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단 잘 쓴 작품이라는 것엔 이의가 없다.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이다. 전후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여성들로 이루어진 재미 교포 사회에서 자랐다고 한다. 2002년이 되어서야 엄마의 고향 한국 땅을 처음 밟았고 거기서 일본군 '위안소'에 감금된 위안부 여성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훗날 첫 소설로 이 작품을 내게 된다. 영국 런던 대학교에서 문예 창작을 공부했다고 한다. 또한 2018년에 가디언지가 선정한 10명의 작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솔직히 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위안부를 다룬 문학작품이 있었나 관심도 갖지 않았다. 물론 찾아보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대중 학술 서적이 많고 있어도 관심을 갖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가운데 이 책은 가히 군계일학이라고나 할까. 책 장정도 나쁘지 않고 내용은 더더욱 나쁘지 않다. 아니 이만하면 훌륭하다. 과연 가디언지가 주목할 만하다 싶다.


작품이 꼭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나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지만, 이제 영화적 글쓰기는 세계적 추세다. 안타깝고, 짠하고, 할 수만 있으면 책 속으로 들어가 일본군(쉐끼들)을 처단하고 싶어진다.(그런 책 있지 않나?) 게다가 나름 장쾌하기도 하다. 거의 말미에 보면 하나에게 묘한 집착을 가진 모리모토 하사가 일본군이 패망을 하자 하나를 데리고 전장을 탈출해 몽골 평원을 달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 정말 이 작품 영화로 봤으면 좋겠다 싶다. 그런 걸 보면 저자의 대륙적 기질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라고 해서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무엇보다 저자가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계라고 해서 한국의 작가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미국 작가다. 물론 저자는 모르긴 해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고민하지 않을까. 그 정체성은 이민 디아스포라면 다들 할 것이다. 그런 작가가 의욕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파고든 점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뭔가 우리의 정서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저자에게 묻고 싶기는 하다. 쓴다면 디아스포라에 대해서 쓰지 왜 굳이 위안부냐고. 아무리 뛰어난 작가도 자신이 태어난 곳과 본 것과 아는 것 이상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법인데 말이다. 물론 인생 어느 시점에서 위안부에 대해 알았으니 그걸 글로 쓰고 싶긴 했을 것이다. 내가 왜 이 소설을 낯설다고 보는 건 등장인물에 동의할 수 없어서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의 이름이 '하나'고, 동생의 이름은 '아미'다. 너무 현대적 아닌가. 옛날에 여자는 이름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의미 없는 촌스러운 이름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이들의 부모는 어질고 착하고 교양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뭐 불가능한 인물은 아니겠지만 생활인으로서 제주도 특유의 정서를 이해한다면 결코 이렇게는 설정하지 못할 것 같다.


제주도라는 지역을 인식하는 저자의 묘사에도 동의할 수 없다. 한마디로 너무 낭만적이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했다면 그곳의 역사와 지리 정도는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제주도가 역사적으로 어떤 땅이었는지 알고 있다. 미국인이지만 한국인이란 기대를 떨쳐내지 못한 내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자는 잘못이 없다. 독자는 오독할 권리가 있다. 단지 어떻게든 저자를 이해하고 싶다.


