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두명이 잡혔다. 황장엽을 암살하기 위해 2009년 11월 북한을 출발하여 태국을 거쳐서 탈북민의 신분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한다. 국정원에서 꼬리를 잡고 수사하다가 황장엽을 암살하기 전에 다행히 잡았다고 한다. 인터넷 포털 뉴스 여기저기에 이에 관련된 기사가 널려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정찰총국 주로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곳인지라 천안함도 이들과 관련이 있지 않겠는가 생각해서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기사 중 YTN의 기사를 옮겨본다.  

http://media.daum.net/politics/cluster_list.html?newsid=20100421080933094&clusterid=155804&clusternewsid=20100420231105183 

  그런데 말이다. 참 공교롭다는 생각을 해본다. 천안함이 침몰하고 처칠을 본받아 정례 브리핑을 할 때 대통령이 자신의 실정 때문이라고 눈물을 흘리고, PD 수첩에서 검사의 관행에 대해서 태클을 걸었다. 정국이 혼란스럽고 집권층은 도덕적인 치명타를 입었다. 거기에다가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행위가 분명하다며 방송에서 이렇게 저렇게 말을 흘리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북파 간첩이, 그것도 테러를 자행할 정도로 무식한 정찰총국 소속의 북파 공작원이 잡혔다는 것이 무척이나 공교롭다는 생각이 든다. 황장엽 암살이라는 자극적인 목표도 그렇고, 천안함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뒤집어 씌우려는 모습도 그렇고, PD 수첩의 기사는 한개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북파 공작원을 잡았다는 기사만 잔뜩 널려 있는 것도 그렇고. 

  왠지 기사를 접하는 순간, 물타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정권들이 주로 사용하던 간첩으로 물타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이미 집권 초기의 어려움을 성을 매개로 한 여자간첩 한명 잡음으로 인하여 돌파했던 이력이 있지 않은가?  

  물론 아닐 것으로 생각하지만, 절대 그럴리 없을 것이라고, 케케묵은 고전 수법을 써먹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공교로워서 의심이 든다. 아니 너무 작위적인 냄새가 나서 의심이 들다가도 설마 하는 마음에  의심을 접는다. 허허실실이라고 해야하나.  

  어찌되었든 너무 공교롭다. 표면적으로는 황장엽 암살을 위해 내려운 북파 공작원이 암살은 고사하고 여럿 살리는 웃기는 상황을 보면서 이런 노래가 생각이 난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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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2010-04-2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공작원도 참 웃기는 '찌질이'들입니다.
별 활동도 못해보고 입국 초기에 걸렸으니... 영화로 치면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주연급들일 텐데 입국심사 한방에 3류 엑스트라로 돌변해버렸죠.
“물론 아닐 것으로 생각하지만, 절대 그럴리 없을 것이라고, 케케묵은 고전 수법을 써먹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가닥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saint236 2010-04-21 14: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한가닥 의구심은 여전하죠.

건조기후 2010-04-2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찮게 영화 의형제라도 봤나봐요.ㅋ 전 북파공작원 어쩌구 기사 타이틀 보는 순간, 내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이 기분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니까요.ㅎㅎㅎ 말씀 그대로 허허실실이에요.

saint236 2010-04-21 15:04   좋아요 0 | URL
만약 이게 허허실실이라면 제가 할 말은 한마디 밖에 없습니다. "대박!"

saint236 2010-04-2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위에 북파라고 썼네요. 북한에서 파견했다는 의미에서 북파라고 할 수 있겠죠...^^
 
