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고 친정아버지께서 생신 기념으로 제주도에 가자고 하셨다. 비용은 모두 책임지겠으니 삼남매를 거느리고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씀이셨다. 올해 남편은 아버님 병환과 경조사 때문에 제주에 여덟 번이나 다녀왔다. 가족 모두 다녀온 것도 세 번이고.  

그러니 내 머릿속엔 친정아버지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또 제주도야!"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친정 식구들과 떠나는 첫 여행이라는 기쁨보다는 귀차니즘으로 가득했으니 난 불효녀가 틀림없다.

남편이 제주를 잘 안다는 이유로 여행에 관한 일을 우리집에서 떠맡았다. 그리고 그게 내 일이 되고 말았다. 네 집 식구 15명의 스케줄에 맞춰 여행 날짜를 정하고 비행기 시간표를 잡아 예약하고 숙소를 챙기고... 가는 사람은 별거 아닌 일도 진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까 봐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제주에서 여행은 관광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승용차를 몇 개씩 렌트하고 운전하느라 신경 쓰느니 그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다. 비용도 비슷했고. 여행사를 하는 남편의 사촌 부부가 항공권부터 숙소까지 예약하고 버스 운전까지 도맡아 해주었는데 여행지 선택, 입장료 할인, 식당 안내 등 여러 모로 신경을 써줘서 만족스러웠고 친정 식구들에게 우리 부부 얼굴이 좀 섰다. 덕분에 여행이 아닌 관광의 진수를 맛보고 왔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을이 여행 성수기라는 걸 실감했고, 제주를 즐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도 새삼 알게 되었다. 제주를 해마다 한두 번씩은 꼭 다녔지만 나의 제주는 여행이 아닌 시댁 방문. 이번엔 시댁에 들르지 않았으니 여행을 위한 첫 제주 방문인 셈. 

집집마다 자기네 편한 시간에 가다 보니 비행기 시간이 다 달랐다. 아이들 수업 끝나고 원주에서 출발한 우리가 꼴찌로 도착해서 모두 모인 시간이 금요일 저녁 8시 30분. 공항으로 시어머니와 아주버님 부부가 마중을 나와서 대식구의 저녁을 사주셨다. 죄송하고 고맙고 그랬다.

농사를 짓는 친정아버지에게 15명의 여행 경비는 적은 돈이 아니다. 항공료만 320만원이 넘으니... 올해 마늘값이 비싸서 돈 좀 벌었다며 좋아하셨는데 그 돈을 이번 여행에 다 썼다. 친정아버지는 자식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말씀하셨다. "칠십이 넘어가고 올해 사돈 두 양반(동생네 시아버지. 우리 시아버지)을 보내고 나니 이제 내 인생도 많이 남지 않았구나" 싶었다고.  

그래서 살면서 중요한 게 뭘까 생각해보니 자식들과 함께 하면서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다. 많지 않은 자식들인데 다들 멀리 떨어져 사니 같이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아서 이번 여행을 계획했는데 한 사람도 안 빠지고 와줬다며 무진장 고마워 하셨다. 자식들이 할 소리를 대신...

부모님은 농사일로 피곤에 지쳐 있었는데도 자식들을 바라보는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다.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허리야~ 하면서. 친정아버지는 더 젊었을 때 이런 여행을 못한 게 후회되신다고 했다. 꼭 여행이 아니어도 함께 있어만 드려도 행복해하시는데 다들 그걸 못하고 산다.

아버지, 엄마,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저희도 잘 살게요.    

 

- 서귀포 앞 새섬까지 새로 놓인 다리 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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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2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정아버님께서 주선하신 여행이었네요.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셨겠어요. 그래도, 뭉클하네요.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소나무집 2011-10-29 14:00   좋아요 0 | URL
자식들은 모두 사느라 바빠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연세가 들고 주변에서 자꾸 돌아가시니까 허전하신가 보더라구요.^^

BRINY 2011-10-2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아버님이시네요.
제 부모님은 아직도 자립을 못한 동생들때문에... 장녀인 제가 생각만 많습니다.

소나무집 2011-10-29 14:02   좋아요 0 | URL
시골에서 농사 짓고 사시지만 제가 봐도 좀 멋지긴 하세요.^^
올해 일흔둘인데 늘 활기가 넘쳐서 친정에 가면 활기가 넘쳐요.
저희는 부모에게 돈 가져가는 자식은 없으니까 이런 여유를 부리실 수 있었던 거 같아요.

pjy 2011-10-2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같이 가자고 말 꺼내시고 다같이 한명도 빠지지않고 모여주고~ 정말 멋집니다*^^*
세월이 화살처럼 빠르다하니 가족들과 같이 더 많이 댕겨야겠습니다! 탈없이 잘먹고 잘자고 재미나게 지내다오셔서 준비한 보람되시겠어요~ 애쓰셨네요~

소나무집 2011-10-29 14:05   좋아요 0 | URL
오빠가 해외 출장이 걸려 있고, 고1 조카가 주말에 학원에 가야 돼서 날짜 잡기가 힘들더라구요.
시댁이 있는 곳인지라 사실 귀차니즘으로 시작했는데 부모님 즐거워하는 모습 보니까 저도 좋더라구요.^^

잘잘라 2011-10-29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짱!!!! ^^ 눈물나다가 웃다가 마음이 짠- 합니다.

