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뭐라건, 이별 반사! 상상문고 8
김두를빛 지음, 이명애 그림 / 노란상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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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뭐라건, 이별 반사

12살 소녀 오슬로의 이별 이야기인데 마음이 움직인다.

‘우리 그만 만나자. 안녕.’

사귀던 민준이가 톡으로 헤어지자는 통보를 하고, 슬로는 그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는 동안 가슴앓이를 한다. 이별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른들의 이별 이야기가 보인다. 아빠의 이별, 할머니의 이별, 그리고 이모의 이별……. 그래도 어른들은 그 이별을 이겨내고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오슬로에게 혜민이가 있었던 것처럼 어른들에게도 위로해 줄 친구가 있어서 일까? 아님 이별을 뒤에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는 아빠의 말처럼 다른 사랑이 찾아와서 잊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슬로는 이별의 이유들을 찾는다. 자신이 민준이를 만나며 했던 행동들을 기억해보면서…. 함께 떡볶이 먹을 때 국물을 옷에 묻힌 것 때문일까? 바지만 입고 다녀서일까? 칭찬을 해주지 않아서일까? 당당했던 슬로도 이별 앞에서는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을 경험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슬로는 민준이를 찾아가서 말한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한 법이거든.”
일방적인 통보에 납득할 수 있는 10가지 이유를 대라고 한다. 10가지를 못대면 이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민준이가 톡으로 보내오는 이유들을 읽으며 슬로가 상처받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그러나 고작 이런 거였어? 라고 말하는 슬로의 반응은 가슴이 아프기도 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민준이가 톡으로 이유를 보고도 인정하지 않던 슬로는 9번째 이유를 보고서야 받아들인다.

「⑨ 이건 진짜 자존심 상해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슬로가 진짜로 나를 좋아하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학교에서 마주쳐도 별로 반갑지 않은 것 같다. 난 신나서 아는 체 하는데, 슬로는 슬금슬금 도망가 버린다. 또 선물이나 쪽지를 줘도 고맙다는 말도 없고, 답장도 안 한다. 우리 아빠가 사랑은 주고받는 거랬다. 오슬로, 앞으로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알겠냐?」
113p

슬로는 민준이를 만나서 직접 말한다.
「“그동안 미안했다. 너한테 차인 게 화가 나서 괜한 오기를 부렸어. 그동안 이유 대느라고 고생했어.”
“만나는 동안 많이 좋아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네가 편히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놓지 못한 것도.”」
129p

민준이가 알아들었을까?^^

아빠 가게에서 노래 부르는 삼촌과 이모가 헤어졌다. 사람들은 왜 헤어지냐고 하는 슬로의 질문에 ‘사람마다 마음에 빈 의자가 있는데, 삐걱거려서 언제 고쳐야지 하면서 그게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삼촌이 대답한다. 이 말이 슬로에게는 이해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민준이의 아홉 번째 이유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음 속 의자가 앉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는 말은 아마도 민준이가 말했던 아홉 번째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은 마음의 일이고 잘 제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를 마음에 담는 일이고, 서로의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중요하지만 어렵다.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배워가야 한다.

그리고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슬로의 말에 100% 찬성. 헤어지는 일은 한 번에 끝나는 법도 없다. 일방적이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한편의 마음이 떠나면 아무리 받아들이지 않아도 그 이별을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다. 마음이 하는 일이니까. 상대의 마음은 나의 것이 아니므로 강요할 수 없어서 더 외롭고 아프다.
민준이와 만나서 사과와 악수로 멋지게 이별하고 있지만, 슬로의 마음은 여전히 아프다. 그러면서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아빠는 슬로에게 말한다.
“이별은 한 번만 있는 게 아니야, 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몇 번이고 이별은 또 있을 거야. 그러니까 벌써부터 힘 빼면 안 돼.”
77p

인생에 많은 순간 찾아오는 이별은 또 다른 사람을 조금 더 멋지고 아름답게 만날 힘을 갖게 해준다. 마음의 의자가 삐걱거리는 걸 알게 되고 고치는 시간이다. 사실 이별하고 있는 순간에는 잘 모르지만.