어찌 보면 작가는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을 가지고 이 작품을 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어떤 작가도 자신의 경험과 인식 그 이상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법이니까. 게다가 작가가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영화적으로 글을 썼다. 난 이게 마땅치 않은 것이다. 나도 한때 글쓰기에 필요하다고 해서 시나리오를 잠깐 배우기도 했지만 이건 세계적인 규격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즉 '영화적'이라고 했을 때 그건 '할리우드적'과 동의어일 때가 많은데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모든 것을 그렇게 맞추다 보니 손발 다 자르고, 심지어 가슴 즉 정서도 잘린 느낌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작품이 그렇다. 한국인의 정서에서 보자면 말이다. 스토리는 완벽한데 말이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이 작품이 훨씬 잘 읽힐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저자가 위안부에 대해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과연 자료 조사를 안 했을까. 제주도의 역사와 지리에 대해 공부하지 않았을까. 했을 거라고 본다. 작가의 근성이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 시대를 온전히 담아내지 않은 건 작가의 선택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일본군의 만행과 위안부를 알려야겠다는 그 하나에만 방점을 찍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내가 지적한 것들은 솔직히 비본질적인 것들이다. 물론 다른 분야는 몰라도 문학은 비본질조차도 버리면 안 될 때가 많지만 그것을 제외했다고 작품을 못 쓰는 건 아니다. 그건 다른 작가가 해도 되는 것이다. 정서를 잘 표현해 줄 사람. 단지 이 작품이 위안부 문학의 전부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긴 하다. 요컨대 이런 위안부 문학은 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80년대 문학은 저항 문학이었다. 그 시절 한 필력 한다는 작가마다 저항에 대해 쓰지 않는 작가가 없었고, 이것 때문에 감옥에 간 작가도 많았다. 그리고 그건 90년대 후일담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그땐 작가들마다 시대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지금은 저항을 쓰는 작가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어졌다. 정말 저항할 것이 없이 모든 게 평등하고 평화로운 시대가 왔기 때문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문학의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잠시 잊었거나 수면 밑으로 내려앉았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문학은 역시 저항이어야 하지 않을까. 역사는 승자의 것인지 모르지만 문학은 패자의 것이고, 상처받은 자의 것이다. 어느 때부턴가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이 없고 그저 자아의 문제에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위안부 피해 여성이 있는데 또 그 얘기냐며 손사래쳐 오지 않았는지. 위안부 여성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처에 있는데 그들을 여성으로 보기보단 어떤 특별한 트라우마를 가진 할머니로만 보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지금도 얼마 만에 한 번씩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관한 소설과 영화가 나오고 있다. 그건 오늘날에도 유효한 역사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비해 우리나라는 어떤가. 왜 한때 날리는 필력을 가진 작가들이 왜 이리 조용한지 모르겠다. 사실 그들은 이제 너무 연로해졌다. 그들 대부분은 펜을 놓았다. 이제 후대의 작가들이 이걸 해 줘야 하는 것 같은데 문학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명목하에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자꾸 떠들어줘야 세계가 관심을 갖고, 일본이 망발을 하지 않을 것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태평양 건너의 한국인이지만 미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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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30 20: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 이 저자의 책들이 이렇게 수 많은 국가의 언어로 번역이 ??

자료조사도 하고 생존하고 계신 분들과 직접 인터뷰를 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영미권 문학계에서 이토록 주목 받고 있다는 거 대단한거죠
스텔라 케이님 말씀처럼 울 작가들 조용!!


stella.K 2021-10-01 16:36   좋아요 1 | URL
저렇게 많은 나라에서 번역됐다면 일본 우익들도
좀 긴장하지 않았을까요?
이런 작품 더 나와줘야 하는데.

막시무스 2021-09-30 21: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작가에 대한 따가운 질타를 진지하게 새겨 들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네요! 즐건 저녁시간되십시요!ㅎ

stella.K 2021-10-01 16:39   좋아요 2 | URL
지금 4, 50대 울나라 작가들이 단편이든 장편이든
한 작품씩만 써도 파급 효과가 장난 아닐텐데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얄라알라 2021-09-30 2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일깨워주시니, 몇 박자 늦게 이제서야, 아쉽구나, 안타깝다. 좀 더 스피커들이 많아져야 할텐데 하는 생각 뒤늦게 하네요.

stella.K 2021-10-01 17:03   좋아요 2 | URL
이 작품 정말 괜찮습니다. 기회되시면 꼭 읽어보세요.
저도 올해 이산문학 독후감 대회 도서목록 보고
알았는데 보니까 정말 읽고 싶은 작품이 꽤 많더군요.
암흑기일수록 문학은 더 빛나지 않나 싶어요.^^

희선 2021-10-03 0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계 미국사람이고 영어로 써서 세계 사람이 볼 수 있기도 하겠습니다 미국에서 살았으니 한국 사람 정서와 똑같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런 소설이 나오는 건 좋은 일이겠지요 몇 해 전에 김숨이 《한 명》과 《흐르는 편지》 그리고 다른 책도 썼어요 그건 증언집이더군요 그건 못 봤지만...

《풀》(김금숙)은 만화지만 이것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예요


희선

stella.K 2021-10-03 18:37   좋아요 0 | URL
아, 맞다. 김숨의 <한 명>이 있었죠? <흐르는 편지>는 저도 몰랐네요.
이런 작품도 외국어로 번역되어 서양사람들도 관심을 가져야할 텐데.
예전엔 저항 문학이 먹혔는데 지금은 얼마나 볼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런 문학 썼다고 잡혀가고 그러지 않는데...
저도 관심 가지고 좀 봐야겠습니다.
알려줘서 고맙슴다.^^

페크pek0501 2021-10-03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니 제주 4.3을 다룬 현기영의 순이삼촌을, 저자가 읽어 봤다면 좋았을 듯싶네요.
역사를 알아야 하는 건 문학인의 필수 조건인 듯해요.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인식 그 이상을 뛰어넘지는 못한다는 님의 말씀은 옳습니다. 정말 그래요.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은 글이란 없어요. 제가 칼럼을 써 보면 딱 제가 아는 만큼만 쓰더라고요. 그 이상이 안 돼요.
경험이란 한계가 있으니, 저는 부족함을 독서로 메우려고 다짐을 하죠. 다짐한 만큼 독서를 많이 못하는 게 문제지만요...

stella.K 2021-10-03 18:42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제주 4.3 사건을 함께 다뤘죠.
그 사건이라면 저도 현기영이 생각나고.
모르긴 해도 서로 알고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작품은.

