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 - 만화로 배우는 미국의 모든 것
래리 고닉 지음, 노승영 옮김 / 궁리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하버드 대학과 예일 대학교에서 인정했다는 사실을 밝힌 래리 고닉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만화 미국사를 읽었다. 하버드 대학의 수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학업성적이 우수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파이베타카파의 회원이기도 했던 만화가 래니 고닉은 자신의 전공인 수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물리학, 사회과학 등 다방면의 지적 분야에서도 여러 만화책들을 썼었다. 걸프전쟁이 일어나던 1991년 그는 미국사 관련한 만화책을 집필하기도 했는데, 그게 바로 2018년에 국내에 번역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Cartoon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래리 고닉이 쓴 이 미국사 책은 아메리카 대륙이 아시아 대륙과 연결이 끊기는 시점부터 1991년 미국이 걸프전쟁에 개입하는 시점까지의 미국사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책 제목이 만화를 뜻하는 카툰을 달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책의 내용은 상당히 수준이 높고, 웬만한 미국사와 세계사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일반인들에게는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는 책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배려가 책 안에서도 들어나는데 독자가 혹시 책을 읽는 도중에 까먹을 수 있는 사건이나 단어 혹은 역사 등을 각주를 달아 몇 페이지를 참고하라혹은 이런 사건, 이런 인물, 이런 용어등의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사실 책의 내용을 보면 미국사를 다루면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사회의 문제점들을 미국사를 통해서 일일이 다 다루고 있는데, 이것은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원주민 억압의 역사와 흑인 노예제와 인종차별, 마약문제와 페미니즘 문제 그리고 환경문제를 서술하는 부분에선 저자의 날카롭고 예리한 시각이 돋보인다. 특히나 자연과학쪽을 좋아해서 그런지 환경문제를 다루는 저자의 시각이 가장 많이 각인되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은 바로 미국의 제국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다. 저자 래니 고닉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에 대해 비판의 포문을 여는데 상당히 거리낌이 없다. 거기다 저자 특유의 관점과 만화적 풍자까지 더해진다. 책에서 나온 만평중에 기억에 남는 만평이야 워낙 많지만, 대표적으로 뽑자면 매카시즘 관련 만평이 기억에 남는다. 냉전 초기인 1949년 관련한 파트인데, 여기서 저자는 소련의 핵개발과 중국의 공산화로 인한 미국의 피해망상적 매카시즘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저자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제국주의인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를 물려받아 신제국주의적인 체제로 갔으며, 그러한 신제국주의적 정책이 각국의 반미감정을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한다. 한국전쟁 관련한 부분에선 이승만에 대해 무능하고 부패한 독재자라고 비판하고, 남베트남의 응오딘지엠에 대해서도 부패한 독재자이자 미국의 꼭두각시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보았을 때 저자의 정치관도 꽤나 진보적임을 알 수 있다.

 

래리 고닉의 이 책 말고도 미국사를 비판적으로 접근한 만화 책이 있다. 그 책은 국내에도 번역된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쓴 만화로 보는 하워드 진의 미국사(A people’s history of American empire)’. 그러나 하워드 진의 만화책과 래리 고닉의 만화책에는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물론 하워드 진의 책 또한 미국의 제국주의와 반노동 친자본적인 모습을 아주 날카롭게 비판한 명저이지만,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상당한 진지함과 감정적인 투쟁의식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래리 고닉의 미국사하고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래리 고닉의 책은 하워드 진 선생이 진지하게 혹은 비판적 의식을 감정적으로 고찰시키기 위해 접근한 역사적 사실들을 읽는이가 상당히 즐거움을 느끼게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래리 고닉의 미국사가 가지고 있는 결정적인 핵심이다. 그 덕분에 나또한 상당히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래리 고닉의 미국사 책은 미국사나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 이가 보기엔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내용들이 적잖게 있다. 그러나 그런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래리 고닉의 책은 무엇보다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또한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했던 미국사를 총체적으로 알 수 있고, 현대사회에서 많은 이슈점들을 가진 문제들 또한 같이 알 수 있다. 역사를 좀 공부한 사람이라면 책을 어렵지 않게 읽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미국사를 공부해보지 않았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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