『네가 뭐라건, 이별반사』라는 제목은 슬로의 아픈 이별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이별이라는 ‘사랑의 엔딩’ 앞에서 때로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유치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삐걱거리는 의자를 고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이별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편안하게 수리하기 위해.

아이들이 이성과의 만남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자신의 마음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 위한 좋은 소설인 듯하다. 12살 소녀의 생애 첫 이별에 마음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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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는 우울증을 깊이 앓았다고 한다. 그는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면서 그 정서를 극복한 것 같다. 그의 수채화가 예뻤던 기억이 있다.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이나 화가로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 정신증을 더욱 심화시키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더러 이상심리상태를 예술로 표현하는 예술가들이 있기도 하다. 그 상태에 빠져들어 창작을 하는 경우가 있다.
헤세는 글쓰기를 벗어나 몸으로 하는 일들을 통해 위기를 넘기는 듯하다. 본래 가지고 있는 병은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예술가들은 그 병을 예술로 승화시키거나, 아님 다른일로 환기시키며 벗어나거나 한다.
헤세의 정원가꾸기는 생산적이란 생각을 했다.
앞에 읽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과는 다르다는 생각이다. 사실 그녀는 정원 일을 전혀 모르고 감상과 즐기기만 했다. 혹시 그녀가 헤세처럼 직접 남편과 함께 정원일을 했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본다.
정원 가꾸기를 즐기는 예술가들. 타라의 정원, 모네의 지베르니, 울프부부의 정원, 헤세의 정원.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데...
타라, 레너드 울프나 헤르만 헤세를 보면 부지런함이 요구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다.
전에 일할 때는 몰랐던 정원에 대한 감성을 발견한다. 정원과 나무 꽃에 대한 책들을 부쩍 꺼내 읽게 되다.











재미 삼아 정원을 가꾸는 사람은 고작 몇 달밖에 안 되는 따뜻한기간에 많은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원한다면, 혹은 누군가 정원을 가꾸어달라고 요청한다면 온통 즐거운 것만 보게 된다. 생산하고 자신의 형태를 만들어 가는 가운데 넘쳐 나는 자연의 힘, 다양한 형상과 색채로 드러내는 자연의 유희와 상상력. 여러 면에서 인간적인 여운을 주는 작고 재미나고 소박한 삶 - P15

아주 이따금,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어느 한 순간, 땅 위의 모든피조물 가운데 유독 우리 인간만이 이 같은 사물의 순환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사물의 불멸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 번뿐인 인생인 양 자기만의 것, 별나고 특별한 것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기이하게만 여겨지는것이다. (1908년)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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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부터 읽었다. 열전만 읽어도 된다는 말도 들었고, 해서 열전을 먼저 펼쳤다. ‘백이 ·숙제 열전은 익숙한 이야기였지만 뭔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경이 되는 은·주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또 공자가 춘추에서 했던 말과 의미도 알아야 사마천이 왜 그의 말에 비판적인지도 알게 된다.

 

공자는 말하기를 백이, 숙제는 과거의 원한을 기억하고 있지 않음으로써 남을 원망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子曰 不念舊誤 怨是用希 -公冶長, 論語) 그들에게 어진 것이란 구하는 대로 얻어지는 것인데 또한 무엇을 원망하였겠는가?”(求仁得仁 又何怨乎 -述而, 論語)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백이의 심경을 비통한 것으로 보았고, 그들의 일시를 보고 약간 이상함을 느꼈다.

그들은 굶주려서 곧 죽으려고 하였을 때, 노래를 지었는데 그 가사는 이러하였다.

저 서산에 올라 산중의 고비나 꺾자꾸나,

포악한 것으로 포악한 것을 바꾸었으니

신농(神農), (), ()의 시대는 홀연히 지나가버렸으니

우리는 장차 어디로 돌아간다는 말인가?