저도 그래요. 부족함을 독서로 메우려고 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아요. TV와 영화도 볼게 많고. 행복한 비명이죠.ㅠ
 

지난번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이어 어제와 오늘 호소다 마모루 감독 작품을 연속해서 봤다. 


이번에<용과 주근깨 공주> 개봉 기념으로 올레 tv에서 그의 작품전을 한다. 그것도 9월 동안 무료로. 덕분에 눈호강을 하고 있다. 알고 봤더니 그 유명한 <원피스>의 감독이다.



몇년 전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보면서 애니메이션이지만  

정말 빛의 음영을 잘 살린다고 감탄했는데 이제 그건 신카이 마코토만의 특징은 아닌 것 같다. 일본 애니에선 기본으로 가져가는 것 같다. 솔직히 그의 애니는 영상은 좋을지 몰라도 내용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은 정말 좋다. 


또한 상상력의 끝판을 보여주기도 한다. 웃음 짓게 만드는 유머 코드도 좋고. 특히 <썸머워즈>에서의 SF적 상상력은 정말 끝내준다. 거기에 나오는 집과 등장인물이 정말 좋다. 


<늑대 아이>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우울한 작품은 아닌가 싶다. 인상적인 장면이 많이 있지만 유키가 전학생에게 바람에 휘날리는 커튼 사이로 자신의 존재를 고백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비밀을 공유하고 싶어한다지. 그러므로 더 끈끈한 관계로 묶이길 바라지만 또 그것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비밀은 웬만해서 공유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사람이 어디 그런가. 


<미래의 미라이>는 아이의 질투와 소외. 어른이 아이를 이해하려는 것이 아닌 오히려 아이가 어른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마음에 든다. 또한 이들의 가족사는 미래와 과거를 오가기도 한다. 이를 통해 가족의 화목을 강조했다는 점도 높이 사고 싶다. 어느 일이나 처음은 있다는 말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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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6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소다 그런 인간인 줄 몰랐을때
애니 섭렵 했었지만
지금은 전부 폐기 처분 해 버렸습니다

스텔라 케이님 한국산 웹툰 보세요

잼나는게 가득 임. ^ㅅ^

stella.K 2021-09-27 07:33   좋아요 0 | URL
헉, 호소다 마모루도요?
저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가 그런 줄 알고 있는데...
네*버에 가면 좋다고 날리던데.
그럼 이번에 <용과 주근깨 공주>가 어떻게...?

희선 2021-09-28 0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소다 마모루도 무슨 일이 있었나 봅니다 몰랐던 거네요 저는 《미래의 미라이》 소설로 봤어요 그런대로 괜찮게 봤습니다

stella.K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stella.K 2021-09-28 15:28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스콧님이 자세히 안 가르쳐 주시네요.ㅠ
저 개인적으론 다 좋은데 그중 <미래의 마라이>가 가장
좋지 않나 싶어요. 무슨 장면인지 조금은 뜬금없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거 빼면. 소설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워낙에 영상이 뛰어나서.
<괴물의 아이>도 좋긴한데 이건 앞의 작품들 보단 좀 별로였어요.
<원피스>도 있긴한데 내내 좋은 영상 보다 보려니까 피로감이
느껴져 패쓰할까 해요. <디지몬>도 그렇고.
호 감독의 작품은 여기까지. <용과 주근깨 공주>는 나중에 기회있으면 보기로.

지금 카카오톡 계정을 잃어서 오늘 하루는 좀 못 보낼 것 같습니다.
그래도 희선님은 좋은 하루 되시길.^^
 

일본 애니매이션을 보고 실망하기란 쉽지 않지만 이 작품은 특별히 더 좋다. 스토리, 영상, 재마까지 뭐하나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줄거리를 얘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냥 보라고 밖에는.

맨 마지막 치아키의 미래에서 기다리겠다는 대사가 참 묘하게 마음을 울린다. 문득 내 곁을 떠나간 사람들도 생각해 보면 미래 어디쯤에서 나를 기다리지 않을까. 하다못해 다롱이도. 녀석이 말을 못해 그렇지 세상 떠나면서 그랬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영계는 물질계와는 달라 언어가 아닌 뭔가의 특별한 교감 능력으로 소통하지 않을까.


