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기에 박사 제도는 학문 장려의 도구로서 효과적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한 나라의 학자들이 모조리 박사가 되기 위해서 학문을 한다는 식의 풍조를 조성한다거나.
또는 그렇게 생각될 만큼 극단적인 경향을 띠고 학자가 행동하는 것은 국가의 관점에서 보아도 폐해가 많을 것임은자명한 일이다.

나는 박사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박사가 아니면 학자가 아니라는 식으로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게끔 박사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학문은 소수박사들의 전유물이 되어 몇 안 되는 학자적 귀족이 학문의권리를 장악하게 되는 동시에, 그 선택을 받지 못한 학자들은 완전히 홀대를 받게 된다. 그 결과 나쁜 폐해가 속출하게 될까 나는 대단히 염려스럽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에 아카데미가 있는 것조차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박사를 사절한 것은 초지일관의 문제다. 이사건의 전말을 공표함과 동시에 나는 이 한 마디만큼은 마지막에 덧붙이고 싶다.
- P50

차가운
맥 지키지 못했네
새벽녘 - P75

생사(生死)란 완급(緩急), 대소(大小), 한서(寒露)와 마찬가지로 대조되는 것들의 연상(聯想)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한 쌍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설령 요즘의 심리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생사라는 말도 다른 일반적인 대조와 마찬가지로 같은 종류의 연상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동떨어진 두 면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갑자기 연이어 나를 사로잡는다면,
나는 이 동떨어진 두 면을 어떻게 같은 성질의 것으로 보고그 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까.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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