! 우리는 이제는 죽음뿐이로다.

쇠잔한 우리의 운명이여!

마침내 이들은 수양산에서 굶어 죽고 말았다.

이로 미루어본다면, 두 사람은 과연 원망하는 것인가? 원망하지 않은 것인가?

10~12p

 

각주를 읽어가면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이 백이 숙제에 대한 공자의 말에 대한 사마천의 비평은 많은 학자들이 분석해 놓았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내용이었다. 사마천이 사기를 기록하는 관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열전의 마지막에 있는 태사공자서를 먼저 읽었다. 태사공 사마천의 사기를 기록하는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아픈 경험을 통해 세태를 읽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읽어가다간 놓치는 부분이 많고 속도도 느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움을 받을 자료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https://tv.naver.com/v/14939289


먼저 열린연단의 김병준 교수의 사마천사기강의는 사마천이 사기를 기록하는 방향과 그 가치를 이야기했다. 사마천은 사기로서가 아니라 으로 기록했다. ‘태사공자서를 보면 주공 이후 500년 만에 공자가 나왔고, 이제 공자 이후 500년이 되어가니 그 뒤를 이을 사람이 자신일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저 아버지의 유업을 이어 중단하지 않고 계속 기록해나가는 의무를 넘어서서 새로운 소명을 갖게 되는 부분이다.

 

태사공(사마천)사기를 대하는 자세의 변화는 이릉의 화를 당하면서 다시 한번 변화를 맞이한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궁형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사마천 평전을 보니 보임안서(보임소경서)’에 사마천의 울분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고 한다. 임소경(임안)은 자신도 옥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사마천에게 편지를 보내어 그의 잘못을 꾸짖는다. 사마천은 임소경에게 답장을 보내며, ‘이릉의 화(궁형)’를 당하게 된 억울함과 당시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음에 대한 서운함과 궁형을 받은 후 미천한 신분으로 전락한 것에 대한 울분을 전하고 있다. 이 서신에서 그는 사기를 기록하는 의의를 다시 새롭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은 원래 한 번 죽기 마련인데 어떨 때는 (그 죽음이) 태산보다도 무겁고, 어떤 때는 기러기 털보다 가벼운 것은 그 (죽음의) 쓰임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옛날에 부귀를 누리다가 이 이름이 닳아 없어진 사람은 이루 다 기록할 수가 없고, 오직 특별하게 비상했던 사람들만이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문왕(文王)은 갇힌 몸으로 주역을 풀어냈고, 중니(仲尼)는 어려움을 당해 춘추(春秋)를 지었으며, 굴원(屈原)은 추방을 당하고서 마침내 부() ‘이소(離騷)’를 지었고, 좌구(左丘)는 앞을 못 보게 된 뒤에 국어(國語)를 완성했으며, 손자(孫子)는 발을 잘리는 형벌을 당한 채 병법(兵法)을 편찬해냈고, 불위(不韋)는 촉() 땅에 유배되는 바람에 여람(呂覽)을 세상에 전 할 수 있었으며, 한비(韓非, 한비자)는 진()나라에서 감옥에 갇혀 세난(說難)고분(孤憤)을 썼고, 300편은 대부분 빼어나고 뛰어난 이들이 자신들의 분함을 떨쳐내려고 지은 것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 가슴속에 한 맺힌 억울함이 있었지만 자신들의 도리를 통하게 할 수가 없게 되자, 그로 인해 지나간 일을 생각한 것입니다[述王事 思來者]. 이에 자구처럼 눈이 없고 손자처럼 발이 잘린 사람은 결국 세상에서 쓰일 데가 없게 되자 물러나 서책(書冊)을 논함으로써 자신들의 분을 풀어내며, 자신들의 생각을 담을 공허한 글[空文]로나마 스스로를 들어냈습니다.

