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우아한 위선에서 정직한 야만의 시대로
이문영 지음 / 일조각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서평: 러시아 전공자가 말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현재까지 나의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2022년 2월 24일 이른바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Special Military Operation)을 개시했다고 주장한 시점부터 2026년 8월 20일 현재까지 이 전쟁을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내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시점(정확히는 대학원에 합격한 시점)이 2022년 6월이었고, 8일 후에 졸업식을 하니, 내가 대학원 석사과정을 하는 기간보다 더 길게 진행된 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렇게 보자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내 인생을 결정한 시간 보다도 훨씬 길게 진행됐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된 기간은 결코 짧지가 않다. 20세기의 비극적 서사를 알린 제1차 세계대전은 1914년 6월에 시작되어 1918년 11월에 종결됐다. 총 4년 4개월간 진행됐다.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에 시작되어 1945년 9월에 끝났지만, 이 기간에 벌어진 독소전쟁과 태평양 전쟁을 분리해서 보자면 놀라운 사실을 찾을 수 있다. 히틀러의 침략으로 시작된 독소전쟁은 1941년 6월에 시작되어 1945년 5월에 종결됐다. 대략 4년 정도 치른 것이다. 태평양 전쟁은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기습공격으로 시작하여 1945년 9월에 종결됐다. 총 3년 8개월간 진행된 셈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6.25 전쟁 즉 한국전쟁은 1950년 6월에 시작하여 1953년 7월에 휴전협정으로 끝을 맺었다. 이 기간은 3년 1개월 정도 된다.

20세기 역사에서 열전이었던 전쟁을 보면 최소 3년 이상 보통 4년 가까이 전개됐다. 그러나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서 말한 전쟁들보다도 기간이 길다. 전쟁 시작부터 현재까지 총 4년 6개월이라는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다. 러시아든 우크라이나든 그 나라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영원히 싸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은 단순히 반전주의자들의 시각은 아니다. 이문영 교수에 따르면, 2025년 11월 러시아 내에서의 전쟁 지지율은 74%다. 물론 이것을 전쟁 종식 관련 조사를 보면 얘기가 달라지는 데, 2025년 9월 조사 결과 계속 싸우자고 하는 비율이 29%인 반면, 이제 그만 끝내자고 하는 비율은 62%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진 58% 이상이 우크라이나에 땅을 돌려주고 끝내자는 데에는 반대의사를 표명했다.(책 270~271쪽)

이러한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보다 “전쟁을 끝내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과 전쟁을 끝내더라도 “현재 러시아가 접수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즉, 현재 러시아 정부가 수행하는 전쟁 그 자체에는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성향을 보이지만, 다른 한편 전쟁을 끝내는 방식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현재 러시아가 20세기의 열전들보다도 더 길게 대규모 전쟁을 수행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적잖은 러시아군인 전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내에서 푸틴이 수행하는 전쟁 그 자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러시아는 이토록 전쟁을 길게하는 것이고, 왜 아직까지도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것일까? 이번에 내가 읽은 이문영 교수의 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우아한 위선에서 정직한 야만의 시대로』는 우리가 제대로 잘 알지 못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한 맥락과 사건들에 대해 비교적 적잖은 얘기들을 알려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적인 침공을 하면서 내세웠던 명분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시도 및 팽창 저지”였다. 저자 이문영은 이 부분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잘못됐지만, 러시아가 정말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 위협을 느꼈고 안보 차원에서 불안을 느낄만 했다고 언급한다. 군사적 차원에서만 따져봐도 명백히 그러하다는 것이 이문영 교수의 분석이다. NATO의 동진이 시작된 이래로 루마니아, 폴란드 등 신규 회원국이 미국의 유럽 MD 시스템과 연동된 군사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배치되어 러시아 국경 가까이 이르렀고,푸틴 입장에서 보자면 우크라이나 또한 이미 NATO의 군사기지나 다름없었다.

