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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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っちゃん은 도련님이라는 뜻도 있지만 철부지라는 의미도 있다. 철부지에서 도련님이 되기까지, 유년기를 벗어나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훌륭한 성품을 발견해주고 키워주는 한 사람의 역할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존경할 만한 성품은 있다. 그에 대한 호의와 아름다운 면(성품)을 보려고 하는 수고가 빛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 이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버지는 를 귀여워해주지 않았다. 볼 때 마다 어차피 제대로 되긴 틀렸어”(17p)하고 말했고, 어머니 역시 앞뒤 생각 없이 굴어 앞날이 걱정이라고”(17p) 하며 걱정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를 변호해주던 어머니 대신 기요가 감싸준다. 그녀는 원래 지체 있는 가문 사람이었으나 막부가 와해되고 가문이 영락하여 하녀로 살아 온 할멈이다. “도련님은 올곧고 고운 성품을 지녔어요.”(19p)라고 칭찬해 주곤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를 더욱더 애지중지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과 헤어져 홀로 살고 있는 를 찾아와 살펴주곤 했다. 특별히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던 는 충동적으로 물리학교에 입학하고, 졸업한 후 시골에 있는 중학교 수학교사로 간다. 이것도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충동적인 성격 때문에 하게 된 실수라고 말한다.

기요와 이별하고, 어촌에 도착한 는 도쿄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말투와 행동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다. 좁은 시골에서 그의 행동은 두드러지고 금방 소문이 나서 마음이 편치 않다. 하숙집 주인, 학교에서 만난 교장(너구리), 교감(빨간셔츠), 교사들(산미치광이, 끝물호박, 알랑쇠 등)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며 충돌한다.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를 겪으며 기요를 기억한다. 교감의 불의에 항의하다가 폭력적인 보복을 당한 후, 산도깨비와 는 교감에게 복수를 한 뒤 미련 없이 그 곳을 떠난다. 그리고 도쿄로 돌아와 기요와 해후한다.

 

기요에게 어떤 존재일까? ‘기요는 따뜻한 할머니와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에 대한 기요의 헌신은 처음에 연민으로 시작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불쌍해서 보듬어주고, 보듬어주다 보니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다 보니 좋은 성품이 보인다. 그렇게 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격려를 해주었고, ‘의 앞뒤 안 가리고 행동하는 성격 뒤에 올곧고 고운 성품이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 낯선 시골에서 기요가 했던 말들과 친절과 사랑을 그리워한다. ‘의 기억 속에 인간됨과 도리의 기준을 심어 준 존재이다. “사람은 이해타산이 아니라 상대방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해서 움직인다고 한다.”(25p 나쓰메 소세키-인생의 이야기)

 

나는 도저히 견딜 재간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니 기요가 우러러보였다. 교육도 받지 못했고 신분도 낮은 할멈이지만, 인간으로서는 굉장히 고귀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그토록 신세를 졌으면서도 별로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혼자 먼 곳에 와서 보니 비로소 그 친절함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 기요는 나에게 욕심도 없고 올곧은 성품이라면 칭찬했지만, 칭찬받는 나보다 칭찬하는 본인이 더 훌륭한 사람이다. 어쩐지 기요가 보고 싶어졌다.” (58p)

 

기요와 이별하던 도쿄의 기차역 풍경은 도련님을 기억하게 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나란히 인력거로 역에 도착하여 플랫폼으로 나갔을 때 기요는 기차에 오른 내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부디 몸조심하세요.”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나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하마터면 울 뻔했다. 기차가 어느 정도 움직이고 나서, 이제 괜찮겠지. 하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기요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쩐지 무척 작아 보였다.” (27p)

 