내용이 감동스러워서 혹시 원작이 있나 했더니 있긴 있었다. 하지만 절판이고 원작이 출판되고 굉장한 사건이 있었던 모양이다. 원작자가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 정액을 묻혀야 한다는 둥 하며 일본의 극우 쓰레기를 자처했던 것. 그러고 보니 그런 사건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름 일본 SF계 유명 작가라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꽤 컸던 모양인가 보다. 그러다 그런 사건이 터지고 말았으니 피해를 본 건 그 출판사일 것이다. 


남의 나라 작가나 내 나라 작가가 정치적으로 중립을지키고 도덕적으로 건전하면 안 되는 건가 싶다. 작품은 작품이고 사람은 미워하되 작품은 미워하지 말자. 뭐 좀 그러고 싶은데도 막상 그러기는 쉽지 않다. 작품도 싫고 사람은 더더욱 싫고가 되어버린다.한창 우리나라 문화계에서 성폭력과 표절 사건이 붉어져 나왔을 때 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결국 작품이 그 사람인 것이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원칙적으로 성립하기는 하려운 것 같다.


어쨌든 출판계가 스스로 원작 소설의 출판을 고사했다면 영화(애니 포함)도 상영이나 수입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영화는 버젓이 볼 수 있으면 얼마든지 본다. 그런 걸 보면 출판계에만 족쇄를 채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따지고 보면 출판사가 무슨 죄란 말인가. 그런 난리가 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쯤되면 작품과 작가를 별개의 것으로 봐야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욕을 해도 독자의 몫이고, 칭찬을 해도 독자의 몫.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봐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래 지금도 쓰쓰이 야스타카는 사죄할 마음이 전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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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9-21 1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작자 때문에 호평 받은 애니메이션까지 외면 받고 말았죠. 그런데 저는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결점을 제대로 인지하고, 그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작가를 두둔하면서 그 사람의 신작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SNS을 통해서 언급하는 행위를 삼가야 해요. 논란 있는 작가의 팬들에게는 가혹하지만, 작가에 대한 팬심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

stella.K 2021-09-21 18:08   좋아요 1 | URL
글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또 막상 닥치면 그렇지 안 더라고.
예전에 <은교>땜에 박범신이 좋아서 다른 작품도 읽어야지
했는데 두어 권 읽고 안 읽게 되더라고.
하지만 정말 독자의 읽을 권리까지 박탈해도 되는 건가 싶어.

새파랑 2021-09-21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문제는 참 어려운거 같아요 🙄
작품과 개인은 별개인거 같으면서도 동일하게 봐야 할거 같기도 하고...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지만 이것도 모든것에 적용하기는 힘들고...

근데 이 에니는 정말 좋게 봤어요😆

stella.K 2021-09-21 19:47   좋아요 2 | URL
친일 작가들은 아직도 편하게 생각할 수 없잖아요.
그나마 100년쯤 지나니까 작품은 작품. 작가는 작가하는 거죠.
그런 것처럼 다른 문제로 연루된 작가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한 나라의 문학으로 봤을 땐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 오니.

희선 2021-09-22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재미있게 봤는데, 소설은 안 봤던 것 같네요 언젠가 볼까 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몇해 전에 그런 말을 하다니... 그 기사 우연히 봤어요 그건 개인 문제보다 더 큰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에도 그 작가 책을 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말을 하다니... 작가 나이 몰랐는데 꽤 많네요


희선

stella.K 2021-09-22 21:12   좋아요 1 | URL
헉, 나이가 많습니까? 전 젊은 사람일 줄 알았는데...
원작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암튼 그 원작 가지고 지금까지 다양한 변주를
했다는군요. 더 풍성하게. 여러 장르에서. 그러니 더 솔깃할 수 밖에.
근데 그것이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출판사 어디엔가 잠들어 있다니
많이 아쉽더군요. 중고샵만 돌아도 미친 척하고 사 볼 것 같기도 한데...ㅋㅋ
 

이 영화를 처음 보는 줄 알았더니 몇몇 장면이 낮설지 않다. 그런 것을 보면 난 이 영화를 본 것 같다. 그것도 개봉관에서. 얼마 전 예술영화 전용이었던 서울극장이 패관했다고 들었는데 그곳에서 보지 않았을까.


그 시절엔 프랑스 영화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승전결도 없는 것 같고 소설이라면 차라리 용서해 주겠다. 비싼 필름으로 뭐하는 건가. 보고 나오면서 대놓고는 못하고 속으로 욕을 바가지로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고, 욕하면서 닮는다고 난 언제부턴가 프랑스 영화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대신 잘 안 보기 시작한 건 허리우드의 스펙타클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영화. 그래도 <해리포터> 시리즈는 그렇다쳐도 <반지의 제왕> 정도는 봐 줘야할 것 같은데, 내가 이걸 봤는지 안 봤는지 확실히 기억에 없다.