콘스탄티노플 함락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0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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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전에 출판된 책이다. 로마인 이야기보다 먼저 나왔던 구판 책을 사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었으나 사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10여년을 끌게 되었다. 그러다가 신판이 나왔다길래 고민을 하다가 눈 딱 감고 질렀다. 전쟁 3부작의 책을 모두 샀다. 색깔로 표현되는 지중해의 3대 도시를 묘사한 책은 아직 사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그것도 사려고 생각중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참 재미있다. 그녀가 정통 역사학자가 아닌지라 그녀의 저작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그정도쯤은 우습게 날려 버릴정도로 사료에 충실하다. 그렇다고 그녀의 책이 재미없게 역사적인 사실들만 늘어 놓았다는 말은 아니다. 역사적인 사료들로만 채워질 수 없는 부분들은 그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 해놓았다. 그러니 그녀의 저작들을 정통 역사서라고 하기에 조금은 무리가 있다는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전쟁 삼부작을 기록하면서 시오노 나나미는 분명히 말한다. 그녀가 묘사하는 지중해 역사상 많은 전쟁들이 있지만 그녀는 세가지 전쟁에 대해서만 흥미를 느끼게 된다고. 그녀가 흥미를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전쟁의 규모 때문이 아니라 전쟁의 결과 때문이다. 전쟁의 규모만 놓고 본다면 3가지 전쟁보다 더 대단한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전쟁이 초래한 결과를 놓고 본다면 나도 주저없이 3가지를 꼽을 것이다.  

  전쟁 3부작 중 첫번째인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은 서유럽이 고대 로마의 찬란한 영광을 붙잡는 중세로부터 벗어나 근대로 넘어오는 르네상스를 촉발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 조금은 거친 감이 있지만 메메드 2세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없었다면 서유럽에서 르네상스가 그렇게 활짝 꽃을 피우지 못했을 것이며, 대항해 시대가 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총포로 대변되는 전술의 변화와 이에 따른 시민 계급의 성장도 없었을 것이다. 설령 있다고 할지라도 최소 몇백년은 더 흐른 후에나 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은 그 초라한 규모에 비하여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온 전투라고 평가할 수 있다. 투르크의 15만 군단이 대군으로 느껴지겠지만 지중해에서 벌어진 전쟁 가운데 15만쯤은 우습게 여길 정도로 많은 군사가 동원된 예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방어측의 군사는 더더욱 초라할 뿐이니 말할 필요도 없다. 

  "새로운 발전을 위한 혼돈. 역사의 새판짜기"라는 말이 콘스탄티노플 전투의 숨겨진 의미이다. 실제로 이 후에도 투르크는 지속적으로 서쪽을 진출했고, 오늘날 터키의 기본적인 국경을 형성했으며, 이슬람과 기독교가 복잡하게 섞여 있는 세르비아 일대의 종교분포, 이탈리아 도시 국가의 쇠퇴와 민족을 중심으로 하는 근대 국가의 형성, 바다 사나이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항해 시대, 무적함대, 넬슨, 엘리자베스 여왕, 네덜란드의 대두, 바르바로사 등등 수없이 많은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게 된다.  

  벌써부터 2권이 기다려 진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일들로, 그리고 어떤 결과로 자신의 존재를 강변하게 될지. 시오노 나나미라는 이야기꾼이 어던 이야기 보다리를 풀 것인지.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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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 캠프 - 최고 중의 최고로 만들어주는 전설의 플레이북
존 고든 지음, 조진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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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한참 힘들어 할 때의 일이다. 내 전임자가 일을 너무 잘해 놓고 간 것이 원인이었다. 카리스마 있었던 사람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전임자의 스타일에 친숙해 있었다. 내가 전임자와 스타일이 비슷했다면 문제는 없었겠지만 전임자와 나의 스타일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전임자는 카리스마로 이끌어 가는 편이라면 나는 그 사람이 일어날 때가지 옆에서 기다려 주고 밀어 주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일을 해도 전임자와 비교가 되고 왜 그렇게 안하냐고 몰아붙이기 일쑤였다. 지금까지 유지해온 내 스타일을 포기할 수 없고, 그렇다고 계속 부딪히는 것도 어렵고 해서 이직을 고민했다. 더 힘들어지기 전에 빨리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어떨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마음을 거의 다 굳히고 멘토처럼 지내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 모든 사정 설명을 들은 선배가 하는 이야기가 이것이다. 

  "지금 너를 보고 하는 평가에 너무 흔들리지 마라. 전임자는 몇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미 평가를 받은 것이고 너는 이제 시작인데 자꾸 평가에 연연하냐. 지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네가 떠나고 난 다음에 너를 어덯게 평가할까를 보고 노력해라." 

  이 말 때문에 아직 남아 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조금만 더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티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사람은 떠나고 난 다음에 무엇을 남기는가가 참 중요하다. 트레이닝 캠프는 이 사실을 재미있게 가르쳐 주는 책이다. 