멀어져가는 기요가 서있는 기차역 풍경은 의 유년기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기요의 보살핌과 따뜻한 말 속에서 외로움과 상처를 달랠 수 있었던 는 홀로 세상을 향하고 있다. 이제 자신의 좌충우돌하는 성격을 변호해주거나 곁에서 무조건 지지해주는 사람 없이 살아야 한다. 유년기를 벗어나 한사람의 성인으로 살아가게 되는, ‘의 인생을 가르는 종점과 시점이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이 장면은 주인의 아들과 하녀라는 신분관계를 포함하고 있는 봉건적인 시대와 결별함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작은 어촌의 중학교에 부임해 살면서 는 사람들과 좌충우돌 부딪친다. 그의 눈에 이 마을의 사람들은 무식하고, 학생들은 예의가 없다.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은 교직원은 아첨쟁이에 교묘한 말솜씨만 가진 기회주의자이다. 첫인상이 좋았던 교사는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다.

 

알랑쇠가 정말 싫다. 그런 놈은 단무지 누름돌에 매달아 바다 밑에 가라앉혀버리는 것이 일본을 위하는 길이다. 빨간 셔츠는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건 타고난 목소리를 일부러 그렇게 나긋나긋하게 꾸며내는 목소리일 것이다. 아무리 꾸민다고 해도 그 상판으로는 어림없다.……세상은 참 묘하다. 주는 것 없이 미운 놈이 친절하고, 마음 맞는 친구가 나쁜 놈이라니 사람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고 있다.……하지만 산미치광이가 학생들을 선동한다니, 그런 장난을 칠 것 같지는 않은데.”

(79p)

 

는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고 배워왔던 독자는 이 생각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 그런데 끝까지 읽게 되면 그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이 밝혀진다. 사실, 일반적으로 우리 삶에서도 자주 겪는 현상이다. 이런 판단이 대부분 적중함을 경험한다. 이 직관을 사용하여 우리의 호불호를 따라 함께 할 사람을 자연스럽게 결정한다. 사람에 대한 첫인상이나 이런 판단이 맞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에게 직관이란 능력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그 사람의 태도, , 행동, 습관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충분히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스스로에게 적용하면 두려운 일이다.

 

는 이렇게 사람들과 부딪치고 어려움을 겪으며 다른 사람을 헤아리는 마음을 갖게 되고 성장하는 한편, 자신 안에 있는 자존감은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 여전히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그의 성장은 기요가 보여준 인감됨에 대한 모범을 기억했기 때문이고, 자존감을 잃지 않은 것은 기요의 사랑과 격려 때문이다.

 

교감에게 폭력으로 복수하는 결말에 통쾌하기도 하고,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 안에서 작가에게 요구되는 윤리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해가 된다. 법의 범위를 벗어난 일탈이지만, 권선징악이 있다면 허용된다는 것이다.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교묘히 불의를 행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의 정의감이 독자를 설득하고 있다.

 

는 섬을 떠나 기요가 있는 도쿄로 돌아간다. ‘는 여전히 타고난 천성을 버리지 않았고, 불완전한 모습이지만 성인이다. 눈물어린 해후와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은 마음을 적신다. 이제 기요의 호의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베푸는 사람이 되었다. ‘기요의 마지막 소원대로 의 가족묘에 묻어준다.

 

나쓰메 소세키는 도련님이라는 인물은 어느 정도까지는 사랑스럽고 동정할 만한 인물이기는 만, 지나치게 단순하고 너무나 세상경험이 부족해서 원만하게 살아가기 힘든 사람이라고 느낀다면 작가의 인생관이 독자에게 가닿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하지만 다들 영리해지고 싶은 마음에 복잡한 사람만 훌륭하다고 여기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보통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의 인물을 그려 내어, 이런 사람도 주의 깊게 보시라, 당신들이 현실 세계에 살면서 콧방귀를 뀌며 무시할 도련님 같은 사람도 꽤나 존경할 만한 자질을 갖고 있지 않은가, 당신들의 눈은 너무 편협하지 않은가, 하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또 거기에 독자들이 과연 그렇구나, 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쓸 수 있다면 작가는 지금 현재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관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것입니다.”(143p 나쓰메 소세키-인생의 이야기)

 

결국, 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눈과 마음이 얼마나 편협한가, 넓은가에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을 판단하게 되는 직관이 정확하게 작용한다 할지라도 그 직관은 나의 편리에 의한 것이고, 작가의 말처럼 주의 깊게 들려다보는 수고를 하지 않으려는 고집스러움에 대해 부인할 수가 없다. 타인에게서 존경할 만한 자질을 찾아내는 수고를 지속한다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염려할 것이 없다. 그 수고가 우리를 충분히 아름답게 할 테니까. 이 수고는 호의에서 시작된다.