단적으로 우크라이나가 NATO에 정식 가입해 현재 개발된 군사 인프라가 NATO 기지화되고, 여기에 미국이 개발한 지상 기반 다종타격시스템이 배치될 경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모스크바까지 35분, 탄도미사일은 7~8분, 극초음속 무기는 4~5분이면 충분히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무기의 타격권은 넓게 잡으면 우랄산맥까지 미친다고 한다. 이렇게 보자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 큰 위협을 느낄만했다. 실제로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러시아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결론 내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북대서양 동맹의 이미 시작된 군사적 통합, 더 이상의 군사 인프라 확대를 우리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 문제는 우리와 인접한 영토에… 우리에게 적대적인 ‘반(反)러시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 그곳에 완전한 외부 통제 아래 나토 국가들의 군대가 집약적으로 주둔하고, 첨단 무기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궁극적으로 이것은 우리의 생사가 걸린 문제, 우리 국민의 역사적 미래가 걸린 문제입니다.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습니다. … 우리 국가의 존재 자체와 주권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란 말입니다. 수 차례 말했던 바로 그 레드라인이기도 하지요. 그들이 그 선을 넘었습니다.”(책 98쪽)

따라서 정말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시도와 NATO의 동진 및 팽창은 러시아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되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내세운 전쟁의 명분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즘 문제는 과연 서구의 말대로 과장이고 선전이며 거짓일까? 이 또한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체를 네오나치라고 말한다면 과장일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내의 네오나치즘 문제는 역사적인 연결 고리가 있고, 우크라이나 내에서 가진 영향력 또한 결코 작지 않다. 우선 2022년 전쟁을 개시하며 했던 푸틴의 연설을 한번 들어보자.

“나는 이 점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요 NATO 회원국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극우 민족주의자와 네오나치들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으며, 이들은 크림과 세바스토폴 주민이 러시아와의 통일을 자유로이 선택한 것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그들은, 돈바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크림으로 가서 전쟁을 벌인 겁니다. 마치 대조국 전쟁 당시 히틀러의 공범이었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패거리들이 무방비 상태의 사람들을 처벌해 죽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와 관련해 나는 특수군사작전을 수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책 186쪽)

이와 같은 푸틴의 연설에는 분명 역사적인 근거가 있다. 1920년대 결성된 우크라이나 최초의 극우 파시즘 조직인 우크라이나 무장단을 필두로, 이를 계승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기구(OUN)과 그 무장조직 우크라이나 봉기군(UPA)가 대표적이다. OUN의 최고 지도자는 스테판 반데라로 우크라이나 나치즘의 아이콘이며, 1929년 OUN이 채택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의 십계명”은 “대의가 요구한다면 아무리 큰 범죄라도 주저 없이 저질러라”는 7조항이 들어가 있었다. 1941년 9월 29일과 9월 30일 이틀간 키이우(키예프) 인근 바비야르 계곡에서 벌어진 바비야르 학살(Babi Yar Massacre)은 이틀 동안 33,771명의 유대인을 총살한 사건이다. 이 대학살극은 앞서 언급한 반데라 조직 OUN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문영에 따르면, 나치에 협력한 우크라이나 극우의 자발성과 잔혹성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예를 들어 민간인 8~15만 명을 학살한 볼린 대학살(Volyn Massacre)은 나치와 무관하게 우크라이나 봉기군(UPA)가 단독으로 저지른 인종청소 만행이었고, 폭력의 수위와 잔혹함은 입에 담기조차 힘든 학살만행이었다.(책 187~189쪽)