90년대 프랑스의 여배우 트로이카 하면 줄리엣 비노쉬와 이자벨 아자니, 소피 마르소가 아니었을까. 이들은 어느 새 50대를 살아가고 있는 중견 배우들이 됐다. 지금은 이 배우들 활동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을 나름 적절히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파란빛을 써야했던 감독의 정확한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파란색을 쓰기는 <그랑 블루>만한 영화가 또 있을까.


그런데 장면중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 줄리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남편과 딸을 잃고 재산을 정리해 어느 낡은 아파트로 거쳐를 옮긴다. 거기에 한 매춘부가 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사람들은 서명운동으로 이 매춘부를 아파트에서 쫓아내려고 하는데 만장일치가 되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줄리의 반대로 그 계획은 무산되고 매춘부는 그곳에 계속 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줄리와 매춘부는 친구가 된다. 


그 장면을 보는데 좀 의외다 싶었다. 우리나라라면 모를까 그렇게 개인주의가 발달된 나라에서 매춘부를 쫓아내기 위해 서명운동이라니. 그도 그렇지만 한 사람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의도는 성공할 수 없다. 과연 이런 법도 있었나 싶다. 우린 보통 좋은 게 좋은 거고, 다수결을 따르지 않는가. 그렇게 되면 언제나 소수의 의견을 가진 자들은 원치 않음에도 따라야 한다. 분명 불공평이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런 룰을 만들기도 한다니 프랑스 정치가 이런 식으로 움직여 왔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어쩌면 이게 똘레랑스란 건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배운 건 써 먹어 봐야한다고 내가 속한 모임에서 한 번 실험해 봤다. 그 모임은 최근 더 이상 말이 없어 끝났나 보다 하는 사안을 보스가 끄집어 내어 내가 관리하길 바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여름 그 일을 내가 맡아 관리하긴 했다. 그런데 보스가 그 일에 대한 취지를 자꾸 바꿔 가면서 연장하길 바라는 것이다. 그럴 것 같으면 처음부터 취지를 명확히 하실 일이지 자꾸 바꾸면서 연장하는 건 뭐란 말인가. 그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나는 홧김에 보스 단독으로 하지 말고 전체 의견을 들어보자고 했다. 요는 우리나라가 보스의 입김에 좌지우지 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인데 생각의 전환을 해서 한 사람이라도 찬성하지 않으면 그 일을 하지 않을 권한도 있는 것 아니냐고. 각설하고 결과는...? 내 생일 날 케이크를 받은 걸 보면 알지 않겠는가. 결국 난 모임에서 그 일을 하지 않기로 하고 찬성하는 사람만 하기로 했는데 역시 모양새가 영 아니올시다다. 결국 난 따를 당하는 건지 존중을 받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일을 안하지 공공연히 모임에서 막내가 일 하나를 더 떠앉게 되었고. 근데 난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격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싶다. 아무래도 조만한 다시 그 일을 맡아야지 싶다. 영화엔 나오지 않지만 결국 매춘부를 내쫓는데 성공하지 못한 주민들은 그후 이 둘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줄리는 남편이 죽은 후 남편에게 정부가 있음을 알게 된다. 더구나 그 정부의 뱃속엔 남편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 줄리는 이에 조금 동요되는 것 같더니 나중엔 정부가 갈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예전에 살던 집을 내어준다. 남편이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배신감에 몸을 떨었을까. 그러나 남편은 죽었고 정부의 몸엔 남편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 오히려 줄리는 죽음에서 생명을 보고 있다. 그래서 살아갈 힘을 얻는가 보다. 


근데 이도 좀 나를 의아하게 만든다. 역사적으로 유럽의 귀족들은 배우자 외에 정부를 두는 것이 관행이라고 들었는데 줄리의 남편은 저명한 작곡가다. 귀족의 자손이었을 확률이 높을 것 같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쨌든 셀럽이라면 관행 아닌가. 그것 가지고 놀라고 당황한다면 이때만 해도 줄리가 너무 젊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삼십 하나로 나오던가 했으니. 내 나이 30을 넘겼을 땐 뭔가 보이는 것 같았는데 말이지. 하긴 지금 생각하면 그때 비슷한 똥고집들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뭔가 보이니까 그렇게 싸우기도 했겠지만 사실은 여전히 뭘 몰랐던 시절이다. 그런 것에 비하면 남편의 죽음에서 줄리는 깨달음을 얻는다. 어찌보면 나 보다 낫다 싶다. 죽음이 꼭 불행한 것만도 아니고. 