소나무집 2011-10-29 14:07   좋아요 0 | URL
친정아버지께서 올해 유난히 허전해 하시더니 이런 여행을 기획하셨어요.
저는 늘 청년 같은 친정아버지를 진짜 좋아하는 딸이에요.^^

희망찬샘 2011-10-29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다운 그림이에요. 저도 코끝이 찌잉~

소나무집 2011-11-01 09:19   좋아요 0 | URL
부모님이 자꾸 늙어가는 게 속상해요. 평생 고생만 하시고...

순오기 2011-11-01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게 맘만 갖고는 또 안되는 일이지요.
찌잉~~~~~~합니다!!

소나무집 2011-11-02 09:2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댁 형제들도 자주 모이시잖아요. 저도 그때 모습 보면서 부러웠어요. ^^
 

선우에게

우리 딸에게 아빠는 늘 편안한 친구처럼 다가가고 싶지만 요즘 들어 부쩍 짜증만 늘고, 집에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처럼 비쳐지는 것만 같다.

선우는 어떻게 생각하니?

아빠가 2년 넘게 주말에만 서울과 집을 오가며 지내는 모습이 아빠한테도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너에게도 좋은 아빠 노릇을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야.

그리고, 아빠가 한 가지 고백하고 싶은 게 있단다.  

그건 바로 '수학에 대한 공포심'을 너한테 남겨준 사람이 바로 이 못난 아빠라는 사실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 진학하던 순간까지도 아빠는 늘 너에게 수학을 지도하고 가르친다면서 소리 지르고, 화만 내고 있었구나. 그래서 너의 수학에 대한 호기심과 자존심을 결정적으로 꺾어놓았다는 생각 때문에 아빠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정.말. 미.안.하.다.

아빠는 우리 선우가 몸이 부쩍 자라고, 정신도 많이 성장하면서 중학교 생활을 나름대로 잘 헤쳐나가는 모습에 늘 마음 뿌듯하다.

그러면서도 너를 힘들게 만드는 그 망할놈의 수학이란 괴물만 생각하면, 아니 수학을 괴물로 만든 원인이 아빠에게 있다는 생각만 하면!

아빠는 도대체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답답한 마음뿐이란다.

한때는 우리 선우가 수학하는 재미와 즐거움에 싱글싱글거리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 들어 점점 수학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생각에 그 지랄같은 수학 공포만 더 키워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걱정스럽다.

아빠의 바람은 한 가지란다. 우리 선우가 기자로서의 꿈을 잃지 않고 (혹은 다른 꿈을 꾸며 자라나도 괜찮다.) 학교 생활 잘 하고, 친구들과 좋든 싫든 갖가지 추억도 만들면서 네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길 기원하고 또 바라는 바이다.(모든 인생이 다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겠지. 또 그럴 필요도 없고 말이다. 불행하다고 늘 불행한 것도 아니거든.)

게다가 건강하게 튼튼하게 씩씩하게 잘 자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

지금 네 입장에선 조금만 부족하거나 어려운 점이 있어도 세상이 다 불만족스럽고, 마구 욕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일어날 수 있을거야.

아빠도 너처럼 중, 고등학교 시절엔 그랬으니까.

할머니께 막 소리쳐서 할머니를 슬프게 만든 적도 있고, 그게 또 속상해서 아빠 혼자 속으로 후회하면서 울기도 하고 그랬단다.

물론 학교 수업을 몰래 빼먹고 시험공부도 하지 않아서 점수를 엉망으로 받곤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다.

어른이 된 후에 선우와 같은 학생 시절을 되돌아보니 참, 별것도 아닌 것에 두려워하기도 하고, 내 온 정신을 다 쏟아붓고는 절망하고, 왜 그렇게도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나 싶지만... 어느 노랫말처럼 그땐 그랬지. 어쩔 수 없다.

아마 아빠가 다시 학창시절로 선우와 같이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도 똑같은 모습이 아닐까 싶구나. (하긴 네 입장에서 보면 '아빠가 요즘 지우랑 노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똑같아요'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린이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 시절도 이겨내고, 대학생이 되어서 세상과 싸워도 보고, 사회 생활에서 굴욕과 절망감도 견뎌내면서 온전히 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그러니 선우야, 어렵겠지만 네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괴물딱지들일랑 한 번쯤 발로 툭 걷어차 버리고, 어쭈구리 하면서 비웃어보렴. 알고 보면 정말 별게 아닐 수 있거든.

