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레닌의 러시아 혁명으로 탄생한 나라 소련은 70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했던 나라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라는 제1의 자본주의 경제대국하고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경쟁을 했던 나라로 냉전(Cold War)을 장식했던 국가였다. 미국하고 경쟁했던 소련이 미국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였던 부분은 바로 체제에 있었다. 미국은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였다면, 소련은 집단과 공동체의 이익과 소유를 우선시하는 사회주의 사회였다.

 

냉전시기 그 냉전의 영향력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던 한국사회에선 공산주의는 절대로 긍정받을 수 없는 혹은 긍정해서는 절대로 안 될 악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대중들이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을 좋게 볼 리 만무했고, 소위 서방제국주의자들과 우익들이 의도적으로 퍼뜨리거나 과장한 내지는 왜곡해온 소련에 대한 인식이 한국의 대중들에게도 먹혀들어갔다. 1990년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소련(현재는 러시아)의 영토인 사할린 섬에 살던 한인 1세대 중 한명은 19913월 한국에 있는 친척을 만나러 왔는데, 2일 뒤 기분이 매우 나쁜일을 겪었다. 수십년만에 고국에서 친척을 만났지만, 친척들이 인식하는 사할린 동포에 대한 인식이 매우 천박했기 때문이다.

 

그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자신들(사할린 동포)을 마치 감자와 빵만 먹고 사는 즉 못먹고 사는 가난뱅이로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사실에 입각한 것이 아니 공산주의 국가는 가난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소련 시절 일반 인민들의 삶은 절대 빈곤하지 않았다. 일반 사람들의 편견과는 달리 굶는 사람은 없었으며, 그저 빵과 감자만 먹는 사회가 아니었단 말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저 사회주의 국가하면 가난하고 기본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한 아주 불행한 국가 취급을 했다. 그리고 이런 편향된 우익적 편견은 지금도 한국사회에 남아있다.

 

소련에 대한 이와 같은 편견은 비단 반공주의적 색체가 강한 한국만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소위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서구 국가들 또한 소련과 소련식 사회주의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차 있다. 대표적으로 서방세계가 소련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학살, 독재, 강제수용소, 비밀경찰, 언론탄압, 굶주림과 같은 단어들이다. 한국의 극우주의자들이 북한을 볼 때 막연히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우익적 편견에 맞서 사회주의를 방어하고 수호하고자 하는 집단이 유럽에 있다. 그게 바로 그리스공산당(KKE)이다.

 

1918년 창당이래로 지금까지 사회주의라는 혁명적 대의를 위해 항상 행동으로 실천해왔던 그리스공산당(KKE)은 사회주의 국가 소련의 혁명적 업적과 대의를 이어받고자 고군분투하는 단체다. 지난 2013년 그리스공산당에선 소련에 대한 우익들의 왜곡에 맞서 3가지 파트로 나눈 책을 출간했다. 그 책이 바로 사회주의에 대한 진실과 거짓(Truth and Lies about Socialism)’이다. 책의 구성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사회주의 경제에 대하여(On the socialist economy)’, 두 번째는 사회주의 권력에 대하여(on the socialist power)’, 세 번째는 역사왜곡에 대하여(On the falsification of history)’.

 

첫 번째 파트인 사회주의 경제에 대하여는 과거 사회주의 국가 소련이 추구하고 실천했던 계획경제가 어떻게 해서 사회주의를 이루는 요소인지, 그리고 그 계획경제를 통한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자본주의의 생산수단의 사유화와 어떻게 달랐는지 또 왜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필요한지 거기서 인민들에게 부여되는 경제적 혜택이 무엇인지를 얘기한다. 궁극적으로 이런 사회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자본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부르주아지들에 맞서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켜 권력을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 하면 그저 모든 것을 똑같이 나누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크다. 즉 이렇게 이상적이기에 사회가 발전할 수 없고 생산력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 사회주의 소련은 그렇지 않았다. 1930년대 소련이 추진한 사회주의 경제 모델은 사회주의를 왜곡하는 서방의 기준으로도 연 최소 14%의 경제성장률과 생산력을 보였으며, 단기간의 발전을 통해 무상복지를 인민들에게 부여했다. 여기서 얘기하는 무상이란 똑같이 분배한다는 개념이라기 보단 인민이 받아야할 하나의 권리로써 의료나 교육 공공시설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다. 또한 사회주의 사회는 모두가 똑같이 월급을 공평분배 받는 사회가 아니었다. 사회주의 사회에선 노동한 만큼에 따라 급여를 받는 사회였다. 즉 더 많이 일한 사람은 적게 일한 사람보다 많이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한 원칙을 통해 1930년대 소련에선 스타하노프 운동이 일어났다. 책에선 스타하노프 운동에 대하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로 사회주의 건설 첫 해 동안 공산주의자들의 주도하에 노동자들이 조직한 자발적 노동인 공산주의 토요노동(Communist Subbotniks)”이 있다. “공산주의 토요노동은 사회의 가장 의식적인 부분인 공산주의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 노동에 대한 공산주의 태도를 형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했다. 그것은 노동에 대한 새로운 규율을 장려하고 노동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였다. 또한 주목할 만한 사례로 1930년대 소련에서 발전한 스타하노프(Stakhanovite) 운동이 있다. 스타하노프 운동은 사회주의 생산에서의 혁신적인 노동자들의 대규모 운동으로 새로운 기술의 응용에 기초하여 노동 생산성을 급격히 증가시켰다.”

