 


선사가 물었다.

'그대는 납의를 입고 왔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입고 왔습니다.'


'나를 속이지 말라.'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속이지 않겠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내 말을 취하지 말라.'


82개의 화두 중 가장 먼저 펴봤던 화두이면서

쉽게 와닿을 수 있는 주제라 선택해 봤다.


모든 원문이 마찬가지였겠지만

이 원문 또한 저자의 해석이 붙어있다.

앞서 저자가 말하길, 자신의 해석적 결과를 취하려 말고

해석적 결과를 내려한 본인의 그 과정을 

따라가며 취하는 식으로 책을 읽으라 했다.

결론적으로 난 그 결과마저 모른다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독자로써 순수히 해볼 수 있는 거라면,

그냥 저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풀이한 것과

그것을 내가 내 방식대로 이해한 바를

각각 풀어봐야겠단 생각을 하며 

짧게 정리해 본 정도다.

불교적 지식과 상식이 탄탄히 바탕이 된 

그런 이해가 아님을 먼저 밝힌다.


일단 짧다면 짧은 원문 안에서, 

이해 안 될 단어와 한글문맥은 거의 없다.

납의나 아련아 정도를 빼고는.

납의는 여러 천을 덧대 만든 남루한 옷쯤으로 해석되고

아련아는 산속 고요한 분위기의 암자를 연상케했다.

이의 정확한 의미는 책에 각주처럼 정리돼 있다.


다음은 원문에 이어지는 저자의 해석.


법구경을 인용하며 조주가 말하자

가르침을 받는 그 스님은 일어나 절을 하려했으나,

조주는 오히려 자신을 속이지 말라 제지했다.

이에 추가적으로 방법을 묻는 스님도 없고

앞선 모든 질문거리는 역순처럼 삭제돼 사라졌다고 보았다.

나를 속이지 말라는 말로써 시작돼

조주와 스님의 모든 대화가 

역순으로 삭제되며 깨닫는 식.

연기처럼 짧은 대화도 과거처럼 사라진다.

참고로 실린 설두현의 염 속 용두사미가 되었다는 말은,

멋있다는 반어의 뜻으로 이는 

이 법구경을 화두로 한 대화에서

취하지 말라는 말이나 앞서 했던 말들과 연결돼 해석됐다.

그렇기에 앞선 대화들은 삭제됐다고 

다시 한번 전달하는게 저자의 참고적 풀이.


속세의 일반인으로 보는 내 시각은 좀 달랐던거 같다.

우선 그냥 이 짧은 글 속 그 상황자체가 떠올려졌다.

묻는 스님과 듣고 답하는 조주.

깨달음을 주는 우화같다는 거창함은 없었다.

그냥 이 이야기가, 깨달음을 위한 

가정된 상상 속 상황이라고는 전제하지 않았다.

과거 어느 시점 속 실제 상황이라 여기며

그 상황을 본인들처럼 내 안에 그려봤다.


크지 않은 둘만의 어떤 공간,

본인이 참되냐 아니냐를 논해보는 두사람.

누가봐도 납의라 불릴만한 것들은 둘다 입고 있다.

아련아라 불러도 될만한 공간 속 한적한 방 안에

마주 앉아 겉모습 납의를 논하고 환경 아련아를 논한다.

속세의 사람정도에겐 깨달았다 보여지는 

겉모양과 처소를 갖춘 수도승들일텐데,

본인들끼리는 서로에게 흉내내기 식이며

이 세계의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쉽게 속이고 대우를 받을만한

선수들끼리의 거짓은 없는지 돌아보는 시간. 

스스로 자각해보는 선승으로써의

암묵적인 시그널들을 주고받는 그림.

스님은 말했다, 자신은 진심이라고.

걸친 납의도 그저 흉내내고자 입은게 아니니

본질을 찾는 이의 그 마음을 알아봐 달라고.

하지만, 조주는 이내 

속이지 말고 취하지 말자 한다.

독자로 느끼는 상황 속 이 제안은,

진정 그렇다고 확언도 생각도 하지 말고

조주 자신의 말로 스스로의 확인과 계기를 느꼈다면,

우선 더이상의 진의를 더 찾으려 하지도 말 것이며

마치 서로 닮은 듯 다른 두 세계의 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의 제안 또한 너무 값지게 담아두려 하진 말고

각자의 길로 잘 가자는 정도로 해석됐다.

즉, 그 정도면 서로에게 족하다는 

방향성만을 보고 흉내내기식이 아닌

각자의 길을 가자는 조주 먼저의 천명 같았다.

스님이 보인 절을 하려한 행동에서 

조주가 스님의 깨달음 정도는 공감했고,

이에 조주 자신과 같은 사고의 복제품으로써는 아닌

스님 본연의 이해의 길로 들어가는 걸 돕는 식처럼 여겨졌다.


다른 여러 화두들 또한 저자의 풀이들을 읽을 때,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의미를 음미했다.