즉, 그랬던 우크라이나의 극우 민족주의가 소련 연방이 해체되는 시점 전후로 우크라이나에 등장했고, 21세기에 현대적 부활 과정을 겪었다. 정확히는 2004년 오렌지 혁명과 2014년 유로마이단에서 그렇게 됐다.(책 189쪽) 특히 2014년 2월 유로마이단 시위는 격해졌는데, 시위를 극한의 폭력으로 격화시킨 주범은 프라비 색토르(우익 색터)와 마이단 자위대였다. 이문영에 따르면, 그들은 경찰의 강경 진압에 적극 대응한 정도를 넘어서, 무력 충돌을 도발해 갈등을 증폭시켰다. 심지어 위협으로 타협을 무력화했다. 2014년 2월 20일 시위대와 경찰 모두에게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교전은 주변 건물에 은신한 스나이퍼의 총격으로 촉발됐다.(책 198쪽)

충격적이게도, 초기에 발표된 정부 측 진압 경찰과 러시아 특수부대의 소행이 아니었다. 이후 조사 결과 교전을 불러온 최초의 저격은 극우 성향의 마이단 자위대로부터 시작되었고, 이 저격수들은 경찰만이 아니라 자기편인 시위대에게도 총격을 가했으며, 이들의 총격은 경찰이 철수한 이후에도 이어졌다.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인 이반 카차노우스키는 이 저격 사건의 진범은 우크라이나 극우라고 결론내렸다. 참고로 그는 볼린 출신 우크라이나인이다.(책 199쪽.) 이문영 교수는 마이단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린다.

“물론 유로마이단 전체를 쿠데타로 볼 수 없고, 당시 시위에 참여한 대다수 시민의 자발성과 진정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 하지만 1 그 실상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불타는 겨울: 자유를 위한 우크라이나의 싸움 Winter on Fire: Ukraine’s Fight for Freedom>” 속 장면들처럼 마냥 정의롭고 민주적인 것은 아니었으며, 2 사태의 향방을 결정한 것은 다수의 시민이 아니라 위 다큐가 누락한 소수, 즉 극우세력이었다는 점, 3 나아가 마이단에 군집한 이 다수 시민조차 우크라이나 전체로는 국민 절반만을 대표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2014년 3월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로마이단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찬반 비율은 57:38로, 전국적으로지지 여론이 20% 더 높았다. 하지만 동남부의 경우 반대가 65.5%였고, 이 중 49%는 결사반대였다.”(책 200~201쪽)

이후에 등장한 오데사 방화 사건과 마이단과 야누코비치 퇴진에 반대하여 시작된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포로셴코 정부가 격화시킨 돈바스 내전에서 등장한 극우 성향의 아조프 민병대가 이후 우크라이나 군대의 주력 부대가 된 것과 이들이 NATO로부터 무기를 지원받아 급성장한 사실은 우크라이나가 나치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이문영 교수의 말대로 이 아조프 연대는 자신들 상징부터가 나치 친위대 문양이다. 과거 나치 무장 친위대 기갑사단 중 하나인 다스 라이히의 로고를 현재까지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보자면 우크라이나 내의 네오나치 문제는 단순히 러시아의 선전으로만 보기에는 너무나도 큰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러시아가 이 전쟁을 전개하는 데에는 우크라이나 나치문제만 있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적어도 이 문제가 러시아의 역사와 민족 문제와 연결되어 있고, 돈바스 지역 또한 이 맥락과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참전과 전쟁 이후 한러 관계에 관한 것이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참전은 2025년 4월 러시아와 북한이 스스로 인정하면서 사실관계가 드러났다. 그러나 초기 대한민국의 언론 보도는 너무나도 많은 가짜뉴스를 검증없이 보도했다. 그런 과정에서 북한군 파병이 한국에게 병력을 지원받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조작극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빛나간 예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측 왜곡보도는 분명 문제가 있었으며, 한국 언론들 또한 문제가 많았다. 이문영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북한군 이슈가 가진 폭발성, 남북관계나 동북아 정세, 국익에 미칠 심각한 파장을 고려해야할 한국으로서는 젤렌스키의 주장이나 우크라이나발 정보, 이와 관련한 외신 보도에 최대한 경계와 신중한 확인,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었다. 특히 엄격한 정보 검증은 언론의 중요한 책무이기도 하며, 전쟁 정보는 특히 그렇다. 한국 언론은 그렇지 않았다.(중략....) 한국의 주요 언론 모두 예외 없이, 한눈에도 조악하고 선정적인 우크라이나발 정보를 아무 검증없이 앞다퉈 확대 재생산했다. 북한군이 전투에 투입되기 전인 10~11월에도 한국 언론에는 사실상 참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가 범람했다. 그 결과 아직 전투에 투입도 안 됐는데 북한군 40명, 500명이 전멸했고, 교전한 적도 없는데 우크라이나군이 빼앗은 인공기가 쿠르스크 벌판에 펄럭였으며, 여기에 ‘북한군 인터넷 음란물 중독설’, ‘개고기 통조림’ 같은 가십성 기사들까지 가세했다. 기사 대부분 ‘외신에 따르면’으로 시작해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로 마무리됐는데, 이런 관례적인 문구가 검증 책임을 면하게 해줄수 없을뿐더러,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내용이 불러일으킨 이상, 이미 각인된 이미지를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책 236쪽)

