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네집은 문이 잠겨 있는 법이 없습니다. 누구든지 문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갑니다. 아, 물론 잡상인과 가스 검침원은  빼고요. 미리 알리고 가지 않아도 하나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정말 어쩌다 정기 아빠가 휴가를 받아 집에 있거나 한 날은 무지하게 미안하지만요.

정기네집엔 아침부터 밤까지 늘 손님(?)이 있지요. 어떤 손님이냐구요? 아주 다양합니다. 그 집 두 아들의 친구부터 동네 아줌마들, 그리고 그 아줌마들의 아이들까지요. 손님이라고 해놓고 보니 좀 그렇네요. 저부터도 손님으로서 예의를 차린 적이 어디 있어야 말이죠. 아참, 진짜 손님을 빼놓을 뻔했네요. 피아노 선생님이 일주일에 두 번, 영어 선생님이 한 번 오시는데.....

그런데 정기네집에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시죠? 왜일까요? 첫째 먹을 게 많아서, 둘째 정기 엄마가 너무 예뻐서, 셋째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넷째 장난감이 많아서, 다섯째 인테리어가 너무 훌륭해서. 골라 보세요. 말해놓고 보니 이 다섯 가지가 다 이유가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정답은  정기 엄마랍니다.  정기 엄마에겐 뭔가가 있습니다. 사람을 끄는 매력, 그게 아무한테나 있는 거 아니잖습니까? 돈 주면서 오라고 해도 가고 싶지 않은 집이 있는데, 정기네집은 입장료를 받는다고 해도 갈 것 같다니까요. 제 성격이 좀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아무하고나 잘 놀지 않는데 정기네집에서는 잘 놀게 되더라구요.  어떤 땐 정기네집이 우리집보다 더 편안하다면 말 다 했죠 뭐.

손님이 없을 땐 정기네집 식구는 넷입니다. 정기 엄마를 끔찍하게 사랑해주시는 정기 아빠와 애교 덩어리 우리의 정기 엄마, 운동 그림 노래 공부 등 무엇 하나 못하는 게 없어서 얄미운 큰아들 정기, 우리 아들을 비롯 동네 여섯 일곱 살 유치원생들의 대장인 둘째아들 윤기. 어떤 집 못지않게 아주 재미나게 알콩달콩 살아가는 가족이랍니다.

정기네집에서는 사람 사는 냄새가 폴폴 납니다.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궁금하시죠? 가끔 놀러 오세요. 정기 엄마처럼 반겨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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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1-3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기네 집을 소개해 주셨는데 이상하게도 정기네 집이 더 궁금하네요^^글을 너무 재미나게 쓰십니다

구절초 2005-12-1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장료 내고라도 가고 싶은 그 집이 참 궁금합니다.
한번쯤 평화를 빕니다 하는 인사말을 건네며 가보고 싶어집니다.
원래 어울리는 사람은 비슷비슷하다니까 소나무님도 많이 서글+인심후한 그런 분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