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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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상한가?

 

  자꾸 삐딱선을 타게 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고 나서 "아파야만 청춘인가?"라는 반문을 던지며 불편해 했는데, 이번에는 "천번을 흔들려야만 어른이 되는가?"라면서 딴지를 걸고 싶다. 문학동네에 이벤트에 지원해서 이 책을 받았고, 이사한 주소를 남겨두지 않아서 15000원이나 되는 비산 퀵비를 물고 책을 받았으며, 열일 제쳐두고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면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독자 리뷰를 썼다. 뭘 이런 책을 밤을 새면서까지 읽는가 하지 마라. 혹은 밤을 새면서 읽을 정도로 대단한 책인가 기대하지 마라. 순전히 시간에 쫓겨서 그랬다. 월요일 새벽 비행기로 필리핀을 가야하는데 책을 토요일에 받았으니 어쩌랴 밤을 새서라도 해야지. 공짜로 받은 책이니 이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개인적인 책임감과 동시에 성실하게 피드백을 하면 문학동네에서 나온 세계 문학 전집중 3권을 준다는 말에 혹한 욕심 때문에 무슨 수를 쓰든 피드백을 보내야 했다.(후자의 욕심이 3배 정도 크긴했다.)

 

  피드백을 하고 난 후 몇번식 곱씹어 보면서 왜 이리 불편할까 싶었다. 난도쌤이라 불릴 정도로 젊은이들에게 친근한 사람이요, 청춘들의 멘토라고 불릴 정도로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도, 구절구절 옳은 이야기들이 써 있어서, 작가가 내 일기장을 훔쳐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가시가 목에 걸린 것처럼 껄적지근하다. 책의 내용과는 별개의 찜찜함이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서평을 쓰지 못했다. 껄쩍지근한데, 이런 찜찜함을 안고서 리뷰를 작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여기에다 끄적거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달을 씨름한 끝에 그 껄쩍지근함의 원인을 알았다. 청춘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 아네 청춘이 없기 때문이었다.

 

  꼰대 정신이라는 말이 있다. 언젠가 누가 김난도의 책을 꼰대정신의 발현이라 평했던 적이 있었는데(정확하게 누가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평이 딱 들어 맞는다. 꼰대라는 말은 과거에 입이 거칠었던 녀석들이 자기 담임선생님이나 아버지를 비하하여 부르던 말이다. 자기들과 소통하지 않고 앞뒤 꽉막혀서 자기들을 가르치려고만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그 안에 담겨 있다. 꼰대 정신이란 이렇게 소통을 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자기보다 나이어린 사람들에게 가르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꼰대 정신과 멘토 김난도!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요즘 것들은 싸가지가 없다, 나 잘되라는 것이냐 네가 잘되라는 것이지"라면서 가르치려고 드는 어른들 속에서 "괜찮아 아파도 돼, 힘들어도 돼"라는 따뜻한 한마디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겠는가? 자기 마음을 알아 주는 것 같아서 얼마나 위로가 되겠는가? 그렇지만 말이다. 그게 정말 공감일까? 이것 또한 꼰대 정신이 아닐까?

 

  "내가 살아보니까 말이야 지금 힘든 것들 다 괜찮아. 힘들지만 성숙해지는 과정이야. 아픈만큼 성장한다잖아."

 

  왜 이 말이 껄쩍지근했는지 이해가 되는가? 왜 김난도의 저서도 꼰대 정신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는가? 나보다 아이 어린 사람을 질책하지는 않지만 가르치려 드는 것에서는 동일하다. 내가 살아보니 말이야 아무 것도 아니더라. 아프니? 아픈만큼 성장하는거야. 난 이 말이 정말 싫었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면서,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힘든 건 당연한 거야라는 말이 공감이 될 리가 없다.

