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추악한 진실 질문의 책 12
자크 파월 지음, 윤태준 옮김 / 오월의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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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미국의 신화를 낱낱이 파헤친 역사 연구

“유럽 진공에 참여하는 연합군 전우 어러분! 여러분들은 수 개월 간 준비해 왔던 위대한 십자군 원정의 목전에 와 있습니다. 전세계가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자유를 사랑하는 전세계의 시민들이 여러분과 함께할 것입니다. 여러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 연합군 전우들은 독일의 전쟁 기계가 부서지는 걸 볼 것입니다. 그리고 유럽의 수많은 사람들을 억압해 왔던 나치 체제를 무너뜨리고 자유 세계를 수호할 것입니다. (중략....) 대세는 바뀌었습니다! 전세계의 자유시민들이 우리와 함께 승리를 위해 힘차게 전진할 것입니다! 저는 어러분들의 용기, 의무에 대한 헌신, 전투 기술에 대하여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제 우리는 승리만을 남겨 놓고 있을 뿐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여러분들이 걸어야 할 위대하고 영광스런 고난 앞에 하느님의 무궁한 영광이 깃들기를 염원합니다.”

해당 연설은 1944년 6월 6일 영미 연합군이 이른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개시하기 전 연합군 총 사령관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가 한 연설이다. 해당 연설은 2001년 HBO에서 만든 드라마이자, 미군 제101 공수사단 이지중대(Easy Company)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1화 마지막 장면에서 인용되는 연설이다. 또한, 2005년 인피니트 워드(Infinity Ward) 회사에서 만든 FPS 게임 콜오브듀티 2(Call of Duty 2) 미군 캠페인에서도 영상을 통해 인용된다. 해당 드라마와 게임은 미국에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들에서 아이젠하워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관련 연설이 인용된다는 것은 현재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어떻게 인식하는 지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해당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게임을 플레이 하다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매체에서 주장하는 미국의 관점에 쉽게 빠져들기까지 한다. 10대 시절 나 또한 두 작품 외에 미국서 만든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게임을 통해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관을 쉽게 흡수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존의 통념과 정반대되는 학술적 역사 연구가 있다. 즉, 미국의 주류 및 사회적 시각과는 전혀 반대되는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분석을 한 책이 있다는 것이다. 그 책이 바로 캐나다의 역사학자 자크 파월(Jacques R. Pauwels)의 저작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추악한 진실(The Myth of the Good War - America in the Second World War)』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들은 주로 영미 연합군 그중에서 미군이 저 간악한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에 맞서 어떻게 세계를 파시즘으로부터 구하고,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며 더 나은 세계를 만들고자 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은 파시즘 체제인 독일과 일본이 일으킨 전쟁인 것은 너무나도 명확한 사실이다. 1937년에 시작된 중일전쟁과 1939년에 시작된 독일의 폴란드 침공은 제2차 세계대전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사건일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전쟁의 시작점은 1937년 중일전쟁이나 1939년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이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이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한 것은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기습 공격이 있고 난 다음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미국은 과연 무엇을 했을까?

파월의 책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전부터 그리고 참전한 이후와 전쟁 승리 이후 미국이 한 행위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비판한다. 책을 읽다보면, 과연 현재까지도 미국과 서방 세계가 내세우고 있는 소위 “나치 독일의 억압에 맞서 미국이 세계의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수호했다.”는 주장이 너무나도 허구적으로 느껴진다. 해당 저서에서 파월이 주장하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영화 감독 올리버 스톤(Oliver Stone)과 역사학자 피터 커즈닉(Peter Kuznick)이 공동으로 쓴 저서이자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The Untold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를 완독했다. 1,000페이지 이상의 분량이나 되는 두 권의 책이라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미국의 이면을 너무나도 잘 알 수 있던 책이었다.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절반 정도 시청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 1권에서 나는 나치 독일이 미국의 기업들과 어떻게 거래했는지를 알게 됐고, 그 내용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역사학자 자크 파월의 저서는 그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1939년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고, 1940년 덴마크와 노르웨이,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를 점령하는 데 동원된 전쟁기계들이 사실상 미국 기업들이 준 도움 때문에 가능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더 나아가 1941년 6월 22일 히틀러의 소련 침공에도 미국 기업들이 준 도움이 제법 있었다고 한다. 파월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독일은 1930년대에 군대를 실어 나를 트럭과 함께 탱크와 항공기를 엄청나게 만들어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양의 석유와 고무를 수입하여 비축했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이 석유의 상당량을 미국 회사들로부터 구입했으며, 그들 중 일부는 친절하게도 석탄으로 합성연료를 만드는 비법을 전해주기도 했다. 독일 육군과 공군은 1939년과 1940년 이 설비 덕분에 수천 대의 항공기와 탱크를 동원하여 폴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고 프랑스의 방어수단을 단 몇 주 만에 제압할 수 있었다. 번개처럼 빠른 전쟁(blitzkriege)에는 번개처럼 빠른 승리(blitzsiege)가 뒤따랐다.”(자크 파월, 윤태준 옮김,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추악한 진실』, 오월의봄, 2017, 86쪽.)

