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도서관에 들리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지난 토요일인 3월 15일 집 근처 도서관에 들렸다. 사실 지난번에 읽다 만 책을 빌리려 했는데, 필자 눈에 너무나도 재미있는 책 한권이 발견됐다. 그 책은 바로 뉴스타파에서 출간한 책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초토화 폭격>이었다. 이 책은 지난 2021년 뉴스타파에서 다큐멘터리로 만든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시리즈 중 첫 번째인 ‘초토화 폭격’을 책으로 집필한 것이다.
해당 도서는 202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 협정 70주년에 맞추어 출간됐다. 2022년에 탄생한 윤석열 정권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내란을 하기 전까지 북한에 대한 호전적인 적대감을 보여왔다. 내란수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북한을 자극하여 최소 국지전 수준의 전쟁 도발을 하려 했다는 내막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평양에 무인기가 침투한 것도 사실상 주체가 한국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는 중이다.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한국 언론들은 우크라이나에 북한군이 있다는 가짜뉴스들을 마구잡이로 살포했다. 우크라이나가 퍼뜨린 가짜뉴스들 중에는 너무나도 수준이 낮은 조작들이 판을 쳤고, 이런 거짓들을 필자는 속속이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이 북한군 가짜뉴스가 만들어진 내막에는 윤석열 정권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윤석열 정권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보이는 것과 동시에 전쟁을 부르짖었다. 윤석열은 한반도를 전례없는 전쟁 분위기 속으로 몰아넣었고, 그 과정에서 남북관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한반도 분단의 고착화와 전쟁위기는 전적으로 윤석열 정권과 미국 바이든 정권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도때도 없는 한미 군사훈련과 더불어 북한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감 등은 윤석열 정권의 본질이었다. 심지어 윤석열 정권에 복무하는 이들은 친일 성향도 가져서. “일제의 식민 지배가 한국을 산업화 시켰다.”라는 망언들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기까지 했다.
즉, 윤석열 정권의 대미·대일 종속 외교와 친미·친일 사상의 근원에는 바로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있다. 윤석열 정권이 북한을 적대하고, 미국과 일본을 편중편애하는 것은 바로 반공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있기에 가능하다. 12.3 비상계엄도 바로 반공주의적 이데올로기에 기초했다. 이는 윤석열 정권이 ‘반국가 세력’ 및 ‘종북세력 척결’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반공주의의 내재된 문제점을 보여줬다. 필자는 윤석열의 이런 지점들을 총괄하는 문제점이 바로 반북·반공주의라고 생각한다.
다소 서론이 길었다. 필자는 3년 동안 윤석열 정권을 지켜보면서 항상 들었던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윤석열은 과연 한국 역사를 공부해본 적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다.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의 역사지식 수준이 과연 어느정도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그가 공개석상에서 보인 모습은 뉴라이트들의 수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윤석열은 뭐만하면 ‘자유’를 외치면서, 북한에 대한 적대의식을 보였고 한국전쟁에서의 대한민국과 미국을 미화했다. 그의 발언에선 ‘전쟁의 비극’이나 ‘참혹함’ 등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윤석열이 한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모른다고 믿고 있다. 윤석열의 반공주의적 생각과는 달리, 한국전쟁은 같은 냉전 시기에 벌어진 베트남 전쟁만큼이나 참혹하고 추악하며 잔혹한 전쟁이었다. 그리고 그런 참극이 미국에 의해 벌어졌다.
