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전쟁 - 무릎 꿇지 않는 베트남-중국
오정환 지음 / 종문화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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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들어 한국과의 문화적 교류가 많아진 베트남은 상당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역사는 한국의 고조선과 같은 반랑(Văn Lang)부터 따지면, 대략 4천 년의 역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반랑(Văn Lang)의 경우 고조선과 마찬가지로 단군신화처럼 연대기를 입증할 수 있는 사료는 빈약하다 할 수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베트남은 유례를 찾기 힘든 저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2천년 동안 중국의 침략과 지배에 맞서 저항해온 역사가 바로 베트남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북베트남을 방문했던 윌프레드 버체트 기자는 팜 반 동(Phạm Văn Đồng) 수상과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다. 버체트는 팜 반 동에게 당신들 마음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습니까? 무엇이 당신들을 이렇게 끈질기게 만들지요?”라고 질문을 하자, 팜 반 동 수상의 대답은 명확했다.

 

궁금하면 우리 역사를 한번 보시오. 외국 침략자들에 대한 투쟁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적들은 항상 우리보다 강한 상대였습니다. 자연과의 투쟁도 많았지만 피할 곳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리에서 싸워서 이겨야 했습니다. 과거 2,000년에 걸쳐 이런 시련을 겪은 우리 인민들은 어지간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신경 체계를 가지게 되었지요. 우리는 외세의 위협에 당황해 본 적이 없습니다.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 인민들은 , 또 시작이군!’이라고 말할 정도로 적응 훈련이 잘되어 있습니다.”

 

북베트남의 팜 반 동 수상이 대답과 같이, 베트남의 역사는 2천년에 걸친 저항의 역사이기도 하다. 중국에 맞선 베트남의 투쟁은 쯩 자매의 반란부터 시작이 된다. 쯩 자매는 한나라의 지배에 맞서 병사들을 이끌고 게릴라전을 전개했었고, 한무제가 보낸 토벌군에 맞서 결사항전 하다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로 생을 마감했었다. 베트남 저항의 역사 시작점인 쯩 자매는 베트남인들의 마음속에 외세에 대한 항거와 독립 의식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중국의 베트남 지역 지배는 오래됐고, 그 과정에서 지배에 대한 저항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서기 900년대 들어서 응오꾸엔이 이끄는 군대는 바익당 강 전투에서 중국의 대군을 무찌르고 독립국가를 세웠다. 또한 300년 뒤에도 그 바익당 강에서 몽고군의 대함대가 쩐흥다오(Trần Hưng Đạo)가 이끄는 군대에 의해 격파됐다. 몽고의 베트남 침략은 12차 그리고 3차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1차 칩입때는 게릴라전으로 몽고군의 지상병력을 고전하게 만들었다.

 

200년 뒤에는 명나라의 지배를 받았을 때, 레러이(Lê Lợi)가 기나긴 대명항쟁 끝에 명나라의 지배로부터 독립국가를 세웠고, 20세기 미국에 맞선 베트남의 게릴라 전술의 기초가 여기서 탄생했다. 300년 뒤에는 청나라의 대군이 침략했으나, 떠이선(Tây Sơn) 반란의 지도자 응우옌후에(Nguyễn Huệ)이 지휘아래 청나라 침략군을 무찔렀다. 그리고 그로부터 200년뒤인 1979년 이른바 제3차 인도차이나 전쟁인 중월전쟁이 일어났는데, 베트남은 중국의 침공에 맞서 보조병력만으로 막아내는 저력을 보여주기 까지 했었다. 이러한 역사를 생각해 보았을 때, 베트남의 역사는 중국에 맞선 저항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트남 역사에서 중국에 맞선 저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지배 과정에서 중국 문화가 베트남에도 자리를 잡았고, 관습이나 학문 제도, 도량형 등 중국의 영향을 역사적으로 지대하게 받았었다. 중국의 지배와 간섭 그리고 침략 속에서 남부에 있던 강대국 참파와 라오스를 대상으로 정복전쟁을 벌였으며, 참파의 경우 16세기쯤에 베트남에게 사실상 정복당했다. 그 외에도 현재 캄보디아의 크메르 제국과 태국하고도 전쟁을 적잖게 치렀으며, 프랑스 식민지 시기 코친차이나라고 불렸던 베트남 남부의 경우 17세기에 베트남 영토로 편입됐다. 물론 이 영토의 경우 베트남 전쟁 이후 베트남과 캄보디아간의 전쟁으로 이어지게 되는 원인이기도 했다.

 

이번에 읽은 오정환 전 MBC 본부장의 저서 천년전쟁은 말 그대로 중국의 침략에 맞선 베트남 저항의 역사를 다뤘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은 베트남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인 프랑스와 미국과의 전쟁은 하나도 다루지 않고 있으며, 국내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역사인 제3차 인도차이나 전쟁 즉 중월전쟁을 다루고 있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은 중월전쟁 관련 부분의 내용은 다른 파트에 비해 그다지 자세하지 않고, 상당히 짧은 분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베트남의 대중항쟁 2천년 사를 알기에는 상당히 유용한 서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역사에 관심이 많지만, 사실 베트남의 대중항쟁 역사에 대해 그리 깊이 알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이 책을 읽음으로써 베트남 역사에서 중요한 대중항쟁 역사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중국 침략에 맞선 베트남의 역사가 참으로 놀라웠다. 무엇보다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던 몽고군의 침략을 3차례나 받고도 버텨낸 것을 보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거기다 베트남 원정에 실패했던 몽골은 이 굴욕을 못 이겨 4차 원정까지 준비했었다. 물론 1294년 쿠빌라이칸이 사망하면서 시도되지 않았다. 이런 저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현재 베트남인들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 현대사에서는 중월전쟁에서 중국까지 이겼으니, 자부심이 한층 더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베트남의 대중항쟁 역사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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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6 0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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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4 12: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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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4 12: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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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6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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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4 12: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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