사실 전쟁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원은 석유다. 즉, 석유가 있어야 탱크와 항공기 그리고 트럭을 이용할 수 있다. 군인을 동원하는 데 있어 식량이 매우 중요하듯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차량과 탱크 그리고 항공기는 석유가 필요하다. 즉, 그런 석유들을 1930년대부터 1940년대 초까지 미국 회사들이 나치 독일에게 제공했고, 그런 제공은 당연히 나치 독일의 전쟁 수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다. 솔직히 이런 얘기는 매체에서 민주주의 수호자로 알려진 미국의 모습과는 완전히 상충되는 역사다. 파월은 이와 같은 미국의 기업들이 사실 나치와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서는 것을 반대했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책에서 밝힌다. 미국의 기업이 나치를 적대하지를 싫어한 이유 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결국 자본(Capital)이었다.

자본주의가 탐욕과 무절제한 생산 그리고 생산수단을 일방적으로 소유한 개인이 폭리를 취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자본가들의 탐욕 현상은 소위 도덕과 윤리라는 것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미국의 자본가들에게도 존재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전혀 모르고 살고 있거나, 관심을 가지기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학교나 사회에서 이런 사실을 전혀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책에서 언급된 다음과 같은 내용은 절대다수가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 할 수 있다.

“독일과 미국의 인종 계층 관념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여론조사를 통해서 드러났듯이, 1930년대에는 수많은 미국인들이 나치의 인종주의에 반대하지 않았다. 히틀러으 반유대주의와 그의 파시스트 동지들도 미국에서 큰 문제가 되지 못했다. 1920~1930년대에는 반유대주의가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에서 상당히 유행했다. 그들 자신도 반유대주의자였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나치의 반유대주의 조치들을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그것에 관대했다. 기업가와 은행가들을 비롯한 미국의 권력층도 이런 일반적인 규칙의 예외는 되지 못한다. 일례로 유대인은 대개 상류계급이 애용하는 회원제 클럽과 고급 호텔에 출입이 금지되었다. 기업인 헨리 포드(Henry Ford)는 히틀러를 경애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했으며, 1920년대 초 <국제 유대인(The International Jew)>이라는 반유대주의 책을 출판해 히틀러에게 영감을 준 미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반유대주의자였다. 둘은 서로를 존경했다. 총통은 집무실에 포드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그를 반유대주의라는 영감의 근원으로 인정했으며, 1938년에는 나치 독일이 외국인에게 줄 수 있는 최고훈장을 수여했다. 포드 또한 괴링의 친구이자 유명한 비행사인 찰스 린든버그가 미국 전역에서 활발하게 진행하던 친나치 선전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했다.”(자크 파월, 윤태준 옮김,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추악한 진실』, 오월의봄, 2017, 48~49쪽.)

계속해서 파월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말해서, 미국의 사업가와 은행가들이 대체로 나치즘이나 파시즘이나 반유대주의를 비난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대로 그들은 바로 그 반유대주의 때문에 파시스트, 특히 히틀러에게 공감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그런 사람들이 이끌던 미국은 히틀러의 반유대주의를 이유로 유럽 십자군 계획에 착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자크 파월, 윤태준 옮김,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추악한 진실』, 오월의봄, 2017, 50쪽.)