  존 고든의 책, 에너지 버스 1과 에너지 버스 2는 모두 읽었다. 두 책은 어덯게 하면 성공에 이를 것인가, 어떻게 하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배제하라,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라, 불평을 금하라, 중요한 것에 집중하라 등등 일을 했다면 어떻게 결과를 남길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샐러리맨들이나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 혹은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실제적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들은 모두 교회에서 만나는 청년들과 함께 읽었고, 불평을 금지하자며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존 고든의 세번째 책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책은 바로 구매했으나 왠지 읽혀지지가 않았다. 에너지 버스 1, 2와 같은 것은 아닌가? 괜히 읽어봐야 소용이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책만 사놓고 책꽂이의 장식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시간이 조금 남길래 부담없이 읽자라는 마음으로 책을 펴기 시작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정신없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요즘 나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삶의 태도, 효율적으로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하여 말했던 존 고든이 그것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말을 던지고 있다. 최고가 되고 성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고가 무엇이고, 성공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해야할까? 어지보면 생각의 깊이가 더 깊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지금 이순간 성공을 위해 살아라. 그렇지만 진정한 성공은 나만의 성공이 아니라 무엇인가 위대한 것을 남기는 것이다. 나만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라는 그의 단순한 메시지가 마음 깊이 울려 퍼진다. 무한경쟁의 시대, 일렬로 줄을 세우고 성공과 실패, 낙오를 구분하는 삭막한 시대에 진정한 성공이란 나만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와 더불어 사는 것임을 외친다는 것이 얼마나 바고 같은 짓인가? 그렇지만 그 바보같은 짓이 그저 싫지만은 않다. 

  옛날 학생 때 자주 불렀던 노래가 문득 생각이 났다. 그 노래의 가사를 인용하면서 서평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기독교인이라면 친숙한 내용인 오병이어의 사건을 이렇게 풀었다.) 

  맛있는 밥을 서로 먹여주면서
  더러운 발을 서로 씻어주면서
  고등어 두 마리와 찹쌀떡 다섯개로
  우린 오천명도 무지무지 배부를 수 있단다
 
  이천마리 고등어를 오천개나 되는 떡을
  이리저리 뺏어모아 저 혼자서 다 먹고도
  모자라는 사람들아

  맛있는 밥을 서로 먹여주면서
  더러운 발을 서로 씻어주면서
  고등어 두 마리와 찹쌀떡 다섯개로
  우린 오천명도 무지무지 배부를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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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램의 희망 - 삶의 매순간은 신성하다
강인식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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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매 순간은 신성하다. 

  책 표지에 씌여있는 이 말이 나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이지선, 닉 부이치치, 조엘 등등 장애와 사고를 입은 후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사고 후 힘들고 어려운 인생을 딛고 살아가는 모습,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고 힘을 얻는다. 이상묵 교수 또한 같은 부류의 사람이다. 사고를 당한 후 어떻게 사회로 복귀하게 되었는가에 대하여 솔직하게 이야기함으로 인하여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아니 이상묵 교수의 존재 자체가 희망이지 않을까? 

  크리스토퍼 리브라는 미국의 배우 때문에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척추 손상. 나오는 거리가 먼 병이다. 절대로 걸릴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세상에 절대로란 없다. 게다가 척추 손상은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자동차 사고 같은 충격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병이라 하니 생각보다 흔한 장애일 것이다. 그럼에도 왜 우리 주변에 척추 손상을 통해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가? 그들 스스로 숨어 버렸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니다. 그들 스스로 숨어버린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좁은 공간 안에 가두어 버린 것이 맞을 것이다. 솔직하게 나도 척추 손상을 입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본다면 평범한 사람들을 대하듯이 스스럼 없이 다가가기는 힘들 것이니까 말이다. 

  장애를 숨겨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상묵 교수는 당당하게 자신의 장애를 밝힌다. 그리고 자신이 사회에 다시 복귀하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했는지, IT 기술의 도움을 어떻게 받았는지를 자세하게 기록한다. 자신과 같은 상태에 있는 장애인들이 사회와 소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고 그들의 권리를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를 보면서 삶의 매순간은 신성하다는 말의 의미를 깊이 깨닫는다. 사고를 통해서 장애를 입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서 자신은 운이 좋은 행운아라고 말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숙연해지기도 한다. 자신을 재활용인간이라고 부르면서 두번째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가치와 유머 감각은 겉 모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철저하게 깨닫게 된다. 