 

출처 : 소련 사회주의에 대한 진실과 거짓 p.26~28

 

두 번째 파트인 사회주의 권력에 대하여 서방과 우익들이 가장 많이 악의적으로 얘기해온 주제로써 거기에 대한 반박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프롤레타리아트 독재가 공산당의 독재라던지, 공산주의와 전체주의가 같다던지 하는 우익들과 서방세력들의 악의적인 주장들에 대한 반박 말이다.

 

소련 사회는 1924년 소련 첫 헌법에서 확립되었던 것처럼 노동자들의 직접적임 참여가 대표적인 단체들에서 간접선거에 의해 수행됐다. 1936년까지 소련에선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참여는 공장, 생산단위, 마을에서 노동자권력의 중핵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일련의 대중 조직들의 기능을 통해 이루어졌고, 국가의 법률을 승인하기 위한 절차에선 노동자권력의 중핵 조직들의 회합이 개최되었으며 그 모임에서 노동자들은 투표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과 입장을 표현할 수 있었다.

 

소련에서 기관들의 작동은 정치활동에서 대중들의 전례 없는 참여를 보여주었다. 1977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국가권력의 지역기관(예를 들어, 대표자 소비에트)은 국가 전역에 5만개 이상이 존재했다. 이러한 소비에트에는 220만 이상의 선출된 대표자들, 즉 소련 전체 주민의 대략 1%가 있었다. 11936년 헌법부터 41년 만에 2,500만 명 이상의 인민들이 비스와 콜호즈(집단농장)에 있는 인민의 통제기관 안에서는 노동자 회합에서 2년마다 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있었고 대략 920만 명의 노동자들이 이러한 기관들에 참여했을 정도다. 즉 소련이라는 사회에는 최소한 이러한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었고, 거기에서의 중심은 노동자 권력이었다는 점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서구식 민주주의를 얘기하면 마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인냥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면에선 민주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공산당도 포옹한다는 논리로 간혹 나가기도 한다. 이 책은 거기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르주아 계급이 일반적으로 공산당들이 방해받지 않고 활동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부르주아 계급은 공산당들이 자신들을 전복하기 위해 싸운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들의 지배가 위험에 처했을 때, 공산당들에 대해 더 가혹한 수단들을 동원한다. 국제공산주의 운동과 그리스에서 그리스공산당(KKE)의 역사는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박해로 점철돼 있다. 공산당의 합법적이고 공개적인 활동은 노동자 계급의 승리이다. 그리스에서 1929년 엘레우테리오스 베니젤로스 민주정부는 공산주의를 법률 위반으로 선언하고 공산주의 사상을 법률로 금지했다. 그리스공산당은 27년 동안(1947-1974) 불법으로 남아 있었는데, 그 기간 중 20년은 파시스트나 군사독재 기간이 아니라 부르주아민주주의 정부의 기간이었으며, 그 시절 테러, 고문, 추방, 처형 등이 자행됐다. 최근까지 민주주의의 정점으로서 위선적으로 유럽연합(EU)을 대표했던 의회민주주의와 다당제 체제의 옹호자들이 유럽연합의 많은 국가들에서 공산당들과 청년조직, 공산당의 상징들을 법으로 금지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체코 공화국에서 공산주의 청년조직은 최근까지 불법이었다. 부르주아 법정은 다음과 같이 판결 내렸다. “공산주의 청년조직 강령에는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사회적 소유로 대체할 필요성을 표명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범죄이다! 폴란드와 어디에서든지 공산주의 상징물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공산주의자들이 부르주아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존재한다. 발트해 국가(Baltics)는 공산당을 금지하는 반면 나치 친위대(Nazi SS)를 찬양한다. 유럽연합은 자신들의 공식사상을 역사적으로 부정확하게 만들어버렸고 파시즘과 공산주의, 반공주의를 자극적으로 동일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공산당들이 합법적인 경우조차도, 부르주아 계급은 공산주의 사상이 확산되고 선전되는데 많은 장애를 두고 있으며 물론 그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하에서 부르주아는 공산당들에게 권한을 주는 것을 허용한다. 부르주아 정치체제와 부르주아 국가에게 공산당들이 그들의 최고의 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법은 노동자들의 권리"이지만 역시 대중의 이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들(파업, 부르주아 정책 등에 반대하여 저항하고 통제되지 않는 조직)은 합법의 경계에 있어야 하고 그리스공산당은 얼마나 오랫동안 정치사상을 압축한 당의 구호 때문에 공격을 당했던가?”