 

나는 호의가 메마른 사회에 존재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87p 생각나는 것들나쓰메 소세키-인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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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2021-08-21 18:1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3주뒤 중2 아들놈 논술책인데 중2짜리가 읽고 토론할 만 할까요? 아직 안읽어봐서 여쭤보네요

그레이스 2021-08-21 18:23   좋아요 6 | URL
예 가능합니다
얼마전 저도 토론발제하면서, 아이들하고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했습니다.
성장이나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는 교사에 대해서, 타인에 대한 시선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을듯 합니다.

대장정 2021-08-21 18:24   좋아요 5 | URL
아! 네. 다행이네요. 만화책 아니면 워낙 책 읽기 싫어하는 놈이라서요. 감사합니다.

mini74 2021-08-21 18: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다보니 좋은 성품이 보인다는 글 참 좋아요. 사회성도 요령도 그닥 귀여운 요소도 없는 도련님을 향한 기요의 마음이 마구마구 느껴지는 글이에요. 그레이스님 글 읽고 나니 소세키 책에 눈이 가요 ㅎㅎ *^^*그레이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1-08-21 19:39   좋아요 3 | URL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겠다 생각해요

붕붕툐툐 2021-08-21 18: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즘 넓은 시야를 가지고 살아야지 하는데,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있어서 반갑네요~😍

그레이스 2021-08-21 19:39   좋아요 4 | URL
참 어려워요
넓은 시야...!

청아 2021-08-21 18: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잔잔한 감동이 오네요~♡ 저도 친구들에게 ‘기요‘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타인의 장점을 잘 찾는 사람😊

그레이스 2021-08-21 19:39   좋아요 3 | URL
저도!

새파랑 2021-08-21 19: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세키의 초기 작품들은 좀 밝은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구요.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설마 그러겠어? 했는데 정말 그랬었다는 ㅋ 도련님의 유쾌한 성장소설 재미있었어요~!!

그레이스님 말대로 직관은 무서운 거니까 항상 나 자신을 돌아볼수 있어야 겠어요😅

그레이스 2021-08-21 19:40   좋아요 4 | URL
예 초기작품은 문체도 내용도 다른 것 같아요.

scott 2021-08-21 21: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坊っちゃん 봇짱은 일본어 공부 하던 초중급 시절에 일본어린용으로 읽기 시작해서 실력을 쌓은 다음에 원작으로 읽었습니다.

도련님과 기요의 관계가 흥미롭죠
지금도 문제가 된 ‘이지메‘ 문제를 소세키가 이 작품에서 확실하게 보여줬죠.
봇짱이 근무 하는 학교라는 공간이 당시 일본 사회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현재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ㅎㅎ


그레이스 2021-08-22 08:41   좋아요 3 | URL
아!
표기를 볻짱으로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썼는데 감사합니다
기계음으로 들리는 발음이.
남성과 여성이 달라요
제가 일어를 전혀 모르거든요 ㅋ
원작으로...
부럽습니다.^^

희선 2021-08-23 01: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오래 봐야 어떤지 알 수 있다고도 하지만, 바로 어떤 사람인지 보이는 사람도 있지요 그런 사람한테도 뭔가 좋은 점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런 걸 잘 찾는 사람도 있던데, 저는 그러지 못하는 듯합니다 저는 반대로 그런 걸 찾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더하는군요 기요 같은 사람...


