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그램의 희망 - 삶의 매순간은 신성하다
강인식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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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매 순간은 신성하다. 

  책 표지에 씌여있는 이 말이 나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이지선, 닉 부이치치, 조엘 등등 장애와 사고를 입은 후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사고 후 힘들고 어려운 인생을 딛고 살아가는 모습,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고 힘을 얻는다. 이상묵 교수 또한 같은 부류의 사람이다. 사고를 당한 후 어떻게 사회로 복귀하게 되었는가에 대하여 솔직하게 이야기함으로 인하여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아니 이상묵 교수의 존재 자체가 희망이지 않을까? 

  크리스토퍼 리브라는 미국의 배우 때문에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척추 손상. 나오는 거리가 먼 병이다. 절대로 걸릴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세상에 절대로란 없다. 게다가 척추 손상은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자동차 사고 같은 충격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병이라 하니 생각보다 흔한 장애일 것이다. 그럼에도 왜 우리 주변에 척추 손상을 통해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가? 그들 스스로 숨어 버렸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니다. 그들 스스로 숨어버린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좁은 공간 안에 가두어 버린 것이 맞을 것이다. 솔직하게 나도 척추 손상을 입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본다면 평범한 사람들을 대하듯이 스스럼 없이 다가가기는 힘들 것이니까 말이다. 

  장애를 숨겨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상묵 교수는 당당하게 자신의 장애를 밝힌다. 그리고 자신이 사회에 다시 복귀하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했는지, IT 기술의 도움을 어떻게 받았는지를 자세하게 기록한다. 자신과 같은 상태에 있는 장애인들이 사회와 소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고 그들의 권리를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를 보면서 삶의 매순간은 신성하다는 말의 의미를 깊이 깨닫는다. 사고를 통해서 장애를 입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서 자신은 운이 좋은 행운아라고 말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숙연해지기도 한다. 자신을 재활용인간이라고 부르면서 두번째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가치와 유머 감각은 겉 모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철저하게 깨닫게 된다. 

  이상묵 교수는 학자답게 자신이 공부하는 분야에 대해서, 한국이 추구해야할 과학에 대해서도 소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MIT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류대학은 아니, 전 세계의 일류대학은 지금 당장에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것에 매달리지 않는다. 대학은 짧게는 20~30년, 길게는 수백 년 뒤에 닥칠 문제를 연구한다. 눈앞의 실용성을 내다보고 당장 잘나가는 전공을 정하려 했던 나는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P.119) 

  일류를 꿈꾸고, 세계 최고를 좋아하는 한국의 많은 대학들과 정치인들이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을, 당장 따먹을 수 있는 것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장려하는 것이 한국의 교육정책이다. 그러니 인문학이 쇠퇴할 수밖에 없고, 기초 학문이 쇠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문학과 기초 학문의 쇠퇴는 결국 발전을 향한 에너지를 깎아 먹는 요인일 것이고. 이상묵 교수에게 중간 진입 정책을 어필했던 박소장의 생각이 그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 씁슬하다. 

  마지막으로 그가 서울대 교수라는, MIT 출신이고 세계적인 과학자라는 포지션이 없었다면 사회복귀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상묵 교수가 행운아라는 말에는 분명 이런 의미도 포함이 될 것이다. 이 사실을 생각하니 입맛이 쓴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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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0-04-1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 116p 첫줄 불고하고=>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