  이상묵 교수는 학자답게 자신이 공부하는 분야에 대해서, 한국이 추구해야할 과학에 대해서도 소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MIT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류대학은 아니, 전 세계의 일류대학은 지금 당장에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것에 매달리지 않는다. 대학은 짧게는 20~30년, 길게는 수백 년 뒤에 닥칠 문제를 연구한다. 눈앞의 실용성을 내다보고 당장 잘나가는 전공을 정하려 했던 나는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P.119) 

  일류를 꿈꾸고, 세계 최고를 좋아하는 한국의 많은 대학들과 정치인들이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을, 당장 따먹을 수 있는 것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장려하는 것이 한국의 교육정책이다. 그러니 인문학이 쇠퇴할 수밖에 없고, 기초 학문이 쇠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문학과 기초 학문의 쇠퇴는 결국 발전을 향한 에너지를 깎아 먹는 요인일 것이고. 이상묵 교수에게 중간 진입 정책을 어필했던 박소장의 생각이 그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 씁슬하다. 

  마지막으로 그가 서울대 교수라는, MIT 출신이고 세계적인 과학자라는 포지션이 없었다면 사회복귀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상묵 교수가 행운아라는 말에는 분명 이런 의미도 포함이 될 것이다. 이 사실을 생각하니 입맛이 쓴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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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0-04-1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 116p 첫줄 불고하고=> 불구하고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권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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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왕자의 귀환이라는 책으로 익숙한 김태권씨의 역사만화다. 서양의 문명을 형성하는데 로마가 지대한 영향을 주었듯이 동양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초한지와 삼국지 사이의 역사에 대하여 무지한 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십분 동의한다. 국내 모 당의 당명과 동일하기 때문에 무시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저자의 걱정아닌 걱정때문에 저자의 말을 읽다가 파안대소했다. 정말 대단한 유머 센스가 아닐 수 없다.  

  먼저 이 책은 김태권이라는 이름값을 충분히 하는 책이다. 역사 책에 스록되어 있는 장비내지는 노지심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바늘하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빈틈없고, 사람들에게 일벌레라고 비난을 받을 정도로 일중독적인 진시황의 모습을 얼짱으로 그린 것은 참신한 시도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도 여러가지 사실을 종합하여 판단컨대 장비 내지는 노지심스러운 얼굴보다는 김태권씨가 그린 얼짱 스타일이 진시황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각 장이 마칠 때마다 사기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서 사마천은 어떠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그리고 후대의 역사가들은 이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설명해 놓은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요, 지식이다. 게다가 각 페이지마다 각주를 달아 인물의 복색에 대해서, 지위에 대해서, 말에 대해서, 그리고 인용된 그림에 대해서 분명히 출처를 밝히는 그의 태도는 이 책을 위하여 얼마나 공들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연구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책을 읽어가면서 각주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면 자칫 내용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기에 다 읽고 난 다음에 궁금한 점들만 찾아 내어 읽는 것이 각주를 대하는 바른 태도일 것이다. 

  1권은 한나라가 태동하기 전 진시황에 의한 중국의 통일과 그의 업적에 대해서, 이사와 조고, 호해에 의하여 어떻게 제국이 멸망해 가는지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다. 여불위, 한비자, 진승, 오광 등 낯익은 이름의 등장, 그리고 이연걸 주연의 영웅(1995년에 나온 액션 영화가 아니다.)과 자객 형가의 이야기를 비교해 보면서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진시황은 폭군으로 묘사되는가 생각해본다. 서방의 세계에서 알렉산더는 위대한 정복왕이자 군주인데 같은 일을 한 진시황은 왜 분서갱유를 단행한 폭군이요, 장생술에 몰입하고 후계자를 잘못세운 얼치기 암군 정도로 이해가 되는가?  나는 그 이유로 크게 두가지를 꼽는다.  