 

  청년의 멘토라고 한다. 젊은이들의 격려하기 위해서 섰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하여 위로를 얻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에겐 그저 곤대 정신으로만 보인다. 내가 아파보니 그게 청춘의 특권이더라, 내가 흔들려 보니 그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더라 등등 지극히 교과서적인 가르침을 공감과 위로라는 포장을 두르고 젊은이에게 강요한다. 젊은이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고민하려는 마음도, 그들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다. 그냥 힘내 한마디 한다. 곳곳에 인용된 원가 있을 법한 말들로, 일기장에 오늘의 격언이라고 써놓을 법한 말들로 아픔을, 흔들림을 강요한다. 그 어디에도 위로의 대상인 젊은이들은 없다. 그 어디에도 그들과 함께 울어 줄 수 있는 공감은 없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과 함게 울어 줄 수 있는 마음이다. 이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그들에게 이런 아픔을 강요하는 사회를 물려주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ps. 곳곳에 기억해두면 써먹을 수 있는 좋은 구절들이 많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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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2-10-0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두 개 맘에 듭니다.
쓴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왠만하면 전 제 맘을 속이고 무조건 별 다섯 개 쏘는데,
똑바로(!) 별 쏠 줄 알아야 독자들이 헛갈리지 않지요.

꼰대들의 모든 가르치려는 소리는 헛소리도다 -세인트님 이런 말씀 맞지요?

saint236 2012-10-05 08:00   좋아요 0 | URL
대충 그런거지요. 좋든 싫든 가르치려는 것은 상대방은 인정하지 않고 나보다 못한 존재로 설정한다는 것인데 그게 꼰대 정신이지요..

북극곰 2012-10-0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별 5개입니다.
제목만으로도 불편했던 사람, 여기도 있어요~

saint236 2012-10-05 10:2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만 불편했던 것이 아니군요. 김난도의 책은 정말로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것 같네요. 아프니가 청춘이다까지는 그래도 괜찮지만 두번은 아니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transient-guest 2012-10-11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합니다. 아픈 사람의 이야기는 그냥 들어주는게 제일 좋지요. 이래라 저래라, 이런 것이다, 저런 것이다 하지 말고. 그런 진국같은 이야기는 책으로 쓰기가 어렵죠. 결국 이 책도 비슷한 유형의 다른 책들과 같은 결론이 나는군요.

saint236 2012-10-11 09:27   좋아요 0 | URL
다른 책들과 차별성은 있어요.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을 하겠지요. 그렇지만 훈계하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런 책이 가지는 태생적인 한계가 아닐까 싶네요.

순오기 2012-10-12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한 리뷰에 저도 공감할 거 같은 느낌.^^
올해 우리구청 선정도서인데 대충 휘리릭 넘겨보고 아직 제대로 읽진 않았네요.
다음달 고등학교 독서회 토론도서라 곧 보게 될 거지만...

saint236 2012-10-14 19:52   좋아요 0 | URL
휘리릭 넘겨 보셔도 내용의 80~90%는 파악이 가능합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으신 분들은 더 쉽게 이해가 되는 책이죠.

oren 2012-10-1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int236님의 이 서평글에 저 또한 꽤 공감을 느끼게 되는군요. 저는 김난도 교수님의 책을 아예 훑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뭐라 그 분의 책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비평할 처지조차 되지 못합니다만, 그 분의 책을 혹시라도 사서 읽게되면 왠지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릴 것만 같은 '불편함' 같은 게 미리 짐작되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그런 부분을 saint236님께서 예리하게 꼬집은 것 같아서 '공감성 추천' 한방 누르고 갑니다.

saint236 2012-10-16 14: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김난도 교수님의 책을 가만히 보면 공감이 가는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처럼 불편한 부분이 자꾸 걸리더라구요.

희망찬샘 2012-10-28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지 않고 평을 보고 책을 평가할 때보다는 읽고 나서 책을 보고 그래도 좋은 부분을 건져내는 것이 훨씬 유익할 때가 있더라구요. 언제 이 책을 읽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기억해 두면 좋을 이야기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움은 될 것 같은 책이군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었는데... 나쁘지 않았지만, 광고의 힘을 많이 받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 또한 좋은 책은 좋다하고 넘어가고 안 좋은 책은 아무 말 안 하고 넘어가고... 그러는데, 이런 쓴소리가 어쩜 저자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saint236 2012-10-28 17:30   좋아요 0 | URL
이 책도 아프니가 청춘이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거의 맞을 겁니다. 처음에는 저자에 대한 예의,혹은 주변의 평가, 서평단으로 받은 책.. 이런 이유들로 좋은 평만 했는데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것이 불편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