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사람들 - 버지니아 울프, 젤다 피츠제럴드 그리고 나의 아버지
샘 밀스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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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1인을

가족으로 둔 어떤 외국인의 기록.

책은 경험을 공유하는 기능을 한다.

대부분은 책의 존재로써,

누군가의 경험을 그런 간접경험이 가능하게 해준다. 

하지만, 책엔 분명 제한적이고 

전달 불가능 한 부분이 있다고 난 믿는다.

생각한다가 아닌 믿는다다.

책을 통한 공감으로 여자가 남자가 되보고

남자가 여자가 되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을 것이고,

가지 않은 곳을, 먹지 않은 것을 먹은 것처럼 느껴볼 순 있다.

하지만, 먹어보지 않은 음식을 먹은 것처럼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본 것처럼 생각하는 건 분명 허상이다.

공감은 있겠지만 한계와 불가능은 필시 존재하는 공간, 책.


샘 밀스가 쓴 보통의 단순 책이라기 보단 

그녀의 기록, 그녀의 가족 기록을 읽으며

난 그녀만큼 그녀를 알 순 없단 이 전제부터 떠올렸다.

조현병 환자를 아버지로 둔 그녀.

관찰이 아닌 생활로써 맺어진 가족관계 속 그녀를,

마치 그녀 본인처럼 느끼고 겪어왔을 그 순간 속 현실들은

독자인 내가 순수하게 공감하는게 정녕 가능할까?

그녀의 경험은, 가보지 않은 여행지

먹어보지 않은 음식의 공감과 같다고 생각됐다.


그런데,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어떤 착각이

내 안으로 들어와 버린다.

마치 아는 것 처럼, 마치 공감하는 것처럼.

이는 내 공감능력 문제는 아닌 거 같다.

유명 작가가 아닌 특정분야 위주로 활동한 마이너 작가인 그녀,

그런데도 그녀의 글엔 분명히 유니크함과 유려함이 있고

스스로 평가했듯 아버지의 병이 마치 

그녀 자신의 재능 일부분으로 화 한듯

독창적인 그녀만 가진 듯한 그녀만의 글결이 느껴진다.

게다가, 번역서임에도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듯한 

이질감 없는 전달도 놀라울 따름이다.  


키165에 100킬로에 육박하는 조현병 환자인 아버지.

오빠와 저자, 그리고 동생은 

이젠 세상에 없는 기존의 간병자였던 엄마를 대신해

혼자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아버지와 계속 살아간다.

작가란 직업 때문일지 아님

세상 어디에 있을 자기만의 답을 찾기 위함인지,

유명 작가인 작가 울프와 스콧 2명의 삶에서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했을 힌트를 찾고자 했다.

마치 영화 속 플래시백처럼 자신의 삶과

이 유명인 2명의 삶 속 조현병과 얽힌 모습이 교차한다.

하지만, 읽는 내내 집중은 샘 밀스 쪽의 삶이었던거 같다.

책의 카피를 통해서는 오히려 저자의 삶보다

저자가 다룬 유명작가 2명을 주목하게 하지만,

그냥 고인인 된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며 해보는

추측과 공감 보다는, 저자의 본인의 실제 경험과 

해석이 가능한 그 부분이 더 와 닿았던거 같다.


한국이 아닌 영국 어느 집안 

간병자와 환자의 삶을 부녀의 기록.

뭔가 이질적일 만한게 있을

문화가 다른 외국의 일일만도 할텐데 

이 책엔 그런게 없다.

매우 세심한 기억과 회상들.

이 정도로 자세하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글로써 연결시켜 냈다는 것 자체도 내내 놀라운 부분이었다.

어떤 식으로 놀았는지 

어떤 일들 후에 있었는지

일일이 손가락으로 세기 어려울 만한

가족 내 기록들이 영상처럼 복기되어 있는 책.


초월 명상이란 걸 접한 어린 샘 밀스의 남다른 성장기나

엄마가 시들어가듯 살면서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게 부여된

어떤 책임만은 놓치 않았던 시간들을 읽어본 독자로써, 

독자도 마치 저자 그 자신이자 

딸이란 그 위치처럼 상황들을 볼 수 있었던 책 같다.


누구에게나 재밌다고 할 소재는 아니지만

누구나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심리학 책이 아니지만 어떤 책보다도 더 심리적일 수 있고,

특별할만한 내용들을 기록한 자전적 기록도 아니지만,

어떤 극적인 얘기들 보다도 훨씬 

그 다사다난 했던 과정과 흔들림 속에서도 살아낸

일직선으로 걷고자 노력한 투지와 의지가 반짝인다.

소중하면서 슬픈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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