잠시 얘기를 베트남 전쟁으로 돌려보자. 베트남 전쟁 당시 찍은 사진들 중에는 전쟁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무수히 많다. 그런 사진들 중에는 AP통신의 기자 닉 우트(Nick Ut)가 찍은 사진인 ‘네이팜 소녀(Napalm Girl)’가 미국 및 서구사회에 잘 알려진 사진이다. 베트남 전쟁 시기 미국은 베트콩을 소탕한다는 명분을 들어, 대량살상무기인 네이팜탄을 무차별적으로 베트남에 투하했다. 희생된 사람들 중에는 민간인들이 매우 많았다. 사실 베트남 전쟁이 미국 내에 반전여론을 불러일으킨 것에는 미국 정부의 거짓선전(미국이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는 거짓말.)도 있었지만, 네이팜 폭격과 같은 미군의 전쟁범죄 행위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베트남 전쟁 시기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는지는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 다만 전쟁을 일으킨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에 따르면, 380만 명의 베트남인이 미국이 일으킨 전쟁으로 죽었다고 한다. 이에 근거해서 보자면, 미국이 학살한 베트남인이 300만 명 이상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베트남 전쟁 시기의 무차별 폭격과 민간인 학살은 이미 벌어진 역사다. 안타깝게도 한반도에서 이런 학살극이 벌어졌다. 수많은 한국인들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이 대한민국을 북한의 공산 침략으로부터 구해준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폭격을 보면 이야기는 전적으로 달라진다. 사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때보다 더 참혹한 수준으로 한반도를 폭격했다. 한반도 이남과 이북에는 베트남에 비해 산업시설이 더 많았고, 따라서 미군의 폭격으로 더 많은 산업 시설들이 파괴됐다. 그리고 너무나도 많은 인명이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Bruce Cummings)는 한국전쟁 당시의 폭격에 대해, “한반도는 달의 표면으로 변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사실이다. 말 그대로 미국은 한반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폭격의 대상으로 간주했다. 앞서 언급한 네이팜탄이 한반도 전역에 투하됐다. 미국 CIA 보고서에 따르면 미 공군은 한국전쟁 당시 총 32,357톤의 네이팜탄을 투하했다. 11갤런(416리터)짜리 대형 네이팜탄 기준으로 한국전쟁 3년 1개월 동안 매일 69발가량을 투하한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네이팜탄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실전에 사용되어 총 14,000톤이 투하됐다. 그러나 2배가 넘는 양의 네이팜탄이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에 투하됐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 방식은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했다. 말 그대로 한반도나 일본 비행장에서 B-29 폭격기가 발진하여 폭격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있었다. 여기에는 폭격기 호위용으로 전투기들이 투입됐다. 그 외에는 미군 항공모함에서 폭탄을 탑재한 전투기들이 발진하여 목표물을 폭격하고, 기총소사를 갈기는 방식이었다. 앞서 언급한 네이팜탄 32,357톤은 사실 미 해군과 해병 항공기가 투하한 투하량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추산해보자면, 32,357톤보다 더 많은 네이팜탄이 한반도에 투하되었다고 보면 된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정부의 선전과 동원으로 700만 명 이상의 관객 돌파했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개봉했던 시기 월미도 주민들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 상에서 등장하는 함포사격 및 폭격 장면에서 월미도를 마치 인민군 기지를 공격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미군은 군사적 표적이 없는 민가를 무차별 폭격했다. 그 결과 최소 1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죽었고, 유족들은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 채 한 많은 세월을 보냈다. 이와 같은 미군의 폭격은 남한 전역에서 일어났다.
미군의 악명높은 민간인 학살 사건인 노근리 학살 또한 학살의 시작은 피난민에 대한 미군 전투기의 기총소사와 폭격이었음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땅은 불과 70~75년 전 미군 폭격으로 불바다가 됐다. 서울만 하더라도 한국군과 유엔군이 서울을 수복하기 전까지 최소 4,200명 이상의 민간인이 폭격으로 희생됐고, 그 중 2,700명은 용산에서 학살당했다. 한국전쟁 당시 전쟁의 비극을 보여주는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은 사실 미군 폭격의 결과물이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모르면서 한국인들은 일상생활을 살아가고 있고, 한국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이 노인이 되어 세상을 떠나면서 더더욱 우리 기억 속에서 비극의 역사가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전쟁 당시 미군의 북한 폭격은 말 그대로 지도에서 그 나라를 지워버리는 수준이었다. 미군이 상공에서 촬영한 북한의 도시들은 마치 달에 있는 크레이터들을 보는 느낌이다. 전쟁이 끝난 이후 북한의 수도 평양에는 멀쩡한 건물이 2~3채 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북한은 미군 폭격으로 초토화됐다. 과거 대한민국 군대 및 교내에서 존재하던 가학적 체벌인 ‘원산폭격’도 사실 전쟁 당시 미군이 자행한 원산폭격을 빗대어 만들어진 체벌이었다. 미군은 원산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여 말 그대로 초토화했다. 원산의 도시 파괴율은 80%로 75%인 평양보다 더 높았다.