따라서 미국의 자본가들과 엘리트들은 나치즘의 폭력성에 대해 전혀 비판적인 의식이 없었고, 그들과의 거래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봤으며, 전쟁에 참전하기 전까지도 이들과 적대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미국의 이 지배층들은 히틀러가 반공주의적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크게 해가 될 소련 볼셰비즘에 맞서는 데 도움이 된다 생각했고, 히틀러의 반공주의적인 면모에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역사에 익숙치 않은 몇몇 사람들은 현재 내가 쓴 서평이 매우 낮설게 느껴지겠으나, 지금 언급한 내용들은 전부다 파월의 책에 나온 내용들이다.

책에 나온 이런 이야기들은 현재 소위 미국 지배층들이 강요하는 역사만 아는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역사다. 나 또한 이 책에 나온 내용을 전혀 모르던 것은 아니지만, 자세히 알게 되니 신선한 충격을 적잖게 받았다. 저자 파월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국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면 그 어떤 이들과도 손을 잡을 수 있었고, 그 어떠한 인권유린도 용인할 수 있었으며, 실제로 20세기 역사에서 라틴아메리카의 피노체트(칠레)나 비델라(아르헨티나) 그리고 소모사(니카라과)와 같은 유사 파시스트 독재자들을 지원했다고 강조한다. 즉, 미국이 이런 악랄한 독재자들을 지원한 것은 자신들의 자본주의적 이윤관계에 전혀 해가되지 않기 때문이며,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결국 문제는 자본주의라는 것을 저자는 강력히 얘기하고 있으며, 그 자본주의가 전쟁과 폭력 그리고 파괴를 초래한다는 것이 저자의 강조점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저작에서 내가 정말 놀란 부분은 저자가 소위 소련과 스탈린에 대한 서구의 시각에 상당히 도전하는 지점이다. 해당 저작은 1939년에 체결된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 즉 독소 불가침 조약이 나치 독일과 소련의 군사동맹이 전혀 아님을 역설한다. 그리고 스탈린이 독소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게 된 역사적 배경에는 서방이 소련에게 보인 적대적인 태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파월이 서방이 주장하는 스탈린 독재자론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파월은 소련의 스탈린이 무자비한 측면이 없던 지도자는 아니었으나, 소위 독재자 프레임이 서구에 의해 악용되고 이용되었으며 실제로는 억울하게 프레임화된 측면이 있음을 역설한다. 그리고 그 당시 소련이 사회주의 국가로서 공공의 영역에서 이득을 취했기에, 미국과 서방의 자본가들이 소련에게 적대적으로 대하였다는게 파월의 입장이다. 캐나다 역사학자가 이 정도로까지 스탈린과 소련에 대해 분석한 것이 놀라웠다. 당연한 얘기지만,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르며, 파시즘을 무찌르는 데 가장 큰 공로가 있는 주체는 바로 소련과 스탈린임을 분명히 언급한다. 파월의 입장 중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서구 역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언급함에 있어 폴란드에 대해 무조건 동정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켓가든 작전이 실패하면서 유럽의 전쟁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대륙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해방을 기다리고 있었고, 나치 독일도 아직 정복되지 않은 채였다. 그러는 동안 소비에트가 폴란드 전체를 해방시킬 것이 분명했고, 그런 전망은 많은 폴란드인들, 특히 보수적이고 강력하며 반소비에트적인 런던의 폴란드 망명정부를 걱정에 빠지게 했다. 게다가 이 정부 구성원들은 충실한 민주주의자들이 아니라, 전쟁 전 히틀러와 공모하여 뭔헨조약 때 체코슬로바키아 일부를 가져간 선례를 따랐던 독재적인 폴란드 정권을 대표한다는 것이 당연한 사실로 여겨지고 있었다.”(자크 파월, 윤태준 옮김,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추악한 진실』, 오월의봄, 2017, 182쪽.)