희선

그레이스 2021-08-23 09:47   좋아요 1 | URL
그 한사람! 꼭 만나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1-08-23 2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련님이라는 제목과 봇짱이라고 써있는 느낌은 글자가 달라서인지 다른 것 같아요.
조금요.^^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되세요.^^
 

나의 개인주의가 겹치지만 다른 강연을 더 읽기 위해서 선택.
번역은 <나쓰메소세키_ 인생이야기>가 더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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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내려앉아
사람이 그리우냐
고추잠자리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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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9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제 곧 서울 창공에서 만날수 있는 고추 잠자리!!

소세키가 하이쿠도 지었네요 ^ㅅ^

그레이스 2021-08-19 21:13   좋아요 2 | URL
이 책 너무 좋아요
소세키는 편지 쓰기를 좋아했고, 하이쿠도 즐겨 썼다고 하던데요
물로 시도 쓰고...
개인적으로 산문이 좋았어요
 

정부가 보기에 박사 제도는 학문 장려의 도구로서 효과적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한 나라의 학자들이 모조리 박사가 되기 위해서 학문을 한다는 식의 풍조를 조성한다거나.
또는 그렇게 생각될 만큼 극단적인 경향을 띠고 학자가 행동하는 것은 국가의 관점에서 보아도 폐해가 많을 것임은자명한 일이다.

나는 박사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박사가 아니면 학자가 아니라는 식으로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게끔 박사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학문은 소수박사들의 전유물이 되어 몇 안 되는 학자적 귀족이 학문의권리를 장악하게 되는 동시에, 그 선택을 받지 못한 학자들은 완전히 홀대를 받게 된다. 그 결과 나쁜 폐해가 속출하게 될까 나는 대단히 염려스럽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에 아카데미가 있는 것조차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박사를 사절한 것은 초지일관의 문제다. 이사건의 전말을 공표함과 동시에 나는 이 한 마디만큼은 마지막에 덧붙이고 싶다.
- P50

차가운
맥 지키지 못했네
새벽녘 - P75

생사(生死)란 완급(緩急), 대소(大小), 한서(寒露)와 마찬가지로 대조되는 것들의 연상(聯想)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한 쌍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설령 요즘의 심리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생사라는 말도 다른 일반적인 대조와 마찬가지로 같은 종류의 연상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동떨어진 두 면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갑자기 연이어 나를 사로잡는다면,
나는 이 동떨어진 두 면을 어떻게 같은 성질의 것으로 보고그 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까.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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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는 맥베스의 독백을 연상시킨다. 후에 포크너는 무심코 지은 제목이지만 이 독백이 자신의 소설에 아주 적합하다 말했다고 한다.

 

맥베스 55장에 나오는 내용으로 왕비가 죽었다는 세이든의 보고를 듣고 절망가운데 하는 독백이다.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이

매일 이렇게 꾸물꾸물 기록되는 시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어갈 것이며

우리의 모든 지난날들은 바보들에게 흙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밝혔다.

꺼지는구나, 꺼지는구나, 잠시뿐인 촛불이!

인생은 엑스트라의 그림자, 서투른 배우,

무대에 올라 뽐내며 걷고 안달하다가는 더 이상 들리지 않지.

그것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로 가득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Creeps in this petty pace from day to day

To the last syllable of recorded time,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Macbeth 5.5.19~28.


스코틀랜드의 글래미스의 영주인 맥베스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녀들을 만난다. 그 마녀들은 맥베스가 코도의 영주가 될 것이고,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그 예언을 듣자마자 코도의 영주로 임명받았다는 왕의 명령을 받게 된다. 맥베스는 동요하는 마음을 감추지만 마음속에서 욕망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느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맥베스부인은 맥베스가 속히 이 일을 이룰 것을 재촉한다. 맥베스는 주저했지만, 마침 자신의 성을 방문한 왕을 시해하고 왕위에 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역모를 숨기고, 반대하는 세력을 없애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사주한다. 맥베스는 죄의식으로 괴로워하고 뱅코의 유령을 보고 이성을 잃는다. 결국 맥베스의 살인은 들통이 나고, 달아났던 맥더프와 왕의 아들 맬컴이 잉글랜드 군대의 도움을 받아 성으로 쳐들어오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유령을 보고 겁에 질리는 맥베스, 그 맥베스를 몰아붙이는 맥베스 부인, 맥베스부인을 주목하게 된다. 그녀의 대사들은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맥베스는 길에서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부인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 편지를 그녀가 읽고 맥베스에 대해 하는 말이다.

