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길고도 긴 다큐멘터리 한편을 다 봤다. 미국의 EBS라고 할 수 있는 PBS에서 만든 베트남 전쟁 다큐다. 이 다큐는 2017년에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PBS에서 만든 이 다큐는 총 10부작짜리 다큐로써 1편당 1시간 40분정도의 긴 러닝 타임을 자랑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다큐멘터리의 첫 시작은 베트남에서 교전하고 있는 어느 미군들의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참전용사의 인터뷰를 보여준 뒤, 19세기 프랑스가 다낭항을 점령했을 때의 얘기로 올라간다. 북남베트남을 아우르는 참전용사들과 베트남전쟁을 겪었던 베트남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 근현대사에 대해 설명하면서, 호치민에 대한 얘기로 넘어간다. 그렇게 시작된 베트남 근현대사에 대한 설명은 1954년 베트민군이 프랑스 제국주의 군대를 대패시킨 디엔비엔푸에 대한 설명과 북남베트남 분단이후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1편이 끝난다. 그리고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베트콩)의 창설과 남베트남 내부의 반 고딘디엠(응오딘지엠) 투쟁을 다루고 3편부터는 통킹만 사건을 다루며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한 시점을 다룬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대한 설명은 10화에서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이 몰락되는 시점을 다루며 끝이 난다.
이 다큐는 남베트남군, 북베트남군, 베트콩, 베트민, 어린시절 미군의 무차별 폭격을 목격한 베트남인, 보트피플로 탈출한 베트남계 미국인, 일반적인 미군병사, 미군사고문단으로서 활동했던 미군장교, 반전운동가 그리고 그 시기 전쟁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까지 해서 그 시기를 경험했던 60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었다. 그 점에 있어서 이 다큐는 객관성이 보장된다.
1960년대 미국이 참전한 베트남 전쟁은 미국 사회의 변혁을 가져왔다. 2차세계대전 이후 소련과의 경쟁으로 냉전 체제에 접어든 미국은 자신들을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구하는 자유진영’이라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당시 미국은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선 무력과 폭력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힘의 논리를 가지고 미국은 베트남 전에 개입했다. 그것도 1964년 통킹만 사건을 조작해가면서 까지 말이다. 그렇게 개입한 미국은 베트남 전에서의 상황이 진전되지 않았음에도 국민들을 기만했다. 그것이 기만이었다는 사실이 바로 1968년 1월 31일 북베트남군과 해방전선(베트콩)이 감행한 구정대공세로 들통 난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미국 내에서는 기존에 일어나던 반전운동이 아주 격화됐다. 반전운동을 통해서 미국인들은 미국 정부가 국민들 기만하고 속일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베트남전 반전운동은 흑인인권운동과 여성운동, 성소수자 운동 그리고 미국내의 수많은 사회운동과 맥을 같이했다. 베트남전 반전운동은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서독,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같은 서방국가들에서도 일어났고, 심지어 일본에서도 일어났다. 이처럼 베트남 전쟁이 사회에 미친 영향은 막대했다.
그렇다면 미국내에서는 반전운동만 있었을까? 그것 또한 아니다. 미국 내에서 베트남 전 반전운동이 시작된 것은 1965년 부터였다. 이때는 대학에 다니던 학생들과 진보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 전개 했다. 그들 중에는 베트남의 역사와 민족해방운동의 진실을 알고 미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던 해방전사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학수의 대다수는 베트남 민족해방운동에 대한 지지와 더불어 성소수자 운동, 여성인권운동, 흑인인권운동 또한 아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던 미국인들도 있었지만, 미국식 보수주의에 빠져 베트남 전쟁을 지지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주로 반공주의적이었고, 성소수자를 아주 경멸했다. 이들은 동시에 미국의 북베트남 폭격과 베트남 전 개입을 지지하며 제국주의의 침략전쟁을 옹호했다. 그러나 그들은 구정 공세 이후 반전운동을 지지하는 쪽보다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2016,17년 촛불혁명때처럼 말이다. 이들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현재 틈만 나면 북폭이나 반공을 외치는 대한민국의 박사모들이랑 많이 오버랩됐다.
베트남 전쟁 다큐를 보면서 “베트남 전쟁은 반전운동으로 인하여 수많은 변혁운동을 촉발시킨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일으킨 최대의 실수라는 생각이 많이들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참전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3번이나 있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가 다시 베트남을 식민지화하려고 하자 호치민이 미국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1954년 디엔비엔푸 전투 이후 제네바 협약에 따라 남북베트남이 분단되어 통일을 위한 총선을 거론했을 때 그리고 1963년 고딘디엠(응오딘지엠) 암살 이후 남베트남의 내부 총질(쿠데타)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을 때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3번다 주도적으로 개입했고,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리고 패배했다.
PBS에서 만든 베트남 전재 다큐는 10부작인데다가 1편당 보통 1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지만 난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베트남 전쟁 관련 서적으로는 캐나다 종군기자 마이클 매클리어가 쓴 ‘베트남 10000일의 전쟁’이라는 책이 있다면 베트남 전쟁 관련 다큐로써는 PBS 베트남 전쟁 10부작이 있다는 것을! 둘 다 객관성이 보장되고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진 베트남 전쟁에 대한 자료니 자료로써 크나큰 가치가 있다.
정말 좋은 다큐를 받다. 이 다큐를 추천해준 페친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베트남 전을 다룬 이런 명작다큐가 국내에서도 만들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