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영화 리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61412일 소련의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기지에서 공군 중위 출신의 우주비행사가 탄 로켓트가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그 로켓트의 이름은 보스토크 1(Восток-1)였고, 보스토크 1호는 우주에 도달하여 1시간 30분간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우주비행을 마친 보스토크 1호는 다시 지구로 돌아왔고, 원래 목표했던 도착지 보다 400km 떨어진 곳에 착륙했지만 확실히 지구에 귀환했으며 조종사 또한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다.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을 마친 조종사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가 바로 유리 알렉세이비치 가가린(Юрий Алексеевич Гагарин) 즉 유리 가가린이다.

  

인류최초의 우주비행사라는 타이틀은 그 상징성이 매우 강력하다. 소련이 해체 된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러시아인들 마음속에는 가가린이라는 인물이 여전히 영웅으로써 기억되고 있다. 4년 전 공익근무를 시작하기 몇 주 전 러시아 여행을 갔던 필자는 러시아에서 레닌, 스탈린, 푸틴, 소련 상징물과 더불어 유리 가가린의 얼굴이 담긴 관광 상품들을 셀 수 없이 많이 봤다. 현재 러시아에서 유리 가가린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얼마나 강력한지 필자는 러시아 여행 과정에서 알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COVID-19로 인해 사실상 밖에 나가기도 힘든 요즘 필자는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필자 눈에 아주 강력히 들어온 영화 한 편이 있었는데, 그 영화가 바로 영화 유리 가가린(Gagarin First in Space)였다. 영화는 2013년 러시아에서 제작되었고, 러닝타임은 2시간 정도 된다. 영화는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비행을 하는 과정과 그가 걸어온 인생사를 총괄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의 흐름은 우주비행전과 우주비행 과정 그리고 우주비행 후로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중간 중간에 옴니버스 형식으로 가가린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유리 가가린의 인생회상 장면에선 어린 시절 그가 놀았던 기억과,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치하에 있는 마을에서 독일군의 음식을 훔치려다 동생을 잃을 뻔했던 기억,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농촌을 떠나 도시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심하던 시절, 전투기 조종사 시절, 아내와의 연애시절과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환호하는 가가린의 모습 등의 장면이 회상신으로써 나온다. 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는 가가린이 동네에서 악단단원으로 연주를 하다가 도시로 가 학교에 입학하기를 결정하게 되는 장면인데, 이 장면에서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가가린은 아버지에게 도시의 기술학교에서 공부하겠다고 밝히는데,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가가린아버지 저는 도시의 기술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학교가 교복을 준대요. 트렌치코트랑 부츠도 주고 기숙사에는 침상도 있대요.

 

아버지또 다른 건?

 

가가린식사도 주고 월급도 줘요.

 

아버지: 뭘 준다고?

 

가가린: 돈을 준다고요. 한 달에 7루블요.

 

아버지: 예전에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아버지가 학비를 내줬어. 학비가 모자라서 송아지도 팔았어. 그랬었지.

 

가가린: 그건 옛날 얘기에요.

 

소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장면이 무엇을 뜻하는지 놓칠 것이다. 즉 과거 러시아 제국 시절 일반인들이 다니기 힘든 학교는 소련을 거치며 무상교육으로 발전했고, 학생들이 필요한 학용품과 생필품 그리고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는 사회가 바로 소련이었다는 사실이다. 소련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필자에겐 영화상에서 언급되는 이 대사가 매우 반가웠고, 소련이라는 사회가 비록 미국보다는 경제적으로 밀릴지언정, 인민대중의 복지체계가 갖추어진 사회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주제는 유리 가가린의 우주비행을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당시 가가린의 경쟁자이자 동료였던 선발된 우주비행사들 또한 외면하지 않았으며, 유리 가가린을 우주로 보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과학자 세르게이 코롤료프를 매우 비중 있게 등장시킨다. 영화에는 유리 가가린 다음으로 우주비행을 마친 우주비행사 게르만 티토프도 나름 의미있게 다루는데, 첫번째 우주비행이 아닌 두 번째 우주비행사가 된 아쉬움이 남는 그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도 잘 보여준다. 사실 영화상에선 언급되지 않아서 그렇지 티토프는 인류 세 번째로 우주비행을 한 우주비행사였다. 그 이유는 가가린 우주비행 성공 1달 뒤 미국의 우주비행사 앨런 셰퍼드가 우주비행을 마쳤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당시 유리 가가린의 우주비행 소식을 들은 소련사람들이 이 사실에 얼마나 열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유리 가가린이 우주비행을 하는 중에 알려진 라디오 방송을 듣게 된 소련인민들은 우리가 인류 최초로 우주에 인간을 보냈어!”라고 하며 열광하고, 앞으로의 우주개척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희망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이었다. 코롤료프로부터 가가린의 우주비행 소식을 접한 소련의 흐루쇼프 서기장은 혈압체크를 하던 중, “전 세계가 우리의 위상을 알게 될 거야!”라고 하며 기뻐한다. 우주비행에서 소련인민들이 느꼈을 감정을 대변하는 장면일 것이다.

  

그 외에도 유리 가가린이 우주비행을 하기 전 느꼈을 기쁨과 두려움 고된 훈련 및 그 외의 감정들까지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가가린이 타고 있던 로켓트가 우주비행을 하는 과정의 그래픽과 연출 또한 상당히 현실적이고, 고증도 잘해놨기에 볼만했다. 러시아의 영화기술이 매우 훌륭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유리 가가린! 그는 1968년 단순한 비행사고로 34세의 나이에 사망했지만, 그가 전 세계적으로 준 영향은 상당했고, 수많은 러시아인이 그를 기억하고 있다. 소련의 영웅 가가린과 인간 가가린을 동시에 보고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를 매우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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