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와 아이들이 집에 없다. 집이 너무 더워서, 그리고 내가 일이 많아지는 철이라 아내를 처갓집에 피신시켰다. 장장 한달간의 부재. 매주 쉬는 날에 가서 보기는 하지만 여하튼 집에 아내와 아이들이 없다. 이 틈에 밀린 청소를 한다. 매일 청소를 하지만 아이들이 칠한 색연필과 장판의 찌든 때, 그리고 냉장고 청소는 독한 세제를 사용하는지라 아내와 아이들이 집에 없을 때 하는 연중 행사이다.
내가 사용하는 청소도구는 락스와 철 수세미, 그리고 걸레.
먼저 청소기로 깨긋하게 바닥을 청소한 다음 락스를 바닥에 골고루 뿌리고 철수세미로 빡빡 문지른다. 그러면 왠만한 찌든 대와 아이들이 칠한 색연필은 깨끗하게 지워진다. 깨긋하게 빤 걸레로 여러번 바닥을 문질러 락스와 찌든 때를 개끗이 닦아 내면 청소는 끝이다. 그런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락스의 독한 냄새는 락스 청소 해본 사람만이 안다. 더워서가 아니라 머리가 몽롱해서 땀이 비오듯 한다. 장장 한 시간의 청소로 거실만 청소했다. 우리 집이 절대 넓은 것은 아니다. 다만 락스 냄새 때문에 잠깐식 피해 있어야 하고, 걸레를 몇번식 빨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간신히 거실만 청소했다. 아직도 방 두 개와 가스렌지가 남아 있다. 이것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야겠다. 절대 하루만에 하려는 것은 금물이다. 욕심을 부리다가 한번에 뻑 가는 수가 있다. 지금 거실 창문을 열어 두고 참시 서재로 피신해 있다.
어제는 냉장고 청소를 하는데 이게 더 힘들다. 2시간이 걸린다. 버릴 것들 다 버리고, 내용물들을 다 끄집어 내고, 칸칸이 분리한다. 우리집 냉장고가 640l짜리라 크긴 하지만 양문이 아닌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분리한 다음, 휴지로 깨끗하게 걸레질을 한다. 그 다음 락스를 뿌리면서 철수세미로 냉장고 안을 빡빡 문지른다. 기름때, 지든 때가 다 벗겨진다. 그리고 행주로 깨끗하게 여러번 닦아 낸다. 다음으로 욕실에서 세이프(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로 거품을 내서 수세미로 깨끗하게 닦아 낸다. 그 동안 냉장고 안은 깨긋하게 말라 왠만한 냄새는 다 빠진다. 물로 세제를 깨긋하게 닦아낸 냉장고 부속품들을 행주로 깨끗하게 닦아 다시 조립해 넣는다. 그리고 꺼내놓은 내용물들을 다시 집어 넣는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냉장고에 들어 있던 것들은 습기가 차서 축축하게 젖어 있으니 행주로 하나하나 깨끗하게 닦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달걀도 닦아서넣어야 한다. 안그러면 대략 난감이다.10분 후 냉장고 전원을 다시 넣는다. 이게 총 두시간이 소요된다.
아내가 없는 동안 락스를 사용해 청소할 곳은 다 청소해 놓아야 한다. 결혼하고 락스를 사용하는 청소는 내가 해왔다. 너무 독한 세제기 때문에 아내한테 맡기기가 미안하다. 그래서 내가 하다 보니 아내도 그런 줄 안다. 혹 이 글을 보는 결혼하신 분들은 꼭 하시길 권한다. 주부에게 있어서 락스를 사용하는 청소는 독해서 귀찮고 하기 싫은 것들이다. 몇시간의 투자를 통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독한 냄새를 안 맡을 수 있다면 충분히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청소를 하다보면 마음마저 깨끗하게 씻겨지는 기분이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청소하지 않은 곳은 가스렌지와 서재, 그리고 침실이다. 앞으로 일주일의 시간을 두고 천천히 청소할 생각이다. 일단 가스렌지는 내일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해 놓을 예정이고, 다음주 토요일이 되면 집안 청소가 마무리 될 것 같다. 빡쎄고 힘들지만 해 놓는 보람은 충분하다. 더운 여름 살 빼고 싶으신 분들, 아내에게 서비스 하고 싶으신 분들, 머리가 복잡하신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땀이 장난이 아니게 흐르니 꼭 샤워를 하기 전에 할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남자분들을 위한 어드바이스! 락스는 원액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니 꼭 분무기에 넣고 적당히 물로 희석해서 사용하길 권한다. 그리고 창문은 꼭 열고 하시고. 이 어드바이스를 어길 시 일어나는 불상사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그나저나 언제 나머지 청소를 하려나? 갈 길이 멀다. 청소를 다 마치는 날 혼자라도 조촐한 파티를 해야겠다. 냉장고에서 차게 만들어진 페리에 레몬을 두병쯤 사다 놓고 조촐한 파티라도 할까? 더운 여름 빡쎈 하루는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