 

맥베스 부인 ……

당신은 글래미스, 코도이고, 약속받은 것 또한 될 겁니다𝍠하지만 그 성품이 걱정돼요.

최고로 빠른 길을 택하기엔 너무나 인정미가 넘쳐요.

당신은 위대해지고 야심도 없지는 않지만 그에 따른 사악함이 없어요.

꼭 하고 싶은 것을 경건하게 바라지요. 속임수는 안 쓰지만 부정하게 얻고 싶죠.

(31p, 1516-23 맥베스)

 

이렇게 자신의 남편에 대하여 아니,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에 대하여, 갈등하는 마음에 대하여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는 맥베스부인은 영악하다. 그녀는 냉철한 판단을 가지고, 주저하는 맥베스를 몰인정하고 잔인한 말로 몰아세운다.

 

맥베스 이 일을 더 이상 추진하지 맙시다. 그는 나에게 영예를 내렸고, 난 온갖 사람들의 금빛 찬사 받았는데 새롭게 반짝이는 지금이 입을 때라 빨리 벗고 싶진 않소.

맥베스 부인 당신이 입고 있던 그 희망은 추했어요? 그 후로 잠잤어요? 이제야 깨어나 자진해서 했던 일을 창백하게 바라보고 있나요? 지금부터 당신 사랑 그런 줄 알겠어요. 욕망만큼 행동력과 용맹심을 같이 가진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워요? 금상첨화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을 가지고 싶지요? 그런데 속담 속의 불쌍한 괭이처럼 하고 싶어.” 그 말에 감히 못해.” 대꾸하며 스스로 비겁자로 살 거예요?

(38-39p, 1731-44 맥베스)

 

왕을 살해한 현장에서도, 그녀는 담대함을 보입니다.

 

맥베스 더 이상 못 가겠소.

내가 한 그 일을 생각하기 두렵고 감히 다시 못 보겠소.

맥베스 부인 의지가 약하기는! 그 단검 이리 줘요.

자는 사람 죽은 사람 그림 같을 뿐인데, 그림 속의 악마는 애들의 눈에나 무섭지요.그가 피를 흘리면 시종들의 얼굴에 발라줄 거예요, 그들 죄로 보여야 하니까.

(47-48p, 2249-56 맥베스)

 

맥베스가 유령을 보며 두려움에 떨고, 귀족들 앞에서 헛소리를 할 때도 그녀는 담대한 태도로 그 상황을 잘 넘긴다. 그러나 결국 그녀도 죄의식 앞에 무릎을 꿇는다. 패색이 짙어가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몽유하며 시종들과 전의 앞에서 자신의 죄를 중얼거리며 드러낸다.

 

맥베스의 욕망과 갈등과 죄책감도 흥미롭게 보았지만, 맥베스부인에게 더 주목하게 되었다. 남편의 숨겨진 욕망을 꿰뚫어 보는 눈과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인정에도 굴복하지 않는 차가운 심장을 가진 그녀가 결국은 죄책감 앞에 무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어쩌면 욕망보다 죄책감이 더 강한지도 모르겠다.

 

안현배의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라는 책은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는 그림을 문학과 역사와 관련해서 설명하고 있다. 헨리 푸셀리의 그림 몽유병에 걸린 맥베스부인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라는 장에서 소개한다. 화가들이 이 장면을 그림의 소재로 삼을 만큼 맥베스부인의 몽유병은 극적인 반전이라고 볼 수 있다.


