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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 - 미국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저항한 불복종자
아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월
평점 :
하워드 진 서평: 저항적 지식인의 표본
나는 하워드 진을 좋아한다. 역사학자로써 그가 보여준 ‘아래로부터 역사 쓰기‘는 당시 미국역사 학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 것이었다. 많은사람들이 배우는 미국의 역사는 자랑스러운 역사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더불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필그림 파더즈들의 정착 영국에 맞선 독립전쟁, 미국건국 그리고 그 이후 서부로의 팽창 등이 미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교육된다.
이것은 대중적인 미국 교과서의 내용만은 아니다. 국내에 출판된 미국사 전공자가 쓴 책들도 그렇다. 내가 읽어본 이보형 교수의 ‘미국사 개설‘이나 뉴라이트 계열의 이주영 교수의 ‘미국사‘등도 앞에서 얘기한 프레임으로 미국사를 접근한다. 여기 더 나아가 미국의 제국주의와 팽창의 역사도 합리화 되고 ‘좌파는 개갞끼다‘와 같은 반공주의 도그마로 얼버무린다.
그러나 미국 역사학자 하워드 진은 달랐다. 그는 1980년대 미국 민중사(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를 집필함으로써, 미국에서 존경하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사실은 대학살자이자 사리사욕을 채운 장사꾼이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논증해냈다. 그외에도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벤자민 프랭클린 등과 같이 미국 지폐에 들어가 있는 소위 건국의 아버지들이 내세운 ˝평등˝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모순적이었는지를 원주민과 흑인 그리고 여성의 시각에서도 조명해냈다. 또한 이들이 부의 불평등을 조장한 장본인들이라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쉽게 말해 하워드 진은 미국의 보수사관을 철저히 거부했고, 위로부터 억압받고 착취받고 차별받던 이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해석했다.
1991년 냉전이 끝나고 난 이후 미국은 명실상부 초강대국이었다. 1970,80년대 부터 세력을 키운 네오콘들은 1990년대 당시 자랑스러운 미국의 역사를 가르치고자 했다. 아들 부시 대통령 당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와 그의 부인 린 체니는 실제로 그러한 기관을 양성했고, 그 과정에서 일종에 반미주의적 인사 리스트를 만들었다. 당연히 거기에는 하워드 진도 포함됐다. 물론 진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워드 진이 가장 훌륭한 점을 뽑자면, 바로 실천하는 운동가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하워드 진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제2차 세계대전에 B-17 폭격수로 참전했던 진은 반전주의자로써 전쟁에 반대했다. 또한 1950년대 스펠먼 대학 교수 시절에는 흑인차별에 분개하여 민권운동에 앞장섰다. 학교 도서관 출판운동, 식당칸 공동사용 투쟁등 항상 압장섰다.
진은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반전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부터 미국이 침략전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반전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965년 당시 총 3만 명이 참가했던 반전운동에도 진이 있었다. 또한 그는 1967년 ‘베트남 철수의 논리(Vietnam The Logic of Withdrawal)‘를 집필했다. 그의 반전운동은 1990년대 미국의 유고 내전과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도 드러났다.
진은 빈부격차와 소수의 자본가가 독점하는 체제에 저항적이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가 마르크스가 얘기한 계급사회임을 인지하고, 자본주의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 생각했다. 그는 저서 미국 민중사에서 미국의 그런 모순적 구조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역사적으로 논증해냈다. 따라서 지배계급의 역사가 아닌 노동자의 역사도 보고자 했다.
이 책은 하워드 진의 인생을 다룬 소책자다.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아 몇시간이면 충분히 다 완독할 수 있다. 하워드 진이 집필한 책들은 국내에 많이 번역된 편이다. 그러나 하워드 진의 인생사를 타인이 정리한 책은 없었다. 소책자임에도 이 책이 가지는 의미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워드 진이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지났다. 한국의 저항적 언론인 리영희 선생이 돌아가셨던 연도에 그 또한 세상을 떠났다. 나는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 한국에 리영희가 있다면 미국에는 하워드 진이 있다고! 세상을 실천으로 변혁하고자 하는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