영화가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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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8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1-09-20 13:09   좋아요 1 | URL
앗, 궁금하셨구나. 그럴 줄 알았으면 진작 자세히 쓸 걸.ㅋㅋ
제안하면 뭐 합니까?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되었는 걸요.ㅠ
전 한쿡 사람들 모이면 의견이 없다는 게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의견 없는 건지, 리더나 보스 의견에 순종만 해야하는 건지
제가 좀 잘 못 됐나 봐요.ㅋ
좀 있다 제가 다시 맡아야죠.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시죠?^^

희선 2021-09-19 0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떤 건 모두가 찬성해야 되지 않을지... 재개발... 그런 것도 해야겠다 하는 사람이 밀고 나가서 모두가 억지로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세들어 사는 사람은 나가야 하고... 집이 있는 사람은 다 한다고 하겠습니다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사람이 더 어른스럽지 않나 싶기도 해요

stella.K 님 명절 연휴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stella.K 2021-09-20 13:16   좋아요 1 | URL
그렇죠. 예전에 재개발 문제가 많았어요.
한 사람이라도 개발에 반대하면 못하는 건데 철거반
무자비하게 포클레인 밀고 강제 철거했다는데 믿을 수가 없더군요.
예전 5, 6공 때.지금은 안 그런가 봅니다.
대신 지금은 인종문제가...

희선님도 명절 잘 보내고 계시죠?^^

scott 2021-09-20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케이님

추석 연휴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보름달님에게 소원을~~**
ʕ ̳• · • ̳ʔ
/ づ🌖 =͟͟͞͞🌕

stella.K 2021-09-20 13:24   좋아요 1 | URL
아웅~ 저도 이모티콘 만들 줄 알면 띄워 드렸을텐데
아시다시피 전 그런 창의력은 없는지라...ㅠ

내일이 추석인데 비가 많이 올거라는군요. 보름달을 볼 수나 있을지...
그래도 비구름 위로는 보름달이 분명 떠있겠죠?
스콧님도 좋은 소원 비시고 이루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1-09-25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티브이로 영화 보다가 중간쯤 되니 예전에 본 영화라는 걸 알았어요.
영화도 책처럼 목록 노트를 만들어놔야 하나 생각했는데 뭐 또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책이든 영화든 두 번 보는 게 유익한 것 같으니까요.
저는 중간부터 끝까지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부터 중간까지 보는 방식도 흥미롭더라고요.
결말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알 수 있어서요. ^^

stella.K 2021-09-25 18:55   좋아요 1 | URL
ㅎㅎ 맞아요. 특히 tvn에서 하는 드라마를 저는 가끔 그렇게 봐요.
워낙에 재방송을 많이 하니까 꼭 본방사수 안 해도되고
중간부터 봤다가 다음 날 처음부터 중간까지 보죠.ㅋ

정말 영화나 소설은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어떤 사람은 같은 영화를 10번 20번 봤다고 하던데 전 그렇게까지는
못 볼 것 같아요. 좀 아까 일본 애니 <썸머 워즈> 중간쯤 보다가 말았는데
재밌더군요. 그림이 정말 예술이어요. 어떻게 그렇게 그릴 수 있는지.ㅠ

2021-09-26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6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8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롱이가 죽던 날은 8월 15일이었다. 3일 뒤는 오빠의 8주기였다. 오빠 떠나고 해마다 이맘때면 마음이 싱숭생숭했는데 올해는 다롱이 보내느라 그럴 여력도 없었다. 그리고 내일은 내 생일이면서 다롱이가 세상을 떠난 지 꼭 한 달이 되는 날이다. 뭔가 절묘한 트라이앵글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은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해 질 무렵과 아침에 눈을 뜨면 녀석이 많이 생각이 난다. 그러다 한 번씩 예상치 않은 곳에서 훅하고 눈물샘을 사정없이 치고 들어오는 때가 있다. 어제 같은 경우 TV를 보고 있는데 교회 성경공부 리더님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평소 웬만해서 전화를 잘 안 하시는 분인데 요즘 내가 그분께 소위 말해 자꾸 삐대니까 뒤늦게 뭔가 심상치 않다 싶어 전화를 하신 것이다. 9월이 되면 성경공부가 다시 재개되는데도 이달 한 달은 안 나가겠다고 하기도 했으니. 사실 평소에도 그분과 내가 딱히 맞는 스타일도 아니다. 지난 6월 말에 봄 학기를 마치면서 다롱이가 얼마 안 남은 걸 아시는데도 방학 동안 어떠냐고 묻지도 않았던 게 내심 섭섭한 것도 있다. 어제 통화하다 다롱이가 죽은 걸 그제야 알렸는데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물론 그렇다고 내내 울면서 전화한 건 아니고 리더님이 나름 재밌으신 분이라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이미 건드려진 눈물샘은 오늘까지도 잘 수습이 되지 않는다. 