- 173~174p, ‘보임안서, 62사마천전, 한서 열전3, 반고

 

이 서신은 반고의 한서』 「열전사마천전에 기록되어 있다. 사기를 읽다보면 사마천의 기록 뒤에 가끔 후대의 사관들이 내용을 덧붙인 것을 볼 수가 있다. 주로 사마천의 기록을 보충한다거나 유실된 내용을 대신하거나 사마천의 의견에 반대하는 경우이다. 저선생, 가생 그리고 반고 등이 이러한 기록을 남겼다. 반고는 후한(後漢) 사람이고 유교가 나라의 기틀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 많은 경우 사마천의 기록을 참고하면서도 다른 시각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10권으로 완역된 한서가 최근에 출판되어서 부분적으로 참고할 수 있었다. ‘보임안서전문도 여기에서 읽고 참고했다.




사실, ‘보임안서를 읽고 사기를 읽는 것은 기록자인 사마천의 마음과 저술의 방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기를 읽기 위해서는 중국사에 대한 개괄은 하고 시작해야 한다. 본기세가를 읽는다고 해도 중국고대사의 맥을 잡는 것은 어렵다. 그것이 기전체의 특징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국지리가 갖는 의미를 놓치면 사기는 읽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나라가 낙읍으로 천도함으로 황실의 권력이 약해졌다는 것, 진나라가 파·촉을 먼저 차지함으로 초나라를 침략할 발판을 삼았다는 것, 항우가 관중지방을 포기하고 팽성으로 돌아감으로 대업을 놓치게 된 것, 한중 땅으로 들어갔던 유방이 다시 관중으로 들어가서 천하를 통일한 것, 그리고 형양과 성고 전투 등 중국의 지리는 사기를 읽는 데 아주 중요한 도구가 된다.

 

이러한 중국의 고대사와 지리에 대한 정보를 잘 설명해주는 강의를 youtube를 통해 구독하게 되었다. 사기삼국지를 읽기 위한 지리 강의는 도움을 많이 받았다.

 

https://youtu.be/ZUy2AHVHXiQ





진시황 때부터 한나라가 세워지기까지의 과정을 잘 정리한 책이 시바료타로의 항우와 유방이라는 책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고, 간결하면서도 역사적인 내용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전달하고 있다. 천재적이란 생각이다. 이 작가는 책 한권을 쓰기 위해 한 수레 분량의 책을 읽고 참고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함께 읽은 책은 미야기다니 마사미쓰의 맹상군자산의 꿈이다. 읽을 예정인 책은 개자추, 악의, 안자. 그리고 11권으로 구성된 공원국의 춘추전국이야기@@





 




사기를 읽기 위해 세 개의 출판사 책을 병행해서 보았다. 텍스트로 삼았던 책은 까치 출판사의 책이었다. 원전에 충실한 번역이어서 읽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책 페이지마다 있는 각주가 아주 잘 되어있어 참고할 내용이 많았다. 아쉬운 점은 각주에 있는 한자에 독음이 없어 모르는 한자는 일일이 사전을 찾아보아야 한다는 것. 옛날처럼 옥편을 찾아야 했다면 포기했겠지만 다행히 네** 사전이 있어서 사진을 찍거나 쓰는 것으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자독음까지 써놓기엔 분량이 너무 많아 페이지를 할애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해하기로 했다.^^

 


참고하기 위해 병행해서 본 책은 올제출판사의 클래식 시리즈 사기이다. 원전을 살리면서 조금 더 읽기 편하게 번역해 놓았고, 권위 있는 번역자들이어서 믿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번역에 있어서 견해가 다른 내용들은 설명을 하고 왜 이렇게 번역했는지 이유도 친절하게 적고 있다. 이 시리즈들은 평소에는 구하기가 어려운데, 다행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사두어서 참고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책은 민음사의 사기. 열전은 잠시 품절 상태이다가 다시 재출간 되었다. 읽기에 쉽도록 현대어로 쉽게 번역되어 있다. 본래의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하는 것 같다. 함께 읽은 동아리 회원 중 한 분은 쉬운 말로 번역했다고 해서 쉽게 읽히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역사서이므로 그 안에 있는 지식을 다 이해하려면 바탕이 있어야만 한다는 의미.^^ 텍스트가 있고 그 내용 중 이해 안되는 내용을 참고하는 용도로는 좋다는 생각이다. 혹시 중고등학생들이 읽으려고 하면 민음사 책이 좋을 듯하다.