더 나아가 이문영 교수는 <한겨레>의 자칭 진보 비판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대표적으로 비판적인 분석 대상 기사는 <한겨레 21>의 이재훈 편집장이 쓴 것과 오슬로 대학교의 박노자 교수가 쓴 기사 그리고 한겨레의 길윤형 논설위원이 쓴 기사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괜찮은 분석을 하고 있으니, 궁금하다면 이 서평을 읽는 독자들이 직접 읽어보기를 바란다. 여기서는 가장 본질적인 앞 부분만을 인용하겠다.

“사실 북한군 보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문제는 더 근본적이다. 전쟁 발발 후 우리 언론은 ‘우크라이나가 이기고 있다’, ‘푸틴 정권은 붕괴 직전이다’ 등 북한군 보도와 그리 다를 바 없는 ‘묻지마’ 기사를 쏟아냈다. 이 점에선 보수와 진보 언론 사이 별 차이도 없었고, ‘사실관계를 따져 묻는 사람들’을 더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공격한 것은 오히려 진보 쪽이었다.”(책 239쪽)

책의 마지막 부분인 ‘전쟁 이후 한국은?’ 파트는 한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단절하게 되면서 벌어진 불이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한국의 국익이라는 점과 연결해서 생각해볼 많은 부분을 제시해준다. 사실 한국에게 외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러시아다. 러시아도 한국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다. 그런 관점을 가지고 이 부분을 읽는다면 분명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본다. 이문영 교수에 따르면, “1990년 한소 수교 이후 30년 넘게 한국 기업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전쟁 전 러시아 자동차 시장 1위, 핸드폰 시장 1위, TV 시장 9년 연속 1위가 모두 한국 기업이었다.”(책 331쪽)

2022년 문재인 정부 말기 한국이 대러제재에 참가하면서 한국은 결과적으로 러시아라는 윈윈할 수 있는 시장을 잃었다. 러시아와의 대결이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도 매우 어리석은 짓이었다는 얘기다. 결국 이 시장의 공백을 중국이 차지하게 되었다. 국민의힘과 같은 반중 성향의 정당이 왜 이걸 안 보는지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중국의 시장 진출을 싫어하는 분들이 말이다. 여전히 러시아는 한국의 삼성 휴대폰을 원한다고 한다. 핸드폰 시장도 삼성이 떠나자 중국 샤오미가 차지하는 중이다. 한국의 보수우익이라는 사람들이 반중을 하며 국익을 생각한다고 떠들지만, 정작 이 부분을 안본다는 점에서 심히 큰 모순이 있다는 생각이 진지하게 든다. 애초에 정말 국익을 생각한다면, 작년 대선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책임진다는 말이 현재 대통령인 이재명에게서만 나와야 했던 것이 아니라, 국민의 힘인 우익 진영과 다른 진보진영인 민주노동당에서도 나와야 했다.

