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권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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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왕자의 귀환이라는 책으로 익숙한 김태권씨의 역사만화다. 서양의 문명을 형성하는데 로마가 지대한 영향을 주었듯이 동양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초한지와 삼국지 사이의 역사에 대하여 무지한 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십분 동의한다. 국내 모 당의 당명과 동일하기 때문에 무시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저자의 걱정아닌 걱정때문에 저자의 말을 읽다가 파안대소했다. 정말 대단한 유머 센스가 아닐 수 없다.  

  먼저 이 책은 김태권이라는 이름값을 충분히 하는 책이다. 역사 책에 스록되어 있는 장비내지는 노지심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바늘하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빈틈없고, 사람들에게 일벌레라고 비난을 받을 정도로 일중독적인 진시황의 모습을 얼짱으로 그린 것은 참신한 시도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도 여러가지 사실을 종합하여 판단컨대 장비 내지는 노지심스러운 얼굴보다는 김태권씨가 그린 얼짱 스타일이 진시황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각 장이 마칠 때마다 사기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서 사마천은 어떠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그리고 후대의 역사가들은 이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설명해 놓은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요, 지식이다. 게다가 각 페이지마다 각주를 달아 인물의 복색에 대해서, 지위에 대해서, 말에 대해서, 그리고 인용된 그림에 대해서 분명히 출처를 밝히는 그의 태도는 이 책을 위하여 얼마나 공들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연구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책을 읽어가면서 각주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면 자칫 내용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기에 다 읽고 난 다음에 궁금한 점들만 찾아 내어 읽는 것이 각주를 대하는 바른 태도일 것이다. 

  1권은 한나라가 태동하기 전 진시황에 의한 중국의 통일과 그의 업적에 대해서, 이사와 조고, 호해에 의하여 어떻게 제국이 멸망해 가는지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다. 여불위, 한비자, 진승, 오광 등 낯익은 이름의 등장, 그리고 이연걸 주연의 영웅(1995년에 나온 액션 영화가 아니다.)과 자객 형가의 이야기를 비교해 보면서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진시황은 폭군으로 묘사되는가 생각해본다. 서방의 세계에서 알렉산더는 위대한 정복왕이자 군주인데 같은 일을 한 진시황은 왜 분서갱유를 단행한 폭군이요, 장생술에 몰입하고 후계자를 잘못세운 얼치기 암군 정도로 이해가 되는가?  나는 그 이유로 크게 두가지를 꼽는다.  

  첫째, 그의 정치가 너무 솔직했기 때문이다. 진시황은 철저하게 법가에 치우친 사람이다. 그가 중용한 이사와 이사의 건의를 받아들여 제거한 한비자는 모두 법가의 사람이다. 군현제라는 중앙집권을 처음으로 실시하고 모든 도량형과 화폐를 통일하고 도로와 성벽을 점검하고 중수한 것은 분명 진시황의 업적이다. 분명 이러한 치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과 제도가 필요한데, 진시황이 이것을 해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법가에 치우쳐 있었는지를, 또한 법치를 실행해낼 센스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정치는 너무 솔직하다는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이리돌리고 저리돌리면서 좋은 말로 위로하고 뒤로는 호박씨를 깔 줄 몰랐다는 것이 진시황이 악평을 받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솔직하게 중국 역사상 그 누가 법치를 포기했는가? 중국 사람들이 그렇게 존경해 마지 않는 한고조 유방도 말로는 인의 정치고 유교를 앞세웠지만 실상은 법가로 제국을 다스리지 않았던가? 결국 진시황과 한고조의 차이는 솔직담백이냐, 의뭉스러움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진시황은 의뭉스러움이 부족했던 것이다. 조조와 유비의 예를 봐도 분명하다. 많은 치적에도 불구하고 조조가 중국 사람들의 미움을 받은 것은 그가 너무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실책과 오만에도 불구하고 의뭉스러움 하나만으로 인의의 사나이라는 평가를 받은 유비야말로 유교를 정치 이념으로 내세우고 뒤로 호박씨를 까는 집권층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언론의 탄압이다. 분서 갱유는 진시황으로 하여금 무식한 폭군이라는 악명을 얻게 만든 유명한 사건이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서 얼마나 많은 유생들이 전설처럼 산매장을 당했는가? 그리 많지 않다. 말은 갱유이지만 영화에서 보듯이 무식하게 화살로 조나라의 서생들을 다 쏴죽이지도 않았고,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전국의 모든 유생이란 유생은 다 씨를 말린 것도 아니다. 실제로는 그에게 사기쳤던 방술사들 몇이 처형을 받았으며, 여기에서부터 불거져 나온 그의 정치를 비난하는 이들을 숙청한 것이 갱유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시황이 유생을 탄압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만 그의 탄압이 상상만큼 대단한 것이 못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왜 갱유라는 악평을 받았는가? 펜을 굴리는 지식인을 상대로 싸웠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기자들을 상대로 싸웠다가 망신당하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특히 한나라의 대통령마저도 동네 강아지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재벌 보수 언론의 작태를 우리는 이미 보지 않았는가? 

  진시황의 실책은 갱유보다는 분서에 있다고 본다. 농업서적 같은 실제적인 서적 외에 모든 사상서들을 몰수하여 불태워 버리는 일은 참 무식한 짓이다. 아무리 해도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사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머릿 속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결국 영화에서도 실패로 끝나지 않았는가?(이퀼리브리엄) 진시황의 업적비는 사라졌지만 그가 불태웠던 책들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지 않았는가?  

  진시황에게 폭군의 이미지를 씌운 것은 법가에 치우친 솔직한 정치와 더불어 사상통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진시황과 같은 실책을 저지르는 사람을 우리는 보고 있다. 방송사의 사장들을 자기 측근으로 바꾼다. 맘에 들지 않으면 개그마저 경고한다. 도대체 무한도전에 무슨 사상이 있다고 반대하고 폐지하려는지 모르겠다. 왜 사람들이 동혁이 형의 말에 열광하는지 살펴보지 않고 동혁이 형의 샤우팅에 재갈물리려 한다. 인터넷에는 보안 검열이 강화되고, 트위터마저 검열한단다. 외국계의 유투브마저 검열하겠다는 만용을 부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만용은 만용일 뿐이라는 것이다. 진시황의 만용이 그에게 악명만 가져다 주었듯이 집권층의 만용은 그들에게 장수만을 가져다 줄 것이다.(욕을 바가지로 먹으면 얼마나 더 오래살까?) 

  만화책 한권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져 복잡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건 재미있다는 것이다. 2권이 기다려진다. 염치불구하고 알라딘 신간평가단에게 2권 원츄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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