이런 지점들은 사실 서방 역사학자들이 쓴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서적에서 찾아보기 힘든 내용들이다. 그 외에도 파월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2년 전에 감행된 영국·캐나다 연합군의 디에프 상륙작전에 대해 기존의 시각과는 전혀 다르게 분석한 것도 흥미로웠다. 파월에 따르면, 디에프를 상륙한 것이 노르망디 예행연습이 아닌 제2전선을 열어달라는 스탈린의 강력한 요청과 이에 따른 영국 대중들의 강력한 지지의사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대패였지만 말이다. 또한, 1943년 무솔리니 축출 이후 이탈리아 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이탈리아 빨치산과 파리 해방에 기여한 프랑스 레지스탕스 등이 좌파적인 성향 때문에 서방 연합군에게 어떻게 배척받았는지를 책은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1941년부터 나치에 맞서던 ELAS라 불리던 그리스 빨치산이 서방에게 어떻게 배척받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즉, 미국과 영국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그리고 그리스에서 소위 나치에 격렬히 저항하던 좌파 게릴라보다는 지배층들을 선호했다는 얘기다. 그게 자신들의 패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영미 연합군은 과거 무솔리니 정권에 있다가 무솔리니 축출 이후 집권한 피에트로 바돌리오 정권을 승인했고, 그리스에서는 나치에 협력했던 왕당파 세력을 지지했으며, 프랑스에서도 좌파운동을 하던 국내 레지스탕스가 아닌 반공주의 성향이 강하며 친서방적인 샤를 드골의 집권을 승인했다. 이탈리아의 바돌리오는 과거 무솔리니 정권의 에티오피아 침공 당시 항공기 동원을 통한 무차별 폭격과 독가스 살포 등 전쟁범죄를 저지른 인물이었고, 그리스 왕당파 세력은 앞서 언급했듯이 나치 협력자들이며, 프랑스의 드골 정권은 사실 프랑스 국내에서의 투쟁에 힘을 쓴 인물이 아니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반파시즘 운동에 앞장섰던 공산당들이 대중적인 지지를 받았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시작되는 과정 속에서 미국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공산당이 집권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그리스에서는 소위 내전에 개입하여 친나치 우익 세력을 도와 10~15만 명의 그리스인을 죽였다.

즉, 이와 같은 미국의 행보가 제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도 있었다는 것이 파월의 주장이며, 소위 미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여 여러 나라들에 그 사상을 전파했다는 것이 허구적이라는 것이 파월이 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부터 미국은 소련에 대해 적대적인 정책을 취했다. 실제로 미국 지도부에 있던 이들은 소련에 맞설 생각을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했었다. 사실 이들의 경우 원래부터 소련을 싫어했던 이들이었고, 미국이 전쟁에 참전하기 이전에 소련을 비난하던 이들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실제로 이들이 나치 독일이 항복하든 항복하지 않든 간에 소련에 맞서 이들과 협력할 생각을 분명히 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미군 명장으로 알려진 조지 패튼(George Patton)의 경우 나치 독일에 있든 잔당들과 협력하여 소련에 맞서 싸워야 한다 주장했다. 그게 1945년의 일이다. 심지어 패튼은 아예 우리 미군이 독일과 협력하여 모스크바까지 진격하자는 말도 안되는 주장도 했었다. 실제로 미국 CIA의 전신인 OSS는 그런 가능성을 염두해 두었다. 독일의 역사학자 위르겐 브룬의 얘기를 들어보자.

“사회적으로 말해서, 미국 산업계의 최고 경영자들, 월스트리트 증권 중개인과 변호사, 과학자, 군 고위층, 정치가, 그리고 소위 방위 전문가들의 혼합체였다. OSS는 명백히 미국 지배계급을 대표했다. OSS 요원들은 여전히 독일의 국가사회주의를 물리치는 일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그들은 이미 소련을 하나의 국가로서 제거해버리거나, 적어도 종전 후 유럽에서 그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자크 파월, 윤태준 옮김,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추악한 진실』, 오월의봄, 2017, 238쪽.)