길고 복잡한 글들은 아님에도

매번 읽다 다시 돌아와 읽게 된 구절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려워서나 생각의 흐름상 이해불가라서가 아니라,

글 자체로는 막히는 부분들이 없어도

문맥적 이해를 위해선 다시 읽기가 자주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유의 넓힘을 불교적 화두를 바라본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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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사람들 - 버지니아 울프, 젤다 피츠제럴드 그리고 나의 아버지
샘 밀스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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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1인을

가족으로 둔 어떤 외국인의 기록.

책은 경험을 공유하는 기능을 한다.

대부분은 책의 존재로써,

누군가의 경험을 그런 간접경험이 가능하게 해준다. 

하지만, 책엔 분명 제한적이고 

전달 불가능 한 부분이 있다고 난 믿는다.

생각한다가 아닌 믿는다다.

책을 통한 공감으로 여자가 남자가 되보고

남자가 여자가 되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을 것이고,

가지 않은 곳을, 먹지 않은 것을 먹은 것처럼 느껴볼 순 있다.

하지만, 먹어보지 않은 음식을 먹은 것처럼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본 것처럼 생각하는 건 분명 허상이다.

공감은 있겠지만 한계와 불가능은 필시 존재하는 공간, 책.


샘 밀스가 쓴 보통의 단순 책이라기 보단 

그녀의 기록, 그녀의 가족 기록을 읽으며

난 그녀만큼 그녀를 알 순 없단 이 전제부터 떠올렸다.

조현병 환자를 아버지로 둔 그녀.

관찰이 아닌 생활로써 맺어진 가족관계 속 그녀를,

마치 그녀 본인처럼 느끼고 겪어왔을 그 순간 속 현실들은

독자인 내가 순수하게 공감하는게 정녕 가능할까?

그녀의 경험은, 가보지 않은 여행지

먹어보지 않은 음식의 공감과 같다고 생각됐다.


그런데,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어떤 착각이

내 안으로 들어와 버린다.

마치 아는 것 처럼, 마치 공감하는 것처럼.

이는 내 공감능력 문제는 아닌 거 같다.

유명 작가가 아닌 특정분야 위주로 활동한 마이너 작가인 그녀,

그런데도 그녀의 글엔 분명히 유니크함과 유려함이 있고

스스로 평가했듯 아버지의 병이 마치 

그녀 자신의 재능 일부분으로 화 한듯

독창적인 그녀만 가진 듯한 그녀만의 글결이 느껴진다.

게다가, 번역서임에도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듯한 

이질감 없는 전달도 놀라울 따름이다.  


키165에 100킬로에 육박하는 조현병 환자인 아버지.

오빠와 저자, 그리고 동생은 

이젠 세상에 없는 기존의 간병자였던 엄마를 대신해

혼자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아버지와 계속 살아간다.

작가란 직업 때문일지 아님

세상 어디에 있을 자기만의 답을 찾기 위함인지,

유명 작가인 작가 울프와 스콧 2명의 삶에서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했을 힌트를 찾고자 했다.

마치 영화 속 플래시백처럼 자신의 삶과

이 유명인 2명의 삶 속 조현병과 얽힌 모습이 교차한다.

하지만, 읽는 내내 집중은 샘 밀스 쪽의 삶이었던거 같다.

책의 카피를 통해서는 오히려 저자의 삶보다

저자가 다룬 유명작가 2명을 주목하게 하지만,

그냥 고인인 된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며 해보는

추측과 공감 보다는, 저자의 본인의 실제 경험과 

해석이 가능한 그 부분이 더 와 닿았던거 같다.


한국이 아닌 영국 어느 집안 

간병자와 환자의 삶을 부녀의 기록.

뭔가 이질적일 만한게 있을

문화가 다른 외국의 일일만도 할텐데 

이 책엔 그런게 없다.

매우 세심한 기억과 회상들.

이 정도로 자세하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글로써 연결시켜 냈다는 것 자체도 내내 놀라운 부분이었다.

어떤 식으로 놀았는지 

어떤 일들 후에 있었는지

일일이 손가락으로 세기 어려울 만한

가족 내 기록들이 영상처럼 복기되어 있는 책.


초월 명상이란 걸 접한 어린 샘 밀스의 남다른 성장기나

엄마가 시들어가듯 살면서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게 부여된

어떤 책임만은 놓치 않았던 시간들을 읽어본 독자로써, 

독자도 마치 저자 그 자신이자 

딸이란 그 위치처럼 상황들을 볼 수 있었던 책 같다.


누구에게나 재밌다고 할 소재는 아니지만

누구나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심리학 책이 아니지만 어떤 책보다도 더 심리적일 수 있고,

특별할만한 내용들을 기록한 자전적 기록도 아니지만,

어떤 극적인 얘기들 보다도 훨씬 

그 다사다난 했던 과정과 흔들림 속에서도 살아낸

일직선으로 걷고자 노력한 투지와 의지가 반짝인다.