 

열전만을 읽었는데도 사마천의 시선과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사람을 향하고 있다는 것. 미야기다니 마사미쓰는 맹상군이란 책에서 염옹이 쓴 시를 통해 맹상군 열전의 한 에피소드의 뜻을 전하고 있다.

 

누가 개소리를 내는 것을 천하다고 하는가

능히 백호구의 옷을 가지고 왔으며

누가 닭소리 내는 것을 천하다고 하는가

능히 함곡관 관문을 열게 했도다

비록 성현(聖賢)이라 할지라도

그 두 선비처럼 짐승 소리는 내지 못했으리라

그러므로 알라, 시냇물은 흘러서 바다가 되고

티끌은 모여서 큰 언덕을 이루는도다

사람의 개성을 존중해야 사람을 쓸 줄 아는 것이니

여러분은 맹상군을 천하다고 하지 말라

-맹상군미야기다니 마사미쓰

 

역사는 사람, 그들의 우연한 만남, 그 우연한 만남이 만들어 낸 생성과 소멸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 사마천의 글 속에 은밀하게 전해지고 있는 메시지에 조응하게 되었다.

 

결국, 열전만이라도 읽어볼까 하고 시작했던 사기읽기는 본기세가로 이어지고, 를 옆에 두고 함께 읽어야 하는 필요까지 생기게 되었다. 아마본기부터 순서대로 읽었다면 열전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다. 열전에는 사마천의 마음이 숨겨져 있고 독자의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 본기세가읽기는 연관되는 소설들까지 읽게 되는 대장정으로 이어졌다.

 

세가를 다 읽고 사기읽기를 마무리 하면서 동아리 회원들과 수고했다는 축하인사를 전하고, 이제 맘껏 다른 소설들을 읽으며 쉬어야겠다는 계획을 했지만, 머릿속에는 사기를 여러 번 다시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글로 정리를 해야 하는데 미루고 있는데서 오는 불안감이 커져갔다. 결국 노트북을 켰다. 정리를 하다 보면 다시 한 번 읽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텐데, 저렇게 쌓아놓은 책들은 언제 다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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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28 00: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기를 다 읽다니요. 너무 대단하세요. 저는 솔직히 말해 재미없어서 읽다 말았는데요. 고문은 왜 그렇게 제게 힘든지....ㅠ.ㅠ 그레이스님 사기 완독에 감탄하고 잠시 반성하다가 그래도 사기는.... 하면서 입맛만 다십니다. ^^

그레이스 2021-03-28 08:15   좋아요 4 | URL
저도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읽어서 완독할 의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5개월에 걸쳐서 진도표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함께 낭독하기도 하고, 한달에 한권씩 마무리 했습니다.
마지막 달에는 속도가 붙어서 세가 두권을 한꺼번에 했구요.
서로 감사해하고 축하했습니다.~♡
누군가 함께 읽는 사람들이 있으면 하실 수 있을거예요~^^

그레이스 2021-03-28 01: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급하게 책 보이는대로 쌓느라 이 밤중에 소란을 떨었네요 ^^
뭔가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ㅋㅋ
마치 여행가서 사진남기듯이
제대로 본 것 없이 휙 둘러보고 사진찍고 돌아오는 사람들처럼...
아직은 제게 <사기>가 그런듯 하네요^^

새파랑 2021-03-28 08: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기˝를 읽으셨다니 이거 사기 아닙니까? ㅋ(농담입니다...) 와 책탑에서 놀라고, 이 책을 읽기 위해 여러책을 병행해서 보시는 것에 더 놀랍니다^^ 저같은 문외한은 그냥 감탄만~!! 완독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1-03-28 10:1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읽었다는 것 외에는 별 차이가 없을듯요.