  첫째, 그의 정치가 너무 솔직했기 때문이다. 진시황은 철저하게 법가에 치우친 사람이다. 그가 중용한 이사와 이사의 건의를 받아들여 제거한 한비자는 모두 법가의 사람이다. 군현제라는 중앙집권을 처음으로 실시하고 모든 도량형과 화폐를 통일하고 도로와 성벽을 점검하고 중수한 것은 분명 진시황의 업적이다. 분명 이러한 치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과 제도가 필요한데, 진시황이 이것을 해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법가에 치우쳐 있었는지를, 또한 법치를 실행해낼 센스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정치는 너무 솔직하다는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이리돌리고 저리돌리면서 좋은 말로 위로하고 뒤로는 호박씨를 깔 줄 몰랐다는 것이 진시황이 악평을 받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솔직하게 중국 역사상 그 누가 법치를 포기했는가? 중국 사람들이 그렇게 존경해 마지 않는 한고조 유방도 말로는 인의 정치고 유교를 앞세웠지만 실상은 법가로 제국을 다스리지 않았던가? 결국 진시황과 한고조의 차이는 솔직담백이냐, 의뭉스러움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진시황은 의뭉스러움이 부족했던 것이다. 조조와 유비의 예를 봐도 분명하다. 많은 치적에도 불구하고 조조가 중국 사람들의 미움을 받은 것은 그가 너무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실책과 오만에도 불구하고 의뭉스러움 하나만으로 인의의 사나이라는 평가를 받은 유비야말로 유교를 정치 이념으로 내세우고 뒤로 호박씨를 까는 집권층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언론의 탄압이다. 분서 갱유는 진시황으로 하여금 무식한 폭군이라는 악명을 얻게 만든 유명한 사건이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서 얼마나 많은 유생들이 전설처럼 산매장을 당했는가? 그리 많지 않다. 말은 갱유이지만 영화에서 보듯이 무식하게 화살로 조나라의 서생들을 다 쏴죽이지도 않았고,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전국의 모든 유생이란 유생은 다 씨를 말린 것도 아니다. 실제로는 그에게 사기쳤던 방술사들 몇이 처형을 받았으며, 여기에서부터 불거져 나온 그의 정치를 비난하는 이들을 숙청한 것이 갱유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시황이 유생을 탄압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만 그의 탄압이 상상만큼 대단한 것이 못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왜 갱유라는 악평을 받았는가? 펜을 굴리는 지식인을 상대로 싸웠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기자들을 상대로 싸웠다가 망신당하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특히 한나라의 대통령마저도 동네 강아지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재벌 보수 언론의 작태를 우리는 이미 보지 않았는가? 

  진시황의 실책은 갱유보다는 분서에 있다고 본다. 농업서적 같은 실제적인 서적 외에 모든 사상서들을 몰수하여 불태워 버리는 일은 참 무식한 짓이다. 아무리 해도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사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머릿 속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결국 영화에서도 실패로 끝나지 않았는가?(이퀼리브리엄) 진시황의 업적비는 사라졌지만 그가 불태웠던 책들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지 않았는가?  

  진시황에게 폭군의 이미지를 씌운 것은 법가에 치우친 솔직한 정치와 더불어 사상통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진시황과 같은 실책을 저지르는 사람을 우리는 보고 있다. 방송사의 사장들을 자기 측근으로 바꾼다. 맘에 들지 않으면 개그마저 경고한다. 도대체 무한도전에 무슨 사상이 있다고 반대하고 폐지하려는지 모르겠다. 왜 사람들이 동혁이 형의 말에 열광하는지 살펴보지 않고 동혁이 형의 샤우팅에 재갈물리려 한다. 인터넷에는 보안 검열이 강화되고, 트위터마저 검열한단다. 외국계의 유투브마저 검열하겠다는 만용을 부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만용은 만용일 뿐이라는 것이다. 진시황의 만용이 그에게 악명만 가져다 주었듯이 집권층의 만용은 그들에게 장수만을 가져다 줄 것이다.(욕을 바가지로 먹으면 얼마나 더 오래살까?) 

  만화책 한권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져 복잡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건 재미있다는 것이다. 2권이 기다려진다. 염치불구하고 알라딘 신간평가단에게 2권 원츄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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