쫄지마! 씨바, 그냥 막 욕하고 그 까이꺼 그냥 막 해보는 거야. 그럼 속이 후련해지지. 용기란 그런거야. 우리 선우, 힘내라! 화이팅!!


2011. 10. 18.

아빠가 울 딸 선우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을 담아 보낸다.


(젊은 세종대왕이 아버지 태종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냈지? 그래, 아버지 태종에겐 다른 대안이 없었거든, 그리고 세종이 태종보다 훨씬 오래 살 거잖아. 두려움이란 괴물딱지들도 그런 거야! 알고 보면 마방진에 갇힌 숫자들에 불과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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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1-10-2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이 다른 과목은 최상급인데 수학 성적은 점점 하락하는 딸을 보면서 이런 편지를 보내왔다.
서울에서 등기로.
편지를 읽고 있는데 눈물이 난다. 이 남자가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은 감이 와서...

엘리자베스 2011-10-21 10:35   좋아요 0 | URL
이미 좋은 아빠예요^^
이 편지가 선우한테 큰 힘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소나무집 2011-10-24 09:12   좋아요 0 | URL
애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전 늘 강요(?)하죠.
"애들아, 너희들은 얼마나 좋은 엄마 아빠랑 같이 사는지 알고 있지?"
그런데 별로 인정하는 눈치가 아니예요.^^

하늘바람 2011-10-2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렇게 멋진 아빠를 가진 선우는 아빠 나이가 되어도 할머니가 되어도 그리움이 가득하고 그 힘을로 평생을 씩씩하게 살거 같아요

소나무집 2011-10-24 09:05   좋아요 0 | URL
평소엔 좋은데 수학 공부할 때만 되면 웬수가 되더라구요. 그래도 힘든 딸의 마음을 알아주니 다행이다 싶어요.^^

울보 2011-10-2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진 아빠시네요,,요즘 제마음이 딱 저마음인데 아빠마음,그런데 아직 어린딸이 이해하기에는 아직 버거운것 같아요, 선우는 정말 좋은 아빠를 두어서 행복하겠어요,,

소나무집 2011-10-24 09:07   좋아요 0 | URL
우린 공부 때문에 거의 닥달 같은 거 하지 않는 편인데 수학은 좀 고민이 돼요. 우리딸도 혼내는 게 싫기만 하지 아빠의 마음 다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순오기 2011-10-2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편지 읽으며 눈가에 물이 고여요.
이런 아빠를 둔 선우는 그까이거 수학 괴물쯤 물리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우리집에도 수학 괴물이 살아요~~~~ ㅋㅋ
지나고보면 별거 아니었는데 그땐 우리 모두 그랬지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도 역시 그럴 거라는 말에도 공감해요. 추천 꾸욱~~~~~

소나무집 2011-10-24 09:10   좋아요 0 | URL
기특하게 이렇게 편지 쓸 생각을 다 했나 모르겠어요.
딸내미 수학 공포는 다 자기 때문이라는 걸 발견하고 반성 많이 했나 보더라구요.
나는 그걸 진즉에 파악했는데 이제야 파악했어요.^^
민경이랑 선우 수학 괴물은 썩~ 물렀거라~~~

iCANdoit 2011-10-24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 좋은 아빠가 그냥 될 수는 없는 것 같아. 우리 아들, 딸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 될 거라고 믿어. 그건 그냥 믿어. ^^

소나무집 2011-10-25 15:32   좋아요 0 | URL
^^

무스탕 2011-10-27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아빠시고 멋진 엄마세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무얼 잘못하며 지내는지 알면서도 그걸 인정하고 표현하는 부모는많지 않거든요.
저희집부터도 그러하니 선우아빠님의 고백과 격려는 어떤면에서는 저의 부러움이기도 합니다^^

소나무집 2011-10-28 13:16   좋아요 0 | URL
칭찬하주시니 고마워요.
맞아요. 잘못하고도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남편한테 칭찬 많이 해줬어요.^^
 

웃은 일--- > 울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래 다독상 이런 거 빼고 상다운 상을 처음 받았다. 그것도 글쓰기상을!!! 일기 한 줄도 쓰기 싫어서 밤마다 실랑이를 하고... 5학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틀린 맞춤법의 진수를 보이는 아들이다. 난 아들의 글쓰기에 대해서는 2학년 이후 손을 놓았기 때문에 어떤 글쓰기 인생을 살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억지로 쓰는 일기 외에 그 어떤 글도 쓰는 걸 보지 못했으니... 

