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뭐라건, 이별 반사! 상상문고 8
김두를빛 지음, 이명애 그림 / 노란상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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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뭐라건, 이별 반사

12살 소녀 오슬로의 이별 이야기인데 마음이 움직인다.

‘우리 그만 만나자. 안녕.’

사귀던 민준이가 톡으로 헤어지자는 통보를 하고, 슬로는 그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는 동안 가슴앓이를 한다. 이별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른들의 이별 이야기가 보인다. 아빠의 이별, 할머니의 이별, 그리고 이모의 이별……. 그래도 어른들은 그 이별을 이겨내고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오슬로에게 혜민이가 있었던 것처럼 어른들에게도 위로해 줄 친구가 있어서 일까? 아님 이별을 뒤에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는 아빠의 말처럼 다른 사랑이 찾아와서 잊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슬로는 이별의 이유들을 찾는다. 자신이 민준이를 만나며 했던 행동들을 기억해보면서…. 함께 떡볶이 먹을 때 국물을 옷에 묻힌 것 때문일까? 바지만 입고 다녀서일까? 칭찬을 해주지 않아서일까? 당당했던 슬로도 이별 앞에서는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을 경험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슬로는 민준이를 찾아가서 말한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한 법이거든.”
일방적인 통보에 납득할 수 있는 10가지 이유를 대라고 한다. 10가지를 못대면 이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민준이가 톡으로 보내오는 이유들을 읽으며 슬로가 상처받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그러나 고작 이런 거였어? 라고 말하는 슬로의 반응은 가슴이 아프기도 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민준이가 톡으로 이유를 보고도 인정하지 않던 슬로는 9번째 이유를 보고서야 받아들인다.

「⑨ 이건 진짜 자존심 상해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슬로가 진짜로 나를 좋아하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학교에서 마주쳐도 별로 반갑지 않은 것 같다. 난 신나서 아는 체 하는데, 슬로는 슬금슬금 도망가 버린다. 또 선물이나 쪽지를 줘도 고맙다는 말도 없고, 답장도 안 한다. 우리 아빠가 사랑은 주고받는 거랬다. 오슬로, 앞으로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알겠냐?」
113p

슬로는 민준이를 만나서 직접 말한다.
「“그동안 미안했다. 너한테 차인 게 화가 나서 괜한 오기를 부렸어. 그동안 이유 대느라고 고생했어.”
“만나는 동안 많이 좋아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네가 편히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놓지 못한 것도.”」
129p

민준이가 알아들었을까?^^

아빠 가게에서 노래 부르는 삼촌과 이모가 헤어졌다. 사람들은 왜 헤어지냐고 하는 슬로의 질문에 ‘사람마다 마음에 빈 의자가 있는데, 삐걱거려서 언제 고쳐야지 하면서 그게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삼촌이 대답한다. 이 말이 슬로에게는 이해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민준이의 아홉 번째 이유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음 속 의자가 앉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는 말은 아마도 민준이가 말했던 아홉 번째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은 마음의 일이고 잘 제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를 마음에 담는 일이고, 서로의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중요하지만 어렵다.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배워가야 한다.

그리고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슬로의 말에 100% 찬성. 헤어지는 일은 한 번에 끝나는 법도 없다. 일방적이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한편의 마음이 떠나면 아무리 받아들이지 않아도 그 이별을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다. 마음이 하는 일이니까. 상대의 마음은 나의 것이 아니므로 강요할 수 없어서 더 외롭고 아프다.
민준이와 만나서 사과와 악수로 멋지게 이별하고 있지만, 슬로의 마음은 여전히 아프다. 그러면서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아빠는 슬로에게 말한다.
“이별은 한 번만 있는 게 아니야, 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몇 번이고 이별은 또 있을 거야. 그러니까 벌써부터 힘 빼면 안 돼.”
77p

인생에 많은 순간 찾아오는 이별은 또 다른 사람을 조금 더 멋지고 아름답게 만날 힘을 갖게 해준다. 마음의 의자가 삐걱거리는 걸 알게 되고 고치는 시간이다. 사실 이별하고 있는 순간에는 잘 모르지만.

『네가 뭐라건, 이별반사』라는 제목은 슬로의 아픈 이별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이별이라는 ‘사랑의 엔딩’ 앞에서 때로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유치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삐걱거리는 의자를 고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이별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편안하게 수리하기 위해.

아이들이 이성과의 만남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자신의 마음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 위한 좋은 소설인 듯하다. 12살 소녀의 생애 첫 이별에 마음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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