맥베스부인이 최고로 빠른 길을 택하기엔 너무나 인정미가 넘쳐요.”라고 재촉을 되새긴다. 인정을 버리고 빠른 길을 택하느라, 자신을 내몰고,그래서, 후회, 불안, 걱정으로 몽유하는 세상을 돌아보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들-햄릿, 리어왕, 오셀로, 한 여름 밤의 꿈, 템페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등-을 하나씩 읽어나가면서, 셰익스피어에 대해 궁금해지고, 그의 삶과 시대, 희곡의 원료가 된 이야기들, 런던의 극단, 출판이야기들을 찾아보게 된다.


스티븐 그린블랫의 세계를 향한 의지,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황광수의 셰익스피어가 그와 관련된 책들이다. 스티븐 그린블랫빌 브라이슨의 책은 셰익스피어의 삶과 당시의 역사와 생활상, 런던의 연극계와 그의 희곡집 출판 등과 관련된 내용이다. 황광수의 책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과 관련된 장소를 여행하며 쓴 내용으로, 조금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이다. 다각적인 시각으로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유익한 책들이었다.

 

이 세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알려진 삶에 대해서는 견해가 비슷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 예를 들자면, 아내 해서웨이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태도이다. 셰익스피어가 고향을 떠나 10년 동안의 행적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르다. 연상인 해서웨이와의 결혼과 홀로 고향을 떠난 이유와 관련하여 아내에 대한 관계를 거론하는데 세 사람의 의견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가 고향에 저택을 짓고 가문의 문장을 만드는 과정과 그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죽기 전 딸에게 많은 재산을 상속하지만, 아내에게는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가구와 함께 준다.”라는 유언을 남긴다. 연극 같은 유언이란 생각이 든다. 이 유언을 통해 아내와의 관계를 추측하는 논쟁들을 이끌어냈었다.

 

셰익스피어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누워 있을 때 그는 아내를 잊으려고 애썼고, 그다음에는 두 번째로 좋은 침대와 함께 겨우 그녀를 기억해 냈다. 그리고 내세를 생각해볼 때 그가 가장 사양하고 싶었던 일은 자신이 결혼했던 여자와 함께 묻혔던 것이었다.” (251p 세계를 향한 의지스티븐 그린블렛)

 

그린블랫과 달리 빌 브라이슨은 몇 연구자들의 견해만 밝힐 뿐 셰익스피어의 아내에 대한 마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추측을 하지 않는다.

그의 개인적인 삶을 읽으며, 사회적 욕구, 권력에 대한 방향성을 엿보았다. 햄릿, 맥베스, 리어왕 뿐 아니라 역사 속 왕들의 이야기를 쓴 그의 평범한 인간으로서 신분 상승을 위해 노력했던 자취들은 권력지향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의 인생에 드리워진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창작자로서의 그늘을 보여주기도 한다.

 

두 사람은 그의 사후 그의 희곡들이 출판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퍼스트 폴리오 판으로 시작해서 많은 판본들이 존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많은 희곡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들을 펼친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연구가 많은 만큼 한 가지 책만 참고하는 것은 균형을 갖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평가해볼 때, 우리는 물론 한 사람이 그렇게 많고 현명하고 다양하고 재미있고 또 언제나 기쁨을 주는 작품들을 생산해냈다는 데 대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 자체가 천재성의 증거임은 말할 것도 없다. 오직 한 사람만이 우리에게 그런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 있는 환경과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로 스트렛퍼드 출신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였다.”(215p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빌 브라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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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8-16 21: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말의 힘이 큰 것 같아요. 주술이나 예언 주문이 왠지 무서워지는 ㅎㅎ 셰익스피어가 죽을 당시 아내가 정신적문제 혹은 치매설도 있던데요. 사이가 그닥 좋지는 않았군요. 우와 빌브라이슨이 쓴 셰익스피어도 있군요. 맥베스에서 그림에서 생애까지 ~~많은 걸 배우고 갑니다. 책도 찜! 하고요*^^*

그레이스 2021-08-16 21:12   좋아요 4 | URL
워낙 기록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설이 많나봐요.^^

그레이스 2021-08-16 21: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이미지 방향이 조정이 안되네요 ㅠ

scott 2021-08-16 21:16   좋아요 4 | URL
카메라로 찍었을때 회전을 시키고 구글 통해서 북플 앱으로 전송해보세요 정상으로 이미지가 나옵니다.

