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에서 연작으로 방영하고 있는 리영희 선생의 인생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리영희! 그는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독재시절 폭압적인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수많은 젊은이들을 각성시켰던 인물로, 사상의 은사라 불렸던 저항적 언론인이었다. 40년의 인생을 오로지 펜을 들고 저항했던 그는 현재 대한민국 정치계에 있는 인물들에게도 젊은 시절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으로 현재 노무현 재단에 있는 유시민부터, 현재 대통령인 문재인, 화가 임옥상씨, 현재 성남시장인 은수미씨 등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 있는 군포시 중앙도서관 1층에는 살아생전에 리영희 선생께서 도서관에 기증하신 책들을 모아놓은 장소가 있다. 리영희 선생이 기증한 책 대다수는 선생의 흔적과 손자국이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준다. 즉 이 책들은 리영희 선생이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큰 역할을 했던 책들인 것이다. 나 또한 리영희 선생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무엇보다 한국전쟁 당시 미 육군 총 사령관을 지낸 밴플리트의 통역을 담당했을 정도로 뛰어난 영어 실력을 소유했던 그는 권력형 지도자이자 독재자였던 이승만과는 달리 권력과 권위에 아부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을 추구하는 길을 걸었다. 설사 자신이 삶이 윤택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이러한 부분이야 말로 리영희 선생이 정말로 위대한 인물이라 생각한다. 그는 수십년간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오로지 진실을 탐구하고, 또 밝혀냈다. 그는 이승만 독재정권과 박정희 독재 정권 그리고 전두환 독재정권에 이르기까지 반공주의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세계관을 거부했다. 이승만의 부정부패와 독재정치에 항상비판적이었던 그는 1960년 혁명 당시 단순히 취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위대와 함께 이승만 독재 정권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이승만 정권이 무너졌을 때, 그러한 소식을 외신을 통해 가장 먼저 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미국의 존F.케네디 대통령과 회담을 했을 때, 수많은 족벌 어용 언론들은 마치 한미관계가 동등한 위치에서 혹은 형제애적인 관계에서 잘 해결된 것처럼 보도했지만, 그는 미국 측 인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모아 당시 어용언론이 보도하지 않던 진실을 보도했다. 그리고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이후 박정희 정권이 강요하던 북괴라는 단어를 거부하고 북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아주 용기 있는 언론인이었다.


리영희 선생이 1960년대 기자로써 했던 가장 훌륭한 업적은 바로 베트남 전쟁에 대한 진실탐구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1965년부터 전투부대를 파병하던 박정희 정권은 베트남 전쟁을 단순히 “공산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우방국 미국을 도우러 간 반공성전”으로 보도했다. 베트남 전쟁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던 어용언론들도 그렇게 보도했으며, 실제로 한국 사람들은 당시 베트남 전쟁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리영희 선생은 이러한 박정희 정권의 주장이 얼마나 기만적이고 위선적인지를 단순히 반대하는 걸 넘어서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를 통해 체계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1960년대 당시 진행되고 있던 베트남 전쟁이 미국의 침략전쟁이라는 사실과 북베트남 호치민과 공산당을 따르는 베트남 민중의 민족해방투쟁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박정희 시대가 강요하던 지적 사상적 암흑기에 오직 언론인 리영희만 베트남 전쟁의 진실을 보도했었다.


리영희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이제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20대 중반인 내가 어떻게 해서 리영희 선생을 알게 되었고, 존경하게 되었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내가 리영희 선생을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이었다. 우연히 민족문제연구소 관련한 자료를 찾던 나는 ‘리영희’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리영희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는 김삼웅 선생이 쓴 ‘리영희 평전’을 공익근무를 하던 당시에 읽게 되었고, 진실을 탐구했던 언론인 리영희의 생애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리영희 선생이 쓴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었다. 1970,80년대 당시 운동권과 민주화운동세력에게 사상적 영향을 준 ‘전환시대의 논리’는 나에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주기에 충분했다. 김삼웅 선생의 ‘리영희 평전’과 ‘전환시대의 논리’는 내가 리영희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뉴스타파에서 리영희 선생의 일생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리즈로 방영하는 중이다. 참으로 반갑고 가슴이 벅찬다. 앞으로의 다큐멘터리가 매우 기대된다. 이 글을 읽은 이들도 뉴스타파에서 방영하는 리영희 선생 다큐를 많이 시청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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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0-12-19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리영희 선생을 오래전
조정래의 <한강>을 읽다가 주인공이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는 걸 보고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통킹만 사건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보여준 책이었어요^^

NamGiKim 2020-12-19 16:25   좋아요 1 | URL
제 블로그에 올린 통킹만 사건 관련 글도 전환시대의 논리 참고했습니다. 매우 좋은 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