정말 믿을 수가 없어서 선생님이 적어 보낸 심사평까지 온가족이 모여 앉아 읽고 또 읽어보았다. "솔직하고 논리적으로 잘 정리된 ** 의 글이 우수상으로..."   

논제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주인공에 견주어 자신의 꿈과 노력에 대해 서술하세요. 이런 내용이었다길래 뭘 썼냐고 물으니 하나도 생각 안 난단다. 음, 역시 울 아들답다. 지가 뭔 소리를 했는지도 모르는데 상을 받아 오다니...  

어찌나 귀하게 받은 상인지 주말 내내 내가 들떠 있었다. 욕심 없는 엄마의 소원이 "아들아, 상 하나만 받고 초등 학교를 졸업하여라"였는데 엄마 소원을 이루어주었으니 네가 정녕 효자로구나~   하면서... 

화딱지 난 일---> 고집 쎈 아들 덕분에 오늘 아침 한 건 했다. 늘 별거 아닌 일로 화를 돋우는 아들이니 오늘도 진짜 별 일 아니었다. 간신히 깨웠건만 침대 아래 쪼그리고 앉아 10분 이상 졸고 있다. 옷 갈아 입으라는 서너 번의 잔소리 끝에 간신히 잠옷을 갈아입기는 했는데 벗은 옷을 휙 던진다. 잠옷을 침대에 올려놓으라는데 무시한다. 한번 두번 세번 말을 해도 미동도 없다.  

회초리 나온다고 협박했더니 때리면 신고할 거란다.(슬프게도 우리집 이러고 산다.ㅠㅠ) 눈 감고 앉아서 들을 건 다 듣고 있다. 제가 불리할 때만 대꾸한다. 회초리를 가져온다. "잠옷 침대에 올려놓아라." 그래도 꼼짝 않고 앉아 있다.  

아들과 엄마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엄마는 이놈의 고집을 꺾어놓고 말겠다고 결심한다. 회초리로 때릴 듯이 협박한다. 진짜 때릴 마음은 없었지만 꼼짝도 않는 아들은 회초리 든 손이 올라가게 만든다. 석 대를 맞고서야 잠옷을 침대에 올려놓고 느릿느릿 거실로 나온다.   

잠옷을 침대에 올려놓는 일이 이렇게 힘이 들어서야... 오늘은 엄마가 고집탱이 아들을 이겼다. 하지만 엄마 말보다 회초리를 더 무서워했으니 좀 서글프긴 하다. 책가방은 챙겼니? 준비물은 없니? 어쩌구저쩌구.... 아들의 입은 꽁꽁 얼어 붙었다.  

하지만 신문을 보며 내곡동 사저에 대해 엄마랑 누나가 하는 말을 듣고 끼어든다. 좀전의 싸움은 까맣게 잊은 태연한 목소리다. "내곡동 사저가 뭔데요?" "대통령이 이사 갈 집." "대통령 그만둔대요?"...... 에고, 아들아, 지금 너한텐 시간표 챙겨서 밥 먹고 학교 가는 게 더 중요하단다.  

오늘 이러느라 8시 45분에 학교 갔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아들도 신기하지만 이런 아들이 밉지 않은 내 마음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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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0-18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넘 대견하네요

소나무집 2011-10-19 09:01   좋아요 0 | URL
상 하나 못 받고 초등학교 졸업하는 줄 알았어요. 가진 재주가 워낙 없는지라...

전호인 2011-10-1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 3 울 아들이 옆지기랑 토닥거리는 대화를 그대로 옮겨 놓았네요.
옆에서 그런 대화를 들으면 불같은 성격에 어찌하고 싶지만 이성을 잃은 아빠가 될까봐 늘 모른체 한답니다.ㅠㅠ
아이들 키우는 집은 어디나 마찬가지겠죠?ㅋㅋ
울 딸은 머리만지고 옷맵시 갖추느라 엄마의 애간장을 녹입디다. 에휴^^

소나무집 2011-10-19 09:04   좋아요 0 | URL
거의 매일 일어나는 일이에요. 참다참다 엄마 매운 맛을 좀 알아라!! 하는 의미의 경고였죠.
근데 이 아들은 엄마 무서운 걸 모르고 금방 헤헤거리던 걸요.ㅋㅋ
울 딸도 요즘 거울 들여다보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엘리자베스 2011-10-1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추카 추카^^
저도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울딸에게는 기쁜 소식이 없네요 ㅠㅠ

애들이 신경 안쓰는거 같아도 시간 다 재면서 늦장 부린다고 하더라구요.
엄마 속 타는 줄은 모르고 말이예요. 어쩌면 이것도 알거예요, 그쵸?