그레이스 2021-08-16 21:19   좋아요 4 | URL
사진찍어서 컴으로 받아서 파일 용량도 줄여서 올렸는데...자기 맘대로 가로본능 ㅠ

그레이스 2021-08-16 21:42   좋아요 5 | URL
가로본능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편집해서 다시 올렸습니다. ㅋ

scott 2021-08-16 21: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 작품은 읽어도 읽어도 마르지 않는 샘물 처럼 재미 흥미 교훈 시대와 세대를 훌쩍 뛰어넘죠.
맥베스는 제가 셰익스피어 희곡 중 가장 사릉하는!!
그의 삶이 상당히 미스테리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학자들에계 끊임없는 연구와 논쟁 상상 거리를 가득 주고 있죠 !

그레이스 2021-08-16 21:16   좋아요 5 | URL
그러게요
몇번을 읽어도 읽는 사람마다 시기마다 다 다르게 읽히는...!

새파랑 2021-08-16 21:4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맥베스 다시 읽었었는데 너무 좋아요 ㅜㅜ 주인공은 맥베스 부인이 확실한듯 😆
‘소리와 분노‘라는 문장도 최고인듯~!!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영문 표현이 더 와닿는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1-08-16 21:57   좋아요 4 | URL
맞아요
영문으로 읽을 때가 더 와 닿는데 영문과 번역본을 함께 놓고 읽으면 읽는 속도가 느리지도 않더라구요.

레삭매냐 2021-08-16 22:1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가 맥베스를 다시 읽은 게
지난달이었네요.

구해 놓은
맥베스 영화도 봐야 하는데...

그레이스 2021-08-16 22:18   좋아요 4 | URL
요즘 알라딘서재에 맥베스 후기가 자주 올라오더라구요^^

서니데이 2021-08-16 22: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빌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는 재미있을 것 같네요.
오래전에 읽은 책들은 번역도 오래된 번역이고, 오래전이라서 기억도 적어서
새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오래되면 기억하는 것이 실제로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그레이스님 좋은밤되세요.^^

그레이스 2021-08-16 22:52   좋아요 4 | URL
빌 브라이슨이 페이지도 적당하고 잘 읽히기도 해요. 워낙 글을 위트있게 잘 쓰는 작가라..!

바람돌이 2021-08-17 0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애증의 셰익스피어!
저는 세익스피어 희곡이 왜 재미가 없을까요? 누군가 얘기하는대로 민음사판을 봐서 그런걸까요?

그레이스 2021-08-17 05:17   좋아요 2 | URL
열린책들이 더 이해가 잘 되긴 해요. ㅎㅎ

희선 2021-08-17 0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는 오래전 사람이고 그때 쓴 희곡이 많아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기도 하군요 셰익스피어일지도 모른다고 한 작가도 있던데... 희곡만 쓰다니 다른 건 하나도 안 썼을까요 편지나 일기가 남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거의 희곡으로만 셰익스피어를 알아야 하니... 아니 그 시대 사람이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쓴 것도 있을지... 아주 없는 건 아니겠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08-17 15:30   좋아요 1 | URL
미지로 남아 있는 것이 더 좋은 면도 있는 듯요^^

서곡 2023-02-03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레이디 맥베스 몽유병 그림 포스팅했는데 그레이스 님의 예전 이 페이퍼를 조금 전에 보고 반가워서 뒤늦은 댓글 답니다 ㅎ 퓌슬리(푸셀리)가 맥베스 그림을 많이 그렸더라고요 위 그림 말고도요

그레이스 2023-02-03 17:3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서곡님 읽으신 책 보고, 지금 장바구니에 넣고 왔어요
푸셀리는 인간의 심리를 그림에 잘 묘사하는 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