미군의 무차별 폭격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죽었는지는 아마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 북한 인구의 20%가 미군 폭격으로 죽은 것은 사실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을 지휘한 커티스 르메이(Curtis LeMay) 사령관은 “전쟁 3년 동안 우리는 그 나라 인구의 20%를 살해했다.”라고 증언했고, “10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을 죽이고 수백만 명 이상을 집에서 내쫓았다.”라고 증언했다. 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현재 북한이 가진 반미주의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자신들의 가족과 이웃이 미군 전투기의 기총소사와 네이팜탄에 맞아가며 죽는 모습을 본 북한 사람들이 이후 미국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과 복수심을 느낀 것은 앞서 언급한 역사적 맥락에서 봐야할 것이다. 자신들 눈앞에 폭격으로 인한 지옥도가 펼쳐졌고, 북한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게 됐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남북한 모두 초토화 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문제는 그 당시 미 공군의 전략전술을 보면, 민간인 피해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그 당시 미군은 실험삼아 마을을 네이팜탄으로 초토화했고, 흰옷을 입은 민간인을 잠재적인 공산주의자라며 기총소사의 타깃으로 보았다. 말 그대로 한국인들은 미국에게 사람취급을 받지 못했다고 봐도 절대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헝가리 출신의 종군기자인 매러이 티보르는 “북한에서 움직이는 것은 모조리 군사적 표적이었다. 들판에서 일하던 농민들은 종종 기관총 세례를 받았는데, 그 조종사들은 표적에 발포하기를 즐겼다.”라고 말을 했다. 이는 그 당시 미군 전투기가 한반도에 사는 민간인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이면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당 서적은 주로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을 다루고 있다. 주로 사진자료들을 많이 첨부했다. 사실상 사진으로 보는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타파는 해당 다큐멘터리 및 책을 쓰기 위해, 미국에 있는 NARA 국립문서보관소에 가서 자료를 수집했다. 책에 나온 사진들 중에는 필자가 예전에 보았던 사진들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사진들도 상당히 많았다. 책 마지막 장면에 1953년 7월 27일자 항공기 사진에는 “휴전협정 당일도 미군은 폭격을 멈추지 않았다. 1953년 7월 27일, 미 5공군 335전투요격비행대대 소속 파(PARR) 대위가 조종하는 세이버 제트전투기가 작전 중 촬영한 영상이다. 아래는 같이 출격한 B-26의 폭격 장면이다.(책 296쪽.)”라고 나온다. 이렇게 보자면 북한은 개전초기부터 정전협정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총 3년 1개월간 미군의 폭격을 경험했다. 미국이 북한을 얼마나 미친 듯이 폭격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한국전쟁에는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추악한 역사가 존재한다. 그러나 내란수괴인 윤석열은 이런 사실을 절대 얘기하지 않고 있고,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한국인들 절대다수가 이런 역사를 하나도 모른다. 비극의 서사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필자는 뉴스타파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훌륭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또 이걸 책으로 출판한 것에 대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전쟁의 이면과 진실을 알리기 위해 보인 헌신과 노력도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지금까지 한국전쟁은 “미국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전쟁, 자유를 수호한 전쟁”으로 미화되어 왔다. 즉, 뉴스타파는 그런 신화를 걷어차고, 폭력적이고 비극적이며 참혹한 한국전쟁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뉴스타파의 진실을 탐구하는 정신을 높게 평가한다. 사실 한국전쟁 폭격을 다룬 서적들을 여러 책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주로 사진자료를 활발히 활용했고,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최신의 자료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매우 사료가치가 높다. 또한, 사진자료가 책의 전반을 포함하고 있기에 너무나도 술술 읽힌다.
한국전쟁의 또 다른 진실과 이면을 알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