소나무집 2011-10-19 09:07   좋아요 0 | URL
그런 거 한다는 말도 안 하고 학교 간 울 아들이에요. 책은 평소에 읽어둔 거고. 그래서 처음엔 거짓말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근데 선생님이 보낸 편지를 턱 하니 보여주더라구요.ㅋ
지각했냐니까 할 뻔했죠? 그러데요.
우리집에선 이런 비스꾸리한 일이 매일 일어나요.^^

2011-10-18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9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10-19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독서의 내공이 드러나기 시작하는군요.
아들~~~~~~~~ 키우는 엄마들은 소나무집님의 그 마음을 다 알아요!!!
잠옷 침대에 안 올려두는 게 뭐 큰일(?^^)이라고 '기'를 꺾지 말고 그냥 내비두세요.
엄마만 열받지 결국 도루아미 타불이니까요. ㅋㅋ

소나무집 2011-10-19 09:11   좋아요 0 | URL
그러게 그게 뭔 큰일이라고 어른이랑 애랑 싸우고 있어요.ㅠㅠ
도루아미타불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한번씩 승질을 내게 되네요. 엄마 무서운 것도 좀 알아라 하는 의미인데 이 성격 좋은 아들은 금방 엄마가 좋아 헤헤~ 요런다니까요. 성격이 좋은 건지 살아남는 방법을 아는 건지...ㅋㅋㅋ

책가방 2011-10-19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랬으면서... 아침에 아이들 깨우는 거 정말 힘들어요.
작은 아이는 나름 똑 부러지는 구석이 있는지라 알람 울리면 발딱 일어나서 젤 먼저 씻는 스탈~~
근데 화장대 앞에서 하염없이 찍어바르고 드라이어로 말고 매직기로 펴고 머리를 묶었다 풀었다.. 속 터진다니까요.ㅋ
큰아이는... 아빠네 집안 내력을 그대로 이어 받아서 자도자도 졸린 스탈~~
빠듯하게 일어나서 부랴부랴 씻고 화장대 점령한 동생 때문에 교복먼저 입고, 아침도 먼저 먹었는데도 동생은 아직도 화장대 앞.. 이쯤에서 둘이 또 티격태격 한답니다.
제발 언니인 니가 먼저 일어나서 먼저 준비하고 먼저 등교했으면 좋겠다고 몇번을 말해도 소용없네요.
가끔은 아무말도 안하고 밥 차려놓고 도로 방에 들어가서 애들 등교할 때까지 안나오기도 한답니다.
눈에 안보이면 화도 안나니까요.
약속시간보다 늦는 건 죽어도 못 참는 작은딸, 차라리 지각해서 청소를 할 지언정 잠을 포기하지 못하는 큰딸..
이 둘을 어쩌면 좋아요..??

소나무집 2011-10-21 09:58   좋아요 0 | URL
님 집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군요.
우린 맨날 반복되는 일인데 하루쯤은 엄마도 성깔 있다는 걸 보고 주고 싶었어요. 순오기님 말씀대로 다음 날 도루아미타불이었어요.^^
 

조조로 <도가니>를 보러 나가려고 준비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누군지 이름이 안 떠서 받을까 말까 하다 조심스럽게 "누구세요?" 하니 "지지배, 나야 박**!" 

만난 지는 10년도 더 된 것 같고, 전화 통화를 한 지도 4~5년은 된 듯하다. 오랜만인데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구구절절 수다를 떨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는 뒷전에 두고 유난히 지지고 볶은 일들이 많았던 우리들이다. 술 잘 먹는 애들도 많았고, 잘 우는 애들도 많았고, 노래 잘하는 애들도 많았고, 기타 잘 치는 애들도 많았고, 시나 소설을 쓰는 애들도 많았고, 시나 소설을 읽는 애들도 많았고, 욕 잘하고 쌈 잘하는 애들도 많았고, 데모하다 학교 짤리는 애들도 많았고, 과커플도 유난히 많았던 우리 동기들.  

졸업한 지 20년이 넘어도, 만난 적이 없어도 동기들 소식이 반갑고 보고 싶고 그렇다. 단지 4년을 같이 보냈을 뿐인데... 그나마 군대 간 남자 애들은 2년 정도였고.

1학년 때부터 과커플로 유명세를 떨쳤던 그 친구는 남자 동기 김**(--> 이 남자 한동안 내가 짝사랑 했음)이 졸업하자마자 바로 결혼을 했다. 2년 터울로 딸만 셋을 두었는데 큰애가 벌써 고3이란다. 힘들겠다고 하니 자기가 딸 때문에 불경 공부를 다 하고 있댄다. 결혼 전 성당에 다녔던 친구라서 왜? 하고 물으니 불교를 믿는 시댁으로 시집가는 바람에 지금은 부처님께 더 열심히 기도를 하게 됐다고. 고3 딸아이를 위해 백일 기도도 하면서...   