든 자리는 표가 안 나도 난 자리는 표 난다고 이제 집을 나가나 들어오나 다롱이를 빼고 모든 것을 봐야 한다는 건 생각 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주엔 모처럼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을 가는 길에 작년까지만 해도 녀석의 털을 깎으러 갔던 개 미용실을 지나쳐야 했다. 그곳엔 성실하고 싹싹한 청년 둘이 일을 한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다롱이를 픽업했는데 작년부턴 하지 않았다. 이유는 다롱이가 너무 노견이라 픽업 과정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는 수없이 엄마가 다롱이를 데리고 가서 털을 잘랐다. 이제 더 이상은 여기를 올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게 참 쓸쓸했다.


글쎄, 오지랖일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몇 블록만 더 가면 다롱이가 다녔던 병원이 있는데 웬만하면 가서 녀석의 부고와 그동안 잘 돌봐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은데 아직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다. 녀석은 비교적 건강체여서 사는 동안 병원에 갈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 재작년인가 췌장염에 걸려 걱정했는데 그곳에서 잘 고쳐서 한동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다롱이가 죽기 한 달여 전부터 엄마와 내가 번갈아가며 약을 지어갔다. 벌써 안 다닌 지 한 달이 됐으니 그곳 원장도 지금은 대충 짐작은 하고 있을 거다.


한 가지 위로라면 반려견의 13%만이 가족이 보는 앞에서 죽는다는데 다롱이는 그 상위 13% 안에 드는 운 좋은 강아지가 되었다는 정도. 요즘엔 길을 걷다 누군가의 반려견을 보면 얘도 13% 안에 들게 될까 걱정 반 의심 반이다. 사람도 늙고 병들면 버림 당하기도 하는데 하물며 개라고. 걱정이다. 반려동물 시장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사람의 의식은 그것을 쫓아가질 못하고 있으니. 얼마 전 TV에서 반려견들이 어떻게 버려지고 있는가에 대한 실태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좀 충격적이었다. 개 농장의 실태야 제쳐둔다고 해도 소위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유기견 보호소도 돈은 돈대로 받고 개 도축업자와 결탁해 결국 마지막에 가는 곳은 보신탕집이었다. 예쁘다고 물고 빨 때는 언제고 자신이 키웠던 개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저리도 태평하게 잘 사는 건지 모르겠다. 새삼 놀라운 건 아직도 개를 먹는 인종이 있다는 게 놀랍다. (그렇게 안 되니까 하는 소리지만) 난 능력만 되면 수명이 1, 2년 밖에 안 남은 개를 돌보며 살고 싶다. 물론 힘들고 슬프긴 하겠지만 그도 익숙해지면 삶과 죽음이 서로 먼 것이 아니고 공존하고 순환한다는 걸 깨닫게 되지 않을까.


내 막내 조카는 개를 너무 좋아해 대학도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물론 수의학은 아니다) 한동안 애견 카페에서 일하다 최근 무슨 유기견 보호소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을 하게 된 모양이다. 녀석은 이미 집에 두 마리의 개를 물고 빨며 키우고 있다. 언니는 저러다 둘 중 한 마리가 죽으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 마리는 노견으로 아직은 잘 버텨주고 있기는 한가 본데 내년을 장담하지 못한다. 그랬을 때 녀석이 슬픔을 잘 감당할지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걱정 하지 않는다. 녀석은 그곳에서 일하면서 삶과 죽음을 객관적으로 보게 될 것이고, 어차피 감당해야 할 것이라는 걸 안다면 잘 감당할 것이다.


다롱이가 죽고 화장을 위해 업체에서 오길 기다리고 있을 때 엄마는 평소 성격대로 다롱이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녀석을 돌보느라 늘어놨던 여러 잡동사니 물건들을 치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그러는 엄마가 속으로 편치 않았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저리 치우나 싶었는데 당신은 당신대로 그렇게 하는 것이 다롱이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다롱이가 떠났다고 꼭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녀석이 떠나고 우리 집은 깨끗해졌다. 물 낭비도 없어졌고 무엇보다 녀석이 건강할 땐 하루 세 번씩 (어떤 땐 네 번도) 싸대는 똥을 치울 일도 없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우린 다롱이의 보호자였구나 싶다. 연극이 끝나면 배우는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듯이 다롱이가 무지개 너머로 갔으니 보호자의 역할도 끝난 것이다.


대신 집안은 다소 적막해졌다. 이러다가 어느 날 개 한 마리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면 집안 분위기가 순간 달라질 거라는 건 안 봐도 비디오다. 하지만 상상하지 않기로 한다. 다롱이가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다음에 키울 개를 상상한단 말인가. 다롱이가 이 사실을 알면 섭섭해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린 이제 더 이상 개는 키우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어느 정도 열어놓고 있긴 하다. 가끔은 뜻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다롱이를 키우기도 했고. 그런 운명이면 모를까 일부러 인위적으로 인연은 만들지 않을 거다.