붕붕툐툐 2021-03-28 09: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넘 멋지세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도 맘 속 늘 도전을 품고 있는 책입니다~ 그레이스님 페이퍼 읽으니 사기 뽐뿌가 엄청 오네요!ㅎㅎ

그레이스 2021-03-28 10:09   좋아요 3 | URL
^^
지금 딸한테 뽐뿌가 뭐냐고 물었어요.
ㅋㅋ
‘축하‘ 감사합니다~

scott 2021-03-28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레이스님 저기 사기책 탑 전부 완독 하시는동안 유튭 강의랑 병행 하신건가요??
고전 독해력이 엄청 나세요 이정도 분량은 전공자도 1년 동안 못 끝냄!

르네상스 건축 미학 책도 읽으시면서
파노프스키 알고 계셔서 깜놀하고
사기책 완독 하셔서 더 깜놀 ㅎㅎ

완독 축하합니다. ^ㅎ^

그레이스 2021-03-28 16:32   좋아요 2 | URL
부끄럽습니다;;;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1-03-28 16:34   좋아요 2 | URL
노마드 배울게 많아요
강추합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성년의 나날들,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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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이어지는 자전적 소설이다. 읽어가면서 계속 드는 의문은 작가는 왜 이 소설을 썼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미 『엄마의 말뚝』이나 『나목』에서 다뤘던 소재였다. 그런데 왜 다시 이 소설을 써야 했을까 하는 것이 나의 의문이었다. 못 다한 말이 있었을까? 소설을 쓰고도 청산되지 않은 감정이 있었을까?


다 읽고 난 후, 다시 『엄마의 말뚝』과 『나목』을 비교해 보니 확실히 달랐다. 두 소설들은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많은 부분 사실이지만 허구적인 부분이 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나 이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허구가 없었다. 특히,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적나라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달랐다.


『엄마의 말뚝』에서는 오빠의 죽음이 극적인 요소를 띄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오빠의 부상과 죽음은 너무나 초라하고 극적이지도 않다. 오랜 시간 비루해지고 파리해지면서 죽어갔다. 가족들을 지치게 했다. 작가는 그런 오빠를 보는 마음의 고통을 고스란히 적어놓는다.

“오빠가 넘어온 이데올로기의 전선은 나로서는 처음부터 상상을 초월한 것이긴 했지만 이런 오빠를 보고 있으면 그 선의 잔인하고 음흉한 파괴력에 몸서리가 쳐지곤 했다.”
-34p

20대 박완서에겐 허물어지고 절뚝거리는 오빠의 육체보다도 인격이 바뀌어버린 오빠를 보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 서울이 수복된 후 다시 불안함 속에 피난을 떠나던 오빠의 염치를 잃은 모습은 읽고 있는 나 역시 아연하게 만든다. 오빠의 죽음과 장례도 그렇게 누추했다.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엄마의 모습도 지나치게 애통하지 않아서 슬프다.


공산치하와 서울 수복 시절, 이중생활, 생존과 돈을 벌기위해 했던 일들 그리고 그녀의 마음속에 오갔던 속물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생각들.

어떻게 이런 수치스러운 행위와 생각을 적나라하게 쓸 수 있었을까? 어떤 작정으로…?
쉽게 쓰여 진 글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될 은밀한 부분을 세상에 내놓고 오히려 괴롭지는 않을까? 그런 두려움 때문에 주저했을 텐데.


작가의 아주 은밀한 감정들을 발가벗기듯 드러내고 있어서 내내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나는 왜 불편했을까?

작가라면, 작가가 될 소양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깨졌기 때문일까? 속물적이고 소시민적이라고 느끼게 하는 장면이 많았으니까.