긍정적이고 화끈했던 성격을 생각하면서 "너 같은 애가 웬 백일기도?" 친구는 한마디로 정리해줬다. "너도 애들 고3 되어 봐라 얘. 믿고 싶은 구석이 많아진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남편과 주말 부부(금요일에 내려와서 월요일 올라가는)라고 했더니 "어머, 너 전생에 나라를 구했구나!" 결혼 10년이 지나면 가끔 남편이랑 떨어져 살고 싶은데 저절로 그렇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으냔다. 난 시댁도 멀고 친정도 멀고 형제들도 멀고 남편도 떨어져 있어서 아예 시댁 근처로 이사 갈까 생각중이라고 했더니 " 야야, 그런 생각은 죽어서나 해라, 다 멀리 떨어져서 그리워하며 안쓰러워하며 지내는 게 최고야. 결혼한 지 오래 되니까 시댁도 친정도 의무만 많아지고 형제도 다 남남이야."  

그래도 난 그 친구가 부럽기만 하다. 시댁 식구들은 광릉수목원 근처에, 친정은 김포에 오글오글 모여 살면서 쿵닥거리는 모습이. 

매일같이 술 먹는 남편이 지겨워 죽겠다며 험담하는 그 친구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기분이 묘해졌다. 옛날 짝사랑했던 기억 때문일까? 아님 내가 자기를 짝사랑한다고 동네방네 소문 낸 게 생각나서일까?  

가을이 가기 전에 동기 모임 한번 하자고 한다. 몸도 마음도 나만큼 늙었을 친구들이 만나고 싶다. 

결국 아줌마들 수다가 길어져서 조조 영화는 물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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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9-2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그 친구가 뭘 아는군요.ㅋㅋ
전생에 나라를 구한 소나무집님~~~~~ 외로워도 그 시간을 맘껏 즐기세요.
그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으니까요.^^
난 고3 엄마여도 기도나 돌탑도 쌓지 않는, 자유롭고 부담없는 고3 엄마로 사는데...

아침에 도가니 봤으면 오늘 힘들지 않았을까...나도 조조 보려다 그런 이유로 심야로 미뤘어요.

소나무집 2011-09-26 09:24   좋아요 0 | URL
그 친구는 시댁 식구들이 근처에 다 모여 사나 봐요.
이렇게 멀리 떨어져 사는 걸 보니 전생에 나라를 너무 많이 구했나 봐요?
기도 같은 거 하지 않아도 순오기님이 믿을 만큼 아이들이 다 잘해주잖아요.^^

순오기 2011-09-29 01:18   좋아요 0 | URL
믿을만큼이 아니고 목표가 높지 않아서 마음 편한 고3 엄마죠.^^

엘리자베스 2011-09-2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가니 보러 갈까 하다가 머리염색을 먼저 했어요. 흰머리가 자꾸...
월요일에 그림책버스에서 엄혜숙 쌤 강연회 있어요. 시간되시면 함께 해요^^
도가니도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함께 보면 어떨까요?

소나무집 2011-09-26 09:25   좋아요 0 | URL
거울 보면서 나도 이젠 머리 염색해야 하나 고민중인데...

같은하늘 2011-10-0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전 시댁에서 2년 반이나 함께 살고 지금도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전생에 나라를 하나도 못 구했군요.ㅋㅋ

소나무집 2011-10-04 08:38   좋아요 0 | URL
그렇게 되나요? 그래도 님은 시댁이랑 참 친하게 잘 지내시는 것 같아요.^^ 저는 가까이 살면서 잘 지내는 집 보면 부럽더라구요.
 

준비. 우리는 추석에 시댁에 가려면 최소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비행기표 예매 때문에. 이번엔 아버님 돌아가시고 정신없던 남편이 추석 3주 전에야 예매했다. 토요일에 갔다가 추석 다음 날 오면 딱인데 원주에서 한 번밖에 없는 비행기가 우리가 원하는 날은 예매가 끝난 상태~  어쩔 수 없이 금요일에 가서 추석날 올라오기로. 

9일 금요일 - 아이들 조퇴시켜서 원주공항으로 가니 비행기 한 시간 연착. 그럴 줄 알았으면 조퇴나 하지 말걸~  대한항공이 한 번 다녀주는 것만도 고마워해야 하니 김포에서 출발하는 저가 항공을 부러워할 수는 없지만 박봉인 우리에겐 징하게 비싼 요금이다. 네 식구 왕복 교통비만 80만원이 넘으니... 여기에 제사 비용과 어머니를 위해 산 티셔츠 두 벌 값까지 하면 우리 명절 비용은 130만원이 기본. 혹시 젊은 처자분 제주 남자 만나려거든 돈 잘 버는지 꼭 알아보시길... 