그리고 얼마간은 8월이 되면 오빠보단 다롱이를 더 많이 생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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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4 2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일 미리 축하드립니다. 사람이든 반려견이든 비워있는 자리는 언제나 크게 느껴지더라구요 ㅜㅜ 보고싶더라도 힘내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21-09-15 12:23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시간이 지나야겠죠. 개니까 사람 보단 길지 않을 겁니다.
힘내겠습니다.^^

서니데이 2021-09-15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려동물이 떠나고 나면 상실감을 느끼는 분들 많다고 해요.
가족처럼 애정을 나누고 오래 살았으니까, 가족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을 거예요.
생각해보니 stella.K님도 9월 생일이시지 했는데, 오늘이었네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일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stella.K 2021-09-15 12:30   좋아요 1 | URL
기억하고 계셨군요. 고맙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개는 가족처럼은 지낼 수 있어도 가족은
아니지 않을까 싶어요. 그냥 우리는 다롱이를 보호해줬지
하면 그렇게 많이 슬퍼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다롱이 때문에 울어도 넘 과도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래도 가끔 이런 글을 남기는 건 앞으로 펫로스를 경험하게될
사람들이 있다면 한번쯤 공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죠.ㅋ

좋은 날 보내고 계시죠, 서니님.^^

희선 2021-09-15 0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 님 오늘이 태어난 날이군요 축하합니다 다롱이가 떠나고 한달 뒤였군요 지금도 조용한 집안이 이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많네요 처음에는 좋아도 시간이 흐르면 귀찮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좋을 텐데... 사람은 자기만 생각할 때가 더 많은 듯합니다

stella.K 님 오늘 더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stella.K 2021-09-15 12:44   좋아요 1 | URL
조금 허전하긴 하죠. 그래서 대신 TV를 일부러 틀어놓기도 하죠.
작년에 팬더믹 땜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답니다.
그러다 올해 어느 정도 완화가 되고나니 키우던 반려동물이 어느새 골칫거리가
됐다는 보도를 언젠가 들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버려질 동물이 더 많겠죠?
그렇게 버리면 재앙으로 돌아 올 텐데 걱정이어요.

고맙습니다. 희선님도 좋은 하루되십시오.^^.

책읽는나무 2021-09-15 0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 해 생일은 좀 울적한 생일이 되시겠군요?ㅜㅜ
그래도 내일 미역국 챙겨 드시고 힘 내세요~
저도 미리 축하 드리겠습니다♡

stella.K 2021-09-15 12:45   좋아요 2 | URL
앗, 그러게 말입니다.
작년엔 끊여 먹었던 것 같은데 올핸 아시다시피 제가 이렇게 됐고
또 추석이 코 앞이라 건너 뛰어야할 것 같아요.
그래도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책나무님.^^

니르바나 2021-09-15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생일 축하합니다.
아직은 다롱이와 이별이 힘들겠지만
힘내세요. 아니 벌써 어리잖아요.^^

stella.K 2021-09-15 20:11   좋아요 0 | URL
다롱이 이후의 시간이 쌓이면
또 그만큼 다롱이에 대한 기억이 멀어지겠죠.
그래서 시간이 약 아니겠습니까?
오늘도 누가 생일이라고 깜짝 선물로 케잌을 보냈는데
이런 기억이 쌓이면 오늘도 좋은 날로 기억될 겁니다.
생일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페크pek0501 2021-09-18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개를 포함해) 죽고 이게 세상이지 싶습니다.
죽음은 삶의 일부라잖아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받아들이는 마음자세가 필요할 듯합니다.
저 역시 죽음은 그냥 죽임일 뿐, 삶의 연장선에서 보지 못하겠더라고요.

법륜 스님의 책을 보니 부모님이라도 돌아가시면 잘 가시라 하고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생전에 자식으로서 최선을 다하면 될 뿐, 너무 슬퍼하면 안 좋대요. 하늘로 떠나다는 이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기 때문인가 봐요. 그래도 님처럼 다롱이를 기억해 주는 건 좋은 것 같아요. ^^

stella.K 2021-09-18 18:39   좋아요 0 | URL
그런 사람이 간혹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 속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도 좀 덤덤하면 좋을 텐데.
다롱이는 정말 복 많은 녀석이죠. 살았을 때도 그렇고
죽어서도 지를 못 잊어하는 주인이 있으니.ㅋㅋ
이번 명절은 녀석 없이 보내는 첫 명절이 되었어요.