소중하면서 슬픈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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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일로 돈 벌고 있습니다 - ‘청소를 제일 잘한다’는 업체로 거듭나기까지 청소업의 모든 것
박주혜 지음 / 설렘(SEOLREM)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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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알게 됐을 때부터 꼭 읽고 싶었다.

크던 작던, 여지껏 창업해 사업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종류의 책들은, 

언제나 실망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굉장한 교훈 때문도 아니고

잘쓴 글이 주는 매끄러움이나 전달력을 기대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이런 경험들이 실려진 책들이 가진 

진실, 그 힘은 항상 가치가 느껴지니까.


30대 중반에 청소업의 수익성을 보고

겁없이 시작했다는 저자의 사연 속

이 겁없이라는 단어.

안정기에 안착한 이들이 과거 속 처음을 회상하며

흔히 이 겁없이란 말들을 붙이곤 하고,

이 책에도 그 겁없이란 말이 사용 되었는데,

다른 책들 속 같은 말이어도 이번에도 이 겁없이란 말은 

참 은혜롭게 다가오고 분별력 있는 가치로 공감됐다.


저자는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시작해

여러 기억들을 떠올리며 공유한다.

받은 금액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단 

바른 마음가짐이 느껴지는 그 시작은,

분명 그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

서로 초면이 대부분이었을 그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던 분명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줬을거라 생각들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냥 고수익만은 원해도 

그에 따른 저강도 노동강도만을 더 원할 수도 있는데, 

저자의 옳곧은 직업철학이 겸해져 참 좋았다.


읽기 전엔, 전문청소의 기술적인 부분들 소개가 많을거라 생각했다.

물론 책 중반을 넘어서면 그런 얘기가 주를 이루지만,

그 못지않게 많은 부분에서 일로 인한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상황들이나

그걸 해결하면서 겪었던 장단점들 또한 그 못지않게 실려있다.

어쩌면 단순 일적인 부분들의 소개 보다도

이런게 더 중요하진 않을까도 싶기도 했다.

일은 학원에서 배우고 경험하면 어느정도 기초는 쌓이겠지만

문제해결을 통해 겪고 해결했던 그 경험은

책이 아니면 공유되기 어렵기도 하고

더 중요한 이야기들로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부터 극심한 피로로 이어졌던 청소일들.


벽인 줄 알았는데 지나보니 커튼이었단 저자의 말처럼

어쨌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런 류의 일들도

자신의 소신처럼 결론적으론 풀려 나갔고

청소업체 운영도 나아졌 갔던 흐름 같다.

창업과 노하우는 책의 중반 이후부터 더 많은 편이고

그에 앞서선 마케팅과 마음 졸임 등과 같은 

기술 외적인 사연들로 채워져 있다.


청소업을 하는데 가장 큰 결격사유는 분노조절장애라느니

그렇기에 참을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란 말도 기억에 남는다.

단순, 청소업체는 청소만 잘한다고 되는게 아니란 말로써

넓게 해석해보게 만들던 이야기들.


서비스 업이 주는 육체노동의 스트레스는

정신노동 스트레스가 훨씬 앞선다고도 했다.

그렇기에, 심리학 인문학에 더 

관심도 두게 됐다는 말과 함께,

이제는 모르는 내일이 마냥 두렵지는 않아졌다는 저자.


청소시장이 상향평준화 되길 원했기에 지금은

쌓인 기술들을 청소기술 전문학원을 경영하면서 

나누고 있고 스스로 변화해 가는 저자의 이야기.

단순 청소자체만 하는게 아닌

부가적으로 주방이나 거실바닥 코팅이나

줄눈시공까지 겸하는 업체 운영을 꾀하면서, 

단순 반복적인 고정된 일이 아닌

관련된 일들로 수익창출도 늘려간 경험도 들어있다.

공동구매 박람회를 통한 대량 수주도 결국 비슷한 맥락인 듯도.


대체 불가의 사람들로 맨탈 붕괴도 있었고 

그런 경험은 살얼음판 걷는 기분도 느끼게 했다.

그런 일을 겪다보니 때론 

잠도 제대로 못자며 업체를 운영해야 했었다는

사장으로써의 무게감도 들어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강도높은 일까지 계속 소화해야 했기에

이건 사람 할 짓이 못된다는 생각도 들었다던 그녀.

너무나 치열한 시간들이었단 말이 맞을 것도 같았다.


현재 운영중인 국비지원인증 학원을 통해

어쩌면 다른 식의 청소업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

일로써 활력을 느끼며 건설적인 노년을 꿈꾸는 

학원을 찾는 수강생들의 모습도 담아 놓았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한쪽 문이 열린다는 

헬렌 켈러의 말로 책의 모든 내용을 마무리 지은 책.

가장 정직한 일을 하면서 느껴왔던 성취를 통해

탁상공론 같은 가치들엔 없는

좋은 가치를 책으로 배풀어 준 거 같아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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