제주에서. 제주공항에서 택시 타고 15분 만에 시댁 도착하니 어머니께선 둘째아들네 먹이겠다고 제주 흑돼지 오겹살을 삶으며 법석이셨다. 일찍 저녁을 먹은 후 아들과 우리 부부는 택견학당에 가서 사부님께 한 달 동안 우리 아들 사람 만들어 보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 말씀 올리고 무릎 꿇고 앉아 좋은 부모 되기 강좌를 한 시간 동안 들었다. 집에 올 때 사부님께서 직접 땄다는(?) 100% 토종 꿀도 한 병 얻어 왔다. 무릎 꿇고 앉아 있었던 보람이 있었다.ㅎㅎ

집에 온 남편은 동창회가 있다며 나가고 TV 앞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았다. 다시보기를 통해 보고 있던 드라마는 시크릿 가든. 본방할 때 자자한 명성은 들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1회, 2회 보는데 재미가 쏠쏠해서 도저히 끊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밤이 깊은 관계로 4회까지 보고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잠을 청했다. 현빈의 얼굴을 그날 처음 알았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하면서...  

10일 토요일 아침 설거지를 끝내니 형님은 거문고 배우러 나가고, 아주버님은 당직 근무라며 나가셨다. 집에 있던 사람들은 다시 TV 앞에 앉아 비밀스런 정원으로 빨려들어갔다. 6회까지 본 후 아버님을 뵈러 추모 공원에 다녀왔다. 오는 길에 비 오는 날엔 따끈한 국물이 최고라며 칼국수를 먹고 장을 보러 갔다. 장 본 거 정리하고 내가 가져간 꽃게로 인터넷 뒤져가며 간장게장을 담갔다.  

횡재. 그 사이 남편은 남자 아이들 셋을 데리고 축구 관람하러 갔다가 접이식 자전거를 경품으로 타오는 쾌거를 이루었다. 저녁 먹기 전에 남편이랑 고모님댁에 인사를 하러 다녀왔다. 형님은 9시가 넘어 들어왔고, 동창회가 있다던 아주버님은 12시 무렵 들어와 이젠 늙어서 2차 가자는 놈도 없더란다.

11일 일요일 아침부터 명절 준비에 바쁜 어머님을 뒤로 하고 철없는 두 며느리는 TV 앞에 앉아 현빈의 싸가지 없는 매력에 홀딱 빠져 있었다. 송편을 만들고, 전을 부치면서도 TV  앞을 못 떠나자 참다참다  어머님 한 말씀 하셨다. "야들아, 전 타는 건 괜찮은데 너희들 손 델까 봐 걱정이다."  그래도 두 며느리는 꿋꿋하게 앉아 김주원과 길라임의 영혼이 원래대로 돌아오길 기원했다. 전을 다 부치고도 TV 앞을 못 떠나는 마누라들을 위해 아주버님과 남편은 집 안팎 대청소를 했다. 현빈이 죽일놈이라면서~ 밤 11시가 넘자 어머니께서 낼 아침엔 모두 6시에 기상하라는 말씀과 함께 소등 명령을 내리셨다. 어쩔 수 없이 TV 도 off.  

12일 월요일 추석, 방에서 자다가 덤벼드는 모기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거실로 나와 뒹굴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나오더니 주방의 불을 켰다. 살짝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다시 들어가시겠지 했는데 채도 썰고 다지기도 하고 6시까지 열심히 지지고 볶았다. 미리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6시에 일어나라는 어머니 말씀을 지키고자 세 시간 동안 꿋꿋하게 요리하는 소리 다 듣고는 6시 알람이 울림과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며느리들이 할 일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차례 지내기. 제주에서는 친척들간에 차례를 지내는 순서가 있다. 10촌 정도의 집안 남자들이 모여 다니면서 차례를 지내는데 우리 시댁은 점심 때. 하지만 우리가 1시 10분 비행기를 타야 해서 8시에 지냈다. 줄줄이 오는 손님들께 인사를 하고, 차례를 지내고 식사를 위해 교자상 네 개를 폈으니 대충 몇 분이 오셨나 계산이 된다. 아참, 먼 친적들이 모이기 전에 6촌까지 모여서 7시 30분에 아버님 제사를 따로 지냈다. 대형 카스테라, 보리빵, 귤주스... 음, 제주 며느리 된 지 15년차건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특이한 제사 음식.

원주로. 차례를 지내고 설거지를 끝낸 후 며느리들도 시댁에서 가까운 5촌 당숙집으로 차례를 지내러 갔지만 우리 네 식구는 비행기 시간을 핑계로 몇 집 더 돌아야 되는 돌림 차례에서 빠져나왔다. 어머니께서 바리바리 싸놓은 명절 음식을 들고는 비행기를 타고 원주 집에 오니 2시 40분. 늦은 점심상을 TV 앞에 차린 이유는 제주에서 18회까지밖에 못 본 시크릿 가든 때문이었으니~~~ 그리하야 3박 4일 동안 시크릿 가든 완결!