여기서 위르겐 브룬이 주장한 계획에는 나치와의 협력도 있었다. 실제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에 맞서 이 나치주의자들을 이용했다. 소위 페이퍼클립 작전(Operation Paperclip)이라 불리는 나치 과학자들 미국 이주 계획은 성공적으로 실행되어, 나치 과학자들이 미국 과학기술 발전에 큰 도움을 주었고 그 덕분에 미국은 1969년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었다. 가장 유명한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이 나치 무장 친위대 장교 출신으로 전쟁 시기 수천 명을 노예노동으로 사망하게 한 장본인인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비록 자크 파월의 책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있던 OUN의 스테판 반데라(Stepan Bandera)와 UPA의 미콜라 레베드(Mikolka Lebed)와 같은 나치 학살자들을 소련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정치 공작에 이용했다. 특히나 스테판 반데라나 미콜라 레베드는 나치 홀로코스트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전쟁범죄자들이었음에도 미국은 이들을 지원했다. 특히나 1943년 볼린 대학살의 경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도 잔혹한 학살이었고(해당 학살은 여성과 노인 그리고 갓난아기를 의도적으로 타겟으로 삼아 학살하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말 그대로 악마와 사탄도 충격받을 전쟁범죄였다.), 최소 10만 명의 폴란드인을 학살당했지만, 학살을 자행한 레베드는 미국의 보호아래 잘 살다가 죽었다. 심지어 레베드의 경우 미국에서 매년 현재 돈으로 9,000만 원에 가까운 지원금을 받았으며, 1990년대 편히 뉴욕에서 생을 마감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도 전쟁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 전쟁은 바로 냉전이었고, 냉전에서 소련을 악마화하고 적대적 정책을 취함으로써 자본가들이 많은 이득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냉전에 대해 소련의 책임을 묻지만, 많은 역사 연구가 보여주듯이 그 책임은 미국에게 있었다. 파월의 말대로 스탈린은 전후에도 미국이나 영국에게 적대적인 정책을 취하지 않으려 했다. 소위 소련이 동유럽에서 자신들의 전리품을 막 챙겨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권을 세우려 한 것도 사실은 미국이 자극해서 일어난 일이었고, 미국은 이것을 마치 소련과 스탈린이 전 세계 공산화를 통해 자신들을 위협하려 한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선전으로 잘 이용해먹었다. 그 이후에도 미국은 전쟁을 만들어 냈고, 전쟁의 동력은 결국 미국 스스로가 키워낸 자본주의였다. 그 자본주의가 파시즘적 인사들에 대해 호의를 보였고, 도덕적인 측면도 어기게 만들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된 이후 미국은 여전히 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중국, 북한, 베네수엘라 등등. 미국은 해당 나라들에 인권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이들을 적대한다. 그리고 소련 해체 이후 등장한 러시아 연방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적대적인 정책을 취해왔다. 결국 현재 세계는 다시 한번 신냉전에 들어가게 됐다. 이것은 결국 저자의 말대로 제2차 세계대전이 만들어낸 미국의 유산일 수도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로 장식한다.

“테러와의 전쟁은 최근 리비아, 시리아, 그리고 이라크 같은 나라들에세 불타올랐고, 이제 그것은 러시아와의 새로운 냉전으로 대체되고 있다. 미국의 파워엘리트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면 이란, 북한 그리고 심지어 중국까지도 언젠가는 새로운 좋은 전쟁의 상대가 될 것이다. 그런 전쟁을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분명히 가능하다. 부시와 블레어는 우리 미디어 대다수의 열성적인 지지를 얻고도 이라크와의 전쟁을 팔아먹기가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미국에게 전쟁을 그만두도록 계속해서 강요한다면 진실의 순간이 미국 경제에 도래할 것이다. 미국의 자본주의는 평화가 발발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끝없이 포위당했던 나라 소비에트의 사회주의는 살아남지 못했다. 미국의 자본주의는 포위되지 않고도, 적이 없이도, 위협받지 않아도, 그것이 좋은 전쟁이건 아니건 간에 전쟁을 하지 못해도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자크 파월, 윤태준 옮김,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추악한 진실』, 오월의봄, 2017, 378~379쪽.)

현재 세계는 미국이 유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이 일으킨 전쟁은 항상 제2차 세계대전처럼 좋은 전쟁으로 포장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 전쟁의 이면을 보면 미국의 추악한 면모가 드러난다. 정말 훌륭한 책이다. 많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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