 

출처 : 소련 사회주의에 관한 진실과 거짓 p.74~76

 

마지막으로 다루는 세 번째 파트인 역사왜곡에 대하여는 서방 제국주의자들과 우익들이 항상 악의적으로 왜곡해온 소련과 사회주의에 대한 역사왜곡을 다루고 있다. 서방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룰 때 항상 얘기하는 독-소 불가침 조약이나, 폴란드 분할, 핀란드 침공, 카틴 대학살, 베를린 장벽, 헝가리 봉기 등에 대한 서방의 과장 혹은 왜곡을 반박한다. 사실 필자는 이 주제가 가장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여기서 깊게 다루는 역사왜곡은 현재 서구 세력들 구미에 맞게 포장되어 있으며, 소련의 처지를 악마화 하는데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주제는 동독과 베를린 장벽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베를린 장벽이나 동독에 관한 것은 지극히 서방과 서독 입장에서 서술되는 측면이 강하다. 그 구도는 대표적으로 동독은 못살고 자유가 없지만, 서독은 잘살고 자유가 없어서 대다수 사람들이 동독을 떠난다인데, 이 책은 거기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을 담고 있다.

 

실제로 냉전 초기 동독과 소련의 자료에 따르면 서독에서도 최소 60만 이상이 동독으로 이주를 갔는데, 설사 서방의 논리를 적용하여 그것이 과장된 수치라 할지라도 분명한건 서독에서도 그 체제에 반대되는 사람들이 동독에서의 탈출자 못지않게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독일의 분할은 소련에 의해서 생긴 것이 아닌 서방국가들에 의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스탈린은 1952년 당시 포츠담 결의에 따라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에게 독일의 재통일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이를 거절한 것은 서구세력들이었다. 1955년 소련의 바르샤바 조약 기구에 동독이 합류한 것은 1954년 서구 세력들이 제국주의적 목적에 따라 창설된 NATO에 대한 대응이었다는 점을 책은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처럼 소련 사회주의에 대한 진실과 거짓은 우리가 우익과 서방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근거 출처를 밝혀가며 입증하고 있다. 책을 통해 필자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사실은 소련은 자본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혹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부르주아적 이익에 따라 의도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려 했던 가치들을 책임지는 사회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르주아적 이익의 원리에 따라 사회가 돌아가는 자본주의 사회는 의도적으로 사회주의가 추구하던 가치를 부정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이타주의 보단 이기주의와 욕심을 강조하고, 그런 가치들을 폄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주의 국가 소련은 1991년에 해체됐다. 해체 원인에는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작용이 있었지만, 소련이 사회주의 국가로서 추구했던 가치는 동시대에 존재했던 자본주의 국가들이 추구했던 가치보다 훨씬 아름답고 인간적인 가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소련은 냉전시기 제3세계에서 일어나는 반제국주의 투쟁에서 혁명의 편에 섰으며, 제국주의자들의 반혁명적 책동을 분쇄시키고자 했다. 중국 혁명, 베트남 혁명, 쿠바 혁명에서 소련의 지원은 그런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소련 사회가 추구했던 가치는 지금도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남아야 한다. 인민 모두가 무상으로 교육받을 권리, 무상으로 치료받을 권리, 공공시설을 이용할 권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책 끝부분에 나온 말을 인용하며 마치겠다.

 

청년 공산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은 역사를 공부한다. 우리는 역사에서 이전 혁명 세대들의 가치 있는 모든 경험과 국제공산주의 운동, 당과 우리 인민들의 영웅적인 전통을 끌어낸다. 앞으로의 투쟁과 자본주의를 전복하기 위한 혁명투쟁에서 더욱 더 유능하고, 효과적으로 되도록. 우리는 조직된 인민들의 정당하고 억누를 수 없는 권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깃발, 국제 노동자계급의 투쟁의 깃발 아래 우리는 투쟁을 계속할 것이고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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