13일 화요일. 몸이 더이상 누워 있지 못하겠다고 발버둥칠 때까지 온 가족이 누워 있었다. 시댁에 가서 며느리로서 내세울 만큼 한 일도 없는데 몸은 왜 피곤한지 모르겠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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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09-1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현빈은 전생이 나라를 구한게 맞습니다. 명절 연휴에 이렇게 며느님들을 즐겁게 해 주니 말이에요. ㅎㅎㅎ
제주도의 추석 풍경은 또 다르군요. 돌림차례라 부르나봐요. 그래도 육지든 제주도든 며느리들은 전지지고 상차리고 어디나 그건 같군요. 며느리 만쉐이~~~ ^^
소나무집님도 애 많이 쓰셨어요. 그래도 현빈이 달래줬다니 부럽당~~ ㅎㅎ

소나무집 2011-09-17 16:34   좋아요 0 | URL
현빈 때문에 일 대충하는 못된 며느리가 되었답니다. ㅎㅎ
돌림차례라는 말은 제가 만들었어요.암튼 남자들은 하루 종일 차례만 지내러 다녀요. 우리 아주버님이 그것이 싫다며 추석은 육지에 있는 저희집에서 지내자고 하네요.

엘리자베스 2011-09-16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빈과 보냈다니...몹시 부러워요.
제주도 제사음식 이야기는 들을때마다 정말 놀라워요. 너무 서양식이라 ㅋㅋㅋ

소나무집 2011-09-17 16:39   좋아요 0 | URL
그 꼴을 보아주는 우리 어머님이 대단하시지요.
제주도는 옛날부터 쌀 같은 게 부족했기 때문에 제주에서 나는 것 중에서 최대한 골라 차례상을 차리는 것 같더라구요. 제삿상이 완전 달라요.

꿈꾸는섬 2011-09-16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크릿가든을 3박4일 완결하시다니요. 정말 대단하세요.
일도 많이 하셨네요. 추석 잘 지내신거죠?
제주도까지 다녀오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겠어요.

소나무집 2011-09-17 16:37   좋아요 0 | URL
현빈 이름난 듣다가 얼굴을 처음 알았어요.
재미난 드라마도 안 보고 뭐하고 사나 몰라요.
일은 정말 별로 많이 안했어요. 어머니도 작년보다 할 일을 덜 만드셨구요.^^

순오기 2011-09-2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현빈이 죽일놈에서 빵 터졌어요.ㅋㅋㅋㅋ
어머님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다 준비하시구~ 며느리들은 현빈만 해바라기 한 추석이었군요.
그래도 잘했어요~~~~~^^

소나무집 2011-09-26 09:28   좋아요 0 | URL
정말 현빈이 죽일놈이었답니다. 울 시어머니께서 일을 더하도록 만든 범인이니까요?^^

책가방 2011-09-2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상도에서도 종가집부터 시작해서 막내 할아버지네 자손들까지.. 그 동네에 터를 잡고 있는 집을 차례로 돌아가며 차례를 모셔요. 우리 동네만 그런건지도 모르겠네요..^^
새벽잠 설쳐가며 아버지 따라 나서는 어린 남동생이 안됐다는 생각을 한 기억이 있네요.

제 시댁은 명절 전날 저녁에 차례를 모셔요. 섬에서는 그렇게 했다고들 하시더라구요.
며느리 입장에서는 명절 당일에 느긋하게 일어날 수도 있고, 친정에도 빨리 갈 수 있어도 완전 좋아욤..^^

현빈 얼굴을 처음 알았다니.... 정말 놀라워요. 어떻게 그럴수가!!!

소나무집 2011-09-26 09:29   좋아요 0 | URL
네, 제주도는 조상 섬기는 게 경상도랑 비슷한 것 같아요.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을 훌씬 더 위해요.
제가 현빈 얼굴을 처음 알았다니까 놀라는 사람이 많더라구요.ㅎㅎ

희망찬샘 2011-09-24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못 봤는데, 갑자기 막 보고 싶어지네요. 엄청난 교통비~ 제주 남자랑 결혼한 동기가 생각 났어요. 너무 물 건넌 이야기지만 달님에게 소원은 잘 비셨나요? ^^

소나무집 2011-09-26 09:31   좋아요 0 | URL
한번 보세요. 폭 빠집니다.ㅋㅋ
제주 남자랑 살면 교통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요. 올해는 울 남편은 제주도를 일곱 번이나 다녀왔어요.
소원은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해달라고 빌었어요. 건강이 최고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