그러나… 그것보다는 내가 그 감정들을 모두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자주 표현하는 말을 사용하자면, ‘징그러울’ 정도로 세밀하고 적나라하게 써내려간 내밀한 사건과 감정들 때문에 나 역시 고통을 느꼈다. 어떻게 이렇게 발가벗듯이 다 드러낼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혐오의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내 안에서 발견하고 있었다. 숨기고 싶은 은밀한 생각들이 작가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내밀하게 숨겨놓은 혐오스런 생각들을 보게 했다. 그렇게 내내 불편했다.


작가에게 기대하는 세상의 요구를 그녀는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자신의 치부와 같은 그 시절을 픽션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다시 기록하고 있다. 어떤 의도였을까? 아니 의도 같은 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숭고하지도 희생적이지도 않았던 삶을 미화시킨 것에 대해 동시대 사람들에게 미안했을지도 모르겠다. 시대를 읽는 사유가 없이 20대를 맞이한 박완서가 해방과 전쟁을 고스란히 겪어냈다. 혼돈 속에서 생존이 하루의 시작과 끝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고백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외면했던 죄의식에 대한 참회와 치유의 글이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내가 오독과 오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이것이 실재이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리얼리티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제물이 되어서. 그러니 함부로 그 시절을 겪어낸 사람들을 판단하지 말고 요구하지 말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전쟁은 남과 북을 가르고, 피난 간 사람들과 피난가지 못한 사람을 가르고,…… 많은 분열을 만들어냈다.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상처가 벌어진 채 아물지 않은 나라에서 이렇게 쓴다는 것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생각했다.


항상 생각하게 되지만 전쟁을 겪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를 수밖에 없다. 현상에 대한 인식, 역사관, 세계관…등 모두. 해방 전후를 살았던 세대의 삶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작가의 글은 마치 일기장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가족들이 양키한테 붙어먹고 산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추비하고 남루해진다고 고백한다. 개울가에서 구토를 일으키는 20대 박완서의 모습은 애처롭고 쓸쓸하다. 등을 쓸어주고 싶다. 청년의 때가 이래도 되는가.


그렇게 긴 고백은 엄마와 박완서 각자의 울음으로 정리한다. 그 험한 세월동안 가슴밑바닥에 눌러 놓았던 통곡이 터져 나온 것이다. 작가의 출가 후.
그녀들에게는 그렇게 각자 우는 것이 서로 마주 붙들고 우는 울음보다 더 정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나 나에게나 온몸을 내던진 울음은 앞으로 부드럽게 살기위해 꼭 필요한 통과 의례, 자신에게 가하는 무두질 같은 게 아니었을까. 그러나 엄마하고 나하고 만날 수만 있었다면 둘 다 울지 않았을 것이다. 따로따로니까, 서로 안 보니까 울 수 있는 울음이었다.
그날 엄마가 정릉으로 빨래를 간 건, 참 잘 한 일이었다.”
-280p

이 부분이 이해가 간 나에게 놀랐다. 도대체 어떤 정서가 자리 잡고 있기에….


얼마 전, 엄마와 이야기 하다가, 나를 결혼시킬 때 엄마가 공중 화장실에서 혼자 울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엄마 앞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내가 울고 있었다. 그것도 주체 못할 정도로. 엄마는 담담하게 수다 떨듯이 말하고만 있는데,…… 창피하지도 않았다. 그냥 울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고 해야 하나? 그 울음으로 그동안 감춰왔던 미안함을 고백했던 것 같다.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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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26 13: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오늘 왤케 눈물나게 하는 글들이..😭

그레이스 2021-03-26 13:34   좋아요 4 | URL
^^;;
마지막글 얹으면서 또 울었습니다^^
어떤 책은 읽고도 글쓰기까지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랬어요.
오래 걸려 쓴 만큼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미미님 감사해요~

scott 2021-03-26 15: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 어무이,,,,,
ʕ>⌓<。ʔ

mini74 2021-03-26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이리 먹먹하지요. ㅠㅠ 저도 그레이스님 마음이 왜 이리 이해되고 와닿는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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