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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ㅣ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평점 :
읽기 전 이미 책이 가진 두께감이나
사전이란 이름 때문에 조금은 겁났던 듯 싶다.
해야되는 일도 있었는데 이 정도 분량을
끝까지 잘 읽을 순 있겠나도 싶어서.
하지만, 책을 보면서는 계속 놀랬다.
워낙 잘 쓴 글이면서 촘촘함이 도를 넘었다 여겨졌다.
이 책은 분명히 누군가의 습작과정을 돕는 책이다.
책의 3분의 2 이상은 진짜 사전처럼 구성돼 있는데,
자신이 구상하는 어떤 스토리가 있을 경우
해당 부분을 찾아가 갈등에 첨가할 재료를 찾아볼 수 있고
그 구성에 필요한 상황들을 자신의 스토리 위에
소스처럼 뿌려서 한편의 창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구성이다.
책 앞에 실려있는 한국 작가의 추천글에서는,
본인이 제대로 완성 못한 글들을 모아놓은
폴더 속 글들의 문제점들 또한 이 책에서 해답을 얻었다고 했던거 같다.
즉, 만들다 포기하거나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스스로는 찾아 해결하긴 어려웠는데
이 책이 그 가이드가 되어줬단 설명 같았다.
나도 가끔은 순수 창작물을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된 주된 이유라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책 목차를 보다보면 모두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가상 적용되는 케이스들의 연속이지만,
책읽기 전 먼저 목차부터 하나하나 보다보면
사실 이게 꼭 창작상 가상 속 현실인지
분명한 현실 그 자체인지 구분되기 어려운
그런 주제들이 너무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사전이 가능하게 한
그 사고의 구성이 매우 궁금했다.
분명히 창작과정에 도움될 만한 내용들이겠지만
굉장히 많은 상황들과 캐릭터들 속
딜레마를 포함 갈등구조 속에서 세분화되고 설명되고 있는
작가의 필력을 통한 사고구성들이 너무도 대단했다.
아마도 동성커플 작가로 보이는 이 책의 저자.
다른 계열의 책들 중에서도 동성 작가들을 봤던거 같지만
이정도로 완성도 있는 내용을 쓴 공동집필은 거의 못봤던 거 같다.
그저 이름만 올려준 허울뿐인 공동집필들도 많은데
이 책은 어쩌면 진짜 합심해 이뤄낸 창작물은 아닐까 상상도 해본다.
보통, 갈등은 창작의 필수 요소다.
하지만 그 필수요소가 생각보다 단촐할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한 연구에선 약 1800여편 정도의 스토리를 분석한 결과
6개의 스토리 구조로 정리됐더라는 내용이 실려있다.
불행했다 행복해진다가 그 중 하나로 있다면
오만으로 다시 그 행복이 불행으로 가는 것도
하나의 플롯이 될 수 있단 뜻의 분류.
정반합의 구조가 있다면 정반으로 끝나는 구조도
스토리의 세계에선 하나의 당당한 축인 것이다.
읽는 내내 신기한 마음으로 읽었다.
왜냐면, 이런 과정으로 스토리를 짜는
직업군들이 있음도 놀라웠지만,
사람의 심리파악을 넘어서 그 각각을
하나의 상황으로 인식해 디렉토리화 해놓은
작가 두명의 작업 그 자체가 놀라웠다.
갈등을 중심으로 세상 속 인간사를 들여다 볼 줄 알면서
다양한 사고 방식들 모두를 깊게 꿰뚫고 있다고 여겨져서.
난 이 책을 2방향으로 권해보고 싶다.
하나는 본래의 목적이 될 창작 그 자체에 도움이 될 책으로,
다른 한편으론, 힘든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볼 만한 깨우침의 책으로.
가상의 세계를 그렸다지만 스토리 대부분은
현실을 담았기에 그 갈등들이 보여주는 아우라는
결코 허황된 것들이 없어 보였다.
어떤 갈등이 됐건 그것을 축으로 실제 주변을
이해해 보는데도 도움이 될 만한 깊이가 있다 느낀다.
책을 사전으로써 이해해보기 보단,
이 책을 쓴 작가들이 지녔을 심연의 깊이
그 자체를 흉내내어 보고 공감해 보는게,
진짜 자신만의 창작 사전을 하나를 온전히
본인의 정신 속에 정리해 꽂아 둘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