이 책은 러시아 전문가가 쓴 책이기에 정말로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보기에 아쉬운 점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네오나치 문제를 언급하며, 러시아의 용병조직인 바그너 그룹을 언급했는데, 사실 바그너 그룹 네오나치론은 비교하기에는 균형이 맞지가 않다. 바그너 그룹에 네오나치 성향의 인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흑인 대원들도 확인되고 동양인도 확인됐다. 즉, 조직 자체가 네오나치즘을 조직의 이데올로기로 삼았다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정말로 러시아 네오나치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다면 루사치 그룹을 언급하는 것이 이것 보다는 더 적절했을 것이다. 루사치 그룹은 네오나치 성향을 분명히 가진 조직이다. 물론 이 조직을 가지고 러시아 군대를 네오나치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이 될 수가 없다. 이 조직도 어디까지나 소규모 그룹의 용병이고, 러시아 군대와 사회 전체에 가진 영향력은 우크라이나 네오나치가 가지는 영향력에 비하면 매우 적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맥락은 국가가 네오나치와 같은 광인 집단을 얼만큼 통제할 역량이 되는가이다. 이 부분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네오나치 그룹 탄압을 2000년대 이후 열심히 했던 사실은 많은 자료를 통해 입증이 된다.

그 외에도 토론할 거리는 많다고 생각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문제만 더 언급하겠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주장은 분명 성립하는 명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2024년 8월 6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로 진입한 것 또한 관점에 따라서 침공으로 볼 수 있다. 애초에 쿠르스크 공격은 우크라이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을 공격한 사건이었다. 거기다 쿠르스크는 1943년 인류 역사상 지상 최대의 탱크전이 나치 독일군과 소련의 붉은 군대 사이에서 벌어졌던 역사적인 장소다. 즉, 러시아에게 있어 이 지역은 대조국 전쟁 승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며, 말 그대로 우크라이나의 해당 침공은 러시아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쉽게도 이런 맥락들을 이 책은 다루지 않았다. 적어도 러시아가 어떤 관점인지를 얘기해주는 맥락으로 갔다면, 북한의 참전도 이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전반적으로 전공자가 쓴 책이기에 책의 공신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러우전쟁에 대해 나름 객관적으로 보려는 학자들 중에는 이문영 교수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교수님의 입장과 같지는 않지만, 이분이 하는 얘기에 상당부분 공감한다. 관련 전공자 중에선 이만한 인물도 한국서 찾기 힘들다. 이 책은 러우전쟁의 핵심적인 이슈를 정리한 책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하여 오랜만에 읽어볼 책을 읽게됐다. 물론 나는 한신대학교 이해영 교수님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서적을 더욱 높이 평가한다. 그래도 전문가가 이만큼 쓴 것에 대해 이문영 교수의 책을 높이 평가한다. 물론 머릿속이 “우크라이나는 피해자야”를 마음 속 깊숙이 깔고 있으며 러시아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머리 꽃밭인 어떤 자들에게는 이 책 마져도 친푸틴·친러로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문영 교수의 주장을 언급하며 서평을 마치겠다.

“처음 출연 섭외를 받았을 때 복잡했던 심경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 2023년 4월 말쯤으로 기억되는데,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당시 한국 대통령의 인터뷰로 발칵 뒤집힌 상황이었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마침 좋은 기회가 닿은 방송 출연이 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여겨졌지만, 겁이 났다. 사실을 말했다가 ‘친러‘에 ‘전쟁 옹호자‘, ‘푸틴 앞잡이‘로 험하게 저격당하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한 데다, 필자 역시 전쟁 초반 쓴 칼럼으로 이미 비슷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일부러 거짓을 말하지 않은 다음에야, 아무리 ‘아군 아니면 적군‘인 전쟁 이야기라도, 더구나 어쨌든 남의 나라 전쟁에 대해 말하는 일이